〈 462화 〉39.춘추무림시대
진심으로 기가 차다는 표정.
살짝 뒤에 있던 서현도 풉 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미안한데 너랑 나랑은 클라스가 달라 클라스가. 영어로 레벨이라고 하지. L.E.V.E.L.”
클라스건 레벨이건 둘 다 영어이기 때문에 알아들을 턱이 없었지만, 남궁혁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유은의 표정과 뉘앙스가노골적이었다.
“너 같은 놈의 허를 찌르면 자존심 상해서 내상입을지도 몰라.”
“놈…! 네놈의 방심이 너를 죽게 만들 것이다!!”
“아이고 무서워라.”
남궁혁은 재차 달려들었다.
압도적인 공력차로 인한 충격과 검강이 흩어지며 입은 내상으로 인해 몸 내부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꾹 참고 돌격했다.
“장로님을 도와라!!”
서술은 길었지만남궁혁이 유은과 검을 맞댄 것은 불과 10여초 남짓.
이제야 정신을 차린 무사들이 그를 따라 유은에게 달려들었다.
“와. 정파주제에 협공하네. 이 비겁함 실화냐. 하긴 파X레인저도 보면 꼭 정의 외치는 새끼들이 다굴까더라.”
유은은 쯧쯧 혀를 차며, 가장 먼저 달려든 남궁혁의 검을 툭 쳐서 부러뜨리곤, 그 파편이 날아가는 궤적을 휘게하여 뒤따르는 무사들의 목을 관통시켰다.
“약하니까 몰려다니는 거다. 약하니까.”
이어 사방에서 휘둘러지는 검을 하나하나 쳐내더니, 우왕좌왕하는 무사들의 뺨을 남녀 할 것 없이 갈겨 주었다.
그리고 피날레로 검을 잃고 무방비가 된 남궁혁의 배를 힘차게 걷어 차며 마무리.
“크억!”
순식간에 수십 명의 합공이 박살났다.
“서현아, 얘네들 너무 약해.”
“주인님이 너무 강하신 거예요.”
“그런가?”
“네.”
유은이 고개를 저으며 손을 털었다.
그래도 남궁세가면 굉장히 거대한 세력인데, 그곳의 장로라는 인간이 유희로도 써먹지 못할 정도로 약해빠졌다.
정예들과 함께 협공해도 마찬가지.
“크윽…대체…어디서 이런 것들이…!”
가까스로 일어난 남궁혁은, 부들거리는 다리로 애써 몸을 지탱하며 유은을 노려봤다.
완전히 산발이 된 머리카락과 군데군데 찢어져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복.
얼핏 보면 거지꼴을 한 야인으로 오해할 만큼 형편없는 몰골이었다.
“뭐, 말해도 모를거야. 일단 한반도에서 온 건 맞아.”
“….”
남궁혁은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한참동안 유은을 노려보다, 어찌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무사들에게 후퇴하여본대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 명령했다.
“하,하지만…!”
“어서! 이곳은 내가 막고 있겠다!!”
이미 절강까지 왔다.
부딪히는 건 아마도 기정사실.
하지만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강자가 있다는 것을.
‘절세미공자조차 이런 강자였다니…!’
이미 출병하기 전에 파악한 초강자의 수만 해도 셋을 넘겼는데, 또 한 명이 추가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다.
“헤. 뭐야. 희생하는 거야? 죽을 각오하고? 멋진데. 서현한테 홀려서 쫓아온 스토커 치고는 꽤 괜찮은 결정이었어.”
“….”
뒤돌아 흩어지는 무사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유은을 노려보는 남궁혁.
그는 부러진 검을 대충 던져버리고, 창궁권법의 자세를 취했다.
아무래도 검을 주로 사용하는 세가다보니 검법에 비할바는 아니었지만, 창궁권법역시 상승무공 중에 하나였다.
게다가 자신은 이래봬도 절정 말경의 무인.
유은을 죽이거나 제압하는 건 못할지라도 최소한 견제하며 막아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어쩌나. 딱히 의미있는 행동이 아니라서.”
유은은 움직이도 않고 대충 손을 튕기는 것 만으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리도록 만들었다.
“너무 느려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네.”
실제로 하품을 한 유은이 다시 손을 튕기려 하자, 남궁혁은 반사적으로 튀어나갔다.
“서현.”
그리고 그런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은 유은의 명을 받은 임서현.
순간적으로 유은 앞을 막아서며, 땅에서 주운 검을 주워 남궁혁의 양쪽 손목을 베어버렸다.
“끄아아악!!”
번뜩이는 칼날 만큼이나 날카롭게 뿌려지는 핏방울.
유은은 그걸 보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지막 가는 길 선물이라도 안겨줘야지. 그렇게 원하는 서현이랑 놀아봐.”
“어디 가시는 건가요?”
“마실 좀 다녀올 테니까 잠시 놀아주고 있어. 친절하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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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의 명을 받고 본대로 도망치던 무인들은 반각이 채 되지 않아 한 명을 뺀 모두가 유은에 의해 격살당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유은에게 집요한 괴롭힘을 받으며 온갖 정보들을 토해냈다.
그녀는 선봉대 여무인 중 거의 유일하다시피 여성성을 갖추고 있었는데, 다른 여인들이 우락부락한 근육덩어리였다면, 그녀는 그나마 호리호리한 체형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목숨만은 건졌지만, 유은에 의해 보지와 항문이 초토화 되고 산속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분명 이쯤이라고 했는데.”
그녀를 성고문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정보,
본대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따라오고 있으며,거기엔 남궁유이를 비롯한 거휘의 세 딸이 참전한 상태이고, 그녀들의 어머니 역시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유은은 세 딸에게도 흥미가 있었고 언젠가는 다 먹어줄 것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거휘의 아내이자 유이들의 어머니인 팽소련이 더 끌렸다.
“유부녀 안은지도 꽤 됐지.”
마지막으로 안은 유부녀는 화월. 발칙하게 서현을 기녀로 삼으려 했던 주루의 루주였다.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어 진작에 좆물받이로 삼았지만, 원래 유부녀는 남의 여자일 때가 제일맛있는 법. 그렇기에 팽소련이 참으로 기대됐다.
마침내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유은은 대량의 천막이 모여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간이로 제작한 철책들과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무사들.
그리고 그 안에서 불을 피우고 식사하는 사람들.
남궁세가의 진영이었다.
“잠입을 한 번 해볼까? 다들 자고 있을 때 텐트에 몰래 숨어들어서 덮치는 거지.”
부부이니 아마 거휘와 같은 천막에서 잘 테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까짓거 제압하고 범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편이 NTL의 참맛을 더 잘 느껴질 것이고.
“좋아. 그렇게 하자.”
미부인을 범할 생각에, 유은의 하반신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
야심한 밤.
저녁부터 천막을 치고 야영하기 시작한 남궁세가의 진영에는, 일부 순찰을 도는 무인들의 발자국 소릴 제외하면 대체로 조용했다.
가장 큰 천막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거휘.
그는 무엇이 걱정인지 좀처럼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도련님이 걱정돼서 그래요?”
침대에 걸터앉은 팽소련이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해가 지면 선봉대건 본대건 천막을 치고 식사한 후 야영으로 돌입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선봉대에서 사람을 보내와 오늘 하루동안의 보고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그럴 시간이 반 시진은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고작 반 시진 가지고 뭐가 그리 걱정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전장에서 시간은 생명. 더구나 선봉대와 본대간의 거리는 경공을 뛰면 멀어봐야 일각이면 도착할 거리다.
즉, 반 시진이나 늦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별 일 없으시겠죠. 다른 누구도 아닌 도련님인데.”
팽소련의 말에, 그가 책을 덮었다.
“하지만 이곳은 적진이오. 더구나 그들에겐 초절정으로 예상되는 고수가 세 명이나 있소.”
“그래도 도련님이 도망조차 못 칠 실력은 아니잖아요? 상황판단을 못 하는 분도 아니고.”
“그건….”
“너무걱정하지 말아요. 곧 전쟁이 벌어질 텐데, 벌써부터 그럼 어떡해요?”
그녀는 그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이 뒤에서부터 끌어 안았다.
목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향긋한 비누향이 그의 코를 간지럽혔다.
“흠…흠…이곳은 전장이오….”
“누가 뭐래요?”
목 뒤에서 느껴지는 말캉한 감촉.
거휘는 필사적으로 참을 인을 새겼지만, 한창 농익은 소련의 색기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빳빳.
어느새 커다랗게 천막을 치는 그의 하반신.
마음 같아서는 요망한 부인을 침대에 눕히고 몸을 섞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이곳은 전장.
그리고 자신은 오천의 정병을 지휘하는 지휘관이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세가의 명예와 무림의 안녕을 위해 전장에 나와 있는데, 그 신성한 곳에서 가주란 자가 여자놀음에 빠져있다면 이보다 큰 실례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자신의 목을 감싸안고 있는 팽소련의 손을 떼어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오늘 할 수련을 빼먹었군. 잠시 다녀오겠소.”
“…이러기에요?”
“…다녀오겠소.”
더 말을 섞다가는 몸까지 섞게 될 것 같아, 거휘는 허둥지둥 천막을 나섰다.
결국 홀로 남겨진 팽소련.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거휘가앉아있던 의자에앉았다.
물론 그녀도 알고 있다. 전장에서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안휘에서부터 지금 이곳까지, 근 2주에 달하는 시간동안 그녀는 성욕을 풀지 못했다.
색녀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남편이 버젓이 곁에 있는데도 참아야만 하고, 심지어 전쟁이 코앞이라는 긴장감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이를 참아내기가 심히 껄끄럽다.
“뭐야. 안 하는 거야? 마지막으로 키스 정도는 봐줄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