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0화 〉39.춘추무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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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 무림에선 새로이 맹을 결성하고, 정파무림의 총본산 무림맹은 이화궁과 얽힌 하렘궁 사태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병력 파견을 결정했다. 그리고 사파무림의 흑천맹에서는 이화궁에 대한 소식에 긴가민가 하면서도 결국 이화궁이 무너졌다는 소식과 남궁세가의 출병 얘기를 듣고는 사정대전이 발발했다 판단, 전 사파무림에 경계령을 내리고 진상조사를 위해 소규모 부대를 절강에 파견했다.
그와중에 절강에서는 유은이 보타문을 완전히 멸망시킨 뒤 보지문을 창설, 하렘맹에 가입하게 했고, 항주를 향해 진군하는 남궁세가의 군세와 맞써기 위해 그 길목을 틀어막았다.
이렇게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무림.
황실에서도 굉장히 신중하고 엄중히 이 일을 바라봤다. 각지에 파견나가있던 대장군과장수들을 불러들였고, 지방의 왕들에게 칙령을 내릴 준비를 했다. 동시에 무림맹이 절강으로 출병하면 대 고려방면이 위험하다 판단하여 무림맹으로 신하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무림맹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오직 이미 출병한 남궁세가와 황군만이 절강의 땅을 밟도록 허가되었다.
“흠. 황실에서 제동을 걸었군.”
무림맹에서 온 전서구를 읽은 거휘가 신음했다.
본래 무림과 관은 서로 소닭보듯 하는 것이 관례.
하지만 이번일은 사태가 너무나 엄중했다. 무려 절강의 관군이 전멸한 것.
당연히 황실에서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림맹까지 끼어들게 되면 명 국방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대 고려방면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기에 부득이하게 개입했고, 그걸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도 회군해야 해요?”
곁에서 함께 걷던 부인 팽소련이 묻자, 거휘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오. 우린 대 고려방면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이미 출병하였으니 의미가 없다 생각했나보오. 아무런 언질이 없구려.”
“그렇군요.”
거휘는 아내의 표정이 좋지않자,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만져 주었다.
그녀는 굳이 절강으로 나오지 말고 세가 안에서 방어하자고 주장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너무 불안해 하지 마시오.”
“불안하진 않아요. 단지….”
끝말을 맺지 않은 그녀는 길게 침묵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무래도 그대는 세가에 남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함께해야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거대세가간의 혼인 치고는 드물게도 연애혼인 두 사람은, 슬하에 삼녀를 두고도 아직까지 금술이 좋았다.
“아버님.”
서로 사소한 장난까지 치며 행군하던 둘에게, 한 여인이 다가왔다.
긴 생머리를 차갑게 찰랑거리며 굳은 얼굴로 입을 여는 냉미녀는
두 남녀의 자식이자 남궁세가의 장녀 남궁청하.
아직까지도 이류무사에 머물고 있는 유이와는 달리, 엄청난 재능으로 젊은 나이에 벌써 절정 초입이라는 상승의 경지를 밟았다.
나이는 스물셋으로, 막내인 유이와는 고작 5살 차이.
덕분에 그녀는 세간에서 칠룡오봉중 검봉(劍峰)이라 불리었다.
가문의 기초가 되는 창궁무애검법을 대성하고, 세가의 후계자만 배울 수 있는 제왕검법도 전수받고 있다.
적어도 거휘의 마음에선 차기 후계자로 내정된 셈이다.
“곧 성의 경계에도달합니다.”
“그렇구나.”
거휘는 고개를 끄덕이곤 행군을 정지시켰다.
이만한 규모의 행군이라면, 적 역시 옛적에 눈치챘을 터. 매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혁아.”
“네. 형님.”
“지금부턴 네가 선봉대를 꾸려 앞장서거라.”
“알겠습니다.”
남궁혁은 욕구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적과 마주치게 되면 괜히 부딪히지 말고 바로 본대로 오거라. 알겠느냐?”
“물론입니다.”
“….”
거휘는 자신의 동생이 뭔가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 무공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을 주지 않았었는데, 요새 그의 눈빛은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것이, 사람 자체가 변한 느낌이었다.
‘기분탓이겠지.’
그는 몇 번이고 신신당부한 끝에 남궁혁을 내보냈고, 그는 백 명의 무사들과 함께 먼저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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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심심해.”
절강성 초입.
유은은 적당히 채를 꾸리고는 남궁세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꽤 많은 여인들을 데리고 있었기에 섹스를 즐기는 건문제가 없었지만, 너무 지루했다.
“무림은 다 좋은데말야. 할 게 너무 없어.”
“정말 그래요.”
서현의 무릎에 누워 루크레시아의 봉사를 받으면서 구예나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가 심심했다. 그도 마침내 피에 눈을 뜬 것일까.
“딱 중국만 밀고 다시 돌아가야지. 고려는 신경도 안 쓸 거야. 귀찮아.”
“고려에 정말 예쁜 공주라던가 있으면요?”
“…그럼 걔만 데리고 가자.”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기다리던 그때, 비서가 달려와 남궁세가의 선봉대가 오고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유은은 벌떡 일어났다.
“오오! 드디어 피를 보는 건가. 좋아.”
퍽 중2병틱한 말을 지껄이며 여인들을 대동하고 밖으로 나온 유은. 확실히 저 멀리서 백여명 남짓의 무사들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선봉대가 왔다는 건 얼마 안 가 본대도 있다는 거겠지. 오천이라…분명 이쁜 여자애도 있을 거야.”
유은은 침을 흘리며 그들이 좀 더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아. 주인님, 저놈이에요. 저놈.”
“응? 누구?”
“남궁혁이라는 녀석이요.”
“아. 건방지게 내 보지를 탐했던 놈?”
“네.”
서현의 말을 들었던 그날, 유은은 자신의 상징을 새기기라도 하듯이 내리 서현을 범했고, 육지에 상륙하여 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남의 여자는 잘도 건드리는 주제에 자신의 여자를 건드리는 건 절대 참지 않는 유은. 그를 만나게 되면 철저하게 유린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다면야 친절하게 맞이해 줘야지.”
유은이 품에 서현을 안고 훌쩍 뛰었다.
그리고는 남궁세가 선봉대 30장 앞에 멋지게 착지…하려 했으나 습관 때문인지 발이 땅에 박혀버렸다.
“…?”
“읏차. 또 실수했네.”
“유나님 보시면 울어요.”
“괜찮아. 포기했을 거야.”
백 명의 정예무인이 쳐다보고 있는데도 태연한 둘.
남궁혁은 갑작스런 상황에 물음표를 내면서도 반사적으로 발검했다.
무사들 역시 그에 맞추어 검을 뽑아들었다.
“누구…서현 소저?”
찰랑거리는 금색 단발머리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극상의 미모.
가파르게 굴곡져 하반신을 안달나게 만드는 환상적인 자태.
남궁혁은 그토록 바래왔던 재회에 욕망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여-. 네가 바로 남의 여자나 탐내는 개후레새끼세요?”
그때, 시야에 넣지도 않았던 웬 남정네에게서 거친 말이 들려왔다.
그제서야 유은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그 역시 엄청난 미남.
어떤 여인이든 일순간에 사로잡을 정도의 미색이었다.
하지만 그는 남자. 그리고 서현에게 홀린 자.
유은의 미색은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 무인들 역시 서현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겨 멍하니 침을 흘리고 있었다.
“…뭐?”
“주제도 모르고 서현을 탐하다니 말야.”
유은은 서현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가슴을 멋대로 주물럭거렸다.
“무,무슨…!”
거기에 더해 아예 앞섬을 헤치고 들어가 맨가슴을 주무르는 패기(?)까지!
서현은 전혀 반항하지 않고 발그레 홍조를 띄웠다.
“서현은 말야. 내 전용이야. 전용.”
“….”
남궁혁은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정황상 눈 앞의 남자가 유은이라는 걸 파악한 그는 서현이 유은을 사모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왠지 자신이 그녀를 구해야 할 것 같은 헛된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뭐, 그래도 우리 서현이 보겠다고 이 멀리까지 찾아왔으니 그 성의를 봐서 손 정도는 만지게 해줄 수도 있어. 싸대기 말야. 킥킥.”
“주인님, 풀파워로 때려도 되죠?”
“그럼. 아, 생각해보니 거기 만져도 되겠다. 어이. 못생긴 놈. 원한다면 특별히 니 볼품없는 고추 만지도록 명령해줄수 있는데. 어때?”
“아잉. 아무리 그래도 거긴 싫어요….”
남궁혁의 앞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한 애교를 떨며 유은의 품으로 들어가는 서현.
덕분에 남궁혁은 물론, 처음 보자마자 그녀에게 반해버린 무사들의 분노를 샀다.
“장로님!! 저놈이 그 하렘궁의 절세미공자인 것 같습니다!”
“일단 죽여버리죠!”
“고작 두 명입니다!!”
“일단 죽여버리죠!”
“뭐라고? 우리 공자님을 죽인다고? 죽을래??”
“일단 죽여버리죠!”
“못생겨가지고 말하는 꼬라지봐.”
웃긴 건 남 무사들은 서현에게 홀렸지만, 여무사들은 유은에게 홀렸다는 것.
그녀들은 반대로 서현을 죽여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녀들 중 유은의 마음에 차는 사람이 있었다면 적당히 이용해 먹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전부 우락부락한 목소리만 여자인 남자(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