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58)화 (457/517)



〈 458화 〉39.춘추무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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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본가로 돌아온 남궁혁과 일행은 절강성이 유은을 위시로 한 하렘궁에 의해 반쯤 점거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있었다.
비록 하렘궁과 임서현이 고려의 첨병으로서 이화궁을 무너뜨리고 정사무림을 이간질한다는 명분을 들고 내려오긴 했지만, 막상 정말로 일이 그렇게 흘러가자 조금은 떨떠름한 마음도 들었다.

“아무튼  왔다. 안 그래도 네녀석을 부르기 위해 전서구를 보냈는데.”

의군자 남궁거휘.
천하십대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그는, 평소 군자처럼 인자한 행동과 끊임없는 베풂으로 묻 무인들은 물론 일반 백성들의 지지까지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하렘궁이 절강에서 크게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는 즉시 각 분타  사업체에 나가있는 제자들과 식솔들을 불러들이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여차하면 언제라도 정예를 일으켜 절강으로 들어갈 심산이었던 것이다.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왔습니다. 형님.”
“그래. 반갑구나.”

거휘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번엔 유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이는  지냈느냐?”
“네. 아버님.”
“성취는 있고?”
“…이렇다할 것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급할 거 없다. 남들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가는 것이 중요한 게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오랜만에 만나는 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던 그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어보려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
옆에 있던 그의 부인 팽소련이 뭔가를 짐작하고는 대신 입을 열었다.


“유이야. 검…아니 잔살마를 만났다고 들었다. 어디 해코지 당한 곳은 없느냐?”

흠칫 놀라는 거휘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젓는 남궁혁.
유이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저 혈교공동에서 공청석유와 그로 빚은 영단을 가져갔을 뿐, 제게 뭔가 한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제게 뭔가를 주려 했던 것 같았어요.”
“뭔가를 주려했다?”
“예.”

스쳐가는 기억.
세린은 분명 구절틱한 것을 그녀와 그녀의 단원들에게 알려주었다.

“운기(運氣)란  호흡(呼吸)이며, 내공(內功)은 곧 자연(自然)이니, 육체(肉體)는 자연(自然)이고 자연(自然)은 존재(存在)니라.”
“?!”
“라고…제게말하였지만, 소녀가 부족하여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위험한 소릴!”

잔살마 얘기가 나온 뒤 입을 다물고 있던 거휘가 갑자기 분노하며 주먹을 내리쳤다.

“아,아버님?”
“…아무것도 아니다. 유이야.”
“예.”
“그년의 말을 염두에 둘 필욘 없다. 잊어버리거라.”
“…알겠습니다.”

평소 본  없는 격한 반응에 놀랐지만, 유이는 그의 말에 순응하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 번 들은 얘기를 잊어버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본래 기억해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는 것이 인간의 뇌.
거휘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세린의 조언이 유이에게 새겨지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간단한 안부인사 후, 거휘는 동생인 혁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물렸다.

“시간상 내 전서구가 닿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이리도 빨리 돌아온 것은 무슨 이유냐? 그것도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혁이 무림맹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하자, 거휘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화산파의 장로를 일수에 제압하다니. 심상치 않은 강자다.

“형님.”
“?”
“임서현이라는 여자가 요주의 인물입니다.”
“그래…안 그래도 이미 유명하다. 금발요녀(金髮妖女)라 불리고 있다더구나.”
“금발요녀….”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미모와, 압도적인 무공. 덕분에 이미 절강에선 그럴듯한 무림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맹주님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맹주님보다 강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냐?”
“…설마 그렇진 않겠지만, 필적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허허…참으로 걱정이구나. 그 정도의 강자일 줄이야.”
“그래도 우리 남궁세가의 힘이 모두 결집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조심하면 될 겁니다.”
“그게 그렇지도 않다. 강자가 너무 많아. 초절정급으로 의심되는 여인만 벌써 셋이다.”
“초,초절정…?!”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남궁혁이 화들짝 놀랐다.

초절정이라는 경지는 가볍게 입에 담을  없다.
어지간한 대문파의 장문인이라 해도 절정 말경에서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고, 절대다수의 무인은 초절정의 터럭조차 닿지 못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그런 실력자가 최소 셋이라고?

“그래. 특히 실질적으로 이화궁을 무너뜨린 폭렬권봉(爆烈拳峰)과 앵화신녀(櫻花神女)는 적어도 중경 이상이라는 보고다.”
“….”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남궁혁은 말을 잃었다.
임서현만 해도 자신의 모든 걸 내걸 각오를 하고 내려왔는데, 알고보니 그에 준하는, 아니 그보다 더해보이는 여인이 둘이나 있다니.

천하십대고수의 평균이 초절정 중경이다. 검강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무엇이든 베어내는 지고의 경지.
형(形)이 무의미하고, 오로지 선과 점만이 있으며 능히 일인군단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인외에 있는 것이 바로 초절정 중경이라는 경지였다.

그런데 그런자가 둘이나 된다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건 대외비다만….”


그게 끝이 아닌지, 거휘는 아무도 없는 주변을 살피며 몸을 숙였다.


“잔살마가 그들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정보가있다.”
“예??!”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까.
이화궁을 무너뜨린 게 하렘궁인데, 그 이화궁의 궁주인 잔살마가 하렘궁에 협력하고 있다?

물론 그가 그런 가설을 세우긴 했다.
하렘궁이 고려의 첨병이고, 여세린은 그런 하렘궁에게서 혈교공동의 정보를 받는 대가로 이화궁이 위험에 처했을 때 흑천행을 핑계로 자리를 비웠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쪽으로 내려오기 위해 급조해낸 망상 덩어리지, 철저한 사실을 기반으로 추리해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망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거의 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잔살마 뿐만이 아니다. 이화궁 전체가 그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어.”
“그럼…멸문당한 게 아니라는 말씀이로군요.”
“맞아. 전각만 불탄 것이지.”
“왜 그런 짓을…?”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긴 하다.”

거휘가 잠시 침묵했다.
더없이 무거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아무래도 이화궁이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 위해 고려와 결탁한 것 같다.”


남궁혁의 망상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생각.
그는 이화궁, 특히 잔살마가 자신만의 세력을 일구기 위해 고려와 손을 잡은 것이라 여겼다.

마침 지리적인 요건을 봐도 이화궁은 고려와 얼마든지 교류할 수 있다.
물론 보타문이  걸리긴 하겠지만, 솔직히 보타문은 이화궁에 비하면 조족지혈인지라 그리  걸림돌도  될 터.


“지금 움직이는 모습이 딱 그 모양이야. 하렘궁과 이화궁이 손을 잡고 절강 사방으로 퍼져 관이고 무림이고 할 것 없이 쓸고 있다. 어쩌면….”
“역성혁명??!”

거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성혁명.
조금이라도 연루되면 구족이 멸화를 입게되는 최악의 범죄.

황조를 갈아치우고 자신이 황제가 되겠다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마치 불나방 같은 짓이다.


“시기가 아주 절묘해. 하필이면 이 시기에 고려의 무림이 맹을 맺었지. 그리고 이화궁과하렘궁이 절강에서 날뛰고 있고.”
“으음….”


자신의 망상이 얼추 들어맞자 남궁혁이 탐탁치 않은 신음을 흘렸다.
뭔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느낌?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삐걱대는 것 같았다.






다음날.

지방으로나가있던 힘들이 대부분 돌아왔다 판단한 거휘는 연무장에 세가의 무력을 총 집결시켰다.

초절정 - 2명(남궁거휘 포함)
절정 - 31명

초일류 - 약 이백 
일류 - 약 칠백 명
이류 - 약 천이백 
삼류 -  삼천 명

 오천삼백에 이르는 엄청난 군세.
정파무림 총본산, 무림맹 직속 무사가 3만이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없다.
 그대로 천하제일세가.

가장 앞열에 있는 무사들은 남궁세가의 기를 오른손에 쥔 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바람이  때마다 펄럭이는 거대한 깃발이 묘한 전운을 감돌게 했다.

분위기상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출병할  같았지만, 사실은 그저 세가의 향후 방향을 알리고, 앞으로 전쟁이 있을 것이니 각오를 다지고 훈련에 임하라는 등의 내용들을 전달하는 자리.



마침내 가주인 남궁거휘가 단상에 오르고, 오천 무사의 눈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가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멀리 대문에서부터 경공을 운용하며 급히 날아온 무인이 오천 무사를 가로질러 곧장 거휘에게로 왔다.


보통이라면 그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단 둘이 있을  전달했을 텐데, 아무래도 상당히 급한 내용인 듯싶었다.


“무슨 일이냐?”
“….”

그의 앞에 부복한 무사는 한동안 침묵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그리 뜸을 들이는 것이냐?”

거휘의 재촉에 마침내 열리는 그의 입.

“보타문이…멸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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