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50)화 (449/517)



〈 450화 〉39.춘추무림시대

39.춘추무림시대








“2번대 대장, 이곳은 네녀석 만으로 충분할 듯하군.”
“이름으로 불러라 오글거리니까.”


정의13대의 총대장 루크레시아의 명령.
구예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왔다.


주먹을 주로 다루는지, 무기는 따로 없었고  손목을 빙글빙글 돌리며 몸을 풀었다.

“어?”

 모습을 통해 마침내 떠오르는 기억.
은소령은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녀가 누구였는지.

“아!”
“…뭐요.”

뚱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는 구예나. 소령은 반갑다는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너 전에 하렘 콜로세움 할 때 호기롭게 나섰다가 시녀한테 개쳐발리고 노예된 애잖아? 이제 기억났다.”
“…씨발 뒤질래요.”
“집중해라. 2번대 대장, 적진이다.”
“이름으로 부르라고!! 그리고 아직 전투는시작도 되지 않았구만 무슨.”
“전투는 시작하기 전에 이겨놓고 하는 거다. 당연히 그를 위해서는 극도의 집중이 필요하지.”
“아 예. 알~겠습니다. 씹오타쿠씨. 어디서 들어먹은 건 있어가지고.”

그녀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 그녀와 일정거리를 남겨두고 따라붙는 여인들.


“누구시죠?”

먼저 걸어나가던 구예나는 이화궁의 문지기로 인해 걸음을 막혔다.
문지기들은 대로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꽤나 굳은 얼굴이었다.

“이곳은 대 이화궁입니다. 용건이 있으신 게 아니라면ㅡ,”
“용건이라면 있는데.”
“? 그럼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ㅡ,”
“그걸 알려줄 필욘 없어서.”
“?”

문지기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 구예나는 팔을 좌우로 뻗으며, 서로 검을 교차하고 있는 문지기들의 목을 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그녀들이 쓰러지고, 구예나는 팔을회수하지 않고 대문을 향해 뻗었다.


펑!

그러자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문짝이 날아가고, 널찍하게 펼쳐진 마당과 무수한 전각이 드러났다.

“?!”


안에서 돌아다니던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톡.톡.


구예나는 태연스럽게 이화궁 안을 둘러보며 발을 굴렀다.
좌우다리를 차례대로 통통 튀면서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있도록 준비하고, 그러면서 동시에꾸준히 손목을 돌려 주었다.

스탯이 넘사벽으로 상승한 지금, 사실상 스트레칭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었지만 일종의 버릇이라고나 할까. 잦밥이었을 시절의 습관이다.



“감히!”


문짝이 날아가고 대략 30여초가 흐르자, 대충 상황파악을 완료한 이화궁의 여인들이 분노하며 검을 뽑았다.
스릉! 하고 멋들어진 소리와 번쩍이며 반사되는 태양빛이 퍽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구예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검후에게 처참하게 깨졌다는 서현만 해도 지구급의 인간이다. 그리고 솔직히 검후에게 진 것도 순전히 무력만을 사용했기에 그런 것이지, 정말 죽일 작정으로 보지니아의 힘까지 모조리 동원했다면 서현이라 해도 검후를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구예나는 애초부터 무력만을 위해 키워진 여인. 필살을 각오하지 않아도 서현이나 검후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일전의 그녀에비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


“미안하지만 배빵 좀 때려줘야겠다. 그래도 걱정들은 하지 말고. 여자니까 죽이진 않아.”


예나는 왼손으로 등을 받친  오른손을 대충 앞으로 휘둘렀다.
딱히 전심전력이 담기지도 않았고, 성실하게 초식을 밟지도 않은 그저 그런 주먹질.
무림이 아니라 현대 권투에서도 이런식으로주먹을 내지르면 사범에게 쳐맞기 딱 좋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이미 그런 경지는 뛰어넘은지 오래니까.



쩌적.




가볍게 내지른 주먹은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제대로 인지하기조차 쉽지 않은 공간이 갈라지는기묘한 현상.
이것만 해도 입을 떡 벌릴만한 것이었지만, 더한 것은 지금 막 달려들고 있는 이화궁의 여인들 앞에 그녀의 주먹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

코앞에서 갈라지는 공간과,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주먹.
기겁한 여인들이 황급히 피하려 했지만, 그보다 예나의 주먹이 더욱 빨랐다.

가벼운 동작과는 반대로 어마어마한 속도와 충격량.
 명이 넘는 여인들의 복부에 예나의 주먹이 적중했다.

“끄억…!!”

예나는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여인들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다 곧장 주먹을 회수해 다시 한 번 뻗었다.
이번에도 역시 공간을 꿰뚫은 주먹이었지만, 여인들을 노리지 않았다.

무수하게 생기는 균열.
소름이 끼칠 정도로 허공을 매운 균열들이 일제히 주먹을 토해내자, 이화궁 전역이 폭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사방팔방 폭발을 일으키더니 화려하게 지어져 있던 전각들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저것이 바로 2번대 대장 구예나의 결전기술.”

멀리서  장관을 지켜보던 루크레시아가, 아무도 묻지 않은 설명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압도적인 힘으로 일순간 차원의 통합을 이루어내고, 무수한 평행세계를 꿰뚫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해내는 일종의 가불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날아올 지 모르기에 나조차도 쉽게 막아낼 수 없지. 그 이름도 ‘패왕권(覇王拳) : 붕천(崩天)’. 무서운 기술이다.”




“그딴 이름 지은  없어 이 씨발 오타쿠년아!!!!”






무너져내리는 이화궁 한복판에서 거의 발악하듯 외치는 구예나였지만, 루크레시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많아진 말로 그녀의 기를 죽일 뿐.


“2번대 대장은 비록 말과 행실이 가볍지만 그 실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예전의 그녀를 떠올린다면 큰 오산. 그녀는 이미 출중한 정의13대의 대장이니까.”
“저기…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보다못한 소령이 말을 걸었다.
말해보라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루크레시아를 보며 소령은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거 컨셉이야 아니면 진짜야?”
“? 그게 무슨 소리지?”
“아니…그 막…너 혹시 평소에 싸울때 저번처럼 기술명 외치고 그러는 거야? 만봉앵 어쩌구 하면서?”
“? 당연한 걸 왜 묻지?”
“….”

 그딴 걸 묻냐는 표정의 그녀.
소령은 할 말을 잃었다.


물론 그녀도 기술명을 외친 적은 있다. 병원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도망치는 운현을 공개처형할 때,지니고 있던 스킬명을 외치며 처형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뿐이고, 평범하게 싸울 때는 굳이 기술명 따위를 외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루크레시아는 아무래도 아닌 모양. 그녀는 정말 진지하게 저렇게 사는 모양이다.


“아니…아무것도 아냐…넌 진또베기구나.”
“?”

고개를 갸웃하는 루크레시아와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령.
역시 은하제국에는 정상인이 없다.

“그나저나 저정도로 날뛰는 건 말려야 되는  아냐? 저러다 죽는사람 나오겠다.”
“이화궁이라면 그래도 나름 끗발이 있는 문파에요.  정도로 사람들이 죽진 않겠죠.”
“아니, 그야 이화궁 자체는 버티겠지만 약한애들도 있을  아냐. 그 중에 미녀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서현대신 답한이는 루크레시아. 오타쿠에 설명충에 참으로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소령은 일단 들어주기로 했다.


“바로 여기 있는 3번대 대장 키라라 사토미가 있으니까.”
“정의 3번대는 군대로 따지면 의무병들이 모인 곳이랍니다~.”
“아…그래….”
“그런 의미에서 저도 출동해야겠네요.”

키라라가 훌쩍 점프해 이화궁쪽으로 향했다.

“…표절 지리네 진짜.”
“표절이라니! 오마주다!!”
“아…그래….”
“흥. 그리고 블x치에 나오는 호정13대에선 4번대가 의무대다. 표절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 그런걸로 하자.”












투쾅!

무너져내린 전각 속.
몇몇 여인이 쏜살처럼 튀어나왔다.



“갈!! 감히 어떤년놈들이 대 이화궁에게 칼을 드는 것이냐!!!”


앙칼진 목소리의 여인이 매섭게휘몰아치는 검기를 두르고 화살처럼 예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화검수들과 장로들의 반격.
하나같이 심상찮은 기운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그러나,

“응. 배빵.”

장로고 나발이고 그녀 앞에선 도망치는 토끼.
차원마저 활용해 공격하는 예나 앞에서 무림의 무인따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뻐억!



결국 동시에 배빵을 얻어맞고 전각들을 부수며 땅에처박히는 여인들.
이후에도반발이 있었지만, 예나의 힘이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손 하나만 쓰고 있었는데도.


“졸라 약하네. 진짜. 이딴 애들 데리고 뭐 하는 거야. 빨딱빨딱 점령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던 할 것이지.”




오래도록 사파무림의 한 축으로 군림하며 절강의 명물로 손꼽히던 이화궁이, 불과 일각도 되지 않아 불길에 휩싸였다.
초유의 사태. 남궁세가, 아니 무림맹이 달려든다 해도 이같은 일이 과연 가능할까?
파괴적인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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