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7화 〉38.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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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군사, 오늘은 정말 죽다 살아나셨네요. 호호호.”
“….”
성대한 술판.
다쳐서 본궁으로 돌아간 검수들을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장원을 빌려 커다란 연회를 열었다.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규모는 꽤 컸다.
이화십칠장로(梨花十七長老)중 세 명이 등장하여 검각의 우수린(友輸隣)과 피비린내나는 결투가벌어지려던 찰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청이 끼어드는 바람에 가까스로 싸움이 중재되었다.
물론 이미 십수명이 죽거나 다친 상황인데다 기물파손도 어마어마했지만, 관청에서는 적당히 손해배상 정도만 물리는 선에서 넘어갔다.
어차피 무림인들끼리 싸우다 죽는 거야 일상다반사였고, 이걸 일일이 단속하려하면 행정력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각주 우수린과, 유총관이라 불린 여인은 유은에 대한 사정과 이화궁(梨花宮)의 악명을 줄줄이 설명하며 반드시 섬멸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시 한 번 소란을 일으키면 그땐 관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하겠다는 엄포만을 듣게 되었다.
사실 사파무림(邪派武林)에 대해서는 관에서도 단단히 벼르고 있긴 했지만, 그거야 그나마 관에 고분고분한 정파무림(正派武林)의 세가 강한 지역에서나 그렇지, 이곳처럼 이화궁(梨花宮)이 코앞에 있는 곳에선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리하여 해산.
적어도 이 도시 내에서는 서로 부딪힐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되고나니 남은 건 이화궁 세 명의 장로들.
그녀들의 목적은 너무나도 뻔하다.
일군사를 구하기 위해서? 물론 그것도 있기야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이유는 유은을 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하여 벌어진 광경.
통째로 빌린 장원에서 장로들은 술판을 벌여 이화검수들을 먹이고, 급이 있는 자신들과 김수현은 유은과 함께 방을 잡고 들어갔다.
그녀들은 유은을 낀 채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각종 성희롱을 동반한 술시중을 받았지만, 김수현은 차마 제지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중간에 관의 중재가 들어왔다 해도 그대로 상황이 이어졌다면 진작에 김수현은 죽거나 크게 다치고 유은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리 되지 않도록 막아준 것이 지금의 세 장로들.
그런데 이제와서 그녀들의 욕구충족을 막을 수 있을까?
“…그러지 말아요.”
물론 형식적으로 그만두라는 말을 하긴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장로들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다.
“왜요? 혼자 먹고 싶어서 그런가?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매일같이 같은 방에서자면서.”
“하…그런 적 없어요. 단지 난ㅡ,”
“흥…그런 되도 않는 변명은 하지 말아요. 일군사. 우리 솔직해지자고요. 응?”
수현의 말은 가볍게 씹어지며 오히려 유은이 더욱 희롱되는 결과를 낳았다.
어떤이는 아예 유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하반신을 주물럭대는 등 대놓고 정사에 돌입하려는 기색을 보였다.
“…맹세코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요. 단지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뿐이었다고요.”
“하. 네~네~. 그러시겠죠. 우리 고귀한 일군사님은.”
장로는 대충 대답하고는 얼굴이 붉어진 유은의 귀에입을 가져갔다.
“우리 공자님은 음란한 게 좋죠? 제가 잘 모실 수 있는데. 후후후후후.”
“으으….”
“팔장로! 너무 혼자만 많이 차지하잖아요.”
“어허. 장유유서라니깐.”
“그러지말고 우리 다같이 합시다. 한번에.”
“어머. 발기한 것 좀 봐. 액체 나온다 어머….”
“엄청 크잖아? 이걸 혼자 독점하고 있었다니 너무한데.”
무시당하는 수현.
그녀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대로 그녀들에게 유은을 맡겨야 하나.
아니, 그럴 순 없다.
분명 자신의 주군인 여세린은 그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이대로 가다가는 유은이 여기서 뿐만 아니라 이화궁으로 돌아가서도 더 많은 장로들에게 희롱될지도 모른다.
그렇게놔둘 순 없지 않은가!!
그녀들이 수현의 말을 들어줄 리는 거의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
“그만해요.”
술잔을 내려놓으며 한층 강한 어조로 말하는 수현.
덕분에 장로들의 시선이 조금 끌렸다.
“하…일군사, 너무한 거 아니에요 진짜? 인간적으로.”
“장로들이 인간성을 논할 순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뭐, 그건 차치하더라도 유은공자는 궁주님께서 본인의 남자로 찜해둔 사람이에요.”
“예전에도 그런 적 많았잖아요~ 결국은 공유되었지만~.”
역시나 들어먹질 않는다.
수현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장로들의 품 사이에 끼어있는 유은의 팔을 잡았다.
“유은씨, 이만 들어가요.”
“수현씨…”
“어어? 지금 뭐 하는 거야?”
“팔장로, 십이장로, 십삼장로. 다들 궁주님께 처분되고 싶으신가요?”
“…아니 씨 진짜. 고작 남자하나 가지고 되게 유난떠네!”
“일군사, 자꾸 이런식이면 안 참아요. 누구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건지 모르시나?”
“그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궁주님의 명령은 지켜야죠.”
“흥. 그렇게 말해놓고 자기만 슬쩍 따먹으려는 거 모를 줄 알아?”
“하…정말 아니라니까요. 난 그저ㅡ,”
“괜찮아요..수현씨….”
“…유은씨?”
돌발적인 상황.
유은이 수현의 손을 슬쩍 떼어 놓았다.
“무슨…?”
“괜찮아요. 수현씨 다치셨잖아요…무리하지 마세요.”
“아니….”
“저도 상황파악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
물론 유은으로서는 이렇게 자극받은 이상 어떻게든 성욕을 풀어야했기에 한 행동이었지만, 수현에게는 완전히다르게 비춰졌다. 마치 수현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저는 괜찮아요…그러니까ㅡ,”
“꺄아!! 이거 말하는 것 좀 봐! 귀여워 죽겠네~.”
팔장로가 유은을 확 껴안고는 얼굴을 비벼댔다.
“나 못참아 더 이상.”
“나도!”
장로들은 더 이상 수현이 있든 없든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옷가지를 벗어던지며 늘씬한 몸매를 드러내고는 유은에게 돌진.
유은이 입고 있던 옷도 순식간에 벗겨졌다.
“….”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수현.
그녀는 자괴감과 배덕감을 동시에 맛보았다.
유은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녀의 심장이 두근! 하고 뛰어버린 것이다.
물론 심장은 항상 뛰지만 이미 사랑의 경험이 있는그녀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뜀박질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안돼…!’
주군의 남자.
그런 그에게 호감을 두근거린 자신.
그리고 그를 범하기 시작하는 장로들.
“일군사, 같이 할 거야?”
알몸이 된 채 유은의 하반신 위에 올라타 거근을 삼켜버린 팔장로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도발적으로 허리를 굴려대는 것이 정말 요염했다.
“아니면 들어가요. 방해하지 말고.”
“……오늘만이에요.”
수현은 가까스로 그 말만을 뱉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차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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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 해요 아~”
“아..아….”
다음날.
밤잠을 설친 수현이 목격한 장면은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자, 제것도 드셔보세요.”
“아,아니 그만 줘도 되는데.”
“아잉. 잘 먹어야죠. 아~”
“????”
평생 남자들을 자신의 아래로 여기며 무수한 강간 윤간을 일삼아왔던 장로들이, 유은에게 찰싹 달라붙어서는 애교를 남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짓만 보면 기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아우. 우리 공자님 잘 먹는다.”
어제만 해도 공자공자 거리는 게 그저 반쯤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들이 정말 유은을 존중할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오늘 하는 짓을 보니 어쩌면 저게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체 뭐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 그녀뿐만 아니라 이화검수들도 황당해하며흘끔흘끔 쳐다보고있었다.
수현은 슬쩍 떠보기로 했다.
“장로들이 억지로 궁주님의 독점을 깼으니, 이젠 목장으로 데려갈 건가요?”
“뭐?! 어머. 이 여자 헛소리 하는 것 좀 봐.”
“하. 이제 자기꺼 아니라고 버리려는 거야?”
“어쩜 세상에.”
장로들은 과장된 반응을 하며 수현을 매도하더니 유은의 볼에 쪽쪽 입을 맞추며 달래주기 시작했다.
“공자님, 저런 미친년의 말은 흘려들어요.”
“우리들이 지켜줄테니 목장 같은 거 생각 안 해도돼요.”
“일군사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악독한 여자네요.”
“….”
수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변하게 만든 것일까.
“…그대들의 반응이 너무 놀라워서 그냥 해본 말이에요. 대체 뭐죠? 그 반응은.”
“흥. 알면서 뭘 물어요.”
팔장로는 우물거리며 음식을 씹고 있는 유은에게 찐한 입맞춤을 하며 수현을 흘겨봤다.
“잔뜩 했으면 알 거 아니에요.”
“아니…저 안 했어요. 안 했다구요.지금도 한양에 정인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텐데. 제가 다른 남자를 들일 것 같아요?”
“아 네. 또 그소리.”
“지겹다정말.”
“뻔뻔하긴. 하늘이 무섭지도 않나.”
지금 강호 최고의 악녀들이 대체 뭐라는 걸까.
수현은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뭐야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