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42)화 (441/517)



〈 442화 〉38.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

+++




보타문(普陀門).
중원에서 나름 알아주는 문파임에도 문파의 전각은 상당히 단초로우면서도 극도로 절제된 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보타문이 불교계 문파이기 때문이다.

불교계 특성상 중원무림에는 그다지 관여하지 않지만, 근처의 악명높은 이화궁(梨花宮)때문에 무림맹(武林盟)에 가맹한 상태다.
문도는 전원 여성으로, 사찰에서 주로 머무는 승(僧)과, 검각(劍閣)에서 주로 머무는 검사들로 나뉜다.

초기에는 사찰의 힘이 더욱 강했고, 검각은 단순히 난세에 승들을 호위하기 위한 정도로만 운영되었기에 대외적으로 문파(門派)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왜구의 수탈이나 왕조의 교체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이화궁이라는 범죄소굴이 등장하면서 검각의 힘을 키우게 되었다.
지금에와선 사찰과 검각의 비율은 대략 2대8.


이때문에 현재는 보타문하면 사찰보다는 문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졌고, 보타문에서도 대외적으로 자신들을 표현할 때 ‘문파’라고 일컬었다.




전체적인 무사의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상승무공(上乘武功)으로 평가받는


물론 그렇다곤 해도 거대문파(巨大門派)인 이화궁에 비하면 그 힘은 매우 약했다.
당장 이화 십칠장로(梨花 十七長老)에 비견되는 고수도세  정도밖에 없었고, 이화궁의 정예무사인 이화검수(梨花劍手)가 오백에 이르는데 비해, 그녀들에 비견될 만한 보타문의 무사는 백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전력이 오분지일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보타문이 사찰이 아니었다면, 또 무림맹에 가맹되어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화(梨禍)를 입어 중원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잔살마(殘殺魔) 여세린(余勢躪)이 궁을 나섰다는군요.”

검각에서 이루어지는 회의.
검각의 각주(閣主)와 세 명의 대주(隊主), 그리고 총관 한 명이 검각의 추후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모인다.

최근에는 잔살마와 절세미공자의 행방에 관해 자주 올라왔는데, 적대관계에 있는데다 오로지 여문도만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었기에이화궁이나 검각이나 상대방의 세작이 많이 들어와 있는 편이다.
덕분에 최근 중원에서 열심히 찾고 있는 여세린과 유은의 행방을 보타문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각주의 말에  대주가 눈을 빛냈다.

“호. 그럼 이화궁의 전력도 조금 줄었겠군요.”
“그건 아니에요. 정보에 따르면 장로들은 모두 궁에 있는 모양이니까.”
“그래도 이화궁 최고수가 빠졌으니 다행 아닙니까. 이참에 남궁세가(南宮世家)와 힘을 합쳐 이화것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명분도 충분하고요.”

대주들은 매우 호전적인 말을 쏟아냈다.
아무리 검각이 사찰의 입지를 집어삼키고 있다지만,어쨌든 불교계 문파인 만큼 조금 자중할 법도 한데, 그런  전혀 없다.

오히려 공세로 나아가 이화궁을 쓸어버리자 하고 있으니 각주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래도 이화 십칠장로가 모두 있는 이상 그건 너무 위험해요. 남궁세가측에서 전력을 기울인다면모를까….”


남궁세가와 이화궁 모두 양파(兩派)를 대표하는 거대문파로서, 둘이 싸운다면 이는 양패구상이 된다.
그렇기에 둘 모두 자문파의 사활(死活)이 걸린 상황이 아니라면 본격적인 무력다툼에 들어갈 일이 없다.


“20년 전의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은근슬쩍 꺼내 자극한다면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너무 심한 자극이 될 거예요. 지양하는 편이 좋아요.”

각주, 우수린(友輸隣)은 고개를 저었다.

대주의 말처럼 ‘그 일’을 꺼낸다면 어쩌면 정말 남궁세가와 이화궁간의 대전쟁이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남궁세가, 특히 현 남궁가주가 이를 갈고 있는 사안이니까.
하지만 그랬다간 그 일을 언급한 보타문 역시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인격적으로 너무한 일이고.’

그렇기에 그 제안은 탈락.

“그런데 정확히 어떤 상황인 겁니까? 그 여자는 뭣 때문에 궁을 벗어나는 것이고, 현재 궁 안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또 절세미공자는 어찌 되었는지. 등등.”
“그건 유총관이 말씀해주실 거예요.”

유총관이라 불린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곤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이화궁 내부, 특히 장로들은 큰 불만이 잠재되어 있고,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다름아닌 절세미공자 때문.
본래 이화궁은 ‘목장’이라 하여남자들을 문도간에 ‘공유’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심지어는 궁주가 독점을 선포한 남자도 결국 한 두달 뒤에는 장로들에게 풀리곤 했다.

그런데 유은에 관해서는 영원한 독점이라 선포했고, 이에 1차적인 불만이 쌓이게 된다.



“문제는 궁주가 떠나고 나서 심화됐습니다.”
“왜죠? 그년들 성격을 생각하면 좋아라 할  같은데. 음란한 년들 같으니.”
“궁주가 떠나자마자 일군사 김수현이 철저하게 끼고돌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침실까지 같이 쓰고 있다더군요.”
“예? 일군사는 궁주 최고의 충견 아니었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현재는 절세미공자에 홀려 자신의 것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당연히 다른 장로나 무사들에겐 공유하지 않고 있고요.”
“그래서 불만이 터질 거 같다 이거구만. 이 노망난 년들.”

이화궁의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들의 표정은 펴질줄을 몰랐다.
호전적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원수 한정이지, 기본적으로 불교계 인사인데다 정파소속이다. 여세린에게 납치되어 강간당한 뒤, 아예 이화궁까지 끌려와 이젠 이화궁 일군사에게 철저히 지배되는 안타까운 인생.


게다가 언제 목장으로 끌려갈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그녀들이 느끼는 안쓰러움은 더했다.

“하…그걸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그년들을 지워야  텐데요.”

우수린도 크게 분노했는지, 평소 입에 담지 않던 험한 말을 붙였다.
도대체가 이화궁은 욕을 안 할 수가 없는 집단인 것이다.





“저…각주님,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예?”
“일단 절세미공자 만이라도 구출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화궁 안에 있는 분을 어떻게 구하나요.”
“제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



+++





“아….”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던 유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빳빳하게 솟은 자지가얼른 성욕을 풀어달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무려 일주일.

유은은 일주일씩이나 금욕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자의는 아니었고 모두 김수현 때문이다.


그녀는 유은의 안전을 생각해 여세린이 흑천맹으로 떠난  부터 자신의 침실에서 그를 재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김수현처럼 쌔끈하면서도 청순하고 지적인 여인과동침한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그였지만, 그녀는 유은이 불편해할 거라 생각해 침대도 하나 새로 들였고,  주변으로 발까지 쳐두는 등의 철저한 배려(?)를 해주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시녀들에게 단단히 일러 성적인 접촉을 일절 하지 않도록 교육시켰으니 유은으로서는 성욕을 풀 구석이 없어진 것이다.



물론 하고자 한다면 당장이라도 수현을 강간할 수 있다.
제 아무리 공청석유의 영단을 취했다  들, 세린조차 일수에 발라버리는 유은을 막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선 맛이 사라진다.
15년 전에 헤어진 정인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사는 여인.
그 여인을 강제로 취해봤자 진정한 참맛을 느낄 수 없다.


15년이나 묵혀둔 순정을 오로지 스스로 배반하고, 그 끝에 자신의 자지에 매달리게 만들어야만 의미가 있다.




아무튼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일주일간 동정.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박아댔던 보지가 이렇게 소중하게 여겨질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이딴 짓거리  때려치우고 이화궁이고 무림맹이고 전부 박살낸 다음 마음대로 미녀들을 골라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세린에게 강간당하며 인내를 배운(?) 유은은 이 절체절명의 순간이야말로 참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참아야 더 좋은 쾌락을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은, 김수현을 천천히 공략하는 대신 성욕을 장로들에게 푸는 것이다.
아마 강간당하는 형태가 될 테지만, 그가 본 장로들은 대체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니 오히려 쾌감이다.
일부 이상하게 생긴 인간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엔 몰래 없애버리면 된다.


“내가 밖으로 나가면 아마 장로들이 납치해서 따먹겠지?”

그야말로 극단적인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저, 군사님. 공자님 말인데요.”
“네. 무슨 일 있어요?”
“너무 안에만 있어서 힘들어하시던데, 산책이라도 시켜드려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유은을 담당하던 시녀 중 한 명이 김수현에게 청을 올린 것이다.

수현은 놀라서 잠시동안 얼어붙었다.
악의소굴 이화궁은 무사들만 악한 게 아니라 시녀들도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납치되어 온 유은을 진정으로 생각해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가능성이 없는  아니었다.


일단 유은이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잘생겼으니 그에게 홀려버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유은을 원하는 장로들의 입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장로들이 유은을 범하기 위해서는 이화칠궁 밖으로 나와야 하고, 나가기에 산책만큼편한 명분이 없으니까.

“아, 오,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단지 정말로 공자님이 걱정되어서…그…그리고 군사께서도 최근 좋지 않은 일들이 많으니 머리를 식히시는  좋지 않을까 하고…”
“그 말은 저더러 공자와 함께 하라는 말인가요?”
“네….”

의도가 퍽 의심스러웠지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밖으로 나간다 해도 일군사인 자신이 함께한다면 장로들도 쉽게 건드릴 수 없을 터. 그녀는 누가 뭐라해도 궁주의 최측근이다. 그런 그녀를 건드린다는 건 납치된 남자를 건드리는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 제 아무리 뇌가 돌로 되어 있는 장로라 해도 그녀를상대로 헛짓거리 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로서도 최근 몸을 너무 혹사시켰다.

“…가볼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