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9화 〉38.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
“…예?”
뭔가 이상한 말.
세린이 수현을 불러다가 자신의 정사장면(정확히는 강간)을 보여주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충성을 확인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뭔가 들려선 안 될 말이 들린 것 같았다.
수현의 말을 듣지 못한 건지, 아니면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건지, 옷을 다 벗어버린 세린은 애액을 주르륵 흘리며 침대로 다가갔다.
“뭐야. 그건 왜 말하는 거야? 특급비밀인데.”
“수현은 궁보다도 본녀에게 충성하는 여인. 걱정할 필요는 없느니라.”
유은의 옷까지 벗겨버리고 우뚝 솟은 첨담 위로 앉아버리는 그녀.
쯔걱 하고 살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세린의 골반과 유은의 허벅지가 닿았다.
철퍽!
“하윽! 이,이거…아으….”
이미 거대육봉으로 조교된 터라 그것만으로 절정.
그녀는 애액을 질질 싸지르며 보지를 강하게 수축했다.
“하읏.”
그러면서 농밀하게 유은을 눕혀 입술을 범한다.
‘방금 그건 잘못 들은 건가?’
방문 즈음에서 멀뚱히 서 있던 수현은 어느새 정사에 열중하는 세린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처럼 충성도 확인을 위해 끌려왔을 때는 이 즈음해서 방을 나가곤 했다. 어차피 세린의 목적은 ‘내가 이렇게 나쁜년인데도 충성할 거야?’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을 하기만 하면 상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작 전 세린이 했던 말,
‘이제 이 녀석이 이화궁의 새 주인이다.’
결코 가벼이 들을 수 없는 말이다.
드디어 수현을 의식한 걸까? 한창엉덩이를 들썩이던 세린이 고개를 뒤로 틀었다.
“네녀석이 궁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으니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다. 너 혼자만 알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후흐. 맘에 안 드느냐?”
세린은 난폭하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찔꺽거리는 소리가 살짝 거슬렸지만 그녀는 수현의 주군.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닙니다. 저는 이화궁이 아닌 세린님께 충성하는 몸, 궁의 주인이 누가 되든 그것이 세린님의 뜻이라면 따를 뿐입니다.”
“후후. 그래.”
그녀는 나가보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
.
방을 나온 수현은 여전히 여러 의문은 남아 있었지만 일단은 믿고 넘어갔다.
대신 시녀장을 불러 유은에 대한 처우를 얘기했다.
이화궁에는 목장이 있다.
수현이 가장 혐오하고 싫어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손안에서 놓지 않는 곳.
가만히 놔두면 유은도 한 두달 내로 목장에 갈 운명.
궁주가 심히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만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은 꽤 있어왔고 하나같이 한 두달 내에 질려버리곤 했다.
그렇게 질려서 버려진 남자들은 일차적으로 장로들에게 넘어가고, 장로들도 질리면 바로 목장으로 가 무사들의 성욕해소와 이화궁 차기무사들의 생산을 위해 죽을때까지 굴려진다.
“절세미공자…유은공의 숙소를 이화칠궁에 잡고, 극진히 대하도록 해요.”
“예? 일개 납치물입니다만?”
“납치되었다곤 해도 일궁의 궁주. 최소한의 예의에요.”
“……하하. 그 무슨…장난이시죠?”
지금껏 이화궁은 미남이나 미소년이라는소문이 들리면 마구 침입해서 아무나 납치해 오곤 했다. 어느 문파의 소문주라 해도 마찬가지.
그런데 중원에 알려지지도 않은 하렘궁의 궁주라 해서 대우를 해주라? 그것도 이화칠궁에 숙소를 잡아서?
시녀장은 장난인 줄 알고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무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그녀를 본 순간,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진심이십니까?”
“네. 식사도 장로급으로 올리도록 해요. 시녀들에게도 각별히 교육시키고.”
“……아,알겠습니다.”
심히 의문이 남았지만, 일군사가 그리 하라는데 고작 시녀장이 반대할 순 없는 노릇. 괜히 찍히면 목장에 쳐박혀 평생을 생산공장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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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칠장로 궁문혜. 강호에서 알아주는 색녀로, 적색의 단발머리와 풍만한 가슴이 특징이었다.
다른 장로들에 비해 무공실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반쯤 헐벗고 다니면서 남자들을 홀리고는 죽을때까지 정기를 빨아먹는 악질이었기에 유명도는 독보적이었다.
그야말로 여세린과 더불어 무림공적이 되어도 할 말이 없는 인간. 이화궁과 흑천맹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몰려 토벌되었을 것이다.
“하. 어이없어 정말.”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연신 신경질을 내며 물건들을 던져댔다.
식겁한 시녀가 다가와 자초지종을 듣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장로님, 고정하셔요. 궁주께서도 결국 얼마 안 가 질리시지 않겠습니까? 그리 되면ㅡ,”
“아니. 이번엔 좀 달랐어. 그 눈빛. 질리고 말고 할 문제가 아냐.”
“예?”
“지금까진 소유욕과 여러 욕망으로 남자를 납치해 왔지만…이번엔 달라. 다른 게 있어.”
“그게 무슨….”
궁문혜도 수현처럼 타지에서 이화궁으로 들어온 여인. 사랑을 알고있다.
‘그눈빛은 사랑과 존경의 눈이었어.’
한때 자신도 그런 눈을 하고 있었기에 잘 안다.
그리고 그 위험성도.
아마 다른 여자가 그를 건드리려 하면 궁주의 역린을 건드려 폭발하게 만들겠지.
지금까지 궁주가 ‘자신만의 남자’라고 공언했던 적은 왕왕 있었고, 그럴 때마다 궁문혜 자신을 포함한 장로들은 몰래 그 남자를 데려와 따먹곤 했다.
정말 제대로 열받아서 징계를 준 적도 있었지만, 보통은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 남자는 건드리는 순간 말 그대로 ‘역린’을 건드리게 된다.
“하아….”
마음이 심란해진 문혜가 침대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린 시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가랑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한참을 봉사받으며 고민한 결과, 오히려 잘 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우음…그래…이걸 사용할 수 있겠어. 잘 하면….”
유은의 말도 안 되는 미모는 아쉽지만 일단 포기.
이제부턴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
.
궁문혜는 시녀를 통해 유은의 숙소가 이화칠궁에 배속된 걸 알아내고는 역시나 하며 기뻐했다.
“아무래도 일군사(김수현)가 홀린 게 아닐까요? 일군사도 이화칠궁에 머물고 있으니, 어떻게 때를 봐서 해보려는….”
“흥. 그년은 그런 아이가 아냐. 아직도 멍청하게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병신이지.”
“….”
“순정따위 아무런 가치가없는데.”
“그럼 무엇 때문에….”
“궁주의 명령이지 뭐겠어. 내가 말했잖아. 이번에는 다르다고.”
“그,그런가요?”
“그래. 이번엔 그 남자를 건드리면 죽을거야.”
“….”
“그러니 사용할 가치가 있지.”
“헉, 서,설마?”
시녀가 무언가를 생각해내곤 크게 놀라자, 궁문혜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 개년들.날 타지출신이라 매일같이 무시하곤 했잖아?”
“….”
“이번 기회에 싸그리 쓸어버리겠어. 마침 하나같이 구제불능 변태들이니 잘 될 거야.”
시녀는 ‘니가 그런 말을 하냐?’라는 말이 턱까지 올라왔다.
“그럼 어떻게 하시려는…?”
“네가 생각했던 소문을 시녀들에게 풀어라. 장로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어떤…?”
“일군사가 절세미공자에게 홀려서 이화칠궁에 머물게 했다는 거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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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미공자 유은은 무림에서도 화제였지만, 이화궁 내에서도 큰 화제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뭇 시녀와 무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들었어? 절세미공자.”
“왜?”
“머무는 곳이 무려 이화칠궁이래.”
“이화칠궁? 나도 평생 못 가본 곳인데!”
“내가 그쪽 시녀들한테 살짝 들은 건데, 대우가 무슨 왕자급이라나. 밥도 자기가 안 먹는데. 시녀들이 다 떠서 먹여주지.”
“와…뭐냐. 대체.”
“그만큼 잘생겼다는 거지. 우리 이화궁 최고의 철벽녀, 김수현의 마음마저 사르르 녹여버렸다는 거 아니겠냐.”
“대체 얼마나 잘생겼길래….”
“처음 들어왔을 때 내가 살짝 봤거든?”
“근데?”
“가버렸어.”
“절정?”
“응.”
“웃기지마.”
“아니 진짜야. 얼굴을 본 순간 그냥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면서 보지가 진동을 하더라니까.”
“미친년.”
“아무튼, 우리 일군사도 홀려버린 게 틀림없어. 그 얼굴을 보고 안 홀릴 수가없다고.”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보고싶네.”
소문은 계속해서 퍼져나가며 새로운 진실들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김수현이 유은에게 홀렸다는 내용으로 떠돌다가, 나중에는 틈날 때마다 김수현이 유은을 방에 들여 운우지정을 벌인다는 식으로까지 발전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문이실까? 일군사나리.”
“…하. 오장로께서도 그러시는 거에요?”
그 소문 덕분에 김수현은 최근 매일매일이 피곤했다.
이화궁에서 한 끗발 날린다는 인간들이 찾아와 ‘왜 너랑 궁주만 따먹는 거냐. 나도 좀 먹자.’라는 식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절 잘 아시잖아요.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세요?”
“안 보이지. 하지만 계집이란 본디 미남에게 동하게 되어있다. 나처럼. 흐흐흐.”
“공자가 잘 생긴 건 사실이지만, 그에게 동하진 않았어요. 전 정인이 있는 몸이라구요.”
“흐흐흐흐. 그걸 나더러 믿으라는 말인가? 15년 전에 헤어진 정인이 무슨 정인이라고. 그러지 말고, 나한테만 살짝 보여주는 게 어때? 뭣하면 셋이서 하는 것도 난 좋은데.”
“나가주세요.”
“그럼 하다못해 이화칠궁에서 좀 내보내줘. 산책이라던가. 그렇게 매일같이 궁 안에서만 끼고도는데 의심이 안 생기나?”
수현은 ‘니들 때문에 못 내보내는 거야. 납치될까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 담진 못하고 축객령을 내렸다.
“쳇. 욕심많은 년 같으니. 그래. 너 혼자 쳐먹고 피부 빵!빵! 해져서 아주 잘 먹고 잘 사세요!”
쾅!
“……어린애냐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