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7화 〉38.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
아무리 꼰대스러워도 현실까지 부정하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서현이 무공을 익힌(정확히는 무공이 아닌 스탯이지만) 여인이라는 건 이미 무림맹주나 기타 장로들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본인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곽장로! 그만하시오!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남궁세가에서 파견나온 남궁혁이 곽두한을 말렸다.
하지만 그는 들은체도 하지 않고 서현에게 다가갔다.
“이곳은 대 정파무림의 총본산인 무림맹! 마땅히 예를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리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는데 어찌 그냥 넘어간단말이오!!”
코앞까지 다가와 삿대질까지 하는 그.
그러면서 서현의 몸매를 스리슬쩍 훑어보는 게 정말 웃긴 대목이었다.
“늙은이가 능력도 없으면서 사리분별도 못하는군요.”
“뭐,뭐라고?”
“장로가 이 모양 이 수준이니 화산파도 알만합니다. 대충 알 것 같습니다.”
“가,감히! 화산파를 능멸하는 것이냐!!!”
“임호법도 그만 하십시오!”
남궁혁과 기타 여러 장로들이 헐레벌떡 다가와 둘을 뜯어말렸다.
“대체 왜들 그러십니까?!”
“남궁장로, 비키시오! 저년이 우리 화산파를 능멸했소이다!!”
“그건….”
“흥. 상대할 가치도 없군요. 제 분에 못이겨서 날뛰는꼴이라니.”
서현은 그렇게 비웃으며 다시 갈 길을 걸어갔다.
그러나 이미 주변은 무림맹을 방문한 객들과 무수한 무사들이 몰려와 있는 상황.
그리고 거기에는 화산파의 무인들도 있었다.
“네이년! 감히 화산파를 욕보이느냐!”
성질급한 일부 무사들이 검을 뽑아들도 달려들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다시는 입을 멋대로 놀리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장로도 아니고 고작 무사 정도로 서현을 이길 순 없는 노릇.
그녀는 휘둘러지는 검을 적당히 흘려내며 튀어나온 무사들을 찰싹 찰싹 한대씩 때려주었다.
무사로서는 심히 수치스러운 뺨때림.
그 한 방으로실신까지 했으니 아마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하아.”
서현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구파일방이라더니, 정말 그거 맞아요? 너무 약한데.”
일부러 도발하듯 곽장로를 바라보며 한 마디.
그는 완전히 폭발하여 장로라는 신분임에도 검을 뽑았다.
이미 말릴 수 없는 지경이라 여긴 타 장로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네년의 버릇을 고쳐주마!!!”
무려 장로의 일검.
매서운 기운이 몰아치며 그의 검 주위로 강렬한 검기(劍氣)가 일어났다.
마치 타오르는 불.
화염이라 해도 진배없는 그것이 서현을 향해 돌진하다 돌연 무수한 분신으로 갈라졌다.
그리고는 매화의 향기가ㅡ,
뻐억 - !
서현은 검을 뽑지도 않고 순식간에 파고들어 검집으로 곽장로의 턱을 후려쳤다.
“컥….”
그것 만으로 이미 반쯤 실신.
그러나 그녀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빙글 돌아 단단한 검집으로 곽장로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파각!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늙은 몸뚱아리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
그야말로 일초지적.
실상 두 초식을 쓴 셈이었지만, 초식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고, 이미 한 대 만으로 곽장로는 전투력을 상실했다.
“이 사람 장로 맞아요? 너무 약한데. 아니면 화산파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나요? 나름 정파무림의 기둥이라 생각했는데.”
“….”
장로들, 특히 남궁혁은 일이 골치아프게 됐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전 이만 갈 테니, 깨어나면 제 말좀 전해주세요. 기분나쁘니까 가슴 좀 그만 쳐다보라고.”
“크흠….”
그렇게 서현은 충격적인 족적을 남기고 무림맹 본단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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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에서 여세린을 정파무림공적으로 지정하고 검후에서 파면, 잔살마의 강호명을 되살렸다는 소식은 곧 강호 전역으로 퍼졌다.
본래 강호명, 무림명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었기에 이렇게 맹차원에서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무림맹은 사안의 중대성을 줄곧 강조하며 이화궁과 흑천맹에도 여세린을 제명하고 공적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 역시 전 무림에 퍼졌다.
중원에 흐르는 긴장감.
어쩌면 이 일로 정사대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제 아무리 검후가 몹쓸짓을 했다지만, 검후는 사파무림의 기둥이었고, 천하십대고수 중에서도 무려 삼위의 절대고수였다.
당연히 흑천맹에서도, 그리고 이화궁에서도 검후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정파무림이 멋대로 공적으로 지정하고 곧 토벌대까지 편성한다고 하였으니, 마찰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실제로 무림맹의 요구를 받은 흑천맹에서는 ‘사건의 진상조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회피성 답변만을 보내왔다.
이화궁은 아예 한 술 더 떠 ‘이는 궁주님을 해하려는 간사한 정파무리의 술책’이라며 비판까지 했으니, 사람들이 긴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런 와중에 유은은 절세미녀 여세린(검후)을 데리고 유유자적 중원을 유람하고 있었다.
행선지는 검후가 궁주로 있는 이화궁.
“정말 다들 예뻐?”
“……그래. 예쁘다.”
싱글벙글한 유은에 비해, 여세린은 똥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은에게 복종하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다.
그녀는 지난 한달간 유은에게 무수히 범해지고, 또 그의 진면목을 알게되면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존경심을 품었다.
절대적인 강함과 절대적인 절륜함.
많은 무림인들이 그녀를 여자라는 이유로 낮게 평가해왔기 때문에, 그 반발심으로 남자를 한찮게 보았던 세린이었지만 유은에겐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절대적인 강함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단지 유은이 이화궁으로 가는 것이 싫은 것이다.
거기엔 많은 미녀들이 있고, 유은은 초절정 색마다. 그럼 필연적으로 자신에게 자지가 돌아오는빈도가 줄어든다.
하지만 마음이야 어쨌든 유은에게 충성하겠다고 맹세하였으니, 그가 이화궁으로 가고 싶어한다면 가야한다.
이화궁은 중원의 외각이라 할 수 있는 절강성, 그 중에서도 외각에 위치해 있었기에 유은이 처음 등장한 서안에서는 거리가 꽤 멀었다.
그래도 한 달 씩이나 걸리는 거리는 아니었는데, 이게 다 유은의 폭풍같은 성욕 때문이었다.
매우 아름답고 강하면서 체력도 좋은검후를 영입한 유은은 그야말로 시도때도 없이 그녀를 범했고, 심지어는 아예 그녀를 자지에 꿰고 달린 적도 있다.
지금은 그나마 처음의 불타는 성욕이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
아무튼 한 달이나 유람한 끝에 이화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궁주님?!”
“그래. 어서 문을 열거라.”
“예,예!”
유은의 요구로, 이화궁에선 그녀가 유은의 주인인 것으로 행세하기로 했다.
소문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화궁은 과연 ‘궁(宮)’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웅장했다.
거대한 성벽과 같은 담 너머로 무수한 전각이 있고, 중앙에는 7층으로 지어올린 아리따운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엄청난 양의 팥배나무가 있어 미적으로도 매우 훌륭했다.
“궁주님을 뵙습니다!”
하얀꽃잎이 휘날리는 낭만적인분위기.
그런 가운데 하얀 한푸를 입은 여인들이 우르르 나와 여세린을 맞이했다.
“오.”
그리고 그 중에는 유은의 눈길을 끌 만큼 심히 아름다운 여인도 있었다.
분위기상 무공 보다는 책략이나 전략 쪽으로 밝아 보였다.
그녀는 세린에게 인사해 보이더니 그녀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며 이런저런 보고를 했다.
“하! 황당한 일이로구나.”
“이미 자기들끼리는 ‘잔살마’라 부르고 있습니다.”
“맹에서는 뭐라 하더냐?”
“…제발 당분간은 조용히 계셔달라고 했습니다.”
“씁….”
세린은 불쾌하게 얼굴을 찌푸리더니, 돌연 유은을 돌아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씨익 미소짓는 게 아닌가.
콰악!
“읏?!”
그녀가 유은의 자지를 움켜쥐었다.
“짜증나는구나. 네녀석이 날 풀어줘야겠어. 수현,”
“예. 궁주님.”
“백합회의를 소집하거라. 그리고…이녀석은 잘 목욕시켜서 내 침실에 데려다놓고.”
“이자가 그?”
“그래. 세간에서 말하는 절세미공자인가 뭔가 하는 녀석이다.”
“…알겠습니다.”
“흐음? 설마 동한 것은 아니겠지? 이녀석은 본녀의 것이다.”
“……제가 궁주님 같은 줄 아십니까?”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이 쏘아붙인 그녀가 두 명의 여인을 불러 유은을 맡겼다.
얼떨결에 세린과 떨어지게 된 유은.
뭔가 막 흘러가는 듯했지만 나름 괜찮다고 여겨졌다.
무엇보다,
‘수현이라는 여자 되게 먹음직스러운데?’
지적인 외모에 풍만한 몸매.
거기에 검후와 달리 정숙한 분위기까지.
함께 포개놓고 따먹으면 매우 맛잇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