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36)화 (435/517)



〈 436화 〉38.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

38.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





무림에 소문이 퍼졌다.



-검후(劍后)가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를 납치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학살을 벌였다!
-도시 하나가 파괴됐다!

소문이란 이것저것 더해지며 굴러가는 과정에서 처음과는 전혀 다르게 와전되기도 한다.
화월루 근처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은 어느새 검후가 저지른 일이 되었고, 그녀는  그래도 평이 안 좋았는데 이번 학살과 납치건으로 평판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절세미공자라 하면 당연히 유은을 뜻하는 말.
얼떨결에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또 한 종류의 소문도 퍼져나갔다.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의 정체는 하렘궁(??宮)의 궁주(宮主)다.
-하렘궁은 절세가인(絶世佳人)들의 문파(門派)다.
-하렘궁이 서안의 녹림(綠林)을 쓸어버렸다.


바로 하렘궁에 관한 것.




아무튼 이 소문들로 인해 무림은 발칵 뒤집혔는데, 만약 저 소문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검후는 정말 구제불능(求濟不能)의 악인(惡人)이다.
이전에도 학살을 벌이곤 했지만, 이번에는 얘기가 조금 다른 것이, 일단 무림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도시 자체를 반파수준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무림을 넘어서 관과 황실에서도 결코 그냥 넘어갈 없는 일이다.






“이번 일은 우리 전 무림에게 있어서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는 걸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무림맹주(武林盟主) 독고월(獨孤越).
천하십대고수(天下十代高手) 중 한 명으로, 강호명은 검왕(劍王).
대부분의 강호인들에게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무림맹에서는 그를 중심으로 무림맹의 기둥 구파일방(九派一幇)과 오대세가(五大世家)의 수장이 모여 매일같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주된 화제로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검후(劍后)에 대한 것.



사실 무림맹에게도, 무림맹주인 독고월에게도 검후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우선 독고월은 아무래도 비슷한 강호명을 갖고 있다보니 매사에 비교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무림맹주라는 직위도 있고 또 전통적으로 여류무인을 낮게보는 풍조 때문에 검왕이 1순위이고 검후가 3순위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검후가  두 사람(무림맹주, 흑천맹주)을 압도하고 있다는 걸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무림 전역으로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망신도 이런망신이 없다.

무림맹 입장에서도 검후는 사파무림의 절대고수로서, 있어봤자 아무런 득이 없는 존재다. 그냥 깔끔히 사라지는 편이 만방에서 이득.
더구나 오대세가의 가주 중에서는 여세린으로 인해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자도 존재하였기에, 사파무림에서 여세린 본인을  떼어 생각한다 해도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말이 회의지, 사실 어떤 형식으로든 검후를 제제하는 건 이미 결정사항이었고, 어떻게 제제할지에 대한 논의만 남은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체되면 일이 흐지부지되어  간악한 놈들에게 기회를 넘겨주게 됩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십니까?”
“동의합니다.”
“물론입니다.”

맹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오늘부터는 임시로 함께할 분이 있습니다.”
“?”

맹주의 말이 끝나고,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중원에서는 거의 볼  없는 금발의 여인.

심히 아름답고  자태가 고와 남자라면, 아니 여자라 해도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미인, 임서현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회의장 말석에 앉았다.

“….”

약 1분간 누구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대부분 서현의 미모를 감상하는데 열중했으며, 심지어는 그녀를 부른 장본인인 독고월조차 넋놓고 그녀를 바라봤다.

“큼..흠흠….”

그 불편한 기운을 날려버린 것은 아미파의 옥면사태(玉面師太).
그녀도 잠시동안 서현의 미모에 홀렸었지만, 여인인터라 상대적으로 쉽게 빠져나왔다.

“커흠흠…이거 실례를.”


그녀를 필두로, 나머지 인물들도하나  빠져나왔다.

“아미타불….”


괜히 염불을 외는 승도 있었다.

“맹주님, 저 여인은 누굽니까?”
“제가 말씀드리지요.”

서현이 직접 입을 열었다.

“하렘궁주님의 일호법, 임서현입니다.”
“하렘궁?  하렘궁 말이오?”

그녀의 소개에 모두가 놀라는 반응.
특히 몇몇은 노골적으로 서현의 자태를 응시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하렘궁이 절세가인의 문파라는 소문 때문인 듯했다.

서현은 그 시선이 매우 불쾌했지만 겉으로티를 내진 않았다.

“허허…헌데 호법이라 하시면서 무공을 배우진 않은듯 합니다만? 나이도 상당히 젊어보이고….”

화산파의 장로인 곽두한(廓頭韓)이 의문스런 시선으로 서현을 쳐다봤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좌우로 저어댔고, 무림맹주는 피식 웃었다.

“곽장로, 그녀는 무공을 익혔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무릇 무인이라면 기가 읽혀야 마땅하거늘, 가진바가 아무것도 없는데 어찌 무공을 익혔다 할 수 있소?”
“그건ㅡ,”
“맹주님? 그것이 크게 중요한 사안은 아닌  같은데, 본론으로 들어가시는 게 어떨지.”
“아, 그렇지. 실례했소.”
“….”


대놓고 맹주의 말을 끊다니.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불쾌함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맹주가 넘어가는데 괜히 나서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검후에 대한 처우를 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서현은 좋지 않은 시선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며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와 정확한 상황등을 전달했다.


검후가 하렘궁주인 유은을 납치하려했고, 이를 막기 위해 항전하는 과정에서 도시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패배한 자신이 정신을 차려보니 검후와 궁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후 하렘궁은궁주를 찾기 위해 무슨 짓이든 것이며 이에 무림맹의 협조를 요청한다.




라는 게 기본적인 골자였다.

“그 여자는 저를 가지고 놀 정도의 강자.제제를 가하려 한다면 필시 집단적인 제제를 해야합니다.”
“크흠….”

맹주가 신음했다.
그는 서현의 무공을 느끼고 있었고, 이는 명백하게 자신보다 위.
그런 그녀가 검후에게 처참히 깨졌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렘궁이란 자들도 대체 어디서튀어나온지  수 없지만…일단은 검후를 제거하는 것에 만족해야겠지.’

“물론 저희도 그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ㅡ,”





회의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
.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진 회의는 마침내 검후에 대한 처우를 결정했다.


우선 이화궁주 여세린에 대해 ‘검후’라 부르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하고 잔살마(殘殺魔)라는 무림명을 부활시켰다.
아울러 이화궁과 흑천맹(黑天盟)에게 여세린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며 무림맹 독자적으로 정파무림공적(正派武林公敵)으로 지정, 추후 토벌대를 구성하기로 했다.


물론 그 토벌대에는 임서현을 비롯한 하렘궁의 비서들도 포함될 예정이었다.




“와…누구지?”

무림맹 본각에서 나오는 임서현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남녀노소 할  없이 한 번이라도 그녀를봤다면 계속해서 바라본다. 끊임없이.

“저 여자가 그거래. 하렘궁의 호법.”
“하렘궁의?”
“그래.”
“와…절세가인들의 문파라더니…과연.”


“그럼 이름이 뭐지?”
“문지기 말로는 임서현인가 하는 이름이라던데.”
“되게 고려스럽네.”
“고려에서 온  아닐까?”



소곤소곤.

워낙 압도적인 미모로 인해 대놓고 말을 걸진 못하고 뒤에서 수근덕댄다.
서현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입구로 걸어갔다.


맹주는 비어있는 방에서 묵으라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욘 없어서 거절했다.


“소저, 잠시 기다리게.”
“?”


그렇게 무림맹 총단을 벗어나려던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바로 화산파의 곽두한 장로.

서현이 돌아보자 그는 꼿꼿한 자세로 뒷짐을 진  다가왔다.


“중원에는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게 있네. 무릇 사람이라면 인과ㅡ,”
“뭐래.”

뭔가 일장연설을 하려던그였지만, 서현은 가치가 없다 생각하여 무시했다.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간다.


“이,이…!”

그러자 분노하는 곽장로.
그는 아예 삿대질까지하며 핏대를 세웠다.


“이런 예의없는!! 도움을 청하러  주제에 이게 무슨 태도란 말인가!!”
“무슨 일이오?”
“곽장로!”


그의 고함에, 천천히 본각을 빠져나오던 장로들이 무슨일인가 하여 모여왔다.

“보아하니 얼굴만 믿고 호법자리에 오른 모양인데, 무공도 배우지 않은 처자가 그리 무례하게 굴면 험한 꼴을 면치 못할 것이외다!!”
“….”

서현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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