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4화 〉37.검후(劍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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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인님이 납치당하셨다고요?”
“…예.”
어이없다는 얼굴로 서현을 쳐다보는 비서들.
차마 그녀들을 볼 면목이 없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마 99%의 확률로 유은이 제발로따라간 것이겠지만, 어쨌든 서현이 지켜내지 못한 건 사실이지 않은가.
그녀는 검후에게 처참하리만치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그럼 어떡하죠?”
“일단 그년을 따라간 것 자체는 주인님의 계획 같긴 한데…정확히 무슨 심산이신지를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년이 대체 누군데요?”
“….”
서현은 아차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하여 가장 중요한 걸 놓쳐버렸다.
아마도 소홍과 유이는 그년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을터.
일어나자마자 산에 올 것이 아니라 그년들을 찾았어야 했다.
침묵하는 서현의 모습에 비서들인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그녀 앞에서 허락없이 움찔대지도 못했을 텐데,지금은 워낙 서현이 죽어있는 상황이라 가능했다.
“걍 냅두지그래? 어차피 지발로 간 거 아냐.”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아무 걱정없이 태평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은소령이다.
그녀는 컵라면 뚜껑을 열어놓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주인님이 납치됐다는데, 설령 그게 본인이 제발로 간 것이라 해도 이렇게 태평할 수가 있는가.
서현은 분노했지만 일단 참았다.
지금 여기서 싸워봤자 아무런 득이 없었으니까.
“이게 다~ 그녀석이 원하는 거라고. 미녀였다며?”
“그건….”
“좀 색다르게 놀고 싶었나보지. 아니면 니 보지가 질렸거나.”
“씨발년이 말을…후.”
막 분노하다가도 이게 뭐하는 짓인지 싶은 마음에 심호흡.
서현은 본인의 볼을 두어번 찰싹 때려 정신을 다잡았다.
“일단 단서를찾아야 해요. 마침 학살도 했으니 이 근방에 소문이 돌 겁니다. 모두 근처 도시나 마을에서 정보를 수집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동안 쓸데없는 소란은 지양해야 하니까, 면사포를 두르도록 해요.”
그녀는 착착 일을 진행시켰다.
점령한 산채들 중에서 가장 큰 곳에 근거지를 삼고, 주변으로 비서들을 파견, 은소령은 어차피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산채에 박아놓고 자신은 유이들을 쫓기로 했다.
“절대, 절대절대절대절대 여기서 움직이면 안 돼. 알겠어?”
“아니 음식이 떨어지면 좀 내려가봐야지.”
컵라면을 다 먹은 후, 여전한 태평함으로 사과를베어무는 은소령.
서현은 고구마 100개는 처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몰려왔다.
“닥치고 좀 하라는 대로 해. 또 교육받고 싶어?”
“아 씨발 그놈의 교육 좆같네 진짜.”
“알면 잘해. 여기서 가만히 있으라고.”
그렇게 단단히 경고하고는 유이들을 쫓았다.
아마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방향인데, 그건 하늘 높이 떠오름으로 해결했다.
‘변태년은 못 찾았었지만…그년들은 찾을 수 있겠지.’
유이들은 하나같이 서현에게 훨씬 못 미친다.
서현까지 올 것도 없이, 세이코와도 비교가 안 된다.
그 정도 경지라면 결국 갈 수 있는 거리도 한정될 터.
그녀는 몇 번이고 하늘로 뛰어 오르며 유이들을 찾았다.
그리고 대략 스무번 쯤 점프했을 때,
“찾았다.”
서현의 입가에 미소가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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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공자가 대낮부터 주루에 들어갔고, 직후 학살을 벌였다…믿기 힘든 이야기지만…홍매가 봤다면 사실이겠죠.”
유이는 맹으로 돌아가면서 소홍으로부터 자세한 정황을 들었다.
그것은 정말로 놀라운 이야기.
저잣거리의 소문까지 믿는다 한다면, 유은은 화월을 비롯한 기녀들을 강간하기도 하고 행인들을 잡아다 죽이는 등 어지간한 마인 저리가라 할법한 악행을 저질렀다.
그리고는 검후에게 찍혀버렸다.
그 즈음해서 자리를 빠져나왔기에,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알 수 없었지만 상당히 씁쓸하면서도 착잡했다.
“국적은 둘째치고 나쁜 사람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사람은 쉽게 믿을 수 없는 걸까요.”
그렇게 한탄하고 있으니,
“그건 우리가 할 말이지 씨발년들아.”
하늘에서 잔뜩 분노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이를 비롯한 구단의 일원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며 전투준비.
검을 뽑아든 유이의 앞에 금발의 미녀가 내려왔다.
바로 서현이었다.
“다,당신은!”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와 유이의 뺨을 올려붙였다.
짜악 - !
경쾌한 소리.
유이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너!!”
여인들이 즉시 달려들려 했지만, 유이가 황급히 팔을 올려 막았다.
“그,그만…그만해요.”
그녀는 서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 철수하자는 말을 꺼낸 건 소홍이었지만, 어쨌든 결정한 건 자신이니까.
“죄송해요.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어요.”
유이는 서현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분노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그 부분을 사과했다.
“전략적 판단이라고…이해해주시면안 될까요….”
“….”
서현은 순간 살심이 치솟았지만 유이는 이 가운데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존재다. 죽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납치해서 데려가기에는 유은이 걸렸다.
변태녀와 싸우고 있던 자신조차 이들이 도망가는 걸 알았는데, 유은이라고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즉, 유이들이 이렇게 도망쳐 나온 것도 유은의 의도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계획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이상 섣부르게 판단할 순 없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놓아줄 생각은 없었지만.
“좋아요. 이해해드리죠. 솔직히 당신들이 있든 없든 결과는 같았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럼 알고 있겠죠? 저 혼자라도얼마든지 당신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저는 여기에 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
유이가 입술을 꾹 깨물며 뒤로 물러섰다.
분명 서현은 검후와 격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히 여기에 서 있다.
그렇다면 일의 결과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서현이 검후를 물리치고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것인데, 아무리그래도 그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년, 이름이 뭐죠?”
“그년…이라면 검후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검후?”
“이화궁(梨花宮) 궁주(宮主) 여세린(余勢躪). 사파무림 최초로 검후(劍后)의 강호명을 이어받은 분이시죠.”
“….”
생각지도 못한 무림명이 튀어나와 당황한 서현.
설마하니 검후가 사파일 줄이야.
“그런데 그걸 물으신다는 건….”
“흥. 당신이 걱정할 필욘 없습니다. 그보다….”
그녀가 유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거의 으르렁거리는 표정이라 유이가 잔뜩 긴장했다.
“아까의 일을 넘어가주는 것도 그렇고, 악인(惡人)인 제가 여러분을 살려드리는 것도 모두 당신이 빚지는 겁니다. 남궁유이(南宮由利).”
“….”
“언젠가 이 빚은 톡톡히 갚아야 할 겁니다. 자, 당신의 가문과 이름으로 맹세하세요. 그럼 무사히 살려드리죠.”
“이…! 뚫린 말이라고 멋대로지껄이는구나!”
“단장님!! 싸워요! 이런년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극히 사파스러운 발언에 단원들이 발광했다.
하지만 오히려 남궁유이는 조용.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잠시 바르르 떨었지만, 이내 결심을 굳혔다.
“알겠어요. 남궁유이의 이름으로 맹세하죠. 이 빚은 언젠가갚겠습니다.”
“예. 명심하세요. 저는 강제로라도 집행하니 참고하시고요.”
“….”
싸늘하기짝이없는 시선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유이는 단장으로서 최대한 의연함을 유지하려했다.
“단장님!!”
“왜 그런…!”
서현은 속상한 듯 유이를 바라보는 여인들을 잠시 쳐다보다 하늘로 날아올랐다.
얻어낼 정보는 다 얻어냈으니 이제 검후란 년을 찾기만 하면 된다.
‘주인님,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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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밤.
검후가 유은을 범한 시간이다.
이틀내내 밥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간을 유은을 범하는것에 할애했다.
심지어 씻을 때에도 씻겨준다는 핑계로 유은을 욕조에 던져놓고 범했을 정도.
그만큼 그녀는 유은에게 미쳐있었다.
하지만 그 광풍같은 성욕도 하다보니 충족된 걸까,
검후는 어느순간 침대에 눕더니, 미소와 함께쌔근쌔근 잠들었다.
그 사이 유은이 도망갈 수도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36자루 이기어검이 입구를 지키고 있어 들키지 않고 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물론, 그렇게 나갈 생각도 없었고.
“진짜 어마어마하네.”
이틀내내 검후에게 시달린 유은은 황당하게 웃으며 방을 둘러봤다.
온통 정액과 애액 투성이.
방이정액으로 물드는 거야 섹스하다보면 자주 보게되는 모습이었지만, 이건 정도가 좀 심했다.
더구나 유은의 상대가검후 한 명이었다는 걸생각하면 더욱 경악스러운 장면.
“우으읏!”
유은이 팔을 뻗어 기지개를 폈다.
“강간도 실컷 당해봤으니, 이제 제대로 좀 놀아볼까?”
검후는 분발했다.
분명 한 명의 여인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체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게 끝.
결국 이틀만에 넉다운 하고 말았고, 이는 유은의 체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