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28)화 (427/517)



〈 428화 〉37.검후(劍后)

“오옷? 우리 화월쨩 가버린 거야? 응? 남편 앞에서 강제로 박히면서 가버린거야?”
“흐읏…흑…으흑…”


견딜 수 없는 정신공격에 결국울음을 터뜨리는 화월.
유은은 그런 와중에도 하반신을 놀렸다.

“이야~ 역시 음란한 몸이야. 이렇게 색스러운 보지는 응당 내가 가져줘야지. 그것이 바로 윈윈이자 행복 그 자체 아니겠어? 저런 돼지놈의 콩알고추로는 음란한 몸뚱아리를 만족시킬 수 없어요~.”

비록 화월이 대차게 가버렸지만, 유은은 아직 사정하지 않았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질퍽하게 박아주고 질싸까지 해줘야 비로소 NTL의 완성 아니겠는가.

유은은 그러한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허리를 놀렸다.

으득.



“죽여…죽여버리겠다아ㅏ…네놈…네노오옴…!!!”


장원주는 일어나지도 못하는 몸뚱아리로 피눈물을 흘리며 유은을 저주했다.
그리고 허대인은 이런 광경들을 보면서 유은이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고 규정, 어떻게해서든 이 세상에서 지워야한다고 생각했다.


다시금 품에서 꺼낸 패를 높이 들어올렸다.


“네이노오옴!!! 감히 선량한 백성을 능욕하고 관군을 해한 것은 곧 대명의 정신과 황실을 모독한 것!!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악이다!!!”
“응? 아저씨는 뭐야.”
“절대로!! 기필코!!! 대명의 군은 네놈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목을 씻고 기다리거라!!!”


엄청나게 우렁찬 목소리.
그러나 웃기게도 그의 몸은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높이 들어 패를 보이면서도 정작 행동은 정반대.
전혀 의롭지도, 당당하지도 않다.

어떻게든 기회를 봐서이곳을 빠져나가려는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허대인…!”

장원주 역시 이를 목격했다.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자, 허대인이 흠칫했다.

“기,기다리게 장원주!  기필코 저놈들을 옥에 처넣을 것이니!!”


장원주는 격한 배신감을 느끼며 그를 죽일듯이 쳐다봤다.
그동안 그렇게 이것저것 바쳐가며 친목을 다졌는데,막상 필요한 때가 오니 이렇게 뒷걸음질이라니.
물론 이해는 한다. 병사들도 다 죽은 마당에 일개 관리에 불과한 그가 할 있는 건 없을 것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감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개…같은…! 당신이 그러고도 관리란 말이냐아!!!”
“뭐,뭐라?! 내 도망가는 것도 아니거늘 그 무슨 망발이오! 나는 지원을 부르기 위해, 저,전략상 후퇴하는 것이오!”
“웃기는 소리! 내가…크윽…너 같은 놈을 믿은 내가 병신이지!”
“이..이이…! 네놈이 정신을 놓았구나! 평민 주제에 조금 어울려줬다고 기고만장해졌어!!”

허대인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장원주를 매도하더니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참으로 찌질함의 극치.

장원주는 이를 갈며 느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맥이 부질없다는 것을.


뇌물을주고받는 인간의 인격이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는가. 신념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백이면 백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허대인도 마찬가지.
그냥 처음부터 그런 인간이었을 뿐이다.

장원주가 뇌물을 뿌리며 사업하는 것을 선택한 순간부터, 그의 주변에는 허대인 같은 그런 사람들만이 남는다.

‘더럽고 추잡한 놈…!’

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쫓을까요?”

세이코가 도망치는 허대인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유은을 올려다봤다.
끝까지 쫓아서 죽이라 할법도 하지만, 유은은 허대인 같은 남자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됐어.  굳이.”

그리고는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는 장원주를 바라보며 화월의 육체를 만끽했다.






+++





“이것인가.”

손바닥만한 크기의 동그란 경단.
공동을 가득 매우는 엄청난 기운은 이것에게서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말하자면 영약과 같은 것.
그러나 지닌바 기운이 심히 높아 단순한 영단이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검후가 기쁜 얼굴로 영단을 집어들었다.
일단 기운도 기운이지만 커다란 크기도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잠시동안 인자한 눈으로 경단을 응시하던 그녀가  안에 그것을 집어넣고는 옆에 있는 책자를 펼쳤다.
거기에는 혈교에 대한 것, 계획에 대한 것, 경단에 대한 것 등등 이런저런 얘기들이 쓰여 있었는데, 일기 같은 것인지라 검후에게는 딱히 필요없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혈마는 본격적으로 계획을 시작하기 직전, 이 경단을 취하고 무림출두를 할 생각이었나보구나. 어리석기는.”


진작에 취할 것이지. 누구에게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영단을 취했다면 어쩌면 지금도 살아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영단과 책자를 취한 후에도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공동은 꽤 넓어서 일종의 서고 같은 곳도 있었고 각종 보물이 있는 보고도 있었다.
그리고 아까 취한 영단급은 아니지만, 무수한영약과 한창 재배되고 있는 하수오 등이 있는 영약실(?)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다 어디서 나온 거지?”


검후와 함께 공동을 살피던 유이가 어이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웃돈을 주고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영약들이 깔려있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재배까지 되고 있다니.

“호오.”

게다가 더한것은 검후가 발견한 한 구조물 이었다.
천장에서부터 고드름처럼 뾰족하게 내려와 굳어있는 암석(종유석)과, 그 아래 배치된 꽃병 같은 도자기.
알  없는 탁한 액체가 천장 어디에선가 생겨나 종유석을 타고 도자기 안으로 떨어졌다.


“이건 또 신기한 광경이로구나.”

그녀는 서슴없이 손을 뻗어 도자기를 들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종유석에서 떨어져내린 탁한 액체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높이로 차있었다.

일견 도자기의 크기에 비해 굉장히 적은 양이라 생각할  있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안다면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인지  수 있다.

“공청석유(空靑石乳)가 이렇게나 쌓여있다니.”
“고,공청석유??!”

검후의 말에 유이와 단원들이 몰려왔다.
가급적 검후의 곁에 오지 않으려 했던 그녀들이지만, 공청석유라는 이름은 충분히 그럴만한 위력이 있었다.


“이제보니 아까 그 영단은 이 공청석유로 빚어 만든 게로구나. 과연. 그렇다면  말도 안 되는 기운이 이해되지.”

공청석유는 한 방울 만으로 갑자 단위의 내공을 증진시킨다는 전설 같은 영약이다.
말 그대로 ‘전설’인지라 거의 역사속에서나 마주할 수 있었고, 실제로 무림에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공청석유를 이렇게 제조하고,  그걸로 영단을 빚는다니?
도대체 혈교는 뭐하는 족속들이란 말인가.

마음 같아서는 뇌를 해부해보고 싶었지만, 이미 쓸려나간 이들. 애석하기 그지없다.



검후는 잠시동안 공청석유가 든 도자기를 응시하더니 대뜸 입에 가져가 꿀꺽 삼켜버렸다.

“!!!”

소스라치게 놀라는 유이.
본래 영약이란 호법을 서줄 사람이 주위에 있거나, 아니면 장시간동안 혼자 있을 수 있는경우에나 복용하는 것이다.


막대한 공력이 일순간에 몸으로 들어오면 필연적으로 세맥에 영구적인 손상이 남게 되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세맥을 통과하는 공력의 양을 세밀하게 조절하면서 동시에 심법을 운용하여 자신에게 맞는 공력으로 융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펼치는와중 누군가가 건드리거나 공격을 하게 되면 주화입마에 빠지는 건 둘째치고 전혀 대처할 수가 없다.
평범한 영약도 그럴진데, 하물며 공청석유, 그것도 공청석유 기준 초대량을 섭취하면 어떻겠는가. 아마 며칠동안 운기조식만 해야 할 것이고, 그마저도 심하면 감당치 못하고 주화입마에 걸려 마인이 되거나 죽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걸 여기서 단번에 마셔버리다니??


‘대체 무슨…!’

유이로서는 상상조차  수 없는 아득한 짓거리.
혹시 그만큼 자신들을 믿는걸까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럴만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난데다 서로 적이나 다름없는 관계인데 신뢰라는 게 있을 턱이 없다.
약조라도 받았으면 모를까….

“후후. 뭘 그리 놀라는게냐.”

그렇게 벙쪄있는 유이를 보며, 검후가 소매로 입을 가리는 특유의 웃음을 흘렸다.

“아…아니 방금…공청석유를….”
“본녀를누구라고 생각하는게냐. 기를 다루는 것이라면그 누구도 본녀의 발치조차 따라올 수 없거늘. 설마하니 이 내가 초보마냥 조식이라도 할 것 같았더냐? 후흐. 귀여운 아이로고.”
“…!!”

경악하는 유이에게 검후가 던지듯 말했다.

“운기(運氣)란 곧 호흡(呼吸)이며, 내공(內功)은 자연(自然)이니, 육체(肉體)는 자연(自然)이고 자연(自然)은 존재(存在)니라.”
“…예?”
“쯧쯧쯧.”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궁유이.
그녀 뿐만 아니라 단원들 모두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망한 듯이 혀를 차는 검후.

유이와 단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포권을 취했다.

“하,하늘 같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됐다. 알아듣지도 못한 것 같은데, 어찌 감사를 표하느냐.”
“….”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풀어서 설명해줄  있었지만, 그런다 해서 깨달음을 얻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줄 의리도 없었다.
같은 여류 무사이기에 조금 호의를 베풀어 주었을 뿐, 어차피 그녀들과 검후 자신의 관계는 적이다.



“본녀는 이거면 됐다. 나머지는 너희들의 취하든, 맹에 보고하든 마음대로 하거라.”

그녀는 미련없이 공동 바깥으로 발을 옮겼다.
그에 놀라는 것은 오히려 유이들.

공청석유와그로빚은 영단이 압도적인 기운을 지녔다곤 하나, 여기에는 무수한 영약과 그 재배 및 제조시설이 있었고, 무림서적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그냥 포기하고 간다고?
그것도 극렬사파인이?


‘혹시…좋은…사람인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그저 사파에 속한 사람이라 안 좋은소문이 돌고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착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그나저나 아까 그년은 누구란말이냐. 예의도 없이 염탐이나 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본녀가 친히 벌을 주어야겠구나. 가랑이를 찢어놓는 정도라면 적당하겠지?”

응.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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