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화 〉36.무림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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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소령과 유은의 관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은 ‘처음에 대한 배려’라고 무음으로 주장하기라도 하듯, 갈수록 격해지고 적나라한 단어사용과 신음이 터져나왔다.
안 그래도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인데, 이렇게나 크게 헐떡이면 주변 뿐만 아니라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었다 해도 믿겨질 정도.
함께 유은들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던 남궁유이와 유소홍 역시 그 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한창 나누던 얘기의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밤을 설쳤음에도 일찍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온 유이들과 달리, 유은들은 꽤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어제 들었어?”
“응…장난 아니던데?”
유소홍을 제외한 단원들은 저마다 꺅꺅 거리며 낯뜨거운 얘기를 화제로 올렸다.
모두 한창때의 나이이니 그런 걸 들어버린 이상 타오를 수밖에 없다.
“근데 공자님이 잘하긴 하나봐. 신음소리가 거의 비명에 가깝던데.”
“잘생겼으니까 눈빛만으로 가버렸다거나 그런 게 아닐까.”
“아. 왠지 그럴지도.”
당연하지만 객잔에 그녀들만 있는 게 아니다.
거친 농민들도 있고, 잠시 들렀다 가는 여행객들도 다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무림맹의 도복을 입은 여인들이 음담패설을 늘어놓다니. 유이는 한 소리 할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억지로 남아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별 것도 아닌 걸 뭐라 해봤자 기분만 상할 것이고, 애초에 들어먹을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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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홍 부단주는 여기서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해주세요.”
유이는 오늘도 그곳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국 또 가시는군요.”
“네…오늘까지만 해볼 생각이에요. 단서가 더 나오지 않는다면 이만 돌아가야죠.”
평소라면 모두 데리고 조사하러 갔겠지만, 오늘은 부단주인 소홍과 2명의 단원을 객잔에 남기기로 한 유이.
다름아닌 유은 때문이었다.
혈교에 대한 조사도 물론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유은이 정말로 고려의 첨병이라면이 사안은 혈교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요도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고려가 중원을 침공했을 때는 약 200년 전인데, 당시 고려가 동원한 병력은 전투병력 20만으로, 숫자만 들으면 분명 많긴 하지만 명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저 20만 중 무려 10만이 기병이고 또 그 중에서 3만 가량이 중무장 중갑기병인 ‘개마무사’였기에 그 전투력은 거의 100만대군에 필적한다.
더 중요한 건, 당시 고려는 정상적인 국력투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것!
-절대 공자를 놓치시면 안 돼요. 만약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면…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따라가 주세요.
유이의 전음에, 소홍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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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칠십이채(綠林七十二寨). 그들의 기원은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바야흐로 원 말기.
20여 년에 걸친 내전에 종지부를 찍은 대고려가 크게 군을 일으켜 중원으로 원정을 감행했다.
당시 중원은 원의 통치하에 있었기에 원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고려가 이를 감당치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지식인들은 이미 원의 기세가 다하였고 고려 또한 천년제국으로서의 웅대한 천하를 보유하고 있으니 마땅히 원이 물러설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있던 원나라는 대고려의 물결을 감당치 못하고 중원에서 철수, 대고려의 중원통치가 시작되었다.
중원이 고려에 넘어가자, 원의 기세는 크게 꺾였고, 이를 하늘에서 내린 기회로 여긴 무수한 군벌들이 남쪽에서 일어나 천하통일을 위해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들이 성장하기에는 중원을 차지하고 있는 고려의 기세가 너무나 커다랬고, 수십 년간 수 없는 군벌이 고려에 의해 토벌되었다.
살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 이들은 더 이상 세력을 일구지 못하고 일개 산적이 되어 삶을 연명했다.
그렇게 점차 대륙 전역이 고려로 칠해져갈 즈음,또다시 고려에서 내분이 발생했고, 이 영향으로 중원과 그 너머에 미치는 고려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되었다.
난세의 피폐함과 막대한 세금, 징병의 위험성 등에 지쳐있던 농민들은 이때를 기회삼아 크게 일어났고, 이들을 통솔한 주원장에 의해 중원이 수복, 한족의 나라 명이 세워졌다.
농민에 의해 나라가 세워졌으니 백성들이 조금씩 희망을 가졌으나, 역시 그것은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중원을 빼앗긴 고려에서 내전으로 국력을 소진하면서도 또다시 중원으로 군을 보내온 것이다.
총 13만 대군.
전성기에 고려가 투입하는 물량에 비하면 하찮은 양이었고 기병 비율마저 낮았으나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명 역시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전국에서 인력과 물자를 징발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거의 200년에 걸친 난세로 인해 백성들은 더 이상 내놓을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도피를 결정. 유례없는 숫자가 도적이 되어 역병처럼 창궐했다.
훗날 가까스로 고려의 군세를 막아낸 명이었지만, 이미 전국구로 일어난 도적떼를 감당할 여력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황제의 칙서를 내려 각지에 있는 무림문파에게 도적떼의 토벌을 맡겼고, 이때부터 관과 무림의 상호불침관계가 성립되었다.
무림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적떼를 토벌하기 시작했고, 수세에 몰린 도적들은 곧 살길을 찾아 연합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이 바로 ‘녹림’.
최초에는 18개의 산채가 모여 녹림십팔채(綠林十八寨)를 구성하였고, 30여 년에 걸친 농성을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 녹림의 기세가 정착되고 사파무림에 적을 두면서 무림은 서서히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황실에서도 크게 날뛰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묵인해 주었다.
오히려 어떤때는 어르고 달래서 녹림 스스로 천하의 치안을 일정수치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다스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점점 세를 불려 지금은 전국 200채가 넘는 산채가 연합한 대규모 집단이 되었다.
비록 명칭은 아직도 녹림칠십이채이지만, 그것은 크게 불어난 세력을 상징적으로 일컫는 수일 뿐,말 그대로 72개의 산채가 연합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단순한 도적무리를 넘어 엄연한 무림의 일축이 된 녹림은 이제 어지간하면 살상을 저지르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상행이 보여도 그저 길을 막고 통행세를 받는 것이 전부.
오히려 그들의 무력은 이러한 장사를 방해하는, 말하자면 멋대로 지나가는 행인을 죽이거나 해괴한 사건을 일으켜 치안을 어지럽혀 상행의 수를 줄어들게 만드는 것들을 응징하는데 사용돼왔다.
자신들의 장사를 위해 알아서 치안을 안정시키고, 때로는 상단을 호위까지 해주는 녹림으로 인해 오히려 대륙 전체적으로는 흉흉한 민심이 잡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아무튼 어지간하면 그들에게 통행세를 내는 편이 이득이었기에 대부분은 그리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집단이 있었다.
녹림칠십이채고 나발이고 오로지 한 사람의 쾌락만을 위해 살아가며, 그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존재들, 바로 유은의 시녀였다.
“계집년들이라고 상냥하게 대해줬더니 뭐라고??!!”
돼지처럼 불룩 튀어나온 배를 지닌 못생긴 남자를 필두로, 20여명의 남자들이 험악한 기세로 검을 뽑고 있다.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
그러나 장성한 남자라 해도 오줌을 지리며 두려워할 상황인데도 그들을 상대하는 시녀는 시큰둥한 눈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들의 산채를 접수한다고 했습니다.”
비서가 냉담하게 고했다.
“이미 2개의 산채를 점거했습니다만, 혹시라도 불순한 무리가 주인님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걱정되니 이참에 모두 쓸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얌전히 협조해주신다면산채로 땅에 묻는 정도로 너그러이 봐드리겠습니다.”
“하….”
어이가 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는 부두목.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태도에 분노하던 이들은 돌연 낄낄댔다.
“부두목, 이렇게 된 거 즐길 거 즐기는 게 어떻습니까?”
“계집이 꽤나 반반하지 않습니까.”
유은이 데려온 20명의 여인들은 미녀가 아닌 자가 없었다.
하다못해 육변기로서 데려온 세이코, 하루나, 카렌조차 평범한 사람은 접하기 힘든미녀였다.
현대에서도 그럴진데 하물며 낙후된 이곳은 어떻겠는가.
이런 산 깊은곳에서 굴러먹던 남정네들은 그녀들의 향만 맡아도 불끈불끈 할 것이다.
“흐흐. 그럼 그렇게 할까? 이건 다 네년들이ㅡ,”
푸확!
검은 욕망을 실현하려던 찰나, 유은의 충실스러운 비서가 일수를 휘둘러 그들의 발목을 절단했다.
“?”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인식조차 못한 산적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타임오버입니다.”
비서는 벌레를 내려다보는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며 하나씩 하나씩 조각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유은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서안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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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웁. 쭙.
“으음….”
하반신에서 올라오는 짜릿한 감각에 눈을 떴다.
이불속에서 내 자지를 빨고 있는 범인은 안 봐도 비디오지. 아마 서현일거야.
뭉긋.
옆으로 손을 뻗어보니, 막 널브러져 있는 소령씨의 가슴이 만져졌다.
어제 엄청나게 만져댔는데도 또 만지고 싶다.
역시나 가슴.
“일어나셨습니까?”
나의 기색을 눈치챈 서현이 이불을 걷어내고는 손으로 자지를 자극하며 인사를 건냈다.
지금이 아침인지 점심인지 구별이 안 되는데, 아마 점심이겠지? 날 일찍 깨울 리는 없으니까.
“응.”
적당히 대답해주곤 고개를 돌려 쿨쿨 자고있는 소령씨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러자 서현은 내 자지를 몇 번 흔들어주더니 문득 다리를 벌려 내 위에 앉아버렸다.
“우음….”
살짝 찡그려지는 그녀의 얼굴.
색스러운 신음과 함께 입술을 깨무는 것이 엄청나게 야하다.
그렇게 서현의 모닝상납을 받다가 어떻게 소령씨도 끼게 되어 일어나자마자 3p를 즐긴 나는 애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딱히 배고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왕 무림에 온 거 이것저것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아. 공자님…궁주님,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내려가보니, 소홍인가 하는 여자가 나를 반겼다.
얼굴이 상당히 붉어져 있는데…아. 어제 그거 들었구나.
“예. 덕분에 편안히.”
“….”
“단장님은 어디 가셨는지 보이지 않는군요.”
“수사할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가셨습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딱히 어젯밤 일을 물어본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주변에 적당히 머무르면서 내가 뭘 하는지 지켜볼 뿐.
딴에는 자기 일을 한답시고 연기하는 거 같은데, 애초에 식사하거나 자는 게 아니면 객잔에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누가봐도 우릴 지켜보는 거란 말이지.
딱히 주목받을만한 짓을 한 기억은 없는데말야. 잘생겨서 그런 건 아닐테고.
흠….
좋아. 직접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