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8화 〉36.무림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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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일행과 유은 일행은 합석하게 되었다.
대금은 남궁유이도 아닌 유소홍이 지불.
갑작스레 본인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게, 아무래도 유은에게 반한 것 같았다.
‘이 언니도 여자구나….’
나름 괜찮게 생겼음에도 연애도 하지 않고 이렇다할 혼담도 오가지 않았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보니 거의 함락.
그저 얼굴만 봤을 뿐인데 이 지경이라니. 무슨 사술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만약 그럴 거라면 소홍이 아닌 유이 자신에게 썼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객관적으로 직위도 그렇고 미모도 그렇고 본인이 소홍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고 진짜 잘생겼네….’
아무말 없이 소면과 만두를 먹고 있는 남자.
그의 옆으로 주욱 앉아있는 네 명의 여인도 각자의 미모를 뽐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유이가 여인이다보니 더 신경 쓰이는 건 유은 쪽이었다.
거대세가의 여식으로서 미모에 단련이 돼 있기에 소홍처럼 단박에 함락되진 않았지만 그 기분이 이해갈 정도로 계속 눈이 갔다.
“흠. 먹을만 하군요. 궁주님 입맛에는 어떠신지?”
“…괜찮네요.”
유은이 젓가락을 내려놓았자, 반사적으로 서현을 비롯한 3명의 여인이 젓가락을 내려놨다.
아직도 쩝쩝거리고 있는 건 궁주 뿐.
그 묘한 관계가 유이의 눈에 들어왔다.
“저…역시 고려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고려? 아…뭐 그렇지요.”
일단 한국인이니까.
“중원말을 곧잘 하시네요. 전혀 흠이 없어요. 식문화는 잘 맞으신가요?”
궁주보다 유은에게 더 예를 차리는 듯한 여인들의 모습이 신경쓰였지만 중원에서도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니 신경 끄기로 했다.
그보다 일단은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얼 하러 왔는지가 더 중요했다.
덤으로 유소홍의 연애사업도.
“사실 중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음식을 많이 즐기지 못했습니다. 소면과 만두는 맛있군요.”
“그렇…군요.”
얼마 되지 않았다?
갑자기 의심이 팍 들었다.
지금 이곳은 서안에 있는 작은 도시.
고려에서 서안으로 오기 위해서는 개봉을 지나 하북, 산서, 섬서, 등 최소 4개 이상의 성을 지나야 한다.
당연히 소모되는 시간도 한 달 이상.
‘그러고보니 이렇게까지왔는데도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다는 건 좀 말이 안 되잖아?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지?”
단거리라면 어떻게든 식량을 싣고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을 족히 넘기는 일정이었을 텐데 그 식량을 다 가지고 다녔을까?
그렇게 한다 쳐도 방금 막 집에서 나온 것 같은 깨끗하고 상쾌한 몰골은 어떻게 된 걸까.
그 많은 성들을 거치면서 세면도 하고 음식도 먹기 위해서는 환전의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도 돈이 있는 게 정상이다.
아니면 혹시 지금까지 모든 것들을다 지금처럼 해결한 건가? 빌붙어서?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모든 구석이 의문스러웠다.
‘애초에 하렘궁이라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아무리 고려의 문파라고 하지만…’궁’을 자처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면 한번 쯤 들어봤을 거야.’
고려에도 수없이 많은 문파가 있고, 그중에는 중원까지 세를 떨칠 정도로 강성한 것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양이가’와 ‘해동검문’
이씨세가의 경우, 고려 전역에서 상단활동을 하면서 중원의 산둥과 하북, 심지어는 섬서까지 넘나드는 거대한 금권세력을 지니고 있어 중원에서도 막강한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더구나 고려가 중원을 지배할적에 여기저기 박아둔 지부라던가 사들인 영약, 무공서적등이 엄청난 규모로 구비되어 있다는소문도 있고, 간간히 비무대회에 얼굴을 비추곤 하였기에 어지간한 거대문파급으로 이름이 알려진 상태다.
또한 400여년 전 부터 무수히 많은 고려 장수들을 배출한 ‘해동검문’역시 상당히 유명했다.
다만 해동검문의 경우 악명이 높았는데, 아무래도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이 해동검문 출신이다보니 자연스레 휘하 병사들도 해동검문 출신이 많았고, 고려의 잦은 중원원정에 상당수 동원되었다.
고려가 중원으로 원정을 올 때마다 명에서는 관군과 무림맹을 앞세워 대적하였으니 어찌보면 철천지 원수.
당장 남궁세가만 하더라도 지난 역사동안 대고려의 원정 때문에 잃어버린 제자들의 수가 천여명을 넘었고, 아예 직계자손도수십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
덕분에 정파무림에서는 ‘해동검문’하면 거의 마교급으로 치를 떨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규모가 큰 문파들은 국경을 넘어서도 이름이 알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렘궁?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
‘설마….’
그때 문득 든 생각.
‘첨병인가?’
지난 200년 간은 평화의 시기였다.
마교도 범람해 오지 않았고, 정사무림도 굳이 그들을 도발하거나 건드리지 않았다.
흉노가간간히 내려오긴 하였으나 그 힘은 미약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고려가 답지않게 조용했다.
하지만 국가의 성질이 쉽게 바뀌겠는가.
대고려는 매우 전투적인 국가였고, 명이 애먹고 있는 흉노를 거의 동생 다루듯이 개패면서 섬나라 왜놈이 한 명이라도 상륙하면 왜국 본토로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들어버리는 개깡패국가였다.
그런데 그 고려가 조용했던 것이다.
그렇다면…역사를 봤을 때 지금쯤 쳐들어올 때가 되지 않았겠는가?
어쩌면 그를 위해 이렇게 정찰을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말로는 저 여자가 궁주라고 했지만…아무리봐도 상급자는 저 남자. 고려의 장수인가?’
근육질로 보이진 않았지만, 내공을 다루는 무림인이라고 생각하면 문제없다. 고려는 무림인의 관직진출이 잦다고 들었으니까.
‘어쩌면 사실 해동검문일지도 몰라.’
그녀의 시선에 적대감이 어렸다.
남궁세가의 여식으로서, 해동검문은 원수다. 용서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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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유은과 더 얘기를 나누려던 소홍을, 유이가 조용히 불러냈다.
“…단장님, 무슨 일이에요?”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아보인다.
톡 건드리면하극상까지 벌일기세. 눈빛이 심히 날카롭다.
‘단단히 빠졌네.’
유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도 혹시 몰라 전음으로 대화하자며 손짓한 후, 갑작스럽게 훅 들어갔다.
-홍매, 유은공자를 사모하는 거예요?
-예,예?? 가,갑자기 무슨!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는 소홍.
그런 그녀의 얼굴은 벌써 새빨갛다.
그 모습을 착잡하게 지켜보던 남궁유이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말해야 하는데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충격이 클 텐데….
비록몇 달 지나지 않은 관계지만 그래도 자신의 단원이다. 그녀가 슬픈일을 겪는다면 단장 역시 마땅히 슬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말해야만 했다.
-아무래도…저분들은 고려의 첨병일 가능성이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한창 들떠있던 기분이 착가라앉은 소홍.
뜬금없는 소릴 자주 하는 유이였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
단박에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유이는 그녀의 표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단장이라고, 그녀의말을 끝까지 듣던 소홍.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유이의 말에 허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한 말 중에 ‘한 달이나 되는 거리인데 돈도 없으면서 몰골이 심히 깨끗하다.’ 등의 얘기는 그들이 고려의 첨병이라해도 똑같이 적용되는 의문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시기상 고려의 첨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고려가 올 때도 됐지요….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말인데, 이 시기는 딱 추수철이며 보통 흉노나 대고려가 이 시점에 쳐들어오곤 했다.
물론 흉노는 그냥 약탈이 목적이고 고려는 아예 정복이 목적이다보니 규모부터 비교불가긴 하지만, 어쨌든 사자성어가 생길 정도로 고려의 계속되는 침략은 명의 골칫거리였다.
-그리고 홍매도 봐서 알겠지만, 누가봐도 그들의 상급자는 유은이라는 남자예요. 은소령이라는 궁주는 아무래도 임무를 위해 껍데기로 씌워둔 것이겠죠.
-끙….
소홍이 안타깝게 신음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은 유은과 이루어질 수 없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저ㅡ,
그녀가 뭔가 말을 이으려던 순간,
-하윽!
옆방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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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뭐야. 놀랐잖아.”
“뭐, 나름 역할극이라고나 할까.”
“미리 말이라도 하던가 씨방새야.”
소홍의 조력으로 여관방을 잡은 유은 일행은 2개의 방으로 흩어졌다.
유은과 은소령이 한 방을 쓰고, 서현과 세이코(육변기), 그리고 좆물받이 1명이 한 방을 썼다.
당연하지만 유은은 오늘 은소령의 처녀를 취할 생각.
무려 2개월 동안이나 눈 앞에서 묵혀둔 처녀다.
은소령도 힘들었지만 유은도 나름 힘들었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유은을 타박했다.
이유는 하렘궁과 관련된 것.
상의도 없이 본인을 궁주로 소개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 다 들켰을 걸?”
“그럴지도 모르죠.”
“병신.”
그렇게 핀잔을 준 소령은 열악한 침대에 걸터앉고는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현대식 치파오를 입고 있었기에 그 자체로 야한데, 앉아서 다리를 벌리니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치파오의 천 하나가 절묘하게 가랑이를 가리며 내려앉았다.
그 상태로 그녀는 품에서 꺼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됐고, 박기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