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7화 〉36.무림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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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을 전복하려는 단체 혈교와 그 무리의 수장인 혈마를 1수만에 처리한 유은은 대충 주변을 돌아다니며 유랑하고 있었다.
유랑이라곤 해도 멀리 나가진 않았다. 아직 어떻게 움직일지 정하지 않았으니까.
“이게 무협이냐.”
지금은 식사시간.
10명의 비서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음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 메뉴가심상치 않았다.
도저히 야외메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
애초에 이것저것 준비한다면서 컨테이너 하나를 통째로 들고왔으니 이게 정말 무림체험이 맞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
자고로 무림이라 하면 육포를 씹으면서 돌아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쳐먹어라.”
그렇게 볼멘소릴 내고있는 소령이 못마땅한 서현이 거의 읍박지르듯이 말했다.
그녀로선 은소령이 배부른소릴 하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았으니까.
“저기요 아줌마. 저는 섬세하거든요? 누구랑은 다르게.”
“…너 맞는다 진짜.”
“예? 이제 막 17살 된 미성년자를 때린다고요? 험악한 사람이네요. 누가 아줌마 아니랄까봐.”
“….”
뿌득뿌득 이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 앙큼한 계집년을 흠씬 두들겨주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유은이 총애하는 여인이라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 살벌한 교육에서 살아나올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분.
당시 서현 뿐만 아니라 총교관에게도 찍혀있던 은소령은 각종 점수는 높았지만 가장 중요한충성도와 애정도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상태였다. 본래라면 살아나오지 못하고 처분돼야 할 대상.
하지만 아무리 막나가는 서현이라 해도 차마 은소령을 처분할 순 없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해방시켰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소령은 서현을 볼 때마다 항상 으르렁거리며 비아냥댔다.
신체나이 17세가 된 요새는 아예 ‘아줌마’라 부르며 놀려대는 추세. 그것이 심히 같잖았다.
“뭐야. 또 싸우는 거야? 질리지도 않네 정말.”
후식으로 준비된 마늘빵을 스프에 찍어먹으며 유은이 한 소리 했다.
“한 번만 더 싸우면 둘은 앞으로 연인이 되어 백년해로하는 겁니다.”
“우웩.”
소령이 먹다말고 헛구역질을 하며 숟가락을 내팽개쳤다.
그 모습을 보고 괜히기분이 상하는 서현.
물론 서현이 소령을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니다. 절.대.
다만 자신과 얽힌다는 말에 저따위로 반응하고 있으니 괜히 열받는 것이다.
“어허. 소중한 수저를 내팽개치면 안 되죠. 소령씨. 이런 사소한 것이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는 거라고요.”
“그건 일회용이고 이건 은수저다 병신아.”
“아하.”
그녀의 욕설에 서현이 움찔했지만 유은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소령은 뭔가 이런 맛이라고나 해야할까.
거친 말을 하면서 안겨오는 그런 참맛.
그러고보니 이제 무림에 오기도 했으니 슬슬 소령의 처녀를 취할 때가 됐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강호행을 하도록 합시다. 일단은 도시로 가야겠지?”
“그 전에 적절한 거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적절한 거점?”
“츄레라까지 끌고 이곳저곳을 여행하기는 좀 힘드니까요. 길도 그다지 좋지 않고…산채 같은거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과연.”
도시로 내려가면 기본적인 생필품은 구할 수 있을테니 그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러고보니 무림에는 녹림72채인가 뭔가 하는 애들이 있었지. 여기도있을까?”
“녹림은 없더라도 산적은 있을 거예요.”
“그렇군. 좋아.”
유은은 자기자신과 서현, 은소령, 그리고 좆물받이 1명과 육변기 1명을 뺀 나머지에게 적당한 산채를 점령하게 한 후, 4명을 데리고 도시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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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어가는 저녁.
붉은 노을이 하늘을 적시고 있다.
“후….”
“단장님, 이만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홍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고된 수색작업을 마치고 도시로 돌아온 남궁유이.
처음 발견한 혈교무리의 흔적을 중심으로 사방을 뒤지다보니 여기저기가 성한 곳이 없었다.
그녀 뿐만 아니라 단원들 모두가 그런 상태.
하나같이 자잘한 상처들이 새겨져 있었다.
“솔직히 저희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지만요…그렇다고 크게 중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누가 죽였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그건….”
“중요한 건 혈교무리가 모두 살해됐다는 것…그거면 충분하지 않겠어요? 일단은 맹에 돌아가 보고하고 추가적인 조사는 그 후에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부단장격의 입지를 가진 유소홍.
그녀는 22세에 이류의 실력을 가진 무인이었으나, 소위 말하는뒷배가 없어여전히 평단원으로 남아있다.
만약 그녀가 남궁세가나 혹은 그에 준하는 문파의 소속이었다면 단장은 남궁유이가 아닌 그녀였을 것이다.
“….”
유이가 슬쩍 단원들을바라보니, 그녀들 역시 유소홍과 의견을 함께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수색을 계속하는건 유이 혼자만의 고집인 셈.
‘…정말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인걸까?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안타깝지만 그녀의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객잔으로 돌아가요.”
결정을 미루긴 했지만 유이역시 반쯤은 포기했다.
단원들이 도와주려는 마음이 없는데 혼자 강행해봐야 사이만 틀어질 뿐이다.
이제 막 단장이 되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앞날이 매우 피곤하다.
그렇게 객잔에 돌아왔는데….
“아, 글쎄 돈은 나중에 준다니까. 분명 큰 부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
“…공자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웬 소란이 일고 있었다.
“뭐지?”
“아무래도 무전취식을 하려는 무뢰한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어요.”
유소홍이 정의를 뽐내며허리춤에 찬 검을 뽑았다.
스릉!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는ㅡ,
“히윽?!”
하는 요상한 소리를 냈다.
“홍매!!”
화들짝 놀란 유이가 튀어들어가고, 나머지 단원들도 그녀를 따라 객잔 안으로들어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
절세의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절세의 미남.
마치 저자들만 또다른 별세계에 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요새 많은 무인들이 자신의 미(美)를 가꾸고 그러면서 자칭 공자다, 자칭 공주다 하는 것 같은데, 그 모든 이들이 저들 앞에서는 한낱 나뭇가지쯤으로 여겨졌다.
그야말로 주변을 압도하는 미모라고나 할까.
새삼 그들에게 반하는 점소이가 대단해 보였다.
“아!”
잠시 넋을 잃었던 유이가 정신을 차리고 유소홍을 찾았다.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홍매?!”
“아,아으….”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보였지만, 그녀는 완전히 넋을 잃은 채로 미남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아무래도 엄청난 미모에 정신을 못차리는 듯.
유이 역시 한동안 그랬으니 이해 못할 건 없었다.
“아…다,단장님.”
“왜 그래요?무슨 일이에요?”
“아무…아무것도…아닙니다.”
유이는 막 일어서려는 소홍을 부축해줬다.
다행히 다리가 풀린 건 아니었는지 곧 잘 일어서는 소홍.
그러나 그녀는 검을 놓치고 말았다.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으….”
무인이 검을 놓치다니.
이런 수치가 또 있을까.
잽싸게 검을 주워든 그녀는 안 그래도 빨간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오?”
미남이 반응했다.
“검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무림인인 모양이군요.”
경계심이아예 없는 건가?
그는 기쁘다는 미소를 지은 채 서슴없이 다가왔다.
“히끅!”
뒤로 물러서는 소홍.
유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와 대면했다.
“주작단 수색대의 9단장, 남궁유이라고 합니다. 귀공자는 누구신지요?”
외관상 도적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여 공손히 포권했다.
그러자 남자가 오오! 하며 감탄했다.
“그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포권!”
그러면서 어설프게 따라해본다.
“…?”
이상하다.
뭐가 이렇게 어설프지.
“저는 하렘궁에서 나온 유은이라고 합니다.”
“하..렘…궁?”
들어본 적 없는 단체다.
‘궁(宮)’이라고 하는 걸 보면 제법 규모가 있는 것 같은데, 견식이 없다면 혹시 새외나 대고려에 있는 문파인 걸까. 그렇다면 말투가 이상한 것도, 포권이 어색한 것도 이해가 간다.
“참고로 여기 계신 분이 궁주님이시죠.”
“뭐? 응? 어…어…그래. 반가워. 아니, 흠. 반가워요. 하렘궁의 궁주, 은소령이라고 해요.”
“궁주….”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궁주라는 자리에 있다면 일개 수색대의 단장인 자신과 맞먹을 배분은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가 한층 공손해졌다.
“남궁세가의 여식이 무림선배님을 뵙습니다.”
“흐흐. 그래요 잘 지내봐요.”
“그건 그렇고 남궁소저, 현재 우리가 조금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어서 그런데,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무엇…아!”
문득 객잔 바깥에서 들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분명 점소이와 돈에 관해 다투고 있었지.
“혹…산적무리를 만나기라도 하신 겁니까?”
이렇게 고운 외모에 감각은 이상하지만 옷의 재질 자체는 상당히 고급지다.
돈이 없을 리가 없으니 산적을 만난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건 아닙니다.”
대답한 것은 금발의 여인.
“…?”
“궁주…님의 호위무사, 임서현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하렘궁주(은소령)쪽을 바라보더니 곧 설명을 이어갔다.
“엄밀히 말해 돈은 있습니다만…이곳에서 쓰이지 않는 화폐입니다.”
“아하. 그런 거라면ㅡ,”
“저!”
그때, 유이의 뒤에 물러나있던 유소홍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제,제제제,제가…도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