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화 〉35.우주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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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이 대통령과의 연을 거의 끊다시피 하고 있을 때, 유은은 여행지를정하기 위한 컨텐츠 탐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략적인 준비는 마쳤지만, 정작 중요한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좀비도 괜찮아 보이지만…미녀들이 많이 죽었을 거 아냐? 역시 안 되겠어. 음….”
지극히 유은다운 기준.
대충 아무곳이나 가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처음으로 원하는 곳에 가는 만큼 나름 신중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장르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무협쪽으로 가닥을 잡은 그는 가기전에 굵직한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은하제국’이란 것을 천명하고 인류의 우주진출을 발표한 이상 새로운 기년법을 정해야한다는 명분으로 ‘우주력’을 만들었다.
궁과 제국이 시작된 건 작년이었지만, 당시는 ‘은하제국’이 아니었기에 올해를 우주력 1년으로 삼았고, 그동안 쓰여왔던 서기를 폐지했다.
또한 그동안 애매하게 남아있던 강남과, 그 관문이 되는 인천 및 경기도 일부까지 스탯을 지불하고 구입하여 완전한 제국의 영토로 삼았다.
이에 대해 한국 내에서 시위가 일어났지만, 한국정부는 묵살했다.
은하제국 영토의 대부분을 보지니아연방제국과 후지산 자치령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은하제국 직할령이 필요하다 여긴 유은은 애초 서현이 발표했던 대로 월면기지 건설을 착수, 세계의 무수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을 영토로 편입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에 한동안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던 미국도 자극을 받아 관련 프로젝트를 시행했지만, 이미 한 발 늦은 상태.
이제와서 은하제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튼 그렇게 당면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이세계 점프를 위해 게이트를 열었을 땐 우주력 1년 8월경이 되어 있었다.
이 즈음에는 보지니아연방제국도 많이 안정화되어 각 산업들도 원활히 굴러가고 있었고, 광활한 영토에 감추어져 있던 무수한 자원들도엄청난 속도로 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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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인가.”
온전한 제국의 영토가 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뀐 강남.
한국과의 조약에 따라 양국의 국민은 향후 5년간 아무 제약없이양국의 비자와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강남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는데, 작년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처럼 각종 여학교와 여군부대 등이 설치된 탓도 컸지만, 아무래도 강남 자체가 세계적인 물류 허브가 되어가고 있다는 이유가 컸다.
아무리 은하제국이 패악질을 일삼는 집단이라 해도, 스탯이라고 하는대체불가의 자원이 생산되는 이상 번영은 막을 수 없다.
자연히 그 콩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몰렸고,현재는 땅값이 기존의 수십배가량 뛰었음에도 끊임없이 사람과 기업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그런 강남의 중심, 알짜배기 중의 알짜배기인 중앙에는 3개의 상징적인 건물이 있다.
하나는 강남을 넘어 은하제국의 중심인 ‘황궁’이고, 또 하나는 랜드마크인 ‘스탯 카지노’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무역센터.’
하나같이 하늘을 뚫을 듯한 초고층을 자랑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무역센터의 규모는 굉장히 컸다.
당장 이세계로 통하는 문인게이트가 무역센터 안에 있으니 두말 할 필요가 있을까.
평소라면 지하에 마련된 게이트를 통해 엄청난 물량의 호송차량과 군인, 경찰 등의 인력들이 교류를 위해 오고갔을 테지만, 지금은 조용했다.
바로 유은 일행이 이세계 원정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무협이라니. 그런 게 진짜 있다고?”
자기 몸만한 배낭을 매고 있는 은소령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유은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그녀는 살짝 피곤해 보였는데, 약 2개월 전 유은이 내민 알약을 복용하고 신체나이 17세가 된 뒤로 단 한 번도 섹스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 뿐이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유은이 안 건드리는 게 아니었기에 상당히 피곤한 생활이 되었다.
욕구와 자극은 계속해서 쌓이는데 정작 풀지는 못하는 나날.
거의 미쳐버릴 정도다.
덕분에 이례적으로 그녀가 먼저 유은을 덮치려 한 적도 있었지만, ‘소령씨 처녀는 이세계에서 취할 겁니다!’라는 엿 같은 신념 때문에 번번히 실패했다.
이제 그녀는 그냥 포기한 상태.
아무튼 아직 현대인의 상식을 버리지 못한 그녀는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세계관이 실제한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무협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관이 아닌가. 만약 그것이 실제한다면 정말 망상에서나 나오는 ‘일어나보니 애니 속 세계!’ 같은 일도 가능하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상황은 진행되었다.
마침내 유은이 무림으로 가는 문을 연 것이었다.
“와. 진짜 열렸네.”
뒤에서 바라보던 소라가 감탄했다.
그녀 역시 은소령처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걸로 따진다면 애초에 던전이라는 현상부터가 오류.
그렇기에 그냥 그러려니 한다.
“하하. 이제 가면 부인분들 보려면 정말 오래 걸리겠네요. 아쉬워요.”
“2주에 한 번 정도는 보러와. 안 되면 전화라도 하던지.”
어젯밤부터 이어진 부인들과의 인사.
소라도 그렇고 유나나 소냐 역시 묘한 표정이었다.
분명 본인들이 먼저 가라고 떠밀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이 아쉬움.
“그럼 다녀올게요.”
유은과 그 일행이 게이트 너머로사라진 이후에도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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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는 3대 세력이 있다.
우선정도를 따르는 문파들이 모여 무림의 ‘협’과 ‘의’를 지키기 위해 뭉친 ‘무림맹’.
무림맹의 총단은 개방에 똬리를 트고 있으며, 그것 만으로 하나의 대도시를 방불케하는 규모를 자랑했다.
소속된 문파의 수는 약 1200여 문에 달했으며, 각 문파에서 뽑아기른 무림맹 직속 무사들만 3만을 아울렀다.
지난 200여년 간 지속돼 온평화가 이 같은 성세를 만들었는데, 정파무림 역사상 이토록 강세한 적이 없었으나 안심할 순 없었다.
정도를 따르지 않고 ‘협’과 ‘의’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욕망을 중시하는 사파의 무리들 역시 만만치 않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천에 자리잡은 사파 무림의 ‘흑천맹’은 800여문이 소속돼 있어 그 자체만 본다면 무림맹에 비해 적었지만, 무인 개개인의 평균 실력이 정파 무림을 두 단계는 상회했다.
또한 문파의 수가 적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정파보다는 사파에 가까운 성향을 많이 갖고 있었기에 각 문파마다 문도의 수도 정파보다 많았다.
따라서 무사의 수를 본다면 정파무림의 그것에 크게 밀리지 않는 것이다.
수도 엇비슷한데 평균 실력까지 상회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정사간의 균형이 어그러지지 않는 것은 절대고수의 수가 정파쪽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과, 현 무림의 절대강자인 ‘일월신교(마교)’가 무림맹보다 흑천맹에 훨씬 가까이 있다는 지리적 요건 덕분이었다.
일월신교는 저 멀리 신강에 있는 십만대산에 자리하고 있는데, 험악한 지형임에도 일월신교에몸담고 있는 자들의 무리는 물경 10만에 달했다.
물론 전력으로 사용하는 무사들의 숫자만 10만인 것이고, 기타 일반 백성들은 그의 몇 배는상회할 것이다. 규모만 따지면 일개 소국에 해당하는 거대집단.
때문에 이들이 중원으로 넘어올 때면 사파무림과 정파무림이 힘을 합쳐야만 했고, 그 와중에 보다 가까이 있는 사파무림이 정파무림에 손을 내미는 형태가되곤 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강한 사파측에서 함부로 정파를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무림을 대표하는 3대 세력을 합하면 무력을 지닌 무사들의 숫자만 17만을 넘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나라 황실과관에서는 모른척으로 일관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관과 무림이 서로 모른척 넘어가는 사이라 해도 이만한 규모의 무력집단이 생겨났다면 주시할 수밖에 없다.
아니, 관을 넘어 황실에서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천운이 따랐다.
첫째는 흉노가 시시때때로 국경을 넘어 침략해온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동쪽의 대고려가 잊을만하면 중원 원정을 온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는 바다건너 왜국이 틈날 때마다 해안을 쑥대밭을 내면서 노략질을 일삼는 다는것이었다.
즉, 명나라 관군과 황실은 외적 흉노와 대고려를 틀어막는것만 해도 이미 진이 빠질 정도이기에 무림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대고려방면은 개방에 있는 무림맹의 힘까지 차출해 쓰고 있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암암리에 무림일통을 노리는 세력이 하나 있었다.
기기묘묘한 술책과 상식을 뒤흔드는 전략으로정파사파 할 것 없이 파고들어 자신들의 세력을 일구어둔 무리.
그리고 그 무리의 수장인 노인은 괴팍한 무공으로 초절정을 넘어 화경에 이른 절대강자였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일까.
무림을 뒤흔들 노인의 계획은 이세계에서 건너온 유은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말..도..안 되는…!”
천하에 자신과 견줄 이 없다 여겼던 그.
천하일통만을 위해 60년에 달하는 세월동안 무공을 연마했는데, 눈 앞의 멍청해보이는 어린놈에게 단 1수만에 패배하고 말았다.
“영감. 그렇게 약해빠져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남자가 말이야 좀 강하고 그래야지. 어?”
그 누구도 발 아래 둘 수 있을만한 노인이었지만, 유은에겐 일초지적도 되지 못했다.
“근데 영감님, 결혼은 했어? 딸이라던가 있나. 그럼 살려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