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1화 〉35.우주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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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너무나 뜬금없다.
이제 막 은하제국의 역사가 시작되려 하건만 이 타이밍에 이세계라니.
무려 4명의 여인을 앞에 둔 유은은 ‘이게 뭐지.’ 하는 얼굴로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엄청나게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시간을 맞춰 만나러 오다니.
상당히 반가웠지만 묘한 말을 듣고있다.
“너 저번에는 가고 싶어서 갔던 게 아니잖아. 엄밀히 말하면 떨궈진거에 가까운 거고.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원하는 여행을 한 번 해봐.”
황당해하는 유은에게 소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4시간 정도의 비행후 쉬지도 않고 곧장 이러고 있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어보였다.
오히려 화사한 미소를 지은 상태.
그게 뭔가 더 수상했다.
애초에 그녀는 유은이 없을 때 핵테러까지 할 정도로 불안한 심리상태이지 않았던가…?
“그래요 주인님. 주인님께서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셔요.”
“아니 무슨 자격까지 나오냐. 그리고 불과 몇 개월 전에 은하제국 어쩌구 한 게 너였잖아.”
정확히는 ‘이제 우주를 노리셔요 주인님!’하고 바람을 불어넣은 게 그녀다.
드넓은 우주에는 분명 유은의 취향에 맞는 미녀들도 있을 거고, 그녀들을 모두 거느리라는 웅대한 제안.
유은은 이를 받아들여 우주를 노리기로 했고, 한동안 sf물에 빠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애니, 소설 등을 탐독했다.
그 결과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은하영웅의전설 이라는 시리즈.
은하제국이라는 국명도 거기서 따왔다.
“뭔가 다들 되게 수상하네. 뭐 꾸미는 거 있어요?”
날카로운 직감!
유은은 의심의 눈초리로 세 부인을 쳐다보다가 가장만만한 서현에게 눈을 돌리더니 그녀의 몸을 돌려 확 껴안았다.
“꺅!”
백허그한 상태로 그녀의 가슴을 마구 주물러댔다.
“자! 말해랏!!”
“하우읏…주,주인님…!”
갑작스런 가슴공격에 그녀가 당황하며 다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곧 얼마 지나지않아 그녀의 다리가 풀리면서 완전히 그에게 몸을 기댔다.
“말 안 하면 계속 만지기만 할 거야.”
“으으…마,말씀 드릴게요…핫…!”
순식간에 항복!
그 모습을본 유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우리들도 엄청 바쁘니까 그동안 갔다와요. 여기선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음….”
마치 고양이처럼 품에 안긴 서현의 가슴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유은.
그의 생각시간은 대략 5초 정도였다.
“확실히 아무것도 안 하긴 하죠.”
원래부터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려 한 건 아니었다.
분명 뭔가 하려고 하긴 했다.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고 시녀회의에 참석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일주일 정도 하다가 그만둔다.
결국 머지않아 침대에 붙어 여자들 보지나 쑤시면서 시간을 보내게되는 것.
“근데 그런 거라면 그냥 다 같이 가도 되지 않아요?”
유은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하자, 세 여인의 머리에 혈관마크가 하나씩 돋아났다.
“엄청 바쁘다고 말했잖아요. 누구덕분에.”
“…지금 우리가 누구때문에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우리 중에 시간이 남아도는 건 너밖에 없어 이자식아.”
“죄송합니다.”
빠른사과.
“그럼 아예 다른 사람을 대리로 앉히면 어때요? 처음에 제가 그렇게 말했던 거 같은데.”
“그게 그렇게 쉬울 거 같니?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도 생각해야지. 전에는 이거한다 그랬다가 이번엔 저거한다 그러고, 그러면서 기껏 세워둔 사람들은 초장부터 대리인 세워서 운영하고 이러면 사람들이 참 좋게 봐주겠다.”
“에이. 세간의 인식은 신경 쓰지 마요.”
“진짜 속편하게 사네.”
소라는 조금이라도 ‘위신’이라는 걸 신경쓰고자 했지만, 유은은 그런 개념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뭐, 한 두번 있는 것도 아닌지라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경지.
“아무튼 아주 싫은 게 아니면 그냥 갔다와. 솔직히 너 없는 게 더 도움되니까.”
“헉. 그렇게 심한 말을.”
“지랄. 어차피 가서 여자들 만나면 금방 다 잊어버리고 헬렐레 할거면서. 남자가 다 그렇지 뭐. 특히 너는 더 심하고.”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남성혐오를 멈춰주세요.”
“넌 혐오할 수밖에 없어 새꺄.”
유은의 볼을 마구 늘려대는 소라.
“아 진짜 갑자기 저도 막 잡아당겨주고 싶네요.”
유나도 묘한 욕망(?)이 돋았는지 이를 악물고 반대편 볼을 쭉쭉 잡아당겼다.
“으아아아 애잉애어…(왜이래여…)”
“푸훗!”
우스꽝스런 모습에 소냐가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 나도 해줄까?”
엄마의 ‘오빠’소리에 유나가 흠칫했지만 이미 스위치가 걸린 소냐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와 아직도 품에 안겨있는 서현의 다리 사이로 팔을 뻗어유은의 가랑이를 콱 움켜쥐었다.
“읏.”
“뭐야. 엄마. 딸 앞에서 그러고 싶어요?”
“엄마라니. 언니 누구세요?”
“….”
유나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그게 재밌는지 까르르 웃어대며 움켜쥔 말랑이를 주물럭댄다.
“주인님.”
이번엔 서현이 스킨십을 시도.
고개를 돌려 유은의 입을 막아버렸다.
마치 방금 전의 복수(?)를 하듯이.
“뭐야. 다들 왜 이래? 난 벌을 주는 거라고. 응?”
소라는 뒤늦게 황당함을 느꼈지만, 이미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러나저러나 유은과 삼부인들은 상당히 오랜만에 접촉하는 것.
가장 최근의 관계라 해도 2주일 쯤 전이다.
게다가 다들 젊고 싱싱한 육체를 갖고 있으니 타오르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
결국 진지한 얘기를 하기 위해 모였던 곳은 금방 난교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
.
오랜만에 밤새도록 회포를 푼 유은은 고심(이래봤자 딱히 깊진 않지만)끝에 이세계로의 여행을 결정했다.
‘그게 마냥 노는 거 같지? 가서 깽판을 부리든 나라를 세워오든 하면 어쨌든 우리 영역이 넓어지는 거잖아. 여기서 씹질하나 거기서 씹질하나 똑같은데 이왕 할 거 거기서 하라고. 어딘진 아직 모르겠지만.’
라는 소라의 말이 결정타였다.
확실히 은하제국의 영토를 넓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여행 멤버로는 일단 서현.
그녀역시 부인들처럼 한 나라를 맡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군왕’이나 ‘황제’보다는 아무래도 ‘총독’이 좀 가벼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녀는 원래 직책이 유은의 직속비서 겸 비서실장.
대리인을 세워두고 유은을 따라 멀리 나가기에 명분상 하자가 없었다.
“혹시다른 멤버도 결정하셨나요?”
서현은 내심 단 둘이 가기를 원하고 바랬지만, 깊이 생각해본 결과 아무리 본인 입장에서 그게 좋다 해도 무려 주인님인데 달랑 혼자 보좌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여겼다.
때문에 최소 10명단위의 여행단을 꾸릴 것을 강력하게 건의했고, 유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음. 딱히 네임벨류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네. 한가한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러시군요.”
“일단 니가 의전비서들 중에서 임의로 10명 정도 추려봐. 기준은 알지?”
“예 주인님.”
“좋아. 근데 자치령쪽은 문제 없겠지?”
“본보기를 단단히 보여주기도 했고, 대리인으로 세운 아이도 저만큼 강경한 녀석이니문제 없을 겁니다.”
“…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네?”
“아냐. 아무것도. 아무튼 그쪽이 괜찮다면…일달 알았어. 멤버 뽑고 있어봐.”
“네.”
꾸벅 인사해보인 서현이 여인들을 선정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오늘부터 비서(시녀의 상위개념. 황궁비서실에 소속되어야 함.)들 중에서도 출중한 아이들을 뽑기 위한 오디션이 열릴 것이다.
“그럼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막 무림 같은 것도 되려나?”
문득 생각하면 절대안 될 것 같았지만 양판소를 꼭 빼닮은 세계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다면 무림도 하나쯤은 존재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지구의 평행세계라던가….
“좀비가 판치는 아포칼립스 세상도 괜찮을 거 같고….”
유은은 고심했다.
그 어느때보다.
처음 여인들에게 얘기를 들었을때는 좀 얼떨떨했는데, 막상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점점 괜찮게 느껴졌다.
그래.
지난번의 여행은 여행도 뭣도 아니다. 그냥 얼떨결에 떨어져서 뻘짓만 하다왔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이세계로 건너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리라!
그렇게 생각하길 수십분.
문득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강남의 전경 속에 자그마한 인영이 마치 클로즈업 되듯 보였다.
강남 경찰서 운동장에서 담배를 뻑뻑 펴대고 있는 은소령의 모습이었다.
분명 몇 개월 전에 서현에게 찍혀서 교육을 받고 왔다고 했는데, 도대체가 행실에 변함이 없다.
듣기로 교육 에리어에서 나온 초반에는 확실히 행실도 어느정도 잡혀 있었다고 했는데, 그녀는 은소령이다. 그게 오래갈 리가없다.
“음…한가한…사람…?”
경찰이 한가할 리가 없다.
하지만 왜일까.
은소령은 왠지 모르게 한가한 느낌이 든다.
“야릇한데?”
그녀를 보며 불쑥 튀어나온 말.
놀려주기 좋고 맛도 좋은 은소령과
그런 그녀를 탐탁치 않게 여기며 교육까지 받게 해버린 서현.
순간 유은의 머리는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회전하며 하나의 망상을 만들어냈다.
서로를 원수 대하듯 하는 두 여인을 화해의 명목으로 여행에 초대해 이세계로 대려간다.
그리고 거기서 두 여인을 친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줄창 범하는 것이고.
그야말로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안 그래도 은소령을 품어본 지가 꽤 됐다.
빳빳.
멀리서도 확연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과 몸매.
유은의 물건이 불끈하며 솟아올랐다.
“좋아. 소령쨩 데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