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2화 〉34.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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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나라 전체가 비통에 빠졌다.
서울 강남에서 실시간으로중계되는 ‘입조’는 일본인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놓기에 충분했고, 그 과정이 매우 역겨운 방식으로 취해진다는 점이 더욱 더 그들을비참하게 만들었다.
세계를 뒤흔들며 미국을 재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쏟아졌던 적이 있었다.
전 세계 기업순위 100위 안에 절대다수가 일본기업이었던 적이 있었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역을 살 수 있던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과거의 영광이 되었고, 이젠 잃어버린 30년을 넘어 수도에 한국군 주둔을 허용하며 여러 던전시티를 일개 길드에 빼앗긴 것도 모자라 식민지까지 되어 버렸다.
이 상실감과 절망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세이코 왕녀가 무참히 범해지는 것 만큼이나 일본 국민들의 자존심 역시 처참하게 범해졌다.
20세기 후반의 영광을 기억하던 이들 상당수가 이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이제 일본은 일류국가가 아니다.
선진국이라 하기에도 애매하다.
심지어 자주국조차 아니다.
식민지로서 국격은 낮아졌고, 남은 건 수탈 뿐이다.
국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치 않다.
어쩌면 일본제국시절 행해왔던 모든 만행을 그대로 돌려받을지도 모른다.
“예…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NL방송의 매튜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함께, 지난날 있었던 일본의 식민지화가 과연 어떠한 영향이 있을 것이고, 또 향후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분을 모시고 얘기 나눠볼 텐데요.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와튼 전 워싱턴대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치평론가 조나단 와튼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교수님. 3일 전에 일본이 정식으로 입조하면서, 궁의 식민지가 되었죠?”
“예. 그렇습니다. 이게 참 믿기 힘든 일입니다만, 그 일본이 결국 완전히 몰락하면서 세계 질서의 한 축이 무너져내렸다고 할 수 있겠죠.”
와튼 교수의 말을 들은 사회자가 데스크 위에 있는 서류를 만지작거렸다.
“이번에 일본이 식민지가 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현재 국기를 사용 못하게 됐다고 들었는데요?”
“네. 3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습니다만, 기존의 국기는 철폐하고 제국문양을 넣은 것으로 새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최종적인 인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요.”
“굴욕적이네요.”
“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해도 이게 국가의 상징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치구’의 상징으로 쓸 수 있는 겁니다. 한 마디로 더 이상 나라가 아니라는 거죠.”
“아. 아예 식민지를 넘어 그냥 자치구로 편입을 시키겠다는 거네요?”
“장기적으로는 보지니아국과 더불어 합병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시대에 그런 게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사회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지만 와튼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뭐, 사실 던전이 생겨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역사적으로 시대가 변할 때 세계의 질서 역시 변화해 왔습니다.”
“지금이 그 와중이라는 말씀이군요.”
“네. 중국이 몰락하고 일본이 몰락했습니다. 이제 아시아에 선진국이라 칭할 수 있을 만한 국가는 대한민국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북쪽에는 북한이 있고 품 안에는 하렘궁이 있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죠.”
“정치적으로 상당히 난감해진 것 같습니다.”
“한반도를 포기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그렇습니다.”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집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확히는 한반도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단 대중러 견제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는 옛 냉전시절의 주적이었고, 중국은 역사상 그 어느국가보다도 무섭게 미국을 따라잡던 나라다.
미국은 전략상 이들에 대한 견제를 놓칠 수 없었고, 이를 위해서는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필요했다.
특히 한반도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이자, 러시아가 그토록 바라는 부동항이 있는 땅이기에 절대로 넘겨줄 수 없는 지역이었다.
“현재 궁일조약에 의하면 6개월 이내에 자위대를 해체하고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역시 철군한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이는 다시 말해 아시아에서 우리 미국을 몰아내겠다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한국도 이미 수 개월 전에 러시아와 공조하면서 은밀하게 반미정책을 펼치고 있던 상황입니다.”
“그리고 핵보유도 했고요.”
“네. 매우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일본의 몰락은 단순히 그것만을 의미하지않았다.
아시아의 주도권을 손에 쥐고 패권을 휘두르던 미국의 영향력이 마침내 흩어지기 시작했다는 효시였다.
사회자와 와튼 교수는 이후로도 일본의 몰락과 이후 세계정세에 관해 이런저런 말을 나누며 마침내는 미국이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나누었다.
하지만 크게 영양가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답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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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공주입니다.”
“…넌 또 무슨 소리냐.”
세이코 왕녀를 며칠간 데리고 놀았을 즈음, 문득 베로니카가 다가와 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뭐, 이젠 내 엄마려니 싶다.
“왕실의 일원으로 있는 이상 그것이 설령 적이나 식민지의 여식이라 해도 과도한 모욕행위는 자제하시는 편이 주인님께도 좋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왕실의 일원은 일반 평민과 다르다는 것을 만민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함으로서 신분이 신으로부터 내려왔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죠.”
“아니;; 그딴 거 아무도 안 믿어.”
신이 내린 신분이라니. 이제와서 그딴 걸 믿을 거 같냐.
일본인은 좀 믿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만….
“애초에말야. 그게 왜 그런식으로 연결되는 건데?”
“뭐, 이런 시대에이런 문명이니 안 믿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주인님과 본궁이 앞으로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 해야만 만민의 무의식 속에서부터 황실에 대한 존중을 심어놓을 수 있으며 ‘신분’이라는 것을 가히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고 범하지 않게 됩니다.”
얘도 뭔가 자기 할 말만 하는 스타일 같다. 전혀 대화가 안 되고 있잖아?
“물론, 실용적으로는 이렇게 해야만유사시 적군에게 사로잡혔을 때 주인님 또한 마땅히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만,그런 건 굳이 입 밖으로 안 내시는 편이 좋겠죠.”
“니가 말하고 있잖아.”
“전 주인님께 말씀드리고 있으니까요.”
“너 결국 루드밀라 때문에이런 말 하는 거지?”
“……설마요.”
대답이 2.5초 정도 늦었다.
역시 이녀석 루드밀라 때문이었어.
세이코를 핑계삼아 루드밀라의 편의를 봐주려 했겠다?
요런 괘씸한 것.
“후후. 우리 겸둥이 베로니카가 아직도 자기 주인을 못알아보는 것이나는 슬프다.”
“흠흠…어쨌든 제가 말한 건 다 사실입니다. 전통 왕가는 모두 이런식으로 국정을 운영하죠.”
“흥. 나는 그런 거 모르거든. 그리고말야.”
나는 바지를 벗었다.
“….”
“설령 네 말이 다 사실이라 해도 나한테는 적용 안 되니 상관 없어.”
“…왜죠?”
“왜냐면.”
그리고 베로니카의 바지도 벗겼다.
그냥 바지째로 박아도 되겠지만 옷 만드는 애가 불쌍하잖아?
오늘은 벗기고 박도록 하자.
“이 세상에 황가는 나랑 내 부인들 밖에 없을 거니까. 그러니 존중 같은 건 필요 없는 거지.”
“그건…흐윽!”
선 채로 박아넣는 삽입.
언제 해도 쫄깃하다.
역시 근육이 조여져서 그런가?
“앞으로 얻는 공주들은 다 내 좆물받이야. 별로있지도 않지만.”
“쿠흑!”
잔소리하던 베로니카도 내게 박히고나선 신음밖에 없다.
이녀석도 어느새 맛을 들여서 막 알아서 조이고 그런단 말이지. 언젠가 루드밀라랑 덮밥으로 먹어버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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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와 뒹군 후, 나는 서현에게 현 세계정세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폭망하면서 아무래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으니 좀 알아둬야겠지.
듣자하니 경제쪽은 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하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일그러져서 불안정하다고 한다.
특히 미국쪽 움직임이 불온하다던가.
“걔네들 꼬리내린 거 아니었냐.”
“그렇긴 하지만 패권이 넘어가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만한 애들은 아니거든요.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흠.”
“물론 대놓고 척을 지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중국의 예가 있으니까요. 하지만…뒷공작은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주요인물 납치라던가.”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소냐씨만 해도 레벨 1이었을 때 아녜스 휘하 모험가들에게 납치위협을 받았지만 그냥 끔살해버렸다고?
시녀들이라고 뭐 다를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요. 사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우릴 건드리는 것 자체는 최후의 최후에 가서나 하겠죠. 하지만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은 굉장히 높습니다.”
“한국이라…그쪽 대통령씨도 제정신 아니던데. 거의 광적으로 우릴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그 아저씨가 있는 이상 한국 걱정은 안 해도되지 않을까.
“민주국가인 이상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가 있다 해서 국론역시 그리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대통령은 슬슬 레임덕이 다가올 시기이기도 하죠.”
“레임덕? 그건 뭐 하는 오리냐.”
“…흠…그….”
설명하기 어려운지 서현이 말을 흐렸다.
아니면 내 개그를 이해 못 한 건가?
“쉽게 말씀드리면 곧 대통령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밑에 있는 인간들이 말을 안 듣는것입니다.”
“아하.”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여당마저 청와대에 반기를 들곤 하죠. 어쨌든 곧 레임덕에 돌입하게 되고, 또 한국은 국민이나 정부나 여론에 많이 휘둘리는 경향이있습니다. 미국이 국운을 걸고 여론을 휘젖고자 한다면 상당한 혼란이 있을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간단합니다. 미국을 전부 보지니아로 만들면 돼요.”
“아니;; 그렇게 극단적인 거 말고.”
대체 뭘 먹고 자라면 이렇게 극단적이 되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