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99)화 (398/517)



〈 399화 〉34.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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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의 공개회견은 많은 화제가 되었다.
일본은 제국의 식민지라는 의견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과 그들에게 입조를 요구하면서 은근히 협박하는 모습도 인상깊었지만, 그녀가 유은의 세 번째 예비신부라는 것도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세 명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다니.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암암리에 짐작하곤 있었지만, 설마 대놓고 드러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특히 아직도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는 더욱 난리였다.

3명의 여자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인데, 심지어  중 두 명은 모녀관계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이걸 현실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즉시 모든 언론이 국민들의 눈이 되어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소냐가 변호사였다는 것,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있었다는 것, 그 남편이 강간 및 살인미수로 구속되어 있다는 것 등등.

순식간에 그녀의 과거사가 모조리 까발려졌다.
물론 궁에는 대한민국 국민보다 20배는 많은 보지니아가 있었기에 원한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겠지만, 소냐는 딱히 희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논란의 중심이 되어 계속 언급되는 것을  원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확고하다못해 강경한 그녀의 태도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직도 궁에서 파견나온 시녀들이 고쿄를 점거한 상태이고, 일본 육자대와 대치중에 있다. 자칫하면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고 그 와중에 일본의 상징이 사라질 수도있다.


때문에 일본 정부에선 계속해서 궁에 접촉하는 한편 세계 각국 정부와도 긴밀한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궁에서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이라는 답변만 오고 있었고, 각국의 정부에서도 개입에 난색을 표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미 사건을 일으킨 본인이 ‘중국’에 대한 언급까지 한 마당에 그걸 무시하고 끼어들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었다.








쾅!

“그럼 나보고 딸을 바치기라도 하란 말입니까! 총리!!”
“….”

천막과 발로 가려져 있어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무언가를 내리치는 듯한 소리와 격해진 목소리를 통해 그의 분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총리는 더욱 고개를 숙여 보였다.

“천황폐하.”
“듣기 싫습니다!총리대신,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아이가 입조인지 뭔지를 하러 강남에 가게 되면다시 못 돌아온다는 걸!”

천황은 철저히 자신과 딸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총리인 이시다에겐 몹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천황폐하, 일본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위대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겁니까? 어서 우릴 구출해 내란 말입니다!!”
“자위대는 현재 궁의 시녀들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들어올 있었던  천황폐하를 설득하기 위한 명분을 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한국군이라도 오라고 해요! 뭣 때문에 지금껏 주둔하고 있는 겁니까? 자기들이 우리 일본국의 안녕을위한다는 명목으로 땅을 빌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럼 이럴 때 마땅히 국난극복에 힘을 보태야죠!”


딸의 운명이 걸려서일까, 그는 거의 막무가내였다.
이시다는 마음같아서는 천황이고 뭐고 다 갈아버리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도 천황의 상징성을 크게 받들고 있는 일본에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를 설득하는  뿐.



물론 그도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일본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기에 이 처절한 현실에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이 사단을 만든 장본인이 ‘중국’까지 언급했다.
90%이상의 국민이 보지니아가 되어 나라를 통째로 빼앗긴 중국.

만약 그들의 의지를 계속해서 거부하며 입조를 하지 않다가는 일본 역시 중국처럼  가능성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일본부흥이라는 총리의 꿈은 물건너간다.

여기서는 일단 고개를 깊이 숙여 입조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이시다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현재 세계가 궁의 눈치를 보는 실정입니다. 자칫 눈 밖에 나면 중국처럼 떼몰살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흥! 비겁한 소인배들 같으니! 무뢰한들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가만 있는 꼴이란!”

천황은 몹씨 분노하여 이성이고 뭐고 없는 상태인 것 같았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뭘 모르진 않을 텐데.

“그건ㅡ,”






“그렇게 절 보내고 싶으세요?”


그가 뭔가 말하려 할 때, 원망어린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일본의 공주.

아무도 막지 않은 건지, 아니면 막무가내로 들어온 건지,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무하시네요 총리.”

그녀의 등장에 그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은 했지만 황가를 설득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았다.


4일 후.

총리는 여전히 매일같이 고쿄를 드나들며 천황을 설득했다.
때로는 천황 대신 공주(내친왕)를 만나 직접 말을 나눠보기도 했다.


그러나 무소득.

그들은 자신을 희생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애초에! 우리가 왜 그들에게 굴복해야 합니까! 입조? 당신은 제정신입니까! 대일본국이 미국도 아니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요상한 것들에게 바짝 엎드려 입조라니!”
“….”


챗바퀴마냥 돌고도는 대화.
총리는 절망감을 느꼈다.

당장 고쿄가 무단으로 점거된 지금까지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니.
물론 딸을 바치는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천황은 지금까지 일본의 상징으로서 살아왔다.
그렇다면 응당 그 책임도 져야 할 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이건 너무하잖아요!!”
“막아!”
“꺄악!”

그때, 바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무슨 일인가 하여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즈음, 문짝이 굉음과 함께 날아가더니 일단의 무리가 등장했다.


“무슨…!”
“천황폐하, 총리대신, 죄송합니다! 이자들이 막무가내로!”

등장한 이들은 검은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특징이라면 전원 여성이라는 점일까.

“…!!”

그들의 정체를 알아본 총리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런 차림세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여자들은 보통 하렘궁의 시녀들이고,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면 분명 그만큼 막무가내식의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가운데에 있는 여인은 무대포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




“주인님께서 일주일 안에 데려오라고 하셨거든요. 근데 그 일주일도 벌써 4일째네요.  참을 수가 있어야죠.”

싸늘한 얼굴로 등장한 서현은 총리가 쳐다보건 말건 관심도 주지않고 천황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무슨 일입니까!”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목소리.
서현은 그런 그를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그런 그녀를 총리가 막아섰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경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나름 강한 어조로 따지는 그였지만, 중국 주석에게도 대놓고 협박하던 그녀가 고작 일본 총리의 말을 신경 쓸  없었다.

“경우는 인간끼리나 따지는 겁니다. 총리. 말을 못 알아들으면 인간이 아니죠.”
“그건….”
“입조하라고 한 지 벌써 수일. 그런데 당신은 설득도 제대로 못했더군요.”
“….”

자신보다 두 배는 어린 여자에게 당신 당신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니. 새삼 자괴감이 몰려왔지만 이어지는 말에 더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제가 시범을 보여드릴테니 앞으로는 제대로 하세요.”
“시범…?”

서현은 천황의 모습을 가리는 막을 강제로 뜯어버렸다.

“히익!”

그러자 거기에는 겁먹은 중년인이 벌벌 떨고 있었는데, 그자가 바로 당대 천황이었다.


칭호에 걸맞지 않은 꼴보기 싫은 모습.
 그래도 유은 외의 남자들을 혐오하는 서현의 눈에는 참으로 같잖게 보여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것도 꼴에 천황이라고.”

노골적인 비난.
하지만 천황은 막상 서현 앞에 서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를 설득해 공주를 바치려 했던 총리가 그녀의 말을 지적하며 예의를 지켜달라 말했다.


“쓸데없이 시간낭비하기 싫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어요. 마침 여기에 총리대신도 있고 천황도 있네요.”

서현은 그의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는 뒤에 있는 시녀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시녀들이 입장을 막았던 경호원 한 명을 잡아왔고, 서현은 총리와 천황이 보는 앞에서 그의 몸에 씨를 주입했다.


“끄아아아악!!!”

서현의 씨를 받은 남자가고통스럽게 발버둥치길 30여초.

곧 그의 배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오르다 뿌직 하며 갈라졌다.



“흐아아악!!”

 끔찍한 모습에 천황이 뒤로 자지러지며 바들바들 떨었다.


퓩.
퓨뷱.

사방으로 피가 튀며 마침내 보지니아가 탄생.
그녀는 삽시간에 성장하며 피칠갑을 한 여인의 모습이 되었다.

“우..우욱…!”

참상을 견디지 못한 천황이 구역질을 했다.
총리도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서현이 시녀가 들고 있던 가방에서서류파일을 꺼냈다.
한 명을 생명을 끔찍하게 살해해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자. 둘 다 읽어보시고 사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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