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78)화 (377/517)



〈 378화 〉33.개문(開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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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들은 대체 뭐지? 새로운 공성병기인가?"


이슈타르와 라이제르 왕국의 접경지.
이곳을 수호하는 티무진 변경백은 성벽 앞에 늘어서 있는 기묘한 모양의 철덩어리들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어젯밤, 라이제르 접경지에서 커다란 폭발과 굉음이 들렸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조사대를 파견했다.
며칠 후면 상세한 보고가 올라올 테지만,  전에 저들이 나타났다.

마치 마차처럼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길이 없으나, 절제된 동작이나 풍기는 기운으로 볼 때 잘 훈련된 군대.
그렇다면 일단막아야 한다.

"영주님! 외각지대에 있던 백성들 모두 성벽 안으로 들였습니다!"
"제 2,3기사단 2시간이면 도착한답니다!"
"4기사단, 5기사단 도착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부장들이 달려와 여러 가지 보고를 올렸다.
워낙 갑작스레 나타난 적병들인지라 제대로 대응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곳이 라이제르와의 접경지라는 점일까.
다른 영지와는 달리 군사제한도, 기사제한도 널널한 편이고 왕정부로부터의 지원도 꽤 되는 편이다.

덕분에 보통 백작이라면 꿈도 꾸지 못하는  단위의 병력을 움직일  있었다.
지금도 외부로 파견나간 기사들이 채 도착하지 않아 완벽한 편제는 아니었지만, 적의 병력이 5만을 넘기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도시를 방어하기에는 충분한 병력이 있었다.

보아하니 적들의 병력은 많이 쳐봐야 2천.
고작 이 정도로 뭘 하려는진 모르겠지만가소로울 뿐이다.

'그래도 저것이 뭔지 모르니 방심할  없지.'

그는 영지마법사의 확성마법을 받아 적들에게 외쳤다.

"벽 앞에 있는 이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이 무슨 연유로,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묻지 않겠다. 지금 행동을 멈춘다면 능히 살아돌아갈  있을 터이니, 벽이 높은 줄 알고 이만 물러가라!"



우렁차게 퍼져나간 그의 목소리는 한사랑부대가 있는 곳은 물론, 영지 사방에 있는 마을에까지 울렸다.
강인한 마나가 서려있었기에 평범한 장수라면 겁을 집어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현대에서 넘어온 한사랑. 고작 중세 군대따위에 겁을 집어먹을 리가 없었다.

그녀가 확성기를 들었다.


"벽 너머에 있는 약자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삶을 갖고 있는지 관심 없다. 지금 항복하고 문을연다면 능히 살 수 있을 터이니, 벽이 낮은  알고 이만 항복하라."



똑같은 말투와 똑같은 어조.
변경백의 얼굴이 모욕을 당한듯이 붉어졌다.


"어린 계집이...!"

천 명 남짓의 병사에, 지금보니 전부 여자다.
아무리 마나가 있는 세상이라지만, 일개병사가 유의미한 마나를 품고 있을  없다. 즉, 병사레벨에선 여자가 남자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고, 이는 '남군'과 '여군'이라는 집단에 그대로 통용된다.

그런데 저 건방짐은 대체 뭐란 말인가.
기회를 줬을 때 엎드려 절하며 물러가도 모자랄것을, 이렇게 도발까지 하다니.

아무리 그가 영지를 물려받은 지 얼마 안 된 초짜라지만, 현재 이 도시에 있는 병력만 해도 만을 넘긴다. 만 단위의 규모로  단위의 병력, 그것도 2천조차 안 돼 보이는것들에게 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자, 천벌을 받으리니.
그 벌은 곧 사망이니라.



변경백이 검을 뽑아 높이 들어올렸다.


"저 건방진 년들을 당장 처단하라!!"
"궁수 위치로!"
"위치로!"

성벽 위에서 긴장감 없이 활을 들고 있던 병사들이 벽에 난 틈으로 활을 겨눴다.
시위가 당겨지는 소리가 한데모여 꺼림칙한 소리를 냈다.


전투가 벌어지기 일보직전이건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 같은 건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돌아ㅡ,"
"시끄럽다. 늙은이. 언제부터 전쟁이 겁쟁이들 입씨름이 됐지? 어차피 전부 죽일 거니까 힘 빼지마라."
"뭐,뭐라...!"

노인공경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없는 모습으로 그를 비웃기까지  한사랑은 부관에게 조준명령을 내리곤 차 안으로 쏙 들어갔다.

지잉.

성벽을 겨누고 있던 10대의 전차가 포신을 조정했다.
그 불길한 움직임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아니면 그저 분노 때문인지 변경백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발사!!!"

천을 넘는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꺼멓게 일어난 화살들이 성벽 밑을 향해 무섭게 쏟아졌다.

그러나 한사랑의 병사들은 재빠르게 전차나 수송차량 뒤에 숨어버렸고, 고작 철을 둘렀을 뿐인 화살은 가끔 차량 유리에 금을 가게 했을 뿐,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튕겨나갔다.

"과연. 저런 용도로군!"


전차와 수송차량의 역할을 화살받이로 착각한 변경백이 이번에는 영지에 한 명밖에 없는 마법사에게 공격마법을 주문했다.

"아마 저것은 화살을튕겨내기 위해 고안된 병기일 터. 비용이 만만찮을 테니 겉은 금속으로 칠해져 있으나 속은 나무로 되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대의 마법이라면 능히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음...맡겨주십시오."


병사들이 끊임없이 화살을 날려대고 마법사는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일부 기사와 병사들은 성문 뒤로 모여 추후 있을 섬멸전을 기다렸다.


"영주님,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인가?"
"적은 고작 천 명입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믿고 이렇게 물러가지 않는 걸까요? 전 저 화살받이들이 심히 신경쓰입니다."
"흠...확실히 그렇긴 하지."
"게다가 전원 여성입니다. 라이제르 왕국에 저런 군대가 있다는 건 들은 바가 없습니다."


변경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이상한  투성이다.

"하지만 이미 전투는 시작됐네. 저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저들을 물리치고 가져오면 될 일이야."
"그건...그렇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할  있는 건 공격 뿐. 신경  것도 공격 뿐이네."
"알겠습니다. 영주님."

내심 멋진 말을 했다며 뿌듯해한 변경백이 화살이 빗발치고 있는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영지를 물려받은 지 이제 2년.
위대한 선대 변경백, 즉 그의 아버지처럼  땅을 수호하고 나아가 나라의 검과 방패가 되어 활약하는 모습이 꿈처럼 앞에 펼쳐졌다.

이제 마법사의 영창이 완료되고 저 정체불명의 화살받이들을 처리하고 나면  뒤는일방적인 학살!

지휘관 노릇을 하고 있는 반반한 계집을 사로잡아 승리의 전리품으로 삼는다면 은퇴하여 쉬고 있는 아버지 역시 기뻐하실 것이다.


"영창이 완료되었습니다. 영주님."
"좋아. 화살받이를 향해ㅡ,"


투쾅!


그의 말을 끊고 거대한 굉음이 성벽을 덮쳤다.
화살받이라 생각했던 것(전차)의 막대기 끝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더니 거의 동시에 성벽 한쪽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

고작 한 발.
 번의 포격.


그것만으로 나름 충실히 쌓아올린 성벽이 허망하게 뚫려버렸다.


만약 한사랑에게 기마부대가 있었다면 그 틈을 향해 일제히 돌격하여 도시함락을 위해 달렸을 터.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그런 시시한 게 아니었다.

"시시하네. 높은 성벽이라 그래도 좀 뭔가 있을 줄 알았더니."
"...대포도 아니고...전차의 포격을 중세 성벽 따위가 견딜 수 있을 없습니다."
"그렇겠지?"
"네."

심드렁한 한사랑의 반응 뒤, 나머지 9대의 전차가 일제히 포격했다.

굉음과 굉음.
천지를 뒤흔드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이슈타르와 라이제르의 접경지를 지키던 성벽이 수백년 역사를 뒤로하고 무너졌다.

성벽 위에서 열심히 화살을 날리는 병사들이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이 되지 않아 벙쪄있던 변경백, 그리고 성문 뒤에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은 무너지는 성벽으로 인해 자연스레 모두 사망.

한사랑은 그대로 진격을 명했다.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들은 사로잡아라!"
"와아!"

10대의 전차가 무너진 성벽 정면으로 돌진하고, 그 뒤를 보병지원차량, 보병이 뒤따라 이동했다.
간간히 살아있는 병사들이 보일 때마다 자비없이 쏴서 죽이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이들이 나와도 죽였다.

곧 항복이 의미 없음을 깨달은 병사들이 사방에서 저항했지만, 강력한 현대군 앞에 아무 의미 없이 쓰러져갔다.



그렇게 성벽을 넘어 도시로 진입한 후로는 그야말로 대학살.


일단 병사들을 모조리 죽인 후 집집마다 모든 백성들을 나오게 하여 젊은 여자를 제외한 모두를 쏴죽였다. 젊은여자라 해도 이성을 잃고 위협적으로 달려든다면 마찬가지로 쏴죽였다.


 과정에서 선대 영주라는 인간이 약간의 병력을 이끌고 저항했지만 참패.
그는처참한 몰골로 광장에 끌려나와 높은 깃대에 항문이 꽂힌 뒤 끔찍하게 화형당했다.



물경 10만에 이르는 대학살과 끔찍한 화형식.
이는 이슈타르 전역에 보내는 선전포고이자 경고문이기도 했다.


"오늘부터 이곳이 우리의 본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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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이 이세계에서 대학살을 벌이고 있을 즈음, 강남에서는 정식으로 '무역센터'가 오픈했다.
동시에 이세계에지어둔 '게이트'를 활성화하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첫 차원 게이트 연결.
당연히 그냥 하지 않았고, 세계 각국의 주요인사들을 초청하여 큰 행사를 벌였다.

여기에는 한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미 하렘궁에 반쯤 굴복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대통령, 그리고 이세계에서 넘어온 루드밀라와 그녀의 심복들이 참석했다.

참고로 이 행사는 전 세계로 생중계 되고 있었는데, 루드밀라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녀가 심히 아름답다는 것도 있지만, 그녀가 무역센터에 있는 게이트를 통해 나옴으로서 정말로 이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바르카나때도 그랬지만, 루드밀라가 등장할 때에도 세계의 종교단체들이 발광했다. 특히 성경을 중심으로 생성된 카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 등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는데, 그들은 외계인이 없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믿든 믿지 않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바르카나는 외계에서 날아와 인천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루드밀라는 이세계에서 건너와 인사를 건냈다.


인간의 믿음과 만물의 현상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 것이다.





"한국측의 회사는 아직 안 정해졌다는데, 어차피 유나씨 중심으로  거니까 별로문제는 없을 거야."

유은은 반대편에 앉아있는 루드밀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의 한 달만에 보는 그녀는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꽤나 성숙해졌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걸까.
이젠 어엿한 왕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이곳의회사가 라이제르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쪽에 제대로 된 인프라가 깔려 있어야 해요."


유은의 곁에 앉아있던 유나가 여러 파일들을 넘겨줬다.

"1차적으로 [하렘건설] [하렘에너지] [하렘산업] 등의 회사가 들어가서 그쪽의 기반시설을  갈아 엎을 거예요."
"기반시설이라면...도로 같은 걸 말하는 건가요?"
"그것도 포함되죠. 수도, 전기...도 어쨌든 만들어야 하고, 가스관도 설치해야 하죠."
"음...."


왕으로서 많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지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그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세계인. 유나의 말을 의미 그대로 알아듣기에는 아직 힘들었다.

"그리고 한국 기업도 선정되는대로 투입돼서 인프라를 깔아줄 거예요. 비용이 꽤 들겠지만 나중의 이익을 생각하면 비교도  될 테니까 아낌없이 투자해요. 마침 적대국도 근처에 있다면서요? 아슈타르였나?"
"이슈타르요."
"아. 이슈타르. 인프라만 제대로 깔리고 차근차근 성장하면 그깟 중세국가쯤은 쉽게 지워버릴 수 있어요."
"...."


유나의 말에 루드밀라가 조용히 신음했다.
그녀도 그럴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슈타르는 이미 임자가 있다.


"거긴 이미 한사랑씨가 치고 있어요."
"...응?"

둘의 대화를 들으며 과자를 집어먹던 유은이 뜬금없는 소리에 의문을 표했다.

"갑자기 사랑씨가? 아니 뭐...군대 키우고 오겠다고 하긴 했지만...그렇다고 전쟁을 일으켰다고?"
"벌써 소문이 자자해요. 도시 하나를 통째로 삭제했다고...그녀가 일으킨 학살로 죽은 사람만 10만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
"...."
"하아. 처음엔 당...아니 황제의 주변인물 중 그나마 가장 정상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산이었죠."
"그분이 좀...한 사랑 하시지...좀 다른 의미로."

10만이나 되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는 그도 좀 놀랐지만, 왠지 한사랑이 한 일이라고 하니까 묘하게 납득이 갔다.
왠지 그러고도 남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조만간 그쪽으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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