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77)화 (376/517)



〈 377화 〉33.개문(開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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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마을에 살고 있는 이슈타르의 청년 타타르.
그는 야밤에 울리는 굉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태어나서 이렇게 위협적인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소문에 의하면 라이제르 왕국 북쪽에서 대규모의 몬스터가 출몰했다던데 혹시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 몬스터들이 국경을 넘어 공격해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르, 미르!"

그는 옆에서 곤히잠들어 있는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잠에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녀.

하지만 타타르가 거칠게 몸을 흔들자눈을 떴다.


"우웅...타르...무슨 일이야...?"
"국경지대에서 또 전투가 벌어진 것 같아. 혹시 모르니까 짐이라도 꾸려놓자."
"응...?"


그는 아내로 하여금 짐을 꾸리게 만들고 자신은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몇몇 마을 사람들이 이미 나와있었다.

"저건...!"



거대한 불길과 흉악한 연기.

타타르는 직감했다.
일단 도망쳐야 한다고.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아내를 도와 짐을 꾸렸다.

"또야? 왜 맨날 이렇게 싸워대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거냐고...!"

마을 주민들도 대부분 일어나 피난준비를 하는 듯했다.


준비를 거의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저 멀리서 공기를 찢는 불쾌한 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투쾅!




그리고 조악하게 지어올린 집 서너채가 순식간에 먼지더미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꺄아아악!!"

흉악한 파괴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수레 십여개가 등장했다.

그것은 말 보다 빨랐고, 더 위용 넘쳤으며, 강력했다.

한 여자가 묘하게 생긴 수레 위에서 소리쳤다.


"전체 동작그만."

완전한 표준발음의 대륙어.
사투리가 조금도 없다.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

마을 주민들은 공포와 놀람 속에 경직됐다.

"지금부터 허락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무조건 사살한다."

사이코패스 한사랑.


매운갈비와 매운갈비집의 충돌에서 무차별적인 사격을 명령하여 100명이 넘는 민간인을 사살했던 그녀.
평소에는 여느때의 여인과 같은 모습이지만, 이렇게 살기를 드러낼 때는 과연  이명이 합당하다 생각될 정도로 광적이다.

"셜리. 마을사람들 전부 나오게 하고 빠져나간 사람 있는지 파악해."
"Yes, sir!"

한사랑 부대가 마을 곳곳을 뒤지며 사람들을 강제로 나오게 했고, 그들을 심문하여 마을의 전체 정원, 식량창고, 주변에 있는 마을이나 도시가 있는  등을 알아냈다.

한 시간 가량의 심문이 완료된 후, 한사랑은 마을사람들을  곳에 모았다.
거기서, 두려움을 잔뜩 품은 얼굴의 촌장이 물었다.

"다,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알  없다."

아까부터 똑같은 대답.
촌장은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에 외쳤다.


"우리가 대체  잘못했다고 이러는 것이오! 라이제르인인 것이오? 이번엔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아무래도 국경에 있는 마을이다보니 이런 고난이 잦았던 모양이다.
다 늙은 그의 얼굴에서 서러움과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건 한사랑과 아무 상관 없는 일.
그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그녀에게 이 마을, 아니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본인의 군벌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한민족의 발전을 위한 경험치일 뿐이었으니까.

눈물로 호소한들, 그녀의감정이 움직일 리도 없었다.

"트집?"


차가운 목소리.
분명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도 괜히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사령관님, 각 주민들의 식량창고를 확인했습니다."
"전부 챙겨. 아, 금속도. 농기구를 가져가면 될 거다."

지구군이었다면 이딴 낡아빠진 마을에서 얻은 식량을 군인에게 줄 순 없었겠지만, 한사랑은 '자원창고'건물을 통해 관련 자원으로 바꾸는 게 가능했다.

예를 들어농기구처럼 철과 나무로 만들어진 기구를 '자원창고'에 집어 넣으면, '철'과 '목재'가 쌓이는 방식이다.

어떤 음식이든지, 먹을 수만 있는 거라면 '자원창고'를 통해 '식량'으로 치환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도시를 점령하여 근거지를 만들기 전 까지 최대한 많은 자원을약탈할생각이었다.


"저,전부라니!! 농기구까지!"
"우릴전부 죽일 셈이냐!!"

그녀의 말을 들은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지금껏 군대의 약탈은 꽤 자주 있던 일이었기에, 분노는 차올랐지만 그러려니 하고 수긍하려 했다.
하지만 모든 식량을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농기구까지 가져간다니?


농기구는 그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생산도구다. 이게 없으면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이건 너무한  아니오!!"
"옳소!"
"다는안 된다!!"
"우리도 살아야 한다고!"

일부 젊은 남자들은 아예 달려들 기세로 몸을 일으켰다.

"자꾸 이런식이면 더 이상 우리도 참지 않아!"

그 수는 금세 늘어났다.
급기야는 타타르를 제외한 젊은 남자들이 모두 일어나 한 목소리로 식량을 달라 외쳐댔다.

'불안해....'

마음 같아서는 함께하고 싶지만, 일어나지 않는 타타르.
그는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저들을 말려야 할 것만 같은 느낌, 당장 말리고 넙죽 엎드려 자비를 구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자신들을 내려보고 있는 여자의 눈을 보면 구역질마저 올라왔다.

"아,안ㅡ,"



타앙!

타타르가 입을 열어 남자들을 말리려던 때,
한사랑이 들어올린 권총에서 뿌연 연기가 새어나왔다.


풀썩.

머리가 처참하게 터져버린 시체가 힘없이 쓰러졌다.


"...."


심각한 정적.
비명도 없다.

"이...게...무슨...."


타앙!

두 번째.
또 다른 청년이 머리가 터져 쓰러졌다.

"꺄아아악!!"

타앙.

이번엔 비명을 지르던 여자의 머리가 터졌다.

"흡...."

여자들이 반사적으로두 손을 이용해 입을 막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모두 챙겨서 떠난다.방해하면 죽인다."
서슬퍼런 협박.
저 물건이 대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무기라는 건 방금전의 일로 알  있다.

"무,무닌!!"
패닉의 시간이 잠시 흐르고, 죽은자들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했다.
개중에는 분노에 눈이 뒤집어져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머리가 날아갔지만.


거의 10명에 가까운 사람을 죽였을 때, 주민들은  이상 달려들거나 소리지르지 않았다.
그저 원망에 찬 눈으로 한사랑을 노려볼 뿐.

하지만 한사랑은  시선들을 담담하게 받아내며권총을 총집에 집어넣었다.

"젊은여자들도 전부 데려간다. 10분 뒤 출발."
"남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놔둬. 덤비면 그때 죽여."
"알겠습니다."
셜리가 한사랑의 명령을 복창하고,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달려들어 여자들을 구별해냈다.

젊은 여자들을 데려가는 이유는 식량과 농기구 등을 챙기는 것과 같은 이유다.
'자원창고'를 통해 물건들을 자원으로 치환하듯, 젊은 여자들로 '인력'을 채울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자원창고'에 넣은 물건은 자원으로 분해되어 사라지는 반면,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저 '인력'이라는 수치가 올라가고, 추후 '훈련소'를 통해 병력을 뽑을 때 '인력'으로 등록된 여자들이 보직을 받게 된다.


이렇게 보직을부여받은 여자들은 '훈련소'에서 4주간 군인훈련  충성교육을 받은 뒤 부대에 배치되며, 한사랑의 명령을 따르게 된다.

남자들을 버려두는 이유는 '인력'으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사랑이 처음 전직할 때 직업의 성별을 여자로 선택했고, 그 뒤로소환되는 군인들은 모두 여성. 그렇기에 '젊은여자'만이 '인력'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꺄악! 이거 놔요!! 타르! 타타르!!"
"미르!!"

한사랑이 셜리와 함께 차량에 오를 때, 군인들은 여자들을 강제로 끌고 수송차량에 집어넣었다.

"이 개자식들아아!!"

남은 사람들이 모래를 손에 쥐고 일어났다.

식량도 다 털렸다.
농기구나 식기도 다 빼앗겼다.

그리고 아내와 딸도 빼앗겼다.

모든 걸 빼앗겼는데, 이제와서 목숨이 아까울까.

"이 천하의ㅡ!"

타앙!

모래를 던져대며 달려드는 사람들.
수송차량에 여자들을 집어넣던 병사들이 남자들을 향해 총을 쐈다.

지구인의 감정을 가진 군인이었다면 민간인에게 총을 쏘는  조금은 망설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들은 오로지 한사랑의 명령만을 듣는 군대. 그런 감정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빗발치는 탄알과 온 몸이 피떡이 되어 쓰러지는 사람들.
여자들은 울부짖으며 그만하라 소리쳤지만, 결국 남은 모든 사람이 시체로 변했다.

"아아...!"

강제로 납치된 여인들.
그리고 싸늘하게 죽어버린 남자들.

마을 하나가 삭제됐다.

"이왕  죽은 거, 그냥 저 집들도 해체해서 가져가는  좋지 않을까요?"
"아니. 시간낭비야. 바로 도시로 간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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