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73)화 (372/517)



〈 373화 〉32.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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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니아 및 시녀드론 살포 12시간 경과.

중국대륙에 존재하는 보지니아의 수는 6억을 돌파했고, 시녀 역시 800만 명에 육박했다.
전체 대상이 7억 9천만 명이었으니 대략 77%정도 완료된 것이다.

나머지 23%는 다른 도시로 피난을 갔거나, 아니면 대혼란속에 휘말려 사망했거나 여러모로 좋지 못한 꼴을 본 사람들.

그렇기에 사실상 이 즈음에서 임무 완수라 봐도 무방했다. 중국징벌은 확실하게 한 셈이니까.




이 일로 인해 명목상이지만 아직까지도'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를 유지하고 있던 공산당이 몰락했고, 상하이 군벌이나 홍콩 군벌 같은 대규모 군벌과 중규모 군벌들 역시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애초에 군벌을 유지하고 있던 구성원이 전원 보지니아로 다시 태어나거나 시녀가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참고로 고작 천 명의 시녀가 가지고 있는 시녀드론으로 어떻게 12시간 만에 800만에 달하는 시녀가 생겼는지 설명하자면, 일단 대량으로 늘어난 보지니아들이 씨를 퍼뜨림과 동시에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시녀 후보자들을 끌고 한 공간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거기에 시녀가 가서 드론을 살포하면 수천 수만 명이 순식간에 시녀화 되는 것이다.


수십배는 되는 수의 보지니아가 지키고 있기에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보지니아가 지니고 있는 특성, 바로 '동성번식을 통한 진화'를 이용하여 점점 중국 점령에특화된 보지니아가 탄생하기 시작했는데, 날개를 지녀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매보다 좋은 눈으로 대상자를 물색하는 보지니아라던가, 박쥐처럼 레이더를 체내에 지니도록 진화되어 보지 않아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보지니아라던가, 하여튼 기상천외한 종들이 속속 생겨나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되었다.


나중에는 아예 텔레파시를 사용할 수 있는 보지니아까지 등장해서 그야말로 일사천리.



결과적으로  '합당한 자'로 판별된 여자는 전원 생포되어 시녀화가 되었다.


그리하여 총 6억 800만에 달하는 인원이 갑작스럽게 하렘궁에 편입되었는데, 당연하지만 현재의하렘궁이 이 수를 감당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이를 미리 예측한 서현은 중국대륙에 있는 보지니아들을 통해 '보지니아국'이라는 괴뢰국을 수립할 계획을 세워뒀다.


당연히 오로지 유은만을 위한 국가이며, 보지니아국에 있는 모든 것은  한 포기조차 전적으로 유은의 소유가 된다. 심지어 사유재산조차 제한할 정도. 세금도 무지막지하게 높일 계획이라 오히려 중국이 천국으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서현은 그래도 된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구성원이 보지니아니까. 보지니아는 이미 유전자 단계에서 유은에 대한 충성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말도  되는 착취를 받아도 순종하며 오히려 그것을 기쁨으로 여긴다.



서현의 의지를 받은 보지니아들은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근방에 있는 도시나 지역을 점거하면서 지경을 넓히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보지니아와 시녀 확보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다시 12시간이 지났을 때, 그러니까 작전이 시작되고 만 하루가 지났을 때, 중국대륙에 있는 보지니아의 수는 7억 2천만, 시녀의 수는 1천만이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서현은 유은에게 결재서류를 받아 '보지니아국'의 건국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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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요즘따라 이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자주 뒤집히곤 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규모가 달랐다.

정말  그대로 전 세계가 뒤집혔으니까.
세계 경제가 통째로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껏 있어왔던 여러가지 재난, 맨하탄 붕괴(C급 방어전)라던가, 도쿄 역류라던가 원전 폭발이라던가 인천 사태라던가 하는 모든 재앙을 다 합쳐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파장이 지구를 덮었다.



일단 사망자가 억단위다.
'보지니아'라는 생명체 자체가 자기들끼리 번식하는 게 아니라면 숙주에 기생하다가(수십 초 가량) 살과 뇌를 파먹으며 자라나는 만큼 필연적으로 사망자 한 명을 발생시키는데, 그 보지니아의 수가 중국에서만 7억 2천만 명이나 되었다.

그 말은 다시말해 7억 2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었다는 뜻이다.


1차세계대전 사망자 약 2천만 명,
2차 세계대전 사망자 약 7~8천만 명.


이 두 전쟁을 합쳐도 사망자가 7분의 1이니, 얼마나 말도  되는 사건인지 감이  것이다.

소련에서 일어났던 스탈린의 대학살이 2천만 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마우쩌둥의 학살은 4천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이번 하렘궁의 학살은 가볍게 그 20배를 친다.

모든 인류가 손가락질을 하고, 매도해야 하는 역사상 최악의 학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궁을 욕하는 사람이나 언론은 별로 없었다.

불과 하루만에 7억 2천만이나 되는 사람을 죽이고 동시에 그에 준하는 병력을 얻어내는 말도  되는 전투력.

그 경이로움에 두려움과 함께 넋을 잃은 것이다.

만일 악한 자가 조금의 힘을 갖고 있다면, 사람은 그를 경멸한다.
큰 힘을 갖고 있다면 사람은 힘을 모아 그를 처단한다.
거대한 힘을갖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거대한 대중이 되어악과 맞서 싸운다.

하지만,

『항거할 수 없는 악』이 되면, 사람은 그를 '신'이라 부른다.


세계인은 그제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긴장했던 도쿄 방어전(B급 던전)을 너무도 쉽게 클리어하고, 인천에 나타나자마자 40여만의 희생자를 낸 바르카나를 때려잡은 것도 모자라 포획(?)하여 기술을 빼먹고, 그 부인이라는 인간은 어디에나 굴러다니는 돌맹이 하나로 미사일도 막아내는 원전을 박살내버리며, 하렘궁이 창조한 '보지니아'라는 생명체는 마치 에일리언처럼 사람의 몸에서 양분을 먹고 태어나 주변에 사람만 있다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심지어 숙주가 가지고 있던 기억과 지식마저 모두 흡수한 채로 탄생하여 각종 기기를 다루는 것에도 능숙하며, 만약 그 숙주가 박사급의 지식인 이었다면 그 학문과 기술 역시 고스란히 보지니아의 것이된다.

인류가 지니고 있는 재래식 전력으로는 절대 궁을 물리칠 수 없고, 인류의 최종병기 중 하나인 핵조차 궁에서는 대량으로 복사해 한국에 지급할 정도로 흔해빠졌다.

그리고 무엇보다...억단위의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리는 말도 안 되는 잔인성


그 동안 모종의 거부감으로 인해 받아들이지 않던 이러한 사실들이 조금씩 사람들의 뇌속에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한국의 조그마한 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하렘궁은, 그리고 그 주인인 유은이라는 인간은 작금의 인류가 대적할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하렘궁에게는 대적할 수 없다...
대적해선 안 된다...
우리도 보지니아가 될 수 있다...
자칫하면 중국꼴이 난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
가족이 죽을 지도 모른다...
 부모가..
내 여친이...
내 남친이...
 아내가...
내 남편이...

..
..
.

당장 모든 적대행위를 멈춰야 한다...!

서서히 사람들은 요구하기 시작했다.
궁에 대한 적대행위를 멈추도록, 자국의 정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물론 일부 인권단체나 정의감이 강한 사람들은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며 더욱 강한 제제, 심지어는 전쟁까지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목소리들은 갈수록 소수가 되어갔다.

박살나버린 경제보다, 무수히 죽어나간 중국인들의 생명보다, 일단은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의 생명이 우선이었기에.


"이건 진짜...."
"좀 심했지."
"좀이 아닌데요."


유나와 소라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임서현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할 때부터 불안했는데, 일주일만에 이런 초대형 사고를 터뜨렸다.

추정 사망자 8억 가까이 되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
게다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오히려 던전보다 이쪽이 더 큰 피해를 입히는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의 수준.

물론 깊게 파고든다면 던전으로 인한 피해자는 수십억을 넘길 테니 아직까진 던전사태의 압승(?)이겠지만, 그에 준하는 재앙인 건 분명했다.


다만 중국에 한정되었고, 그것을 일개 단체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글쎄. 난 별로 심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데."

유나와 소라가 근심에 싸여 있을 때, 여전히 얇은 미소를 펴고 있는 소냐가 등장했다.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검은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친 채 걸어오는 그녀는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오히려 너그러운 거 아닐까? 얼마든지지구 전체를 덮을  있는데도 중국에 한정했으니."
"엄마...."

도저히 한 여인의 엄마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오히려 유나보다도 어려보이는 그녀가 의자를  앉았다.

"새로운 힘이 등장하면, 새로운 질서가 생기는 법이지. 그 제물은 당연히 피고."

수억의 인간이 죽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본래도 냉정한 사람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인간의 죽음에 무감각하진 않았는데. 유나는 새삼 자신의 엄마가 많이 변했다는  실감했다.

"그리고 중국인은 좀 줄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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