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65)화 (364/517)



〈 365화 〉32. 행보

32. 행보





똑똑똑.


-...들어가겠습니다. 주인님.


거의 십여분 가까이 노크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거친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아무래도궁 내부가 아닌 도희의 집이다보니 잠금장치를 강제로 파괴해야만 했다.

폭력적이지만 어딘가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우으음...."

살덩이에 파묻혀 잠들어 있던 유은이 부스스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뭉깃.


여인의 부드러운 젖가슴에 파묻혀 있던 얼빠진 눈이 번 껌뻑이더니 곧 정신을 차렸다는 듯 상체를 일으켰다.

당연하지만 그는 완전한 나체.
덩달아 깨버린 양옆 여인들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하우으...담배...."

일어나자마자 크게 하품하며 침대  서랍을 더듬어 담배를 찾는 은소령.
그러다가  안으로 들어온 서현과 마주치더니 '게헥' 하는이상한 소리와 함께 손을 멈췄다.

"여. 안녕."


그러거나 말거나, 유은은 오늘도 예쁜 서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했다.
발기차게 솟아오른 그의 물건을 흘끗 쳐다보던 서현이 흠흠 하고 자세를 고쳤다.


"오전 10시에 청와대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청와대 일정이라 한다면 당연히 대통령과의 만남.
보통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바로 전날에 대통령과의 대면을예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궁은 그게 가능했다.


"응. 어젯밤에 문자 봤어. 지금 몇시야?"
"10시 20분입니다."
"...그렇구나."
유은은 뻘쭘하게 머리를 긁으며잠시 망설였다.
그럴듯하고 고상한 고민이 아니다.


'아침은 펠라로 한 발 빼는게 국룰인데, 그래도 늦었으니까 그냥 가야 하나?'

지극히 유은스런 고민.
인간적인 도리를 생각한다면 크게 지각해버린 걸 감안하여 곧장 준비하고 달려가야 하겠지만, 유은은 그런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대략 10초 정도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하던대로 침대에 걸터 앉아 다리를 벌렸다.
그 익숙한 광경에 서현은 말없이 유은의 다리 사이로 들어와 무릎을 꿇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물건을 집어 삼켰다.
오뚝한 코가 수북한 좆털에 묻혔다.

"오...좋다...."
"...미친놈."
무려 청와대와의 약속에 벌써 20분이나 늦었는데도 기어이 모닝펠라를 받는 모습이 어찌 어이없지 않을 수 있을까.
은소령은 저도 모르게 유은을 매도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읏...."

어젯밤 과격하게 쑤셔진 양쪽 구멍이 동시에 욱씬거리며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씨발...."

결국 엉덩섹스까지 하면서 육체의 모든 것을 유은에게 빼앗겨버린 그녀는 복잡한 심경으로 컵에 따라진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그녀를 뒤따라 도희 역시 비적비적 걸어와 물을 마셨다.

유은과 서현은 펠라봉사로 인해 아예 신경도 안 쓰는 중이라 나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

"소감은?"
"...뜬금없이 무슨?"
"완전히 성노예가 된 소감."
"...여기서 말할  있을 거 같니?"


쭈웁쭈웁하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서현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도희가 고개를 저었다.
유은만 있다면 모를까, 저 여자가 있는데 괜히 이상한말을 했다가 지하로 끌려가고 싶진 않았다.

물론 그건 은소령 역시 마찬가지.
도희와 달리 지하기지에 가본 적은 없기에 본격적인 지옥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어제 창고에서 목격한 것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광경이다.


"그보다 너 되게 자연스럽다? 여기 내 집인데."
"이거 왜 이래 자지동서끼리."
"...."

어이없는 말로 벙찌게 만든 소령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나 샤워."


+++


유은이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11시를 훌쩍 넘겨 11시 20분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가도 되나? 그쪽도 다른 일정 같은  있을 텐데."
"오늘은 전부 캔슬했다고 들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렇구나. 엄청난데?  아저씨."
새삼 감탄하며 아흑이가 변신한 차에탑승하는 유은.
서현은 그의 옆자리에 앉아 비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런데말야."
"네."
"우리 차도 좀 바꿔야 하지 않나? 근사한 걸로."
[뭔가 기분 나쁜데 그 말.]


그의 말에 아흑이가 즉각 받아친다.
하지만 무시.

"어떤 모델을 원하시나요?"
"아니 뭐 모델을 원한다기보다...사람이 운전하는 진짜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왜, 소라누나도 한  샀잖아. 나도 이참에 내 차를 가지면 어떨까 싶어. 아예 내가 운전해도 되고."
"면허 없으시잖아요."
"내 스탯이 얼만데 면허 같은  필요하겠어?"
"...."

서현은 영 못미더운 얼굴로 그를 쳐다봤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해 보겠습니다."




.
.


40분 가량을 달려 청와대 입구에 도착.
이미시간은 12시를 넘어 완전한 점심시간이 되었다.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비서실에서 사람들이 나와 안내해 주었는데,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오셨군요."
"하하. 반가워요."


보통 손님이 청와대에 방문하게 되면 손님이 먼저 안내되고, 그 뒤에 대통령이 오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워낙 늦어서인지, 아니면 궁의 힘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대통령의 생각 때문인지 그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앉으시죠."


유은이 자리에 앉고, 함께 따라온 서현이 그의 뒤에 섰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뒤에 시립했다.
마치 대항하는 것처럼.

"어떻게, 오는 길은 괜찮으셨는지 모르겠군요. 요즘 차가 꽤 막히던데."
"뭐. 제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요. 괜찮았습니다."

엄청나게 늦은 주제에 사과도 하지 않는 태도에 비서실장이 발끈했지만, 그를 예상한 대통령이 눈짓으로 막았다.

"그러시다니 다행이군요."
"그보다 청와대 엄청 크네요. 사진 같은 걸로 봤을 때는 되게 작아보였는데."
"이래보여도 백악관보다 3배나 큽니다. 국토는 100배정도 차이나는데 말이죠."
"헤...그거 너무 낭비 아닙니까."
"후후. 안 그래도 이여사님도 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이여사...혹시 소냐씨?"
"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청와대처럼 한옥식으로 궁전을 지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혹시 들으셨습니까?"
"아뇨...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대통령이 싱긋 웃었다.

"그렇다면 마침  됐군요. 아직 청혼도 안 하신 걸로 아는데, 이번 기회에 점수   제대로 따보시는  어떻겠습니까? 자고로 여자란 선물에 약하거든요."
"오.그거 좋네요."
"아마 정말 좋아하실 겁니다. 전에 두 분에게만 청혼하셨을 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셨을 지 몰라도 속으로는 꽤나 섭섭하셨을 테니까요."
"그렇겠네요. 언젠가 뭐라도 해드리자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워낙 굵직한 일들이 있어서...."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엄청 굵직한 일이 있었다.
무려 이세계로 날려졌던 일...유은이 평소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일단 그게 가장 컸다.

"이세계라니.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만, 참으로 이 세상은 넓고 흥미진진합니다."

알 수 없는 쓴웃음을 지으며 차를 마신다.
그렇게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유은은 궁금했던 점을 상기했다.


"그런데요."

차를 마시며 눈썹을 씰룩이는 그.


"왜 우릴 그렇게 도와준 겁니까? 솔직히 제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그쪽에선 몰랐을 텐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흠."

찻잔을 내려놓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까.
무슨 말을 해야 젊은 악마가 납득하며 손을 내밀어줄까.

"회장님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회장...? 뭔가 익숙하지 않네요. 그냥 이름 불러요 이름."
"그럼 유은씨라고 해두죠."
"가장 중요한 거라...."

유은은 5초 정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저야 뭐 쾌락이죠. 항상 즐거운 것. 그거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 아니겠습니까."
"그렇군요."
대통령은 핀트가 조금 엇나간 대답이라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그리 틀린 답도 아닐테니까.

"저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이요? 보통 대통령쯤 되는 공인이면 뭐 사회의 정의라던가평등이라던가 이런 추상적인 가치를 말하지 않나요?"
"물론 그렇습니다. 저 역시 정의와 평등, 자유, 인권 등등. 모두 인류사회에 없어선  될 중요한 것들이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들은 지향점은 될 수 있지만 최우선 가치는 아닙니다."
"음...뭔가 이해가 안 되는데...지향점으로 삼는다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 아니예요?"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렇게예를 들어보죠. 유은씨에게 차가 한  있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지금 유은씨가 있는 곳은 이곳 청와대죠. 궁이 강남에 있으니까 돌아가시려면 최소 수십분은 달려야 합니다. 그렇죠?"
"뭐...그죠."
"그럼 유은씨가 강남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무엇이겠습니까?"
"차는 있다고 했으니까...연료인가요?"
"예. 연료를 가장 먼저 구해야 하죠. 그 연료가 바로 이 세상에서는『힘』입니다. 힘이 없으면 그 어떤 목적도 이룰 수가 없죠. 그것이 설령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라 할지라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칙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강남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연료가 없으면 그 차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불타는 마음으로 정의를 이루고자 평생을 바쳐도 결국 힘이 없으면 세상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유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납득이 가는  하면서도 되지 않았다.

"근데 그런거면 강남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연료만 모으면 되는 거 아니예요? 세상으로 따지면 목적을 이룰  있을 정도의 힘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이렇게 봐도 힘은 어디까지나 도구적인 역할일 뿐이지 최우선가치라고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거 같은데요. 결국 대통령님이 '지향점'이라말한 것이 최우선가치가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걸 위해 힘을 갖는다는 거니까."


"제가 드린 예시만을 생각한다면 그렇겠죠. 확실히 '연료'를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이 들겁니다. 하지만 여기선 간과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든 비유이긴 합니다만, 사실 적확하진 않죠.
이곳 청와대에서 강남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연료량은 거의 고정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차이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힘은 그렇지가 않아요. 솔로플레잉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인간인 이상 원하는 가치가 대개 동일하기 때문에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힘의 양이 가변적입니다. 상대적이고요. 내가 1의 힘을 갖고 있어도 옆동네가 2의 힘을 갖고 있으면 뺏기는 것이고, 작년에 1의 힘을 가지고 이뤘던 목적을 올해는 10의 힘을가지고도 이루지 못할 수있습니다. 이 의미는 굉장이 크죠.


역사속 수많은 제국들이 사소한 실수로 차례차례 무너졌고, 그럴 때마다 세상의 질서가 바뀌며 패권교체가 일어났습니다. 우리의 가족, 친구, 공동체, 그리고 민족과 겨례를 지키기 위해 어느정도의 힘이 필요한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당장 근래의 중국만 보더라도, 자기들이 그렇게 허망한 몰락을 맞이할 거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일본은 또 어떻고요. 둘 모두 시대를 호령할 정도의 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은씨의 발 아래 엎드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겁니다.

아무리 강해도, 옆에 있는 놈보다 약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힘』에서 만큼은 목적도치든 목적전치든 전력을 다해 확보해야하죠. 최우선가치...아니,

『생존가치』입니다.


옆에 있는 놈보다 더 많은 힘을 확보하지 못하면, 죽습니다. 인권이니 무슨 평등이니 이런 문제는 그 다음이죠. 그래서 '지향점'입니다.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있는 것. 지금은 닿을 수 없고 손에 닿더라도 그저 가루만 묻어나올 뿐인 이상향.

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어...그래요...알았어요...."

열의를 넘어 거의 광기마저 보이는 모습에  생각없이 지내는 유은마저 흠칫했다.

"아무튼, 그런 저의 가치관에 걸맞는 판단을 했을 뿐입니다. 장차 궁은 지구를 대표하는 세력이 되겠지요. 어쩌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로 통일된 세력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라의 모든 걸 걸고 유은씨에게 배팅한 거죠."
"그렇게까지 믿어주시니 뭔가 간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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