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3화 〉31.서현일기.
'인내와 봉사'실에서 나온 서현은 이후로 『교육에리어』이곳저곳과 극비시설인 『군부에리어』를 구경시켜주었다.
궁에 오고나서 언제나, 항상 놀라는 도희였지만, 그리고 '인내와 봉사실'에서의 충격적인 행각을 보았기에 설마 또 놀랄 일이 있을까 하고 방심했던 도희였지만, 『군부에리어』에서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다른점이 있다면 이곳은 『교육에리어』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식 밖의 '행각'으로 인해 놀란 것이 아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말도 안 되는 규모로 인해 놀란 것이다.
그녀가 '지하기지'를 막연히 생각하며 기대했었던 이미지, 뭔가 엄청나게 거대한 동공이 있고, 무수히 많은 첨단병기들이 늘어서 있는 영화같은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40만의 『보지니아』가 있고, 또 어지간한 광역도시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시공전함 육림]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크기는 한국의 광역시 몇 개를 통째로 욱여넣을 정도로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정 중앙에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공동이 있는데, 거기에 딱 봐도 우주전함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공전함 육림]이 자리하고 있고, 그 주위로 무수한 드론이 끊임없는 수리와 보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공전함에서 뻗어나오는 수많은 다리를 통해 족히 수만은 되어 보이는 보지니아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하나의 도시랄까.
그 거대하고 웅장한 광경 밑에는 각종 첨단병기들과 오와 열을 맞춰 행군하는 보지니아들이 있었다.
꿀꺽.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
『교육에리어』에서의 충격과 공포가 잊혀질 만큼이나 경외로운 절경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시설을 만든 건지...그것도 몇 개월 되지도 않는 시간동안.
새삼 왜 그렇게 대통령이 궁을 싸고돌았는지 이해가 됐다.
"그거 알아요?"
서현이 입을 뗐다.
무언가 아련한 듯 하면서도 흐뭇한 표정.
대체 뭘 기뻐하는 걸까.
"저기 있는 여자들...'보지니아'라고 부르거든요."
"보지니아라면...그 괴물...들이잖아요."
"네. 인민군을 궤멸시키고 탄생한 아이들이죠."
"!! 그,그럼 저...여자들이...."
"네. 뉴스에 한창 보도되었던 그들이에요."
"...."
막연히 어디선가 데려온 시녀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도희는 또다시 충격먹었다.
그녀또한 같은편이 되었는데도 '절망'이 새겨질 정도의 깊은 충격.
도대체 이 하렘궁이라는 곳은 양파라도 된다는 말인가. 까도까도 충격이 계속된다.
"대충 40만 명 정도 될 거예요."
"...."
'그' 보지니아가 무려 40만이란다. 그야 저 밑으로 보이는 수만 해도 수만 명은 되어 보였지만 그래도 막상 수를 들으니 머리가 아득해졌다.
"따지고 보면 전부 제 딸들이죠."
"네??"
이건 또 무슨 개소리냐는 듯이 놀라는 그녀에게, 서현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
성녀라도 되는듯이 가슴께에 살포시 올린 손이 우아함마저 느끼게 했다.
"제가 바로 최초의...아니 중간에 실험체 2마리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제가 바로 최초의 『보지니아』랍니다. 저 아이들은 모두 제 씨로 태어난 것들이죠."
"...."
도대체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충격을 먹는 걸까.
중국의 인민군을 떼몰살시키며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인류 역사상 최악의 괴물 『보지니아』가 임서현의 딸들이라니?
"아, 그렇다고 오해하시면 곤란해요. 제 보지는 주인님께만 바쳤으니까요. 결코 다른 수컷의 씨를 받았다는 게 아닙니다."
"그야...그렇겠죠...하지만...."
혼란스러워하는 도희의 얼굴이 보기 좋았는지, 서현이 쿡 하고 웃었다.
"번식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모두 간단해요."
가슴께에 살포시 얹었던 손을 펼쳐 가시를 스윽 내보였다.
작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그녀의 손바닥 중앙에 뽈록 하고 튀어나왔다.
"첫째는 이걸 인간의 신체 아무곳에나 푹 찔러 넣고 씨를뿌리는 것이죠. 그럼 뿌려진 씨가 인체의 영양분을 급속도로 흡수하며 30초 안에 숙주를 죽이고 태어나 1분이면 성체가 된답니다. 그 과정에서 뇌가 담고 있는 모든 정보를 빼오기 때문에 지식층에서 탄생한 보지니아일수록 알고 있는 정보도 많지요."
"...미쳤어."
저도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으며 뒷걸음질쳤다.
도저히 여기는 맨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보지니아끼리 찐한 키스를나누는 거죠. 그럼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의 씨를 받게 되고...그대로 임신하게 돼요. 그럼ㅡ,"
"그만...그만해요...!"
견디지 못한 도희가 손바닥을 내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알았으니까...그만....말해줘요...."
"...."
질색하는 그녀의 모습에 서현이 살짝 불쾌감을 느꼈다.
최초의 『보지니아』로서 훌륭하게 씨를 전파하여 40만의 자손을 번창시켰고, 그녀들을 주인(유은)에게 오롯이 바친 아름다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니?
순간 교육에리어에 넣어버릴까 하는 충동이 생겼지만 가까스로 참아 넘겼다.
그래.
일반인인데 그럴 수 있지.
참자.
"좋아요. 그럼 얘기는 그쯤하고, 돌아갈까요? 제 목적은 얼추 달성한 것 같은데."
비록 끝이 좀 불쾌했지만 '뼛속까지 두려움을 심어 놓는다.'는 그녀의 목적은 초과달성했다.
도희는 앞으로 궁에게 대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테니까.
"그,그래요....돌아가요."
+++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완전한 밤이 되어 건물속 불빛과 가로등만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해요. 그리고 자택은 내일부터 애들 보내줄 테니까 슬슬 정리하시고, 이번주 안으로 이사준비 끝냈으면 좋겠어요."
"...."
일방적인 통보.
본래 살고 있던 집을 버리고 궁으로 들어오라는거센 압박이다.
하지만 거절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랬다간 오늘 보아온 끔찍한 장면들을 4d로 체험하게 될 테니까.
"알았...어요."
"그년한테 경고도 잊지 마시고요."
"...그럴게요."
꼬박꼬박 대답해준 뒤에야 겨우겨우 해방.
그나마도 어쩌면 마지막 휴가일지도 모르는 반쪽짜리 해방이다.
"하아...."
절로 한숨이 깊게 쉬어진다.
그때, 그 게임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더라도 '시녀'같은 조건을 걸면 안되는 거였다.
"머리아파...경찰인데 그런 끔찍한 광경을 못본척 넘어가야 한다니...."
자괴감과 두려움 등의 무수한 감정을 느끼며 도희는 집으로 향했다.
.
.
"여~ 안녕."
"...."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방까지 직진.
녹초가 된 몸과 정신으로 방문을 열었을 때 보인 것은 여기 있을 리가 없는 인간이었다.
장난스런 표정으로 컴퓨터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
유은이었다.
"왜...여기에...?"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런 것 쯤이야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왜 여기에 있냐는 것이다.
"왜긴. 싱싱한 좆물받이 따먹고 싶어서 왔지."
"...."
저 단어선택.
오자마자 열받게 한다.
"원래는 서장실에서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면서 하고 싶었는데, 글쎄 가보니까 없다네? 그래서 집에서 기다리기로 한 거야."
"...."
"내가 원래 누나처럼 나이 있는 사람한텐 예의있게 하는데, 왠지 누나는 그냥 철저하게 순종적으로 만들고 싶단 말이지. 왜일까?"
예의있게 한다고? 퍽이나.
야밤에 말도 없이 찾아오는 거하며, 저딴 개소리를 당당하게 지껄이는 거 하며, 참으로 기가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개념 없는 건 이것들의 패시브인가. 할 수만 있다면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짜내 모조리 쳐내버리고 싶다.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그녀 스스로가 인생을 건 도박에서 패배하여 한낱 좆물받이가 되었고,
그는 좆물받이의 주인이다.
결국 유은이 도희의 주인인 것.
어쩔 수 없다.
그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도희가 그렇게 선 채로얼어있자, 유은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주물럭.
바지 위로 본인의 성기를 보란듯이 만지작거리며 씨익 웃는 유은.
"미스 신? 컴온."
그리고는 빈 손으로 검지를 까딱인다.
꾸욱.
도희는 두 주먹이 떨릴 정도로 불끈 쥐고 입술은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지만, 결국 떨떠름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손을 살짝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유은이 그녀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꺅!"
"우리 도희쨩 그새 또 까먹으셨네. 내가 항상 대답하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해,했어요...."
"그럼 대답 해야지?"
"크흡...."
이놈이나 그년이나....그놈의 대답대답.
노이로제가걸릴 지경이다.
"와,왔어요...."
"대답은 음란하고 발기차게."
도희가 두 눈을 꼭 감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좆...물받이...보지 대령하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