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58)화 (357/517)



〈 358화 〉31.서현일기.

.
.



주인님께 허락도 받고, 일정 조율도 밑의 시녀에게 맡긴 나는 몇몇 시녀들을 내 사무실로 불렀다.
추후 주인님께서 명하신 대로 만들어질 『인사부』의 주요 간부 및 하위부서들을 이끌어갈 차기 부서장들이었다.

"이은미 그년 알죠?"
"학비 대려고  년이요?"
"네. 그년이 오늘 절 찾아와서 그만두겠다고 말했어요."
"하...."

모두가 어이없어 한다.
그리고 이어 분노한다.


그래.
이래야지.
이런 반응이 나와야지.

어디 감히 주인님의 은혜를 받고도 벗어나려해?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그딴 말을 내뱉을 줄이야...그 씨발 좆같은 년은 당연하고, 돈으로 여기 온 것들 전부  조사해요. 어디서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 누구만나는 사람이라도 있는 지 등등."
"반드시 찾을게요."
"설마 남친이라도 생겼나?"

각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흩어졌다.
유능한 좆물받이들이니 금방 결과를 가져오겠지.





.
.


 예상대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3일.

그년들의 행태를 조사하고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하...
정말 말도 안 나온다.


주인님의 은혜도 모자라 돈까지 받은 년들이 뒤에서 이딴 짓거리나 하고 있었다니.


그야 물론 감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 잘못도 있다.
하지만 아주 좆같고 괘씸한 건, 우리가 주인님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어수선한 때를 이용해 이따위 짓거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 점이 너무 짜증나.

"다행히 안경녀는 아직 썸단계인  같아요. 직접적인 관계를 맺은 적은 없고, 그냥 식사를 함께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그나마도 얼마 안 가겠지만. 잘못하면 며칠내로 치르겠는데요?"
"오다혜 이년은 2개월전에 새로 남친을 사겼더라고요."

열 명 남짓한 것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만나는 남자가 있거나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은미 그년도 썸타고 있어요. 얼마전에 같은 과 학생을 만나게 돼서 연락이 오가다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그래.
다 같이 정리하자.

주인님 허락도 받았으니 거리낄 거 없지.
그러게 누가 잘못하래?


"아 그리고 안경녀는지금 부천에서 썸남이랑 만나고 있어요."
"부천? 멀리도 갔네."
"아무래도 서울은 우리 눈이 있으니까요."
"나머지는요?"
"몇몇은 나가있고, 몇몇은 궁에 있어요."
"전부 소집해요. 안경녀만 빼고."
"네."




+++






"오늘 즐거웠어요."
"...저두요."

안경녀, 한때 D10 한국지부장의 비서였고, 현재는 유은에게 거액을 받고 비서 겸 성처리업무를 하고 있는 그녀는 얼마  만난 남자와 썸을 타고 있었다.

계기는 별 게 아니다.

지난 4개월 간 유은이 없었기에 그녀의 일정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는데, 그러면서도 궁에서 돈은 따박따박 나왔기 때문에 딱히 일을 알아본다거나 하지 않고 그저 여기저기 여행을다니곤 했다.


마침 하렘궁도 유은을 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었기에 그녀를 컨트롤할 여력이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유은과 비교할  없을 정도로 매너도 좋고 인상도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었고, 단순 만남이었던 그것은 어느덧 서로간의 호감을 가진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처음 그녀는 그를 쳐내려고 했다.
비록 유은 한 명이 상대라고는 하지만 돈을 받고 다리를 벌린 만큼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남이 계속될 수록 그런 마음보단 그를 잡고 싶은 생각이 커져갔고, 마침내는 일생일대의결심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래...그만두자. 돈은 이 정도면 충분해. 그리고 솔직히...잘 하는  아니잖아.'


그녀는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쩌면 유은이 순순히 놔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몇 번이고 더 그녀를 탐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녀들이 즐비하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녀 한 명 정도는 놔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서현씨는 조금 무섭지만...의외로 유은 그사람은 대충대충인 사람이니까...허락해줄지도 몰라.'

그녀는 그렇게 핑크빛 미래를 상상했다.



"서윤씨, 저...."


평소라면 헤어질 무렵.
서로 차를 타고 갈 길을 가야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남자가 그녀를 잡았다.

"네?"

분위기다.
무르익은 분위기!

어쩌면 오늘 여기서,
여기서부터 1일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런 긴장감.
그런 기대감.

 부풀어오른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서로가 얼굴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이고,


서로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숙이고,


풋풋한 첫사랑마냥 꽁냥댄다.


"저 사실은 서윤씨가ㅡ,"


남자의 고백이 이어지려던 그때,
안경녀, 이서윤의 벨소리가 울렸다.

"...죄송해요."
"아,아닙니다."
폰을 꺼내 발신자명을 확인한 그녀는심장이 쿵 하고 주저앉은 느낌이 들었다.

'임서현'



하렘궁 내에서 최악의 인간으로 평가받고 있는 여인.
그녀가 전화를 걸었다.


평소 통화를 자주하던 사이였다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현과 그녀가 연락을 주고받은 건 4개월  서윤이유은의 비서노릇을 할 때를 제외하면 없다.

'혹시 다시 비서노릇을 하라는 건가? 그래서 전화한 거야?'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  모습을 들킨 거라면......

'아,아냐. 그게 뭐 어쨌다고. 무슨 죄 지은 것도 아니고...심지어 사귀는 것도 아닌데!'

"무슨...일이예요...?"

그녀가 폰화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막상 받지는 않자, 남자가 물었다.
그제서야 서윤은 아! 하며 정신을 차리고 남자를 향해 손사래를 쳤다.

"아,아니예요 아무것도!"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져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ㅡ."
-늦으시네요? 전화 받는 게. 뭐 하고 계신 거라도 있었나봐요?


인사하기도 전에 말이 날아온다.
서현의 악명과는 별개로 그녀의 평소 행실인 꽤나 예의를 갖춘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모습이라니. 왜인지 오한이 서렸다.

"아뇨...딱히...무슨 일이예요?"
-지금 급하게 전해야 할 공지가 있어서요.제가 문자드린 장소로 최대한 빨리 와주셨으면 해요.
"지금...이요?"
-네.

술렁.
술렁.


왜일까.
갑자기 속이 안 좋다.


"저...지금은 약ㅡ,"
-딱히 하고 있는 거 없다면서요?
"아니...."
-2시간 안에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문자는 보내드릴게요.

서현은 자기 할 말만 마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평소의 그녀와는 조금 다른 모습.

아니, 서윤이 봐온 어떤 모습보다도 본성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아직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저 두려움과 긴장, 그리고 의아함이 공존한 묘한 기분으로 폰을 쥐고 있을 뿐.

"후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차라리 잘됐다.

어차피 그녀 쪽에서도 긴히  말이 있다.


그만두겠다고...이제 사회로 돌아가겠다고...그 말을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서현과도 언젠가 대면해야 한다.

'그래. 가서 오늘 말하자. 그만두겠다고.'

그녀가 다시 남자에게로 몸을 돌렸다.


"미안해요. 이만 들어가 봐야  거 같아요."
"아...그래요? 그럼...."
"네. 다음에 봬요. 오늘 즐거웠어요."
그렇게 어색하게 식은 분위기 속에서 둘은 헤어지고, 서윤은 차에 올라타 서울을 향해 엑셀을 밟았다.



+++



톡.

"서현님, 셔틀 출발했답니다."
"수고했어요."


시녀들이 인사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 서현을 비롯한 시녀들이 있는 곳은 강남 변두리에 있는 창고건물.
주로 대적자들을 처분할 때 사용하는 곳이다.



철컹.


서현이명상을 하며 내면의분노를 가라앉히고 있으니, 곧 창고의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열댓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웁! 우읍!!"
정정.
십여 명의 시녀들과, 8명 남짓의 남자들이다.

저것들이 바로  여자들의 남친or 썸남이다.

"저기 내려놔요."


포박된 남자들을 끌고온 시녀들이 그들을 대충 바닥에 내팽개쳤다.


자신들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전혀 이해 못하는 표정들.
참으로 짜증나고 역겹다.


"입 열어줘요."

부욱!

시녀들이 남자들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어주었다.


"당신들 뭐야아!!"
"서,서현...!"
"이거 풀어 씨발년들아!!!"


반응은 제각각.

서현을 알아보고 두려워하는 것들도있고, 사방을 둘러보며 욕을 내뱉는 이들도 있다.




그래.
뭐 이해해.
갑자기 이렇게 납치돼 왔으니 화날만도 하지.

그런데 말야.




"내가  짜증나거든요? 눈 깔아주지 않을래요?"

으득.


끔찍한 소리가 창고에 울렸다.


서현이 제일 맘에 안 드는 눈빛을 한 남자를 본보기로 밟은 것이다.

뭐 엄청난  한  아니고, 그냥 발목 하나 으깼을 뿐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시끄러운 비명이 터진다.

아.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이런 비명이면 어쩌려고 그러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