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57)화 (356/517)



〈 357화 〉31.서현일기.

31.서현일기.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뉜다.


충성을 바칠 자격이 있는 자와, 그럴 자격이 없는 자.


나 임서현은 다행히 여자로 태어난데 이어 박음직한 외모까지 갖추고 있어, 좆물받이로서의 충성을 허락받고 있다.

 얼마나 큰 은혜이고 기쁨인가. 세상은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해 자격미달인 것들로 넘쳐나고 있다.  가운데 나는 자격을 갖춘 극히 일부에 들어간 것이다.


사람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감히 충성의 여부를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기고 이리저리 조건을 따지며 심지어는 비난하기까지 한다.

 모르는 것들이다.

충성이란 철저히 받는 이, 즉, 주인님께서 허락해 주시는 것이다.
주인님께 쓰임받을 만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고,  세상 유일 정의이신 주인님께서 쓸모 없다 판단하셨다면 존재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님께 충성할  있는 자격이란 대체 무엇인가.

일단 첫 번째로 여자여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아무리 충성심이 깊다 해도,

결국 좆물받이로서의 소양을 다할 수 없다면 그건 반쪽짜리다.

성(性)을바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자존심과수치심, 그리고 마침내 '나 자신'이라는 자아의 영역마저 모두 내려놓고 당신을 섬긴다는 것의 가장 큰 증거다.
주인님께 다리를 벌리고성기를 상납하는 것으로 나의 모든 것을 주인님께 제공한다.

그야말로 '나 자신에 대한 권리'를 통째로 포장해 주인님께 드리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충성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는 탁월한 미색(美色)을 갖춰야 한다.

여자라 해도 급이 있다.
제 아무리 다리를 벌려 충성을 다하고 싶어도 주인님께서 동하지 않으신다면 그년은 소임을 다할 수 없다.
벌렸으나 박히지 않는자라면 벌리지 못하는 자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차라리 '벌리지 않으려 하지만 미색은 출중한 년'이 백배는 낫다. 벌리지 않으려 한다면 강제로 벌리면 되니까. 주인님께서 좋아하실 것이다.

하지만 미색이 없어 주인님부터가 동하지 않는 여자라면 답이 없다. 좆물받이로서의 쓰임새를 다하지 못하는데 어디에 쓸 수 있겠는가.




여기서 상술한 '충성이란 철저히 주인님께서 허락해 주시는 것'이라는 결론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수 있다.

단순히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꼴리는 여자'여야만 하는 것이다.

꼴리는 년이라면 충성을 다할 자격이 되는 것이고,
꼴리지 않는 년이라면 처분대상이다.


꼴리냐 그렇지 않느냐는 순전히 주인님의 마음.

그렇기에 충성은 하려는 자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라 주인님의 마음에 달린 것이며, 그분의 취향에 따라 '충성을 허락받은 자'와 '충성을 허락받지 못한 자'가 정해지는것이다.




쉽게 말해, 벌릴 수 없거나 벌려도 안 꼴리는 것들은 모조리 폐기물이다. 그것의 충성도와 관계없이.


그래도 주인님께서는 자비로운 분이시다.
폐기물에게도 숨쉬며 살아갈 권리를 지켜주고 계시니 말이다. 나였다면 진작에 다 쓸어버렸을 텐데. 전부 죽여버리고 보지니아의 양식으로 삼는편이 훨씬 주인님께 이로운데,  점은 조금 아쉽다.



주인님의 자랑스런 2호 좆물받이로서의 일상은  바쁜 편이다.


아침 5시 정각에 일어나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재계하고 완벽한 몸상태와 몸매관리를 위해 조식을 챙겨먹는다.
물론 과식은 금물이며, 자극적인 음식도 피해야 한다. 그런 건 주인님께서 드시고 싶으실 때 동행하게 된다면 그때 먹는 것이다.


6시 30분이 되면 궁의 각 부서를 맡은 좆물받이들이 모여 회의를 연다. 물론 나도 주인님께 사용되는등의 거사가 아니라면 참석한다.

회의 내용은 궁 전체에 있는 좆물받이들에 대한 현황과 평균적인 충성도 등에 대한 파악이며,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들에 대한 대책마련 역시 함께 강구한다.



괘씸하게도, 좆물받이가 되어 그 의복까지 갖춰입은 주제에 아직도 마음을 다하지 못하는버러지 같은 것들이 있다.
특히 최근에 들어온 것들일수록 그 경향이 심한데, 주로 중국이나 이계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평생을 쓸모 없이 살다 처분되었을 인생들을 주인님의 하해와도 같은 은혜로 말미암아 충성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 주었는데도 불구, 그 은혜에 보답하기는 커녕 못돼처먹은 심보로 감히 거역하려 하니, 지켜보기가 심히 같잖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썩어빠진 생각을 갖고 있긴 해도 주인님의 좆물받이다. 함부로 대해 상하게 할 순 없다. 상냥하게 다듬어 줘야지.

그리고 그것들 보다 더 심각한 것들도 있다.

흔히 좆물받이라 하면 다들 시녀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두 부류로 나뉜다.

말 그대로 주인님께 승은받은 '시녀'가 있고,
이런 시스템적인 요소를 빌리지 않은 채 오로지 '돈'으로만 고용한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D10 한국 지부장의 전 비서였던 통칭 안경녀가 그러한 케이스다.

그년을 통해 순수히 돈의 힘으로 눕혀 따먹는 맛을 알게 된 주인님께선, 그런 여자들을 늘리셨고,  수가 지금까지도 꽤 되는 편이다.


문제는 지난 4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주인님이 이세계에 계셨었고, 그 빈자리로 인해 그년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당장 그 안경녀만해도 태도가 심상치 않다.
감히 대적하려는 움직임은 없지만 돈도 충분히 벌었겠다, 4개월간 공백도 있었겠다, 슬그머니 빠져서는 자신만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년 뿐만이 아니다. 돈으로 고용한 년들이 대개 이런 발칙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부터 생각했던건데, 역시 주인님께서 그년들을 너무 풀어주신 탓이다. 주시는 돈만 해도, 적으면 수백만 원에서 많으면 수천만 원까지 한 번에 꽂아주곤 했으니 지금에 이르러서는 돈이 넘쳐 흐를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주인님의 좆물받이인 것인데, 그런 주제에 자유롭게 바깥도 돌아다니면서 지 하고싶은 대로 다 하고 다녔으니 가히 그 건방짐이 머리 끝에까지 오른 것이다.


그렇게 처먹었으면 열심히 다리벌려서 봉사할 생각이나 할 것이지, 어디 그런 건방진 행태를 보인단 말인가. 나라면 그런 년들은 한데 모아다가 다리를 좌우로 찢어죽였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인내심의 시험대에 올라야만 했다. 빌어먹게도.



"무슨 일이시죠?"

회의가 끝나고 잠시 사무실로 와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대뜸 한 명의 여자가 방문해왔다.
안경녀처럼돈으로 따먹힌 년 중 한 명이다.

나는 '자격을 갖춘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상냥하게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비록 불온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긴 해도, 아직까지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고, 일단은 궁의 일원이니까.


그녀는 구릿빛으로 태닝한 피부에 날라리 같은 인상을 풍기는 여자였는데, 인상과는 다르게 인서울대에 다니는 대학생이다.
내가 알기로 주인님께 안긴 횟수는 총 3회. 뒤치기로 박아주는 맛이 먹을만 했다는주인님의 평이 기억에 남는다.


"헤헤. 언니, 잠깐 얘기할 게 있어서 그런데, 시간 괜찮아요?"


그녀는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터울 없이 얘기하고, 시녀들과의 사이도 좋은 편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주인님께 팔려 왔다는데, 고작 3번 안겨놓고 억대의 돈을 가져갔다.


"10분 정도라면 괜찮아요. 여기서 얘기하죠."
"그럼...."

그녀는 의자를 내 옆으로 가져와 앉았다.
내 컴퓨터 화면을 비롯해서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파일들도 다 보일 텐데. 시녀도 아닌 주제에 이렇게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건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일단은 불쾌함을 감춘다.


"제가 대학생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네. 학비 벌기 위해 오셨다는 것도 알고 있죠."

그녀는 하하 하고 웃더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힘겨운 표정을 입을 열었다.

"사실 그 학비...다 벌었거든요. 헤헤."
"...."

아.
혹시나 했는데.
정말인가.


학비를 벌기 위해 주인님께 다리를 벌렸던 년이다.
그런 년이 대뜸 찾아와서 학비를 다 벌었다고 한다면 그 말의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고오오.

나는 급격히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겉잡을수가 없다.
눈 앞에 있는 이 발칙한 년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다.

감히 그따위 생각과 말을 가지고 내 앞에 서다니.


"그래서요?"
최대한 감춘다고 감췄지만, 아무래도 내 기분이 조금 표출된  같다. 내가 생각해도 싸늘한 어조다.


"그...이제 복학할 때가 됐다고나 할까...슬슬 바빠진다고나 할까...."
"빙빙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아무래도 내 충성과 명성을 알고 있을 테니 직설적으로 뱉어내기엔 망설여지겠지.

하지만 늦었어 씨발년아.

그딴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만으로 이미 아웃이야. 그걸 입 밖으로 내면 더 말할 것도 없고.

"저...이제 이번달까지만 하고 그만두려고요."
"그만둬요? 뭘요?"
"아이참...아시면서...."
"똑바로 말해요. 뭘 그만두겠다는 거예요?"
"...."

아무래도 내 감정이 좀 더 표출된 것 같다.
그녀가 겁을 집어 먹었다.

어쩌면 이대로 뱉었던 말을 집어 삼킬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의미 없는데.



십여  가량의 침묵을 가진 그녀가 짐짓 결심한표정을 짓더니 이전과는 다르게 또박또박 자신의 의지를 표명했다.

"저, 이번달까지만 유은씨와 잠자리를 가지고 그만두겠어요."

참으로 당당하다. 뻔뻔하고.

이년을 어떻게 요리해줄까.
지금 당장 칼로 찔러줄까, 아니면 팔다리 잘라서 주인님께 데려갈까.



아니야.
주인님은 아직 고어에 내성이 없으시지.


그리고 생각해 보면 돈 때문에 온 년들 중 이런 괘씸한 생각을 갖고 있는 년들이 많다. 아마 이년을 시작으로 다들 와서 그만두겠다 하겠지.


그래.
경고다.

이년을 경고용으로 써먹어야겠어. 특히  안경녀. 그년은 특별히 주인님께서 아끼시는 물건이니 딴 마음 품지 않도록 잘 다독여 줘야지.

"일단 알겠어요. 돌아가 계세요."

 대답이 생각보다 쿨하다고 느낀걸까, 그녀는 대번에 얼굴이 환해져서는 꾸벅 인사했다.




쳐 웃지마.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그럼 저, 말씀 드린 거예요?!"


쾌활함을 되찾은 여자.
나의 좆같은 기분은 안중에도 없이 방문을 빠져나간다.

그제서야 스스로 걸어두었던 감정의 리미트를 제거하고 순수한 분노를 느꼈다.

아아.
참을 수 없다.

저년 만큼은,
저년 만큼은 그냥 둘 수 없어.


나는 곧바로 일어서서 주인님께서 주무시는 방으로 올라갔다.
어젯밤 소냐님과 함께 동침하셨으니, 어쩌면 지금도 섹스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주인님의 행위를 방해해선 안 되지만, 저년들의 같잖은 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주인님은 일어나 계셨다.
내가 방  앞에 도착했을 무렵, 준비를 마치시고 나오는 중이셨다.

"주인님."
"어.  일 있어?"

언제나처럼 얼굴과 몸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쭈욱 훑어보시고는 내 젖가슴을 손에 쥐신다.
 몸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기쁨이 몰아친다.
그 건방진 년의 행위도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실은 긴히 드릴 말씀이...."


나는 주인님께 만져지면서 감정을 다듬었다.

"돈으로 구입하신 여자들 말입니다만...조금 마뜩찮은 태도를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요."
"음...안경누나 말하는 거야?"
"그ㄴ...아니 그 여자도 포함입니다."
"마뜩찮은 태도라...뭔데?"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만...혹시라도 나중에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요."
그년이 나를 찾아와 했던 말은 말씀드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년은 '자발적으로' 다시 박아달라고  테니까.

그러니 굳이 말씀 드릴 필욘 없는 것이다.

 대신 그년들의 처리를 부탁 드렸다.


"아무래도 기강을 잡을 필요가 있을  같습니다. 제가 조금 만져도 될까요?"
"음...."


주인님은 잠시 고민하시다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너무 심하게하지만 마. 뭔 일인지는 몰라도."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조만간 소냐씨랑 청와대 갈건데, 일정 좀 잡아줘."
"알겠습니다."


성공했다.
주인님의 허락을 받아냈다.


이제 그년들을 만져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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