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3화 〉28.재회,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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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습니다!!"
왕궁 복구와 갑작스런 왕위 계승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루드밀라의 방에 누군가가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들어왔다.
노크도 하지 않은 걸 보아 상당히 급한 모양.
"일이 또 터진 모양입니다. 공주님."
"하아...."
대놓고 한숨을 내쉰 베로니카와 루드밀라가 방에 들어온 기사를 쳐다봤다.
"또 무슨 일이예요? 이번엔 어디 백작이라도 찾아왔나요?"
궁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상당한 불만을 가진 귀족들이 오전 회의가 끝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찾아왔었다.
당장 30분 전만 해도 어느 자작의 엄청난 불평을 들어야 했고, 1시간 전에는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공작가의 부인이찾아와 반쯤 협박에 가까운 말까지 늘어놓고 갔다.
그야말로 전쟁과 같은 상황.
이번에도 으례 그런 거겠거니 하며 지루한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아쉽게도(?) 그런 종류의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 정도의 것이라면 이렇게 반쯤 쳐들어오다시피 들어오지도 않았을 터.
"살인사건입니다!!!"
"...."
머릿속으로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탓인지, 할 말은 매우 많았지만 상당부분 축약되었다.
그래서인지 공주는 연이은 한숨.
"후...지금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살인.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강력범죄.
루드밀라는 공주이기도 하지만 본국 기사들을 총 관리하고 각종 치안유지에 관해서도 담당하는 기사국의 국장인 만큼 간혹 심각한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정의를 따르는 그녀의 성격 탓에 일반적인 공주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빈민가 연쇄살인사건' 같은 것도 직접 담당해 해결한 적도 있다.
그녀에게 직접 보고를 할 정도라면 분명 그에 준하는 사건일 터. 최소 연쇄살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선순위 라는 게 있는 법.
"살인사건도 물론 심각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ㅡ,"
"그게 아니라!"
기사는 답답한 듯이 손을 허우적대며 횡설수설했다.
그녀 역시 우선순위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그...그...! 그 여자 있지 않습니까!"
"좀 진정해요."
결국 공주가 기사를 의자에 앉히고, 베로니카는 컵에 물을 따라 건내주었다.
물을 마시며 어느 정도 진정된 기사가 천천히 보고를 시작했다.
"1시간 쯤 전, 서쪽 광장 근처에서 순찰대와 한 여자가 충돌했습니다. 그 여자는 피투성이로 엉망이 된 여인의 머리채를잡은 채 끌고 다니고 있었다 해요."
"사람을 질질 끌고 다녔다는 건가요?"
"네. 그래서 순찰대에서 제지를 하니까 충돌이 발생했고, 여자가 한 순찰대의 배를 무언가로 찌른 뒤 대원들에게 던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아이의 모양을 한 괴생물체가 순찰대원의 배를 뚫고 나왔고, 이후 그 아기는 1분 동안 성인수준으로 자라 주변의 순찰대원들과민간인들을 무차별로 학살했습니다."
"...."
공주와 베로니카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일반 양민들을 살해한 것도 문제지만, 병사를 살해한 건 그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어떻게 보면 국가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하고 중한범죄. 게다가 그 방식.
이상한 괴생물체를 탄생시켜그로 말미암아 학살을 벌였다면 이는 평범한 살인사건이 아니다.
어쩌면 북부 평원의 준동과도 연동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사항.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루드밀라에게 보고될 정도의 일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생물체를 그대로 방치한 여자는 이후 근처의 여관으로 들어가 아무죄 없는 양민들을 무차별로 학살, 스스로도 수십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이 둘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100을 넘어섰고, 치안과의 기사들을 출동 시켰습니다만, 아직 이렇다할 소득은 없는 상황입니다."
"...왜 또 이런 일이...."
루드밀라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범인은 특정 되었나? 아까 '그 여자'라는 식으로 말하던데."
한탄하는 루드밀라 대신 범인에 대해 묻는 베로니카.
곧 돌아오는 대답에 얼굴을 굳혔다.
"어제하늘에서 내려온 금발의 여자 있지 않습니까! 그 여자와 인상착의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
임서현의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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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타격을 입은 왕도.
엄청난 수의 이재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많은 유가족들.
그런 암울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어떤 커다란 저택에선 파티 준비에 한창이었다.
귀족들이 파티 좋아하는 거야 하루이틀이 아니었지만, 오늘의 파티는 뭔가 특별한 것.
각종 귀한 음식이나 술 등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곱게 단장한 여인들도 수십 명이 저택 안으로 인도 되었다.
게다가 열리는 시간이 밤.
아이가 아닌 이상에야 누구라도 어떤 목적의 파티인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밤파티를 한다는 것은 절대 좋은 시선을 받지 못했고, 당장 저택에서 일하는 자들 조차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행적을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죽어나갔는데 저딴 걸 하고 싶을까."
"냅둬. 하루이틀이냐."
저택의 경비를 맡고 있던 병사 둘이 투덜대며 좌우를 살폈다.
혹시라도 이상한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자들이 있나 확인도 해야 하고, 아직도 끝없이 남은 물자들도 받아야 했다.
또 곧 있으면 다른 귀족들도 속속 도착할 테고,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응?"
그렇게 주변을 살피던 한 병의 눈에 해괴한 광경이 들어왔다.
금발의 여인.
햇빛을 받아 사금이 흩어진 모래바닥처럼 번쩍이며 하늘하늘 날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냉담한 표정의 예쁜 이목구비.
단언컨데 그들이 살면서 보아온 여인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렇게 얼굴도 예쁜데 몸매까지 좋다. 가히 남자의 성적환상을 취합해 형상화 했다 해도 좋을 정도로 매혹적이고 색정적인 자태.
병사들은 한순간에 시선을 빼앗겼다.
전신이 피투성이라는 흠이 있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웬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온다는 망측한 점이 있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게 된 것은 목이 심하게 따끔거려왔을 때.
"누구 맘대로 탐하니? 주인님 소유인데."
어느새 다가온 여인의 차가운 말소리.
뭔가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모두가 같은 상황.
그들은 가까스로 서로를 바라보곤 깨달았다.
그들의 목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을.
"여기 맞죠? 아멜드라는 인간이 사는 집."
무려 후작을 존칭 없이 이름으로 부른다.
거기에 의문을 가졌지만 그럴 수 있는 것도 몇 초가 전부였다.
툭. 툭툭.
그들의 목이 허망하게 떨어지고, 시체 역시 허물어졌다.
"대체...얼마나 피를 보려고...!"
서현에게 잡혀 있던 여인이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오면서 죽인 사람들만 해도 100은 될 텐데 아직도 피가 부족하단 말인가.
"누가 들으면 죽이는 게 목적인 줄 알겠네요. 제 목적은 그런 시시한 게 아니거든요."
서현은 싱긋 웃고는 닫혀 있는 문을 노크했다.
펑!
그것 만으로 거창한 소리와 함께 터지듯 문이 박살나고 저택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넓은 마당 군데군데에 정원이 마련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마다 흰색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리고 건물 입구 주변으로 외부 조리장이 설치되어 각종 음식이 조리되고 있고 시녀와 하인들이 바쁘게 걸어다니며 세팅을 하고 있었다.
"...?"
큼직한 소리와 함께 서현이 들어오자 일동주목.
모두가 그녀를 쳐다봤다.
"그런 음식들은 뭐 하러 다 차려놨어요? 어차피 써먹지도 못할 함정인데."
"...누구냐!!"
기사로 보이는 이가 뒤늦게 검을 뽑았다.
그녀가 누군지 모르는 걸로 보아 왕궁에 불려갈 정도의 실력자는 아닌 모양이다.
"말하면 알긴 하고?"
서현이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그에게 손목 스냅으로 무언가를 던지는 시늉을 했다.
퍼억!
그 즉시 그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 박살나며 사방으로 피와 뇌수를 흩뿌렸다.
"확실한 건 내가아주 화가 났다는 거죠. 너희들을 전부 죽일 만큼."
그녀가 던진 건 없다.
그저 압도적인 스탯을 바탕으로 공기층을 때렸고, 그 여파로 직선상에 있던 남자의 머리가 터졌을 뿐.
말하자면 장풍이다.
"...?"
그 끔찍한 광경에도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아직 사람들은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기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사방에서 시녀, 하인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으,으아아악!!!"
순식간에 연회장이 아수라장이 되며, 집 안으로 도망가는 사람들과, 그런 그들의 흐름을 역행하며 서현에게 달려드는 기사 및 병사들이 뒤엉켰다.
"죽여!! 당장 저년을 죽여라!!!"
"와아아아!"
제법 높아보이는 기사가 허망하게 죽었음에도, 병사들은 용감하게 검을 쥐고 달려들었다.
"너흰 줄을 잘못 섰어요. 감히 주인님께 가증한 짓을 한 건 귀족들이라 쳐도, 그걸 알았으면 바로 편을 바꿨어야죠. 아니면 달려와서 일러 바치던가."
"무슨 개소리야!!"
"팔다리만 잘라서 노예로 써먹어주마!!"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서현과 거센 기합을 내지르는 기사들.
기세로만 보면 오히려 기사들이 압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 반대.
같은 하렘궁의 상대가 아니고서야 서현이 몰릴 일은 없다.
심지어 궁 내에서도 유은이나 그의 부인들, 몇몇 강한 좆물받이들을 제외하면 적수가 없다.
게다가 그녀는 스탯 외에도 보지니아의 전투력과 바퀴벌레 버금가는 생존력, 그리고 해파리 뺨치는 번식력을 갖고 있기에 수십억 인구의 문명이 자리잡은 행성에 그녀 홀로 떨어진다하더라도 단 수 개월 만에 그들을 멸망시키고 행성 자체를 보지니아의 본거지로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하렘궁 최전선에 나서는 살아있는 침략병기.
당연히 고작해야 마법이나 검 좀 다룰 줄 아는 이계인들이 떼거지로 달라붙어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다.
"하긴. 어차피 남자들이라 쓸모 없었으려나. 잘해야 보지니아의 모태로 썼을 텐데."
달려오는 그들을 태연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렘궁에 남자는 필요 없다. 그리고 기타 시민이라던가 귀족이라던가 그딴 것도 다 필요 없다. 유은과 나머지 좆물받이면 그걸로 된다.
그런고로 사형.
괘씸한 짓을 저질렀으니 또 사형.
그럼에도 반성이 없으니 마찬가지로 사형.
그녀 안에서 무수한 죄목이 나열되면서 저택 안에 있는 이들의 형량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다리 못벌리는 것들은 산소아까우니 행성의 환경을 위해 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