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21)화 (320/517)



〈 321화 〉28.재회, 재회.

공주와 베로니카는 몸을 돌려 서현을 바라봤다.


단정한 차림새에 깔끔한 외모.
어디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시녀라서 그런 것인지, 절도 있는 동작에는 예와 우아함마저 묻어 나왔다.


"무슨 일이죠?"

의아함을 담아 물어봤다.
유은이 뭔가 전달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여기 도착했을 때부터 주인님을 적대하는 무리가 감지되었습니다만, 지금은 그것이 더 심해보여서요."
"...."


루드밀라는 어이없는 얼굴로 서현을 바라봤다.
그녀는 지극한 무표정.
그러나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마치 너희들이 어찌되든 전혀 관심 없다는 듯한 그런 눈.
당연히 이해따위, 하지도 않는다.

'왜 이러지?'

에 대한 의문은 상대방에게 대답을 요구한다.
그 답을 생각하는 시간 따위 할애하지 않는다.


그 폭력적인 눈빛.
루드밀라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쾌함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당신인가요? 다짜고짜 공격을 시작한 게."
"예."

반면 여전한표정으로 담담히 대답하는 서현.
루드밀라는 그 태도가 심히 거슬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도 유은이라는 인간은 미안함의 편린이라도 엿보였는데, 당신은 전혀 그런 게 없군요?"

충성으로 인함인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가.
대단위 학살을 벌여놓고 이토록 가책없는 시선을 던지고 있다.
기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그녀의 그런 태도는 매우 역겨웠다.

"주인님께 거슬리는 것들을 치웠을 뿐이니까요."
"하...거슬린다라...입 조심해요. 아무리 아무렇지 않다 해도  가족들 역시 희생됐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요? 덕분에 왕이됐ㅡ,"

짜악!


홱 하고 돌아가는 서현의 얼굴.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한 루드밀라의 얼굴은 분노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 주인에  시녀...당신의 무례함은 그 인간보다 훨씬 심하군요."
"...."


서현은 뺨을 어루만지며 다시 루드밀라를 바라봤다.
 층 더 가라앉은 시선은 무표정을 넘어 끔찍한 한기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씨익.


기분나쁜 미소.
서현의 입가에 걸린 그것은 두 여인을 순간적으로 움찔하게 만들었다.


"지금 제 손이 나가지 않는 건 전적으로 주인님 때문이예요. 이유야 어쨌든 당신들은 주인님의 부인 후보니까요."
"누가 부인이라ㅡ,"
"부인 후보라고 불러주는 걸 다행으로 알아요. 그리고 노력하시고. 왜냐면...."

아차하는 순간에 사라진 서현.
루드밀라의 뒤편에 등장해 귓가에 속삭였다.


"거기서 떨어지는 순간 아주 재밌어질 테니까."
"공주님!"

놀란 베로니카가 즉각 검을 뽑아 서현의 얼굴 쪽으로 찔러 들어갔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
하지만 서현을 잡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다.

그녀는 훌쩍 뛰어올라 피하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얘기가 조금 샜네요. 어쨌든 중요한 건 감히 주인님께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건데...아마 귀족들이겠죠?"
"...."

태연하게 말을 잇는 서현과, 죽일듯이 노려보는 공주와 베로니카.
사이의 공기는 매우 험악했지만, 누군가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서현은 그럴 생각이 애초에 없었고, 공주와 베로니카는 이미 압도적인 실력차가 있다는 걸 인지한 상태였다.


"잘 처리해 주시기 바라요. 분명 제대로 통제 되지도 않을 거고, 자기들끼리작당모의하여 앙큼한 짓을 저지르겠지만, 최소한 주인님께 거슬리진 않도록이요.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이런 건방진!!"

결국 베로니카가 출격했다.
감히 왕실에게 검을 겨눈자에게 철퇴를 내리는 왕실의 검.
빠르면서도 큼직하게 휘둘러진 그녀의 검은 당장이라도 서현을 동강낼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희망일 뿐.
서현은 가볍게 피하면서 베로니카의 검등을 손톱으로 툭 쳤다.

팅!


"!!"

그것 만으로 수많은 장인이 달라붙어 한 땀 한  망치를 내려친 그녀의 검은 쉽게 부러졌다.





"아. 정말 미개인이라 그런지 깨닫지를 못하네요."


명백한 비웃음으로, 서현이 고했다.

"어제 그렇게 일방적으로 쓸려 나갔으면, 주인님께서 부인이라 했을  그것이 은혜인 줄 마땅히 알고 감사해야죠. 당연히 뒤처리도 알아서 하고. 혹시나 해서 기본적인 '예'에 대해 설명해주려 했더니만 진짜 모르시네."
"하...."


드러나는 본성.
그것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두 여인이 얼어붙었다.

"주시하고 있을 거예요. 여러분들...그리고 그 자칭귀족들...드론만이 우리의 전력이 아니랍니다. 부디 주인님의심기를 건드리지 않길 바래요. 그럼 이만."

서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를 45도쯤 숙여 인사했다.
정중한 인사였지만 그걸 보는이의기분은 최악이었다.





+++



공주와 베로니카가 모욕을 당하고 있을 때, 왕도의 귀족들은 한데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서현이 예언(?)했던 대로.

대부분 드론의 공격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심지어 유가족이 된 사람도 있는 만큼, 절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왕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각 영지의 힘을 모아자력으로 벌하리라.


"여기에 모인 분들의 심정은 모두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젊은 청년이 운을 뗐다.

"우린 모두 가족을 잃었고,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실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마저 이것을 묵인하고 지나간다면, 세상이 비웃을 것입니다. 하늘도 비웃을 것입니다."
"옳소!"
"맞습니다! 당장 저놈들을 단죄해야 합니다!!"

회장이 들끓어 올랐다.
공격당시 유일한 마스터였던 플푸미르가 허무하게 죽었다는 사실은 이미 잊혀졌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건 복수.  외의 것은 사치였다.




"그런데...방법이 있습니까?"

물론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게 운을 떼고 나면 나머지 사람들도 아차! 하며 깨닫곤 했다.

"저도 이런 현실이 너무 착잡합니다만...그들이 보여준 힘은 결코 대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플푸미르님 조차 일격에 돌아가시지 않았습니까."

달아올랐던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했다.

"확실히...그 날아다니는 골렘들이 여간 골치아픈  아니지."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최대의 난제.


말로 하는 건 너무나간단하지만,실행은 어렵다.
자칫하면 오히려 역공을 받아 이미 있는 전력도 잃어버릴  있는 상황.

그렇게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처음 말을 꺼냈던 청년이 목소리를 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라면...?"
"아무래도 우리들은 인질이 잡혀 있지 않습니까?"

인질이라 하면 유은에게 시녀가 된 여인들을 뜻한다.
당연히 본인들과 가족들은 서로 만나길 원하고 있지만, 서현이 임의로 시공전함으로 전이를 시켜뒀고, 유은 측에서도 딱히 인도를 한다거나 하는 일을 하진 않았다.

현재 궁의 인식이 최악인 결정적인 이유.


"잘 보시면 모두 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항상 여자들이 있죠."
"그러고 보니...."
"그러니 그 성향을 이용하는 겁니다. 자고로 남자를 움직이는 건 여자였으니까요."
"과연..."
"그를 이쪽으로 끌어들여 우리의 인질로 삼는 겁니다."
"그리고 교환을?"
"그렇죠."
"하지만 그게 잘 통할까요?"
"해봐야죠."

귀족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먼저 우리의 인질을 없애고 난 후에 그들을 소탕하는 겁니다."
"확실히 그렇게 해야 희생을 줄일 수 있겠군요."

이게 완벽한 작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외에 방법이 없었다.
딸이나 아내, 첩들이 적에게 잡혀있는 상황인데 무슨 일을  수 있겠는가.






+++






 시간 후.

아내들과 한바탕 뒹군 유은의 막사로 귀족들이 보낸 사람이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깔끔한 인상의 여인.
그녀는 친절한 미소를 지은  용건을 전달했다.

"아멜드 후작각하께서 유은님을 파티에 초청하고자 하십니다."
"파티? 뜬금없이?"
"시국이 이러하나 북쪽을 진압하는 중책을 맡으신 여러분들을 대접한다는 의미입니다."
"흠?"

유은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가 살짝 다가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속삭임.
유은을 제외하고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그의 귓가에서 입술을 달싹였다.

"유은님만을 위해 왕국의 미녀들을 준비하였으니  참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미인계!
유은이 넘어갈 확률이 거의 90퍼센트에 달하는 계략이다.
실제로 그 말을 들은 유은은 거의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잠깐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서현의 개입이 없었다면.

"응?"
"무릇 왕이 행차할 땐 아래된 자가 먼저 가서 살피고 오는 것이 세상의 도리. 정확히 무슨 파티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와 시녀들이 먼저 가서 살펴도 되겠습니까?"
"아. 그럴래?"

유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인도 그러시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는 유은의 수족이자 시녀. 미녀들이 준비돼 있다는 걸 안다 해도딱히 제지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은 외지인. 마법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들었어. 알아봤자 통역마법 정도겠지. 그럼 수월해. 문제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서현들은 마법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쉽게 봤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이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정보를 스캔하고 현지인과 접하지 않은 상태로 언어마저 익혀버릴 정도로 궁의 기술은 발전돼 있다는 것을.

그렇게 여인과 서현, 시녀들이 나갔다.
그리고...



"하! 여자들을준비해 놨다고? 너 거기 갈 거야?"
"헤...."
"좋아하는 거 봐라. 괜히 짜증나네."

소라가 표정을 찌푸렸다.

귓가에 속삭이며 나름 목소리를 낮춘다고 낮췄지만, 당연히 여기있는 모두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애초에 함정일  뻔하잖아요. 당장 아까만 해도 공주님이 와서 통제가  된다고 하소연하고 왔는데  장본인들이 당신을 파티에 초대한다고요?"
"하하...저도 그래서 서현이를 보낸 거예요. 알아서 위험한 건 없애지 않을까요?"
"그래서? 가겠다고?차라리 사랑이를 데려와서 섹스해. 그딴데 가지 말고."
"헤...."
섹스 후라서 그런걸까, 의외로 격한 반응이다.

"아니, 너 당장 시공전함에만 가도 시녀된 여자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뭐하러 그런데 가서 위험을 자초해?"
"에이. 위험할 게 뭐가 있겠어요. 서현이도 그냥 혹시나 해서 보내둔거지."
"얼씨구? 4달 전에 방심하다가 이세계로 날려진 게 어디의 누구였더라?"
"아...."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괜히 방심하다가  이상한  당하지 말고 그냥 얌전히 좀 있어. 아무거나 주워먹는 거 아냐."
"...네."


그렇게까지 말하니 할 말이 없다.

"놀 여자 많잖아. 전함에  있던가."
"그러고보니 전함 내부는 본 적이 없네요."
"지금 가던지."
"오...그럼 서현이 돌아오면 가도록 해요. 구경 좀 도와주세요."



+++

"커윽...!"

털썩.


피투성이가 된 한 인영이 무릎을 꿇었다.
갸름한 턱선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핏방울.
여인의 시선은 공포와 불안함을 내포한 채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살려ㅡ,"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히는 그녀의 몸.

"경고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일이 터지네. 아. 아직 전달이 안 됐으려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뭐 어쩔  없죠."
"끄...으윽...!"

여인은 쿨럭거리며 피를 뱉어내다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어 벗어나려 했다.

으득!


"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등을 밟아버리는 서현의 행동으로 인해 제지.
그녀의 비명소리가 천지사방에 울려 퍼졌다.

"수작을 부릴 거면 좀 그럴 듯하게 했어야죠. 우리 주인님도 알아차릴 정도로 바보 같은 수는 대체 왜 썼을까."
"수,수작...이라니...!"
"주인님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질 하는 거잖아요? 모를 줄 알아요?"
"아,아니...에...요...! 제발...!"
"아니긴 뭐가 아냐."
"증...거...있어요?"
"증거?"

서현이 피식 웃으며 여인의 팔을 들어 손목을 꺾었다.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섬뜩하게 고했다.


"그딴 게 필요해? 곧 당신이 말해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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