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19)화 (318/517)



〈 319화 〉28.재회, 재회.


쿵!



어느덧 네모난 수송선은 유은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고, 소리와 함께 착지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거체인지라 웬만한 건물은 크기로 압도할 만했다.

척척!

방금 전의 소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병사들과 기사들, 귀족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쥐고 수송선을 겨누었다.
그들의 얼굴은 뚜렷한 긴장감과 흘러내리는 땀으로 가득했다.

"와. 이게 얼마만인지...4개월 만인가요?"
"그러네요."

그러나 두 사람만은 여유만만.
유은의 여인들임이거의 확실한 상황인지라 괜한 기대감에 유은과 유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푸쉬익.


sf영화에나 나올법한 진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비스듬한 내리막길을 만들어 땅과 배를 연결하는 발판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운데에 사람 한 명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남겨둔 2열 행렬이 척척 내려오기 시작했다.

정예화된 군대.
오와 열이  치의 오차도 없으며, 꾹 눌러 쓴 방탄모와 어지러운 문양의 군복, 어깨에 살짝 기댄 총기까지 하나의 생명체처럼 오차가 없다.

"응...?"

그래서인지, 유나와 유은은 벙찐 얼굴로 의문을 띄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군대가 나올 이유가 없는데. 대체 뭘까.
혹시 한국군이 같이 온 걸까? 하지만 그러기엔 군복이 상당히 다르다.
그렇다면설마 그새 지구통합이라도 돼서 지구통합정부군 같은 거라도 되는 걸까?

그런 온갖 생각이 난무할 무렵, 두 행렬 사이로 드디어 눈에 익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보다 살이 상당히 빠진 유소라부터,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는 이소냐, 은색의 단발을 휘날리며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흑이, 아흑이와 대조되는 금발의 임서현, 그리고 지금 행군하는 군인들처럼 완전군장에 방탄모까지 눌러 쓰고 있는 여인까지.

물론 그게전부는 아니고 기타 등등도 있다.


그렇게 군인들까지 포함해 족히 200명은 돼 보이는 인원이 모두 하차.
주변의 긴장감은 더욱 진해졌다.

"와아!"


유은이  팔을 번쩍 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유은!"

가장 앞에 있던 소라도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

"누나 정말 오랜만ㅡ,"

그렇게 눈물겨운 상봉이 이뤄지나 싶었으나...

"야이 개새끼야!!!"

웃음을 띠고 있던 소라가 표정을 반전하더니 그대로 땅을 박차 유은의 배를 걷어 찼다.

"꾸웩!"

어찌나 강하게 찼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간 그가 궁을 비롯한건물들을 무수히 무너뜨리며쳐박혔다.

"어머."
"후...좀 풀리네."

뒤따라오던 여인들이 흠칫 놀라고,소라는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었다.


"유나 너도 이리와. 좀 맞자."
"...네?"





.
.



유은이 무사히 구조(?)된 후, 유은들과 일행은 그나마 멀쩡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엄연한 무단사용이었지만, 왕국 유일의 마스터를 너무도쉽게 죽이고, 수많은 병사와 기사들을 쓸어버린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유은씨. 제가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알아요?"


소냐는가만히 유은을 안아 주었다.
유은의 키가 훨씬 큰 지라 그녀가 안기는 형국이 되었지만.

"저두요 소냐씨."

유은은그녀의 등을 쓰다듬다가 은근슬쩍 엉덩이를 만졌다.

"으응...."


얇은 신음.
둘만 있는 곳이었다면 지금 당장 그녀를 눕힐 정도로 자극이 심한 목소리다.


"오빠 벌써? 쿡쿡."


작게 속삭이며 키득거리는 소냐.
그녀는 10초 정도 그렇게 있다 빼꼼 얼굴을 빼서 유나를 바라봤다.
소라에게 꿀밤을 맞아 큼지막한 혹이 앙증맞게 달려 있었다.


"유나, 너도 잘 지냈지?"
"...왜 제가 뒤에 와요? 딸이 먼저인  정상 아니예요?"
"그냥 넘어가렴."
"와...."

어이없는 얼굴로고개를 저어대는 유나.
그런 그녀는 소라가 대신 안아 주었다.


"우리 스승도  만져보자~."
"아까 만졌잖아요."

만나자마자얻어맞은 꿀밤의 추억(?)을 회상하며 새침하게 대꾸하자, 소라가 유나의 볼에 자신의 볼을 맞대며 비벼댔다.

"아잉~ 장난이지~."
"아팠는데요."
"몰랑몰랑~."


소라는 유나의 뺨을 쭈욱 잡아 당겼다.

"이런 곳에 4개월이나 있었는데 피부 좀 봐."
"흥."

매몰차게 소라의 손을 쳐낸 그녀는 구석에서 뻘쭘하게 서 있는 한사랑을 흘끗 쳐다봤다.

"저 사람은 왜 온 거예요?"
"아, 사랑이?"
"...언제말까지 놨어요?"
"아니 나이가 같더라고."
"...."
"그래서 오는 김에 말도 놔버렸지."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언닌정말 친화력이 좋네요."
"내가 좀 인싸거든."
"그거 아싸들을 반어법으로 가리키는 거 아니예요?"
"맞아. 너처럼."
"...."
"우리 유나는 완전히 아싸잖아."
"...."

유나가 찡긋 인상을 찌푸렸다.


"언니 성격 바꼈어."
"난 그대로 있고 싶은데 워낙 말을 들어 처먹는 것들이 있어가지고~."
"아니...뭐 됐어요. 그럼 저 군인들은 다 뭐예요?"
"저거 사랑이 직업 효과야. 쟤도 모험가 됐거든. 그것도 히든클래스."
"헤...."


다시 한  한사랑에게 시선을 주는 유나. 얄궂게도 시선이 맞아버렸다.
서로 얼떨떨한 얼굴로 인사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어색하잖아요!"
"오고 싶다는데 뭐 어때. 공간도 널널하고. 그리고 저놈 하는 거 보면 머지 않아 부인으로 들어올가능성도 있는데 미리 친해지면 좋지."
"속도 좋네요 언닌."
"좋아서 이러니?어쩔 수 없으니까 이러는 거지."

짤막하게 한숨을 내쉰 소라가 유은과 소냐의 사이를 갈라 놓았다.

"자. 이제 그만. 상봉은 이쯤하면 됐고, 서로 상황정리 좀 해요."
"...그래요. 우리 유은씨랑 유나가 뭘 했는 지 들어보고 싶네요."
"제 이름을 좀 앞에 놔줄래요?? 엄마잖아!"


"얘는...그런  뭐 그리 중요하다고."
"히익!"
"아니, 오해하지 마렴. 모녀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름 순번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니까...."
"흥. 그게 그거거든요."

오래간만의 시끌벅적함.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유나도 작게 미소지었다.



"이봐요. 어떤 상황인 지 설명 좀 해주실래요?"


그 분위기 속에서 훅 하고 들어온 것은 의자에 앉은 채 팔짱을 끼고 있는 루드밀라.
엄청난 광경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도 여전히 당당하다.

"아. 맞다. 너네도 있었지."

빠직.


"음...인사해요. 쟤는 루드밀라라고, 일단은 공주예요. 그 옆에는 기사인 베르치카."
"일단은은 뭐죠?"
"...베로니카입니다."


발끈하는 공주와 작은 목소리로 틀린 이름을 정정해주는 베로니카.


"너네도 인사해.  분은 내 부인이자 유나씨의 어머니인 소냐씨고, 이 분은 내 부인인 소라누나. 그리고 얘는 임서현이라고, 너네가 조심해야할 사람이야."
"반가...아니 이게 아니라! 부인이라고요??"


쾅 하고 일어나 달려드는 루드밀라.
거의 멱살을 잡아 올릴 기세다.


"워. 진정하렴."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번 일로 죽은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게다가 왕국제일검인 플푸미르님마저...!"
"그런 약한 애들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대체???"


나름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화만 돋구는 상황.
이소냐가 유은의 어깨를 살짝 다독이며 나섰다.

"그 일은 미안하게 됐어요. 일단 시설만이라도 우리쪽에서 책임지고 복구해 둘게요. 부상자들도 물론. 이미 죽어버린 분들은...어쩔 수 없지만요."
"하...."
"하지만 우리로서도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유은씨와 유나를 향한 고수위의 적대감이 감지되었으니까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공주는 발끈하여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소냐가 냉정하게 끊고 들어왔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아이였으니까요. 미안하지만 나머지는 그 외의 요소에 불과하답니다."

그녀의 말에 공주의 얼굴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붉게 달아올랐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넘어 복장이 터질 지경.
당장이라도 싸대기를 올려붙일 정도로 극대노한 게 눈에 보였다.


"그래도 우리가 경우를 모르는 무뢰배는 아니예요. 사후책임은 확실히  거예요."


빠득.

공주는 이를 갈았다.
사후책임이고 뭐고 왕도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든 이들을 당장 죽이고 싶었지만, 아까의  무위로 보았을 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려 마스터인 플푸미르를 단번에 사살한 이들 아닌가.
게다가 유은과 유나라는 강자들도 붙어 있다.  그래도 북부가 망가진 이 상황에서 이들마저 완전히 적으로 돌린다면 라이제르 왕국에 미래는 없다.

왕녀로서, 스스로의 감정을 앞세우기 보단 거국적인 관점에서의 대범한 결정이 필요했다.


'어차피 싸워봤자 이길 순 없어...그리고 이들은 우릴 완전히 적대하고 있지도 않고.'

비록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긴 했지만 상당한 무력을 갖고 있으면서 이 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활용하여 왕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확실히 들었어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분노를 가라앉힌루드밀라는 우선 무너져내린 왕도를 정비하고 부상자 치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바깥 여인들에게 입혀진 이상한 옷은 뭐죠? 저것도벗겨줘요."
"그건 불가합니다."

이번엔 서현이 나서 대답했다.

"...왜죠? 갑옷 같은 거 아닌가요?"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벗길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무엇보다 벗겨도 공주님이 원하시는 결과에 도달하진 않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예요?"
"저 옷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위력을 품고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주인님의 시녀가 되었다는 상징일 뿐입니다. 옷을 벗긴다 해서 신분이 달라지진 않지요."
"시녀?"


공주는 반문했다.
그야 시녀가 무엇인지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어감상 그녀가 알고 있는 '시녀'라는 것과는 뭔가 다를 거라고 짐작했다.


"주인님의 좆물받이를 좀 더 순화해서 하는 말입니다."
"좆...뭐요?"
"어허...거기까지...순진한 여인에게 너무 그런 지식을 주입하면 안 돼."

서현이다음 말을 이어가려던 때 유은이 개입했다.


"뭐야. 알려줘요!"
"나쁜  아니니까 걱정 마.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여자들이 됐다는 거야. 건강에도 좋고 몸에도 좋고 무엇보다 엄청난 무력을 갖게 된단다. 너도 할래?"
"...?"

인상을 찌푸리며 살짝 물러나는 그녀.
가만히 생각하다 문득 라이젠 남작령의 기묘한 여인들에게로 생각이 미쳤다.


"설마...기사전에 출전한 그 여인들...그녀들도 당신의 시녀가 된 건가요?"
"맞아."
"...."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고작 그의 여자가 된 것 만으로 그런 말도안되는 실력의 상승을 이룰 수 있다니.
그러고보니 라이젠 왕국의 시에스타도 본래 갖고 있던 실력에서 일취월장 했다던데 본래의 실력과 상관 없이 월등한 힘을 갖게 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그냥  여자들은 없는  쳐."
"그걸 말이라고...!"
"어쩔 수 없잖아. 이미그렇게 됐으니까."
"...."


루드밀라는 맹렬히 그를 노려봤다.

본인들이  저질러놓고 어쩔 수 없다니.
이만큼 책임 없고 개념 없는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넘어가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
단지 지금은 조금의 연기를 할 뿐이다.


"...이번에 죽은 사람들, 그리고 당신의 여자가 된 사람들, 모두  여기에 모였는지 알고 있죠?"
"응."
"원래라면 그들을 통해 북부의 문제를 해결할 거였어요. 하지만, 당신들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으니 북부의 일을 제대로 처리해 주길 바래요."
"그러지 뭐."


유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유나나 유은이 개입한다면 며칠 안 가 끝날 사태이고, 무엇보다 흉수가 '로이드'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유은으로서는 무조건 가야했다.

'라르나르 데려가서 눈 앞에서 쿵짝쿵짝 하면 재밌겠는데.'



"좋아. 일단 바깥 정리부터 해볼까. 부상자는 누나가 좀 치료해줘요."
"뭘 치료까지 해. 그냥 이 주변으로 데려와."
"아하."


꽤 오랫동안(?)  봐서잊고 있었지만, 소라는 그녀 주변에 있는 아군에게 매 초마다 자동힐을 넣는 사람이다. 그녀 주변에 있으면 일단 죽을 일은 없다.

"도시 재건이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아...사랑씨...음...반가워요."
"네 반갑습니다."


부인들이 있어서일까, 여기까지 따라온  치고 그녀의 반응은 꽤 딱딱했다.

"오자마자 일만 시키는 거 같아서미안하네요."
"괜찮습니다."

그녀는 5초가량 유은의 얼굴을 올려다보다 자그맣게 인사하고는 막사 밖으로 나갔다.

"저희도 나가보죠. 상황을 정리해야 하니까요."


거기에 공주와 베로니카도 나가면서 막사 안엔 유은과 부인들, 그리고 임서현을 비롯한 시녀 몇  남게 되었다.

"그럼 이번엔 그쪽 설명 좀 해줘요."
"응?"
"저거요."

유나가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막사의 천장으로 가로막혀 있지만, 아마 그 의미는 시공전함을 말하는 것일 터.


"아."
"아무리 바르카나가 있었다지만, 저희가 여기로 넘어올 때만 해도 저런 기술은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설마 십수년이 지났다던가??"
"그런 건 아냐. 4개월도  됐어. 비슷할 걸?"
"...그럼 대체...."
"그건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나선 서현이 긴 설명을 시작했다.


유은과 유나가 실종되고 나서 그 틈을 타 하렘궁을 노리는 이들이 있었고, 이를 타파하면서 유은들을 찾기 위해 흑흑이를 동원하여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룩했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보지니아로 인해 중국군이 궤멸되고  일로 중국 4대 도시에서 마음대로 미녀들을 징발했다는 것, 원자로를 폭격해서 날뛰던 일본을 거의 항복 시켰다는  현재  세계에서  하렘궁 제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 역시 제제대상이라는 것 등등.


 긴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때문에  드론부대를 보내두면 그 어떤 문명이든 궤멸시킬 수 있습니다."
"...."
"...."

이 궁극의 '시녀드론'이라는 녀석까지.

지난  개월  지구에서 일어난일을 모두 들어봤을 때, 하나같이 막장 아닌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어이없는 건 없었다.


임서현이 주축이 되어 궁의 기술력을 가장 안 좋은 쪽으로 발전시킨 예인데, 얼마든지 무수히 양산할 수 있는 드론에다 은주와 흑흑이가 개발한 나노봇을 집어 넣어 남자거나 유은의 취향에 맞지 않는 여자라면 바로 사망, 취향에 맞는 미녀라면 시녀가 돼 버리는 그야말로 해괴망측한 물건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발전시켜 대량으로 양산한 후 처음으로 실전에 도입한 것이 바로 방금 전의 왕도 초토화인 것이다.

"추후에는 보지니아의 씨앗도 집어 넣어서 시녀의 자격을 갖춘 것이 아니라면 전부 보지니아의 모태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마;"


누가 임서현 아니랄까봐 말도  되는 소릴 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시녀들과 보지니아가 왕창 늘어날 테지만, 결국에는 그 외의 존재는 하나도 남지 않는 대멸종이 일어날 것이다.


시녀와 보지니아 밖에 없는 세계는 유은이 바라는 게 아니다.
절멸이 아닌 지배가 바로 유은의 욕망.

그리고 무엇보다,


"NTL을 못하잖아."
"아하."
"하나하나 찾아가서 뺏어주는 맛이 있는 거란다."
"잘 알겠습니다."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서현과  모습을 못마땅히 쳐다보고 있는 소라. NTL이니 뭐니들으면 들을 수록 기가 막히는 소리다.

"어쨌든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다. 돌아가는 건 어떻게  거야? 그 북부 어쩌구는  뭐고."
"아. 그거. 별 거 아니예요. 북쪽에 넓은 평야가 있는데 거기서 수십만의 몬스터가 떼로 발생해서 그걸 진압해야 돼요. 아주 간단하죠?"


이런저런 요소를  빼고 설명하는 유은.
유나가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그냥 몬스터도 있지만, 절반 가량은 나라의 백성들이 좀비화? 약간 그런 형식으로 변이 된 상태예요. 가만 놔두면 이 왕국 전체가 멸망할지도 몰라요."
"변이라...혹시 내가 가면 그냥 싹 낫는 거 아닐까?"
"그럴 수도...어쨌든 나중에 다 같이 가봐요."
"알았어. 그럼 그거 끝나면 돌아가는 거지? 지금 지구 장난 아니라고. 난장판이야."
"언니가 원자로에 돌 같은  던지니까 그렇죠."

이번엔 유나가 소라에게 꿀밤을 먹였다.

"헤헤...."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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