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07)화 (306/517)



〈 307화 〉26.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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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짝 쿵 짝짝~

저택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는 음악소리.
남녀가 어우러져 박자에 맞게 발을 움직인다.

잘록한 허리선에 달라붙는 비단과 그곳을 살포시 감싼 손.

남녀의 시선은 서로에게 고정돼 있고, 피어난 미소는 환하기 그지없었다.


때때로 상대방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며 그렇게두둥실 춤을 춘다.



드넓은 연회장을 단 둘이서 사용하는 통큰 여백의 미.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팩트와 천장에서 반짝이는 샹들리에, 군데군데 화려하게 장식된 조화는 단 둘의 분위기를 더욱 돋구웠다.

살짝 흘리는 땀방울이 허공에 날리며 적절한 음내가 풍기고 그렇게 서로간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이번엔 오래 있어도 괜찮아요."


빙글빙글 도는 가운데, 여인이 속삭였다.
사근사근 마음을녹이며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 심장째로 쪼물딱거리는 듯한 목소리.
그 야릿함에 남자가 움찔했다.


벌써몇 번째 계속된 만남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빠져드는 여인.

흑단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가라앉아 청초함과 단아함을 자아내는 한편,
뚜렷한 이목구비와 도톰한 입술, 새빨간 혀 등의 얼굴은 치명적인 색기를 풍기고있었다.

거기에 더해 길다란 목을 따라 이어지는 하얀 피부와  파인 목선, 거기에 이어지는 쇄골은 그것 만으로도 극도의 흥분감을 느끼게 했다.

지금처럼 땀에 젖어 풍만한 몸매까지 드러난 상태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도대체 이런 여인이 왜 일개 자작의 애첩으로 있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덕분에 이렇게 만나 밀회를 즐길 수 있으니까.



남자는 치솟아오르는 욕망을 꾹 눌러참으며 매너의 가면을 썼다.
애써 지은 미소는 올빽으로 넘긴 머리스타일과 함께 나름 젠틀한 이미지를 주었다.


"영지전을 치른다고 들었습니다."
"네에. 욕심 많은 사람이죠? 이미 가진 것도 많은데."
"저야  욕심이 고맙죠. 덕분에 이렇게,"
그가 여인의 턱을 살짝 쥐었다.
아주 살짝 감겨있는 눈망울이 그를 올려다봤다.
머리카락 만큼이나 검은 눈동자.
그 안에 욕망이 꿈틀거렸다.

"루미아씨와 만날 수 있으니까."
"어머. 그런가요?"

남자의 말에 그녀가 후후 웃었다.

"저두요."

그리고 긍정.
그의 허리쪽에 가 있던 그녀의 손은 어느덧 탄탄한 가슴께에 위치하고 있었다.

"큰 남자를 상대하는 건 매우 고역이랍니다."

자작과의 행위를 떠올렸는지 잠시 부르르 떤 그녀.
그러나 그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오히려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여 더한 매력을 느끼게 해줬달까.
 여자라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


이 여자를 품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ㅡ,

"그러니 이렇게, 당신과 함께하는 날은 저에게 있어 매우 소중해요. 하루...하루..."

그녀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살며시.

슬쩍.

1센티 내려올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오르고,
한 뼘을 내려올 때마다 성기가 간질거린다.

이미 그의 물건은 더할 나위 없이 단단해진 상태.
그뿐 아니라 톡 건드리기만 해도 쿠퍼액과 함께 정액을 질질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루미아의 미색과,
달달한 목소리.

귀를,
아니 심장을 절정으로 이끄는 마성의 목소리.


듣는 것 만으로, 그것 만으로 하늘 저편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루미아...."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리다.
여기서 참는 건 자신에 대한 학대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마침내 그도 행동으로 들어갔다.

몇 번이고 생각하고,  번이고 고대했던 여인의 품으로 손을 집어 넣어ㅡ,



쾅!!



"이리오너라~ !!"


갑자기 연회장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

분위기를 깨는 것도 정도가 있지.
어쩜 저렇게 천박하게 온단 말인가.


저벅 저벅.
또각 또각.


아무렇게나 내딛는 걸음걸이 너머로 기사의 균일하고 정갈한 발자국소리가들려왔다.
그렇게 총 두 명.


저렴한 웃음기를 머금은 남자와, 단정한 인상의 여기사였다.


"...뭐지 너희들은?"

막 루미아와의 야릇한 시간을 가지려 했던 남자는 불쾌함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럴 수밖에. 처음 그녀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몇 개월 동안이나 그녀를 그리워했다.
게다가 귀족 남편이 있는 여인인지라 많이 만날 수도 없었고, 그마저도 오늘처럼 분위기 좋은 날은 없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임이 틀림 없다.
그 확신에 기반한 환희와 쾌락을 가지고 마침내 그녀를 품고자 하는데 이런 타이밍에 방해가 들어온 것이다.


"뭘  같아?"

방해꾼, 유은이 이죽거리며 되물었다.
끈적한 시선으로 여인을 훑어보는 것이 목적이 훤히 보였다.


"감히...!"
루미아의 앞을 막아서는 남자.
아마르 자작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외에 다른 남자가 루미아를 저따위눈으로 보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라이젠 분들인가요?"

오로지 분노와 경계만으로 으르렁 거리는 남자와는 달리, 루미아는 제법 냉정했다.
물론 그녀역시 불쾌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남자처럼 모든 뇌세포가 욕망에 점령되진 않았다.

"오? 어떻게 알았어?"
"뒤에 계신 분...언젠가 뵌 적이 있거든요. 라이젠 기사단의 부단장이시죠?"

그녀의 말에 시에스타가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무슨...일이신가요?"

루미아가 묘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 생각에 시에스타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기사전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그런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건 곧  가지를 의미했다.

라이젠 남작령의 승리!


물론 아마르가 승리하여 영입해 왔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뭐가 아쉬워서 아마르 같은 인간에게 붙는단 말인가. 그것도 여기사가.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시간.
아마 오늘 오전즈음해서 기사전이 열렸을 텐데, 시에스타가 이곳에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고?"

루미아의 질문에 유은이 씨익 웃었다.
그것에 오싹한 불길함을 느낀 그녀가 이내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유은이 바지와 속옷을 내린 것이다.


"이런 의미지."
"...!!"
"이...개새끼가!!"

루미아를 감싸고있던 남자가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루미아를 향한 연심 만큼이나 격렬한 분노도 있었지만, 유은의 거대한 물건을 보고 사무친 지독한 열등감 역시 있었다.

"목소리나 얼굴 보니까 니가 루미아지? 듣던대로 상당히 꼴릿하게 생겼는걸. 내 좆물받이가  자격이 있어."

유은은 남자는완전히 무시하고 루미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취향대로 색기 넘치는 얼굴에 풍만한 몸매.
원래도 큰 그의 물건이 더욱 성장하며 아플 정도로 빳빳해졌다.


"사람을 부를 생각이라면 그만둬. 전부 물리치고 온 거니까."
"...죽인...거예요?"
"설마. 뚱땡이놈의 몰락을 알리고 전부  소유가 되었다는 걸 새겨주고 왔지."
"당신은 대체...."

루미아는 흘끔흘끔 유은의 물건을 훔쳐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남편이 패배했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왜 당신이 여기서 이러는 거죠?  아마르 남작가 휘하 에델가문의 장녀예요. 이런 식의 대우는ㅡ."
"니가 뭐 하는 애인지, 어떤 조직에 소속돼 있는지 따위는 관심 없어.중요한  넌 내가 탐낼 만큼 꼴릿하다는 거지."

유은은 그녀의말을 싹 무시했다.
루미아는 불쾌했지만 일단 참았다.


당연하지만 이 저택에는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넘어 여기까지 들어왔다면필시 엄청난 실력을 가졌을 것이다.

"루미아! 물러서세요! 여긴 제가ㅡ,"
"누가말하래? 남자따위가."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다가온 유은이 아무렇게나 팔을 휘두르자, 남자는 저항 하나 하지 못한 채 붕 떠서 날아갔다.


콰직!

잘 꾸며진 테이블 하나를 부수며 추락.
그것만으로 이미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극도의 고통이다.


"!"

유은은 흠칫 놀라는 루미아의 오른팔을 잡아채고 자신의 고간으로 가져갔다.


물컹.

자세가 잡히지 않은 하얀 손으로 고환쪽을 꾹 누르자, 순간 물건이 깔짝대며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오...좋아...."
"읏...!"

그대로 그녀의 손을 맘대로 이용해 물건을 애무하며 반대편손을 이용해 루미아의 엉덩이를 매만졌다.

"그만 두세요!"


꽤나 강하게 반항해 보지만 무용지물.

"루...미아...!"

가까스로 일어난 남자가 이를 악물며 걸어왔다.

"그냥 누워 계시죠."
그런 그를 처리한 건 시에스타.
어차피 그녀가 하지 않아도 유은이 할 것이고, 그럼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녀 선에서 다져두어 목숨이라도 살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미인이네. 얼굴보라. 색기가 넘쳐 흐르잖아. 간혹 이런 애들이 있지."

유은이 웃으면서 혀를 내밀자, 루미아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혐오감.

아마르를 상대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의도치 않게 당하는 것이니 만큼 상당한 혐오감이 올라왔다.

할짝.

"히읏...!"

이런식으로 더러운 플레이를 한다면 더더욱.

쇄골 부근에 얼굴을 묻고, 목을타고 턱선까지쭈욱 핥아 올라와 마침내는 얼굴까지 침으로 칠한다.


"다른 애들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니가 제일 이쁘겠지?"
"그만...두세요..."
"특별히 좆물받이 아마르지부의 장으로 임명해줄게. 여기 출신 여자들은 다 니가 관리하는 거야. 알았지?"

말이 안 통한다.
일직선.
애초에 대화할 생각 따위가 없는 유은과, 비통한 얼굴로쓰러져 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루미아.

사실 저 남자에게 타오르는 애정 같을 걸 가진 건 아니었다.
그저 남편이 너무나 혐오스러우니까...어떻게든 위안이라도 삼으려고 그나마 잘생긴 남자를 꼬셔서 가끔 밀회를 나누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게 뭔가.

분명 유은은 엄청나게 잘생겼지만, 하는 행동이 꽝이다.

아마르 같은 돼지의 첩이 된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이젠 강간마에게 사로잡히다니.

"시에스타, 난 얘 먹고 있을 테니까 알아서 정리해서 먹을만한 여자들은 여기로 데려와."
"...알았어요."

명을 받은 시에스타는 한숨을내쉬면서 남자의 팔 하나를 발로 밟아 으깼다.

"끄아아아악!!!"
"딴짓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요. 죽기 싫으면."

그리고는 냉정히 돌아서 연회장 밖으로 사라졌다.

"그럼 우리끼리 놀아볼까? 아까 보니까 저놈이랑 같이 춤추던데. 어때, 쉘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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