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화 〉26.분노
26.분노
의식이 몽롱하다.
달그락거리는, 필시 마차의 것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익숙한 울림.
온 몸이 찌뿌둥한 가운데 그는 생각했다.
여긴 대체 어디냐고.
그리고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이냐고.
어디라 할 것도 없다.
아직 그는 움직이는 마차 안에 있을 뿐이었고, 굳이 장소를 콕 집어 보자면, 라이젠 영지에서 한참이나 북쪽, 그것도 국경조차몇 개나 넘은 데카론 공국 근방이었다.
"...."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죽은듯 누워 있었으니 당연 신체능력은 수직하락했다.
영양분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을 테니 기사가 아니었다면 필시 사망.
아무리 죽도록 얻어터졌다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잠들어 있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아무튼물 먹은 솜처럼 무겁기만한 몸은 그의 생각마저 방해했다.
그래도 꼬물꼬물, 어떻게든 상념을 붙잡아 가동시키면,
"!!"
끔찍한 현실이 기억이 되어 떠올랐다.
이룰 수 없는꿈, 고작해야 준귀족 취급이나 받는 기사가문에서 태어난 그와 달리, 엄연한 귀족, 그것도 영지를 보유한 남작가문의 영애 라르나르를 흠모한 그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손을 뻗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
어디서 등장했는지 알 길이 없는 오물 같은 놈에게 그녀는 범해졌고, 그는 그걸 목격했다.
더 한탄스러운 건 라르나르에게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기사전력을 무기로 협박하여 그녀와의 혼약을 성사시켰으나, 무참히 깨져버렸고, 그녀에게 거부당했다.
멘탈이 산산히 부서질 무렵, 그를 흠모하던 부단장 시에스타조차 오물에게 범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뒤로는 맹렬히 타오르는 분노에 몸을 실었다.
이후는 기억이 없다.
아마도 쓰러졌겠지.
당해낼 수 없는 힘에 무릎을 꿇었겠지.
그래서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어딘가로 향하는 마차 위에 있는 것일 거다.
화륵.
잠자고 있던 분노가 다시 일어났다.
기필코 그 오물을 이세상에서 치워버리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생겨났다.
라르나르를 빼앗고,
시에스타를 빼앗고,
그 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간 그놈.
내가 당한 만큼 너에게 갚아주마.
너의 여자를 빼앗고,
너의 모든 걸 빼앗아주마.
그는 그렇게 다짐했다.
그렇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때,
"큭...."
매마른 입에서 신음이 나올 정도로 찌릿한 무언가가 지나갔다.
그것은 기억의 편린일까? 아니면 그저 기분탓에 불과한 걸까.
분명 얼마전 겪은 것과 거의 동일한 아픔이 눈 앞에 스쳐갔다.
보라빛의 여인,
칠흑의 여인,
그리고 살인의 추억.
어느것 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없다.
분명겪은 적이 없는 일인데도 마치 자신의 기억인 것처럼 따갑다.
그리고 더욱 강한 분노가 그를 휘감았다.
대체...
대체 왜...
내 인생은 이 모양인 걸까.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는 것,
너무나 평범하고 누구나 하는 것인데,
왜 나는 못하는 걸까.
왜 뺏기기만 하는 걸까.
전생에도,
현생에도.
달그락!
"전...생...?"
유달리 굴곡진 길을 지나나보다.
마차의 떨림이 격하다.
그 만큼 그의 몸도 떨렸다.
"응? 뭐야. 깼잖아?"
옆에서 웬 사내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깼네."
"어쩔까?"
"뭘 어째. 기절시켜."
불온한 움직임.
예상컨데 인신매매단이 아닐까.
로이드는 일단 상념들을 모두 집어넣고 현실에 집중했다.
무거운 몸, 그리고 극도의 허기와 갈증.
보통 사람이라면 움직이는 것 자체가 기적일 텐데, 기사로서 단련된 그는 길거리의 무뢰배쯤은 이런상태라도 능히 상대할 수 있었다.
'무뢰배'라면 말이지만.
즉각 팔을 움직여 마차 안에 있는 이들을 제압하고자 했다.
하지만,
뻐억!
마치 돌기둥으로 찍어 누르는 것과 같은 충격에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고작 주먹인데.
겨우 주먹인데 익스퍼트의 벽을 허문 기사를 너무도 쉽게 제압했다.
물론 그의 몸이 엉망이 된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쉬웠다.
+++
"후후후. 아주 좋구나."
유은은 눈 앞의 광경에 침을 흘리며 음탕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그 끔찍하면서도 혐오스러운 얼굴에 고개를돌렸으나, 또 몇몇은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숙였다.
이세계 좆물받이 1호이자 육단지기사가 된 시에스타를 중심으로 음란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여인들이 좌우로 쫙 늘어서 있었는데, 모두 라이젠 영지에서 선별하고 선별한'기사후보'였다.
얼마전 왕실에서 사람이 나와 '라이젠 남작령' 과 '아마르 자작령'간의 영지전이 공식 선포되었고, 특이하게도 군사들이 부딪히는 대격돌이 아닌 기사들끼리의 결투로 결정되었다.
아마 라이젠령의 기사전력이 붕괴했다는 걸 들은 아마르쪽에서 수를 쓴 거겠지.
결투에 참여하는 기사는 양측 10명씩 도합 20명.
일시는 일주일 뒤다.
문제는 라이젠령에 기사라고는 시에스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내보낼 기사가 없다면 자동기권 처리되기에 어떻게든 10명의 기사를 맞춰야만 했다.
그리고 그 급조한 기사들로 이겨야만 했고.
그래서 떠올린 게 바로 유은의시녀.
은주의 시녀복이 없기에 현대에 있을 때처럼 말도 안 되는 공방을 갖게 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인간 보다는 훨씬 강할 테고, 정 안 되면 은주처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던(은주의 경우 학과)여자를 시녀로 만들어 시녀복을 만들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영지내에서 '강제'로 후보를 선별한 것. 당연하지만 전원 아름다운 미녀로 선발했다.
불끈!
유은의 해면체가 불쑥하고 솟아 올랐다.
그 꼴을 본 시에스타가 쯧 하고 혀를 찼지만 별 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저어댔다.
"자. 시에스타, 이 가녀린 여인들에게 설명해주렴."
"...."
헤헤 거리며 웃는 저 얼굴에 펀치를 먹여주고 싶었지만, 주인과 종의 관계가 된 그녀로선이룰 수 없는꿈.
결국 그녀는 몸을 반전하여 긴장하고 있는 여인들에게 고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들은 이 영지의 주인이신 '라르나르 엘 라이젠' 남작님의 수발을 드는 '기사'다. 다른 건 필요 없어. 복종해라. 항명은 이유불문 용서하지 않는다."
원래의 차가운 인상으로 그리 고하니, 시골처녀라 할 수 있는 여인들이 덜덜 떨었다.
감히 거부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여긴 현대가 아니니까. 인권이나 평등한 신분 같은 개념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명백한 부조리로 인해 앞으로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데도 그녀들은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평민이잖아? 귀족이하라는데 어떡해. 해야지.
"에헤이~ 스타쨩~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말하면 겁먹잖아."
"...."
유은의 말에 시에스타가 똥씹은 얼굴을 했다.
그게 퍽 흥분되는 표정이었지만, 유은은 좀 더 불끈불끈한 상황을 생각하곤 씨익 웃었다.
갑자기 엄청나게 불길해진 시에스타.
유은이 뒤에 있는 침대를 손바닥으로 팡팡 내리쳤다.
"스타쨩이 말한 대로, 여러분은 이제 라르나르에게 복종하면 됩니다. 라르나르는 나를 따르고 있으니 다시 말해 나한테 복종하면 된다는 거예요. 그 시범을 보여드리죠. 이리오렴 스타쨩."
"...."
시에스타가 입술을 깨물고 다가갔다.
일단 그녀는 라이젠 기사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상의만 입고 있었다. 하의실종. 가랑이를 가까스로 덮을까말까한 블라우스 아래로 맨다리 밖에 없다.
유은이 침을 삼키며 그 맨다리를 쳐다보다가 엉덩이에 손을 댔다.
말캉!
"후후후."
"...최악."
"자. 얼굴 저쪽으로 하고 누으렴."
시에스타가 침대 위로 올라가 천장을 보며 누웠다.
분명 또 음란하고 이상한 짓을 하겠지.
참으로 한탄스러운 인생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유은의 알몸.
그 중에서도 하반신.
"뭐...."
그리고 가장 더러운 곳.
"이런 것도 내가 명령하면 해야 되는 거예요~. 알겠죠?"
유은이 본인의 엉덩이를 살짝 벌리고 시에스타의 얼굴 위에 앉아 버렸다.
정확하게 그녀의 뜨거운 입술이 '그곳'을 감싸고, 말랑말랑 촉촉한혀가 입구에 살짝 닿았다.
"!!!"
시에스타는 경악하여 발버둥쳤지만, 유은은 그녀의 가슴을 큼지막하게 주물럭거리더니 엉덩이에 무게를 싣고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흉물스럽게 발딱 솟은 자지가 여인들의 눈동자에 큼지막하게 새겨졌다.
"자~ 스타쨩. 후배 좆물받이들에게 시범을 보여줘야지? 호랴!"
역겹게도 엉덩이를 훅훅밀어대며 어서 빨라고종용하는 유은.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지만, 그에게 거역할 수 없는 시에스타는 결국 혀를 내밀었다.
"오오!"
닿는 순간 움찔하고유은이 반응했다.
역시 각별!
서현이해주는 것 만큼은 아니지만 일단 느낌상 제일 더러운 부위를 여자가 빨아준다는 것만 해도 상당한 쾌감이었다.
"자. 보셨죠?"
"...."
여자들은 전원 절망으로 넋이 나갔다.
처음 유은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발그레 했던 여자들도, 이 토나오는 행위에 오만가지 역겨움이 다 올라왔다.
찔꺽.
유은이 벌려진 다리 사이로 솟은 물건을 손으로 몇 번 흔들었다.
"처음부터 뒷봉사는 너무 허들이높으니까~. 오늘은 펠라 정도만 합시다. 거기 가운데에 검은머리?"
"네,네?"
"너부터 이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