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화 〉25.NTL판타지
다음날,
임서현은 드론형 시녀복과 보지니아를 시험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중국과 미국이 이번 일본에 대한 하렘궁의 테러에 대해 대단히 공격적인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번 소라와의 대화(?)에서 한 차례 움찔했던 것을 빌미로 내부에서 꽤나 욕을 먹고 있었기에 더욱 강경하게 나왔다.
정부 대변인이 나와 긴 말을 늘어 놓았지만, 요약하자면
'하렘궁은 지난 인천사태에서의 영웅적 지위를 포기하고 악질 테러단체가 되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중국은 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차단할 것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렘궁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아울러 하렘궁을 꾸준히 두둔하는 한국 또한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이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을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다.
핵까지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는 문장을 사용하였으니 세계는 긴장속으로 빨려 들었다.
게다가 이 발언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북3성으로 중국의 군대가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퍼져 어쩌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예측까지 나오고 있었다.
만약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전 세계가 핵전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는 물론이고 한국마저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바로 어제 하렘궁과의 제휴를 통한 '핵 복제'라는 말도 안 되는 개념을 발표한 바 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국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한국의 핵전력은 중국과 비등하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은 이와 같은 중국의 발표에 유감을 표하는 한 편, 중국이 한국을 침공할 시, 동맹국으로서 참전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다만 그러면서 한국을 은밀하게 압박하여하렘궁에게서 손을 떼게 하는 등의 외교적 수단역시 병행했다.
아무튼 이렇게 세계를 주름잡는 초강대국들이 하렘궁을 타겟으로 삼았으니 서현으로서도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폐급들이 문제가 아냐. 저 건방진 것들의 콧대를 콱 눌러주지 않으면 안 돼."
그녀의 그 중얼거림은 소라가 일전에 느꼈던 불안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반쯤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유은과 그가 중하게 여기는 것 외에 그 무엇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며, 거기에는 100억에 가까운 지구인류도 포함되어 있다.
그럴 필요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유은에게 도움이 된다면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지구멸망도 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그래서인지 감히 주인님에게 대적하고자 하는 건방진 것들을 대하는 태도는 심히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어쩔건데?"
"대상만 살짝 바꾸지 뭐."
그녀는 떨고 있는 폐급들을 다시 숙소로 돌려 보내고는 섬뜩한 소릴 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맞아야 말을 듣거든."
"설마?"
문득 불길한 느낌이 든 은주.
아무리 그래도 설마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눈 앞에 있는 상또라이 미친년 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보였다.
"미친년아?"
"뭐."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이건 테러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전면전인데."
"까짓거 하지 뭐."
"핵 날아오면 어쩌려고. 아직 그런 전략무기를 막을 수단은 없어. 막아도 이후가 걱정이고."
"아흑이랑 흑흑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은주는 전력으로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이 미친년의 고삐를 풀어두면 수억의 희생자가 생기는 건 둘째치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물론 지금도 전 세계가 적이나 마찬가지지만, 최소한 한국에서는 두둔해주고 있고, 조금이나마 '여지'는 남아 있는 편이다.
"하다못해 민간인은 건들면 피곤해져."
"그럼 군부대에 하면 되지. 마침 동북3성에 집결하고 있다며. 뭐 무슨 이상한 훈련인가 한다던데."
"한국을 향한 무력시위겠지. 그리고 우릴 향한 경고이기도 하고."
"경고는 무슨. 그것들은 이미 우리한테 선전포고 한 거야. 감히 인간 주제에."
"...너도 인간이잖아."
"난 보지니아야."
"어...그래...."
서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손바닥에 가시를 내었다가 다시 숨기는 등의 행동을반복했다.
심히 심기가 좋지 않다는 증거.
"인민군이 집결하고 있는 데가 동북3성이니 그쪽에다 좀 뿌리는 걸로 할까?"
"어차피 맘대로 할 거지?"
"저 드론들을 한 번에 수십만 대씩 뿌릴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개조가 가능하다면 아예 나노로봇 형태로 만들어서 사출하는 식으로 하는건 어때?"
"뭔 소리야?"
"영화처럼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레이저빔을 쏘면 그 빔에 맞은 여자는 시녀복이 입혀져서 시녀가 되는 거지."
"말은 쉽네."
"어차피 지금 이것도 거의 다 흑흑이 기술로 만든 거잖아."
"그렇긴 해도 기술 개발에는 시간이라는 게 걸린단다. 적어도 지금은 안 돼."
"칫."
서현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에 드론과 보지니아를 풀어 콧대를 눌러주려 했는데 여건상 불가능하다니. 이렇게 통탄할 수가.
"아니지? 보지니아는 가능한 거잖아."
그러나 곧 희망(?)을 찾았다.
"그래. 시녀복 실험은 그냥 예정대로 폐급들한테 하고, 중국에 대한 건 그냥 어디까지나 처벌로서 하는 걸로 하자."
"그러렴...."
은주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서현의 표정으로 보아 말이 들어먹을 것 같지 않았고, 분명히 '도시'에다 풀어버릴 생각을 갖고 있던 서현이 그나마 군대를 목표로 변경한 것만 해도 일종의 수확이었다.
게다가 은주로서도 유은과 하렘궁을 무시한 중국이 얼마나 크게 망가지고 피해를 입든 그 사실 자체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 뒷수습 때문에 반대했던 거였지.
정도는 다를지라도 유은의 시녀로 수개월간 지내온 이상, 본질적으로 서현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실험은 네가 자체적으로 해서 나중에 데이터 뽑아서 알려줘."
"응."
+++
중국인민해방군(中國人民解放軍).
바로 15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군대이다.
사실 중국의 군대는 엄밀히 말해 '국가'의 군대가 아닌 '공산당'의 군대이기 때문에 '당군'이라 해야 하지만, 일당독재국인 만큼 공산당=국가 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을 대표하는 국방군이라 할 수 있다.
크게 5개의 지역을 큼직하게 나누어 운용하고 있는데, '북부전구' '중부전구' 동부전구' '서부전구' '남부전구'가 그것이다.
이 중한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북부전구'로서, 만주와 내몽골지역, 그리고 산둥반도를 포함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반도를 감싸고 있다 해도 과언이아닐 정도로 과하게 접근해 있으며, 심지어 산둥반도의 경우 위수지역이 나머지 북부전구지역과 이어지지도 않는다.얼마나 중국이 한반도 - 정확히는 미군의 통로가 될 한반도 - 를 경계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한반도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부전구, 그 중에서도 만주(동북3성)지역에 북부전구의 육공군이 집결하고, 산둥반도 지역으로 해군이 집결했다.
유사시 곧바로 한반도를 향한 전력투사를 가능케 하기 위한 배치였다.
그 한 지역.
제80집단군이 속속 집결하고 있는 이곳에서 하나의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전날에 하렘궁의 공식발표에서 '중국은 본궁에 대한 심각한 무례를 범하였으며, 이를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하는 바,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라는 섬뜩한 말이 있었기에 일본의 선례를 알고있는 중국은 각지의 핵과 관련된 시설에 대한 방호를 공고히 다지는 한 편, 당장이라도 핵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하니 직접 군부대가 있는 쪽으로 '공격'을 해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렇게 무자비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쐐애액!!
하렘궁의 본거지가 있는 강남 쪽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비행체는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어 곧장 날아왔다.
그리고 지금 제80군이 집결하고 있는 상공에서 대공포에 격추 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파악한 즉시 항의성명을 내고 북한의 국경을 넘으려 했지만, 그들은그럴 수 없었다.
"우욱!"
경계를 서고 있던 한 병사.
그가 갑자기 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그의 이상을 파악하고 즉각 달려왔지만, 곧 그들도 구토를 하며 풀썩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군영마다 몇 명씩의 희생자가 발생하여 의무실로 실려가고 전군에 비상이 걸릴 즈음, 끔찍한 변화는 시작됐다.
으득!
으드득!
"끄아아아악!!!"
누워있던 병사들의 배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더니, 가느다란 손가락 열 개가 살을 뚫고 피칠갑을 한 채로 튀어 나왔다.
그리고는 서슴없이 좌우로 배를 가르며 등장.
인간의 아기 모습을 한 개체가 기어이 모체를 끔찍하게 죽이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뭐,뭐야?!"
그 토나오는 상황에 의무병이 얼탄 사이, 아기 모습이었던 보지니아는 1분이 채 안 되어 성인으로의 성장을 마치고 분주하게 연락을 돌리며 상황을 엿보고 있는 의무병의 배에 손을 푹 집어 넣었다.
"끄...억...!"
그리고 이어지는 주입.
'그녀'의 안에 있던 보지니아의 씨가 의무병에게 뿌려졌다.
"아...아...."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간호장교 등등이 피로 칠해진 벽과 살덩이로 만연한 바닥 등을 보고 굳어 버렸다.
스으.
그리고 하얀 침대 위를 밟고 올라선 채로 스산하게 고개를 돌리는 보지니아.
"죽여!!!"
누군가가 외치고, 누군가가 소총을 발사했다.
총탄이 빗발치며 그녀를 해치기 위해 돌진하지만 무용지물.
보이지 않는 속도로손을 움직여 총탄을 일일이 쳐내고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병사들 모두에게 씨를 심어 버렸다.
그 즈음 맨 처음 씨가 주입된 의무병에게서 두 번째 보지니아가 태어났고, 확산은 2배 빠른 속도...아니 3배, 4배, 계속해서 늘어났다.
어느덧 병동은 모조리 보지니아로 인해 채워졌고, 그녀들은 고양이 같은 움직임으로 건물 창틀에 올라가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
"저건 대체...!!"
그때는 이미 이 해괴한 현상이 전군에 알려져 모든 병력이 각 연병장으로 나와 소총과 심지어는 전차의 포신까지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보지니아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빨개진 눈동자로 그들을 주시하였고, 오히려 겁을 집어 먹은 건 인민군이었다.
"저것들은 대체 뭐냔 말이다!"
비명과도 같은 한 간부의 목소리.
그러나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으니까.
"먹이."
그렇게 중얼거린 한 명이 뛰어 내리자 곧 모든 보지니아가 밖으로 뛰쳐 나왔다.
"주,죽여!! 전부 쏴!"
즉시 모여 있던 군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수십만발의 총탄이 건물을 벌집으로 만들고, 전차의 포격은 그것 자체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역시 무용지물.
보지니아는 그런 재래식 무기 따위로 어쩔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약 3분간 이어진 전군발포.
건물을 완벽히 무너뜨리고, 주변을 뿌연 연기로 뒤덮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끄,끝났나?"
한 병사가 사망플래그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맨발로 처덕처덕 밟아대는 발자국 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
하나 등장했던 실루엣이, 둘, 셋을 넘어 순식간에 수백으로 불어났고, 병사들은 절망에 휩싸였다.
"이...! 괴ㅡ,"
타앙!
말을 잇던 병사의 목에 구멍이 뚫리며, 핏줄이 쭈욱 뻗어 나왔다.
"?"
설마 아군의 오인사격인걸까.
모두가 두리번 거렸지만, 그런 낌새는 없었다.
"...설마."
두려움이 집중된다.
전방으로.
스윽.
"...."
전원 무사한 상태로 연기를 뚫고 나온 보지니아 무리.
몇몇의 보지니아가 소총을 들고 있었다.
"미친!"
그렇다.
보지니아는 얼마든지 병기를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의 몸에 심어졌다가 그 모든 기능을 흡수한 채로 모체를 죽이고 탄생하는 보지니아.
기본적인 지식과 성격, 그리고 기술 등을 모체에게서 습득한 채로 자라난다.
그 성장시간은 불과 1분.
압도적으로 짧은 시간이다.
그 1분이면 총기를 다루는 법은 물론이고, 서로 협력하여 전차나 전투기 같은 병기를 운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바로 지금처럼.
"어쩌지? 전부 죽이나?"
"동료를 양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느 쪽이든 좋다고 생각해."
"다 죽여도 되겠지?"
"어차피 인간은 많잖아."
"그래도 동료를 늘리는 쪽으로 하자."
"그건 번거롭잖아. 도망치기도 할 거고."
"그럼 이렇게 하자."
"그래. 그렇게 하자."
적진 한복판에서 태연하게 회의를 나누는 보지니아들.
그러다가 뜬금없이 십여명의 보지니아가 짝을 이뤄 서로를 마주보더니 깊은 키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을 보호하듯, 남은 보지니아들이 일렬로 육체벽을 이루었다.
이때다 싶었는지 다시 시작된 인민군의 공격.
그러나 보지니아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우음..."
"아응...."
3분 정도 계속된 키스의 향연.
곧 키스를 했던 보지니아들의 배가 살짝 부풀더니, 그녀들의 보지가 살짝 벌어지며 작은 살덩어리 같은 게 툭툭 떨어졌다.
그 수가 약 20.
그건 모두 보지니아의 '진짜 아기'였다.
보지니아끼리의 번식으로 탄생한 2세대 보지니아.
그녀들은 모모(?)가 바랬던 특성을 가지고 태어나 1분 만에성체로 자라났다.
외형은 1세대와 같이 인간미녀의 모습이었지만, 새로운 능력을 갖고 있었다.
스윽.
일렬로 육체벽을 만들며 서 있던 보지니아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덕분에 총알이나 포탄 따위가 날아들었지만 성체가 된 이상 무용지물.
2세대 보지니아들이 일제히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쏘옥.
각자 10개의 손가락 끝에, 뾰족한 가시 같은 것이 튀어 나오더니 전방을 향해 쏘아졌다.
쉬익 하며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가시들이 전열에 있던 병사들의 목이나 다리 등에 박혀 들어갔다.
"크악!"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병사들.
그 즈음에서 인민군은 이미 직감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고!
쉬익!
쉬익 쉬익!
2세대 보지니아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가시는 끊임없이 튀어 나왔고, 끊임없이 발사되었다.
그 속도는 가히 기관총의 그것.
앞에 수만의 병사들이 있다 해도 보지니아 십여 개체면 순식간에 전멸 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제80집단군의 여기저기서 일어났고,
그들이 모두 전멸 혹은 보지니화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 2시간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