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95)화 (294/517)



〈 295화 〉25.NTL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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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이 조약에 사인을 했습니다."

참담한 얼굴의 그는 이번 사태가 영 맘에 안 든다는 듯이 주먹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일국, 그것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이었던 일본이 한낱 테러단체에게 무릎을 꿇었다. 결코 좋은 상황이라   없는 바, 표정이 좋지 않은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아무리 연이은 사태로 인해 쇠약해졌다곤 해도, 일본은 인구 1억 3천만을 유지하며 국가총생산(GDP)이 6조 달러를 넘어서는 4개국 중 하나다.
 중에서도 1,2,3위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인도는 사실상 대륙급의 덩치이기에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력도 주변에 워낙 막장국이 많아서 그렇지, 결코 떨어지는 국가가 아니며, 모험가 전력은 근방의 강국인 한국보다 몇 배는 우수했다.(유은제외)

그런 나라가 전면적으로 백기를 들어 올리고 항복문서에 가까운 조약에 사인을 한 것이다.


"후...."

선거를 앞둔 미국의 대통령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일본의 일도 그렇고 하나같이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던전으로 인한 혼란기의 틈을 타 당선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이후는 그야말로 가시밭길.


 국가 정부의 역할과 힘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반면 D10이라는 국제기구의 위상은 드높아졌다.
그러더니 이젠 하렘궁이라는 단체까지 튀어 나와서 전 세계를 지들 멋대로 부려먹고있다.


이번 일본 사태도 마찬가지.

하렘궁의 수장이 사라진 것을 빌미로 삼아 각국에서 보조금을 뜯어내려는 게 뜻대로 되지 않자 부인이자 부길마라는 여자가 일본의 원자로를 폭격하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테러를 저질렀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여러 차례, 일본이 굴복의사를 내비칠 때까지 계속해서 원자로를 터뜨렸고, 일본은 자위대까지 동원하여 반항하다 결국 백기를 들어 올렸다.

역사상 이렇게 잔인하고 공포스런 테러가 또 있을까.

인류의 기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그녀는 후대에 히틀러이상가는 악녀로 이름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그만한 짓을 저질렀다.

"뭐 별 수 있나. 핵 가지고 협박하는데."
"그냥 넘어갈  없습니다. 각 기관에서도 본국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어요."

당장은 힘 앞에 굴복한다.
그러나 그게 영원한  아니다.

심지어 일본조차 언제든지 뒤에서 찌를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 힘에 의한 압제는 한계를 갖는 법.


"전쟁...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범죄와의 전쟁, 테러와의 전쟁, 이번엔...."
"하렘궁...아니 길드와의 전쟁이 되겠군."
"해야 합니다! 그런 야만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걸 보여 줘야해요! 그래야 재발하지 않습니다!"

그의 주장은 타당했다.

이런 것에 굴복해선 된다.
그것이 무엇을 위협하든, 테러와의 협상은 해선  된다.

그리고 그건 대통령도 같은 입장이었고.

문제는 핵이었다.

유은을 위시로 한 하렘궁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모험가 집단임이 틀림 없다. 그렇다면 그들을 막기 위한 뚜렷한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에 그러한 것이 있을 지 의문이었다.
군대를 배치한다 해도, 군대가 통하지 않는 이들을 너무도 쉽게 제압했다는 것이 영상으로서 남아 있다.

과연 가능할까.

뜨거운 정의놀음 따윈 10살 선에서 정리해야 한다.
성인이 되면 정의보다 실리가 우선이다.


개인이 그러할 진데 하물며 국가야 말해 무엇하랴.

물론 실리적으로 봐도 하렘궁이 선을 너무 심하게 넘었기 때문에 역시 그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 옳다. 그럴 방법이 없어서 문제지.

"일단 그 건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논의해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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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직 찾은 건 아니다 이 말이지?"
"네. 아직 완벽하게 소재지를 파악한 건 아니에요."
"후...그래도 그게 어디야."


소라는 안심하며 의자에 등을 묻었다.


일본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곧장 돌아온 그녀는 여독을 풀기도 전에 아흑이와 흑흑이를 불러 정확한 상황을 들었다.
비록 완전히 찾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사라도 확인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지어졌다.

어쨌든 이상한 블랙홀 같은 곳에 떨어지진 않았다는 거니까. 적어도 사람이 살고 있는 차원에 있는 것이다.
그런 곳이라면  괴물 같은 인간이 죽었을 리 없지. 아마 보란듯이 여자들을 따먹으며 지내고 있을 거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똑같아요. 차원게이트를 열고, 좌표를 특정해서 주인님을 찾으러 가야죠. 다만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률이 올랐을 뿐, 해야 할  동일합니다."
"그렇구나...."

소라는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드는 의문에 입을 열었다.

"근데 신호는 잡았다고 했잖아?"
"네."
"대략적인 위치도 알았다고 했고."
"네."
"...그럼 좌표는 그걸로 된 거 아냐?  걔가 대륙에 있다고 해봤자 너나 아흑이가 스캔 한 번 하면 될 거고...대충 가면 될 거 같은데."

그녀의 의문에 흑흑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 좌표는 단순히 '공간'개념만 들어간  아니라 '시간'개념도 들어가 있거든요. 자칫하면 주인님이 '인장'을 사용한 시간을 기점으로 수십년 과거나 미래에 도착할 수도 있어요. 그럼 말짱 꽝이잖아요."
"아."
"차원마다 시간대는 물론이고 시간이 흐르는 속도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세밀한 작업이 필요해요. 일단 기본적으로 그쪽과 여기의 시간대는 +30년 정도 차이가 나고  그쪽에서 '인장'의 신호가 지속되는 시간과, 본래 이곳에서 설정한 지속시간의 차이를 비교해 계산하면ㅡ,"
"아니아니 잠깐. 그렇게 자세히 설명할 필욘 없어."

tmi를 전달하려는 흑흑이를 말리고 이번엔 아흑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원게이트는 얼마나 걸리는 거야?"
"전에 말했잖아. 3개월 걸린다고. 지금은  달 정도 남았지."
"한 달...그럼 그 기간동안 좌표특정인가 뭔가도 가능한 거야?"
"글쎄. 그놈이 몇 번 더 쓴다면 그만큼 빨리 잡을 수 있겠지만...솔직히 확답은 어려워.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처음이잖아?   확실한 데이터가 있다면 모를까."
"...."
"그래도 뭐 너무 걱정하진 마. 그놈이어디 평범한 변태야? 분명 좀 지나면 엄청나게 신호 잡히기 시작할 걸? 막 몇 천개씩 나올 수도 있어."


확실히 유은은 그러고도 남는다는 생각에 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쪽에서도 수를 쓰고 있으니까."
"수라면?"

아흑이가 마치 선생님처럼 오른쪽 검지를 세웠다.

"우리에겐 '시녀복'이 있잖아. 입히기만 해도 주인놈의 시녀로 만들어버리는 아이템. 그걸 이용하는 거지."
"...?"

알아듣는 기색이 없자, 아흑이가 은색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아.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이해를 못하다니. 설명하는 의미가 있는 건가."
"뭐래. 뜬금없이 시녀복타령하면 누가 알아?"
"역시 가슴 큰 여자는 머리가 나쁜가봐. 어쩔 수 없이 이 몸이 천천히 설명해 줄게."
"나 서울대 나왔거든?"

소라의 말을 무시한 그녀가 설명을 시작했다.

상술했듯 '시녀복'이라는 아이템은 여자라면 누구든지 입는 것으로 유은의 시녀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시녀복은 '유은'의 '시녀'의 스킬 등을 이용해서 제작된 아이템이다.
즉, 아이템 자체가 그와 연관된 시스템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것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효과의 발동조건(시녀복을 입는 것)이 있고,
그 조건이 달성될 시 신호를 보내 유은이 보유하고 있는 '현상' 쉽게 표현하여 '스탯'이라는 것에 영향을 준다.
그리하여 유은의 '현상'에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를 포함한 신호가 발동조건을 충족시킨 여자 - 시녀복을 입은 여자 - 에게 전달되면, 마침내 그 여자의 '현상'에도 변화가 생겨 유은의 '시녀'로서 등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분명히 존재할 거라는 게 아흑이의 생각이었고, 이를 이용하여 유은의 좌표를 특정할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시녀복이 기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그건 아닐거라고 봐. 카지노를 비롯한 건물이라던가, 펫인 나라던가 하는 것들도 멀쩡히 기능하잖아. 그러니까 시녀복도 기능할 거야. 그럼 남은  그 신호를 따라 추적하는  뿐이지. 그리고 거기서도 주인놈이 인장을 사용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거고."
"일단 알겠어."
"전혀 모르는 거 같은데?"
"그래서, 여자들을 대량으로 납치해서 시녀복을 입히는 실험 같은 거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건 좀 인간적으로 아니지 않나."
"뭐래;; 원자로에 돌덩이 던져서 폭파시키던 년이 고작 납치 따위에 딴지를 거는 거야?"
"그런가."


소라 스스로도 웃긴지 피식 웃었다.
"뭐, 지금 내가 말하는 건 일종의 보고차원에서 하는 거고, 실은 이미 2호 계집한테 맡겨놨어. 네가 걱정 안 해도 착착 진행될 거야."

'2호 계집'이란 서현을 뜻하는 말이다.
항상 '2호 좆물받이'라느니 '1호가 되어야 했어.'라느니 하는 말을 늘어놓는 그녀에게 붙여준 일종의 별명. 당연하지만 그렇게 부르는 건 아흑이 밖에 없다.


"음...하필 서현씨한테...뭔가 좀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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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복은 준비되고 있어?"
"물론이지."

띡. 띠딕.

검정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여인이 허공에 펼쳐진 무수한 스크린을 조작했다.

치익.
지잉.

사방은 마치 할리우드 SF영화에나 나올법한 공방.

기계팔과 드론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하얀 가운을 입은 시녀들도 가쁘게 발을 놀리고 있었다.

"너야말로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계획은?"
"물론 있지."


은주의 물음에 소프트콘 초코맛을 낼름거리던 서현이 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일단 실험은 폐급년들 위주로 진행할 거고, 성공하면 기존 시녀들한테도 전부 입힐 거야. 그리고나서 본격적으로 자원들을 수집하는 거지. 겸사겸사 전쟁준비도 좀 하고."
일견 평범(?)해 보이는 단어들이었지만, 그 실체를 알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말한 '실험'은 일종의 인체실험에 가까웠고, '폐급년'은 일전 페미사태때 사로잡은 페미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자원'은 현재 하렘궁에 보유하고 있는 여자들을 제외하고 추후 '실험'에 쓸 여자들을 뜻하는 것이다.

즉, 임서현은 지금 은주와 함께 '인체실험'을 해서 더욱 우수한 노예들을 양산한  그 노예들을 이용해서 '더 많은 실험체'를 얻어내는 - 방법은 당연히 불법을 넘어 비윤리적 - 최종보스 흑막틱한 짓을 꾸미고 있는 거다.


게다가 궁극적인 목적이 그녀의 주인인 유은을 다시 이곳으로 불러오는 것이기에 무슨 욕을 들어먹든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인류에게 있어 하나의 재앙.


"샘플 하나 줘봐."


딱.

은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바쁘게 움직이던 드론 하나가 날아왔다.
크기는 손바닥하여 그리 크지 않았고, 척 보기에 무해해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끔찍하기 그지 없는 것.

"이걸 '여자'한테 던지면 돼. 뭐, 던지는 것도 아니지. 그냥 손으로 가리키거나 명령을 내리면 알아서 날아가 붙을 거야."
"대단한데?"


엄청난 개량.


불과 얼마  까지만 하더라도 아날로그식으로 직접 입혀야만 했는데, 이젠 드론화 되어 지가 스스로 날아가서 목표물에 붙어 시녀복을 입힌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경이로운 발전이란 말인가.



서현은 이 신비로운 기기를 실험하기 위해 다른 시녀를 시켜 폐급 하나를 데려왔다.

지난 3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강도 높은 훈련과 운동, 식이요법 등을 병행하여 거의 대부분의 폐급들은 한국여자 평균 사이즈에 근접해 있었는데, 시녀가 데려온 폐급은 그 중 가장 뚱뚱한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실험'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고가 일어날 있고,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아까운 비만인을 희생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끌려온 여자는서현을 보자마자 공포에 떨었다.

"어떻게 하는 거야?'
"이렇게."


은주가 그녀를 가리키자, 허공에서 뽈뽈거리던 드론이 여자에게 날아가 가슴쪽에 착! 하고 달라붙었다.


"히익!"

기겁하는 그녀였지만, 감히 서현의 앞에서 떼어낼 배짱은 없었고, 그저 덜덜 떨며 추이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가슴팍에 붙은 드론은 변화를 시작했다.

속에 대체 뭘 넣어둔 건진 모르겠지만, 저 조그마한 것이 본체를 확장시키면서 점차 일종의 갑옷형태를 갖추었다.

영화 같은 곳에 보면 자주 나오는 엑소슈트 같은 것이다.



"너무 기계적인데? 좀 더 여성미를 살리고 섹시한 그런 디자인은 없니?"
"일종의 패키지 아이템이야. 평시에는 드론으로 데리고 다닐 수도 있다고. 당연히 <드레스코드>같은 아이템은 기본 내장이지."
"그거 다행이네."
서현은 아직도 떨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얼굴은 크고 내부를 투시할  없는 검은 고글로 절반 가까이 가려져 있고, 목부터 시작해서 상반신과 하반신은 틈 하나 없이 단단한 기계장치로 보호되고 있었다.
관절부위는 특히나 나노단위로 짜여진 금속원단으로 제작되어 일반적인 날붙이는 물론이고 운동에너지가 큰 총탄도 충분히 막아낼 정도였다.

단순히 물리적인 측면으로도 상당한 보호를 자랑하는 최신 시녀복. 그러나 '아이템'인 이상 기능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기존의 시녀복에 비해 적어도 몇 배는 성능이 향상됐어. 하늘도 날 수 있을 정도야."
"좋아.  정도면 바로 써도 되겠어. 폐급들 데리고  번만 더 실험해보고 투입하자."

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에 날카로운 가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시녀복을 입은 여자의 말랑말랑한 뱃살에  찔러 넣었다.


"아아아악!!"
"뭐해?"
"이딴년을 주인님의 시녀로 둘 순 없잖아."

고통스럽게 바닥을 뒹굴다가 마침내는 내부에서 배가 갈라지며 한 생명을 배출해내는 여자를 싸늘하고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실험은 내일 진행할 거야. 폐급들을 숲에 풀어 놓고 드론형 시녀복과 보지니아를 동시에 투입해서 어느쪽이 결과적으로  많이 늘어나는지...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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