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89)화 (288/517)



〈 289화 〉25.NTL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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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삑. 삑.


"뭐야 이건."

뜬금없이 잡힌 신호에 한참 빈둥거리고 있던 아흑이가 눈을 떴다.
아름다운 은발에 걸맞게 눈동자 역시 은색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석처럼 영롱했다.

"아흑."


흑흑이도 신호를 받았는지, 아흑이 곁에 등장했다.


"너도 받았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흑은 에휴. 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팡팡 털었다.


"이 병신 새끼. 보나마나 설명해 준  띄엄띄엄 들었구만."


당연하지만 그녀가 병신이라고 칭한 인물은 유은이다.


은주와 아흑, 그리고 흑흑이의 협업을 통해 제작해 낸 하렘궁의 신물, '시녀 인장'.

이것은 그저 그런 아이템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분명히 설명도 했다.


이 인장을 이용해 시녀로 만든 인물은 어디에 있든지 아흑이와흑흑이를 통해 소재파악이 가능하다고.

다른 기능도 많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이 '위치파악'기능.


본래는 새로 임명되어 충성도와 애정도가 떨어지는 시녀들의 도망을 방지하고 혹시라도 해당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디 있는지 찾아내기 위해 넣은 기능이지만, 지금처럼 유은 자체가 실종된 경우 그를 찾는 단서로도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유은이 설명을 제대로 들었다면, 이세계로 점프하고 시녀로 만들 있는 여자를 발견하자마자 이 시녀 인장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주변에 여자가 없는 곳으로 떨어졌다거나 아니면 해당 기능을 까먹었다거나(...) 둘 중 하나.

지금이라도 '시녀 인장'을 사용했다는  적어도 여자가 존재하는 곳에 떨어졌다는 것이고, 그런 곳에서 '그' 유은이 2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여자를 찾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의지로라도 찾아낼 인간이니까.


즉, 유은은 그냥 해당 사항에 대해 까먹은 것이다.


"보나마나 편리하게 시녀를 만들  있는 아이템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겠지.."
"맞는 얘기잖아."
"아무리 그래도 보통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떠오르지 않나? 어렴풋이라도."
"글쎄."
"뭐, 그녀석이야 워낙 지능이 떨어지니까 이게오히려 정상일 수도 있지만. 아마 지금 찍어놓고도 모를 걸?"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이상 시간괴리 또한 얼마든지 일어날  있어. 이세계에 도착하자마자 사용했어도 지금처럼 몇 개월이 지난 후, 심지어는 몇 년 뒤에 신호가 잡힐 수도 있는 거야."
"흥. 몰라. 그냥 그놈이 멍청한 거야."


아흑이는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곧바로 서현을 비롯한 간부진에게 연락을 전달했다.


뭐가 됐든 유은의 소재파악은 아주 중대한 소식.
특히 지금처럼 하렘궁을 둘러싸고 무수한 사건이 벌어지는 지금, 지친 궁인들의 사기를 올려줄 일대의 사건이다. 특히 간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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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흑이가 뿌린 연락은 당연히 소냐와 은주에게도 전해졌다.

청와대 본관의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기다리던  여인은 동시에 폰을 들고 동시에 소식을 접했다.

"소냐님!"


은주가 다급한, 그러나 화색이 도는 얼굴로 소냐를 부르고, 소냐 역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유은을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호라도 잡았다는 게 어디인가.


게다가 아직 협상 전.
유은의 소재 이전에 생사여부라도 확실히 파악했다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게 분명했다.

아무리 하렘궁 자체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해도 상징이자 유은이 있고 없고는 매우  차이였으니까.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막상 확실하게 알게 되니 더 기쁘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물론 진짜로 실물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이환희로 가득찼다.

이제 시설만 제대로 만들고 좌표를 추적해 따라가면 다시 유은을 만날  있다!


-대통령님 들어가십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한국의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이 안으로 들어왔다.
예의상 일어나 그를 맞이하며 악수.
아직까지 한국 정부는 궁에 친화적으로 접근해왔기 때문에 굳이 척을 질 필요도 없었다.

"꽤 멀었을 텐데 오시는 길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래봤자 서울인데요."
"그래도 강북과 강남은 꽤 먼 거리지 않습니까. 앉으시죠."

소냐가 자리에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건 그래요. 그보다...청와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막연히 푸른 기와집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래보여도 백악관보다 3배나 큽니다. 영토는 100분의 1밖에 안 되는데 말이죠."
"그이가 돌아오면 한옥식 궁전도 하나 지어보자고 해야겠어요. 맘에 드네요."
"그러신가요? 그거 다행이군요. 나중에 언제든지 또 오고 싶으시면 오셔도 됩니다. 궁전 지으실 때도 너무 똑같이 따라하지만 않으시면 참고하셔도 되고요."

반쯤 농담 같은 말인데도 대통령은  받아주었다.

"그나저나 청와대에 계시다고 들었었는데, 어디 계셨던 건가요? 여기가 본관 집무실 아닌가요."

특이하게도 대통령은 소냐를 집무실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그것도 본관 집무실.
보통 생각하길 대통령이 일하는 곳이 본관 집무실일 텐데, 손님을 그 집무실에 앉혀둔 것이다.


의도는 둘째치고 그럼  동안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단 말인가.

"보시다시피 본관은 너무 쓸데 없이 커서 말입니다. 평시에는 여민관에 집무실을 설치해 일을 보고 있습니다. 비서진을 비롯한 스탭들도 다 거기에 있다보니 소통하기도 편하고요."
"아하...그럼 본관은 그냥...방치인가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처럼 중요한 손님을 맞이할 경우 이곳에서 모시기도 하죠."
"그렇군요."

소냐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입에 머금었다.
덕분에 이어지던 대화는 잠시간 멈추었고, 자연스레 화제가 전환되었다.

"사무실을 정리하신다 들었습니다.혹시 여의도로 오실 생각이신지?"
"불과 몇 시간 전에 결정한 일인데 벌써 알고 계시네요."
"한국에는 제 눈이 많으니까요."

소냐가 살짝 미소지었다.

"정치를 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게 바쁜 직업은 이제 사양이랍니다."
"꽤 잘 어울리실 것 같았는데 아쉽습니다."
"별 말씀을."
"야당의원은 물론이고 우리당 의원들도 상당수 움직이고 계시던데, 적성에 맞는 게 아닐런지."

꽤 가시가 있는 말이었다.


UN안보리 결정부터 지금까지 한국정부가 줄곧 궁에 우호적인 입장만을 내보이고 있는것에는 의원들의 약점을 쥐고 움직이는소냐가 뒤에 있었다.

도대체 뭘 잡고 있는지는 대통령으로서도 알 길이 없지만 누군가에 의해 국회가 움직인다는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 길이 아무리 그의 생각과 같은 방향이라 해도.


"그런 것 보다 슬슬 본론에 들어가죠."

소냐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고, 대통령도 물고늘어지지 않았다.

"그럽시다.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최근 궁에서 하신 일 덕분에 외국의 압력이 아주 거셉니다. 이에 대해 궁의 의견을 좀 듣고 싶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그에 대해서는상당히 유감이에요. 저희로서는  수 있는 일, 해야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그런 우리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적인 핍박을 받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자로를 테러한 일이 그저 '해야 하는 일'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군요."

살짝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대통령이었지만, 그의 웃음에 소냐역시 같은 웃음으로 받아쳤다.

"그이에게 일본에 있는 핵을 터뜨려 달라고 의뢰하셨던 게 제 앞의 어느귀한 분이시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후후...확실히 그랬습니다만 중요한  실행여부 아니겠습니까."
"그 실행여부에 관해서도 대일본 특수부대를 은밀히 투입시키지 않으셨습니까. 실패했을 뿐이지 행동을 취하셨음은 명백하니 그 일과 관련하여 대통령께서 본궁을 비난하는 건 다소 내로남불과 같은 심리가 아닐런지."

대통령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여사님의 정보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지 궁금하군요. 궁의 힘이라고 보기엔 예전부터 탁월한 정보력을 갖추셨다고 들었는데요."
"변호사의 기본 소양이죠."
"그말을 들으니 우리나라 법조계의 미래가 참으로 기대됩니다."

엷은 웃음을 띤 그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농담이나 하면서 있고 싶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사정이 그리여의치 않습니다. 외국은 물론이고 슬슬 한국 내부에서도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요."
"그 압력을 뚫을 무언가를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제가 척을 질 거라고는 생각 안하십니까? 이 자리는 그저 통보를 위한 자리이고, 이미 돌아서기로 마음을 굳혔을 수도 있는데요. 하렘궁은 그만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상황판단이 특기인 대통령께서 그런 악수를 두실 리는 없다고 봐요."
"자신만만하시군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 변호사라면 기본 아니겠어요? 대통령께서 어떤 성향을 가진 분이신지는 이미 알고 있답니다."

소냐가 다리를 꼬아 올리며  위로  손을 깍지꼈다.

"그래서 하는 제안인데, 완성된 핵탄두...그거 우리한테 보여주시죠."
"...?"

순간 무슨소리인가 인상을 찌푸린 대통령.
그러나 곧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설마 핵탄두를 복제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하렘궁에는 결전병기라 해도 좋을 '아흑'이라는 존재가 있다.

기계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복사하여 분신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핵도 복제하는 게 가능할 터.


적어도 궁의 일원이 아닌 일반인이 아는 지식은  정도였다.

'하렘궁에는 그것이 기계라면 무엇이든 복제하는 펫이 있다.'



대통령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나온 답이었다.


'하렘궁에서 비밀리에 핵탄두를 복제하고 그걸 우리 정부에 양도...군사훈련 및 홍보를 빌미삼아 확대된 핵전력의 일부를 공개하면 아무리 세계라 해도 섣불리 우릴 제제할 수 없어.'

"그 정도만 해도 일단 1차적인 돌파로는 마련된다고 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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