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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82)화 (281/517)



〈 282화 〉25.NTL판타지

"...."


유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대로 소드마스터건 뭐건 딱히 의미가 없었으니까.

물론 수가 많다면 번거로울 순 있다.
유은과 그녀가 강하다 해도 몸은 하나씩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조차 유은이 시녀를 늘리기 시작하면 별  아닌 일.
결국에는 '정신차려보니 소드마스터가 양산되었습니다.'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리 되면 아마르 자작은 물론이거니와 대륙 자체를손에 넣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딴  별로 관심 없지만.'


그녀의 목표는 집에 돌아가는 것.
문명의 이기가 없는 중세 이세계따위, 그녀의 취향이 아니다.


.
.


식사가 끝나고, 유은과유나는 정원을 거닐었다.
푸르게 펼쳐진 잔디와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피우는 꽃들.
잘 관리된 정원은 보는 것 만으로 기분좋게 만들었다.

"결국 시녀를 늘려야겠네요."
"오. 의외네요. 유나씨."
"...아직도 그 소리예요? 이제 신경 안 쓴다고 했잖아요."

많이 신경 쓰는  같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그거 말고요."
"?"

예쁜 눈이 그를 향한다.


"시녀라는 단어, 말 못했잖아요. 분명 망측한 이름이라고 했던가...뭐라고 불렀었죠?"
"익숙해졌을 뿐이에요."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유은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흐익?"
"그런 것보다,   돌아가는 것에 신경 써줘요. 누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걱정하는데 누구는 팔자 좋게 여자나 후리고...."
"에헤이. 누가 여자를 후렸다고 그러십니까."
"제 옆에 있는 누군가요."
"흠흠. 그나저나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


노골적인 화제전환에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다.

"저 여자는 어떡할 거예요?"
"예?"
"라이젠 영주요. 설마 당신 성격에 버리진 않을 테고, 뭐예요? 저 사람은."
"음...."

그녀의 질문은 라이젠 영주의신분에 관한 것.
시녀로 삼을 건지 아니면  이상인지에 대해 묻는 것이다.

"글쎄요 뭐...딱히 생각은  해봤는데."
"...."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그녀가 왠지 이마를 좁혔다.

"진짜 쓰레기네. 당신. 생각조차 안 했다니. 영주가 불쌍하게 느껴져요."
"아픕니다. 팩트폭행은 자제합시다."
"이런 인간이 뭐가 좋다고 진짜...하...."

강한 현타가 왔다.
저 실실 웃는 얼굴에 주먹 한 방 먹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헤헤."

갑자기 유은이 그녀를 껴안았다.

"이미 우린 운명공동체입니다. 유나씨가 제게 빠져버렸으니까요."
"읏?! 왜 이래!"

물컹.

살들을 만져대는 공격에, 그녀는 있는 힘껏 유은의 뺨을 밀었다.

"떨어져!!"
"저도 유나씨 정말 좋아한답니다~."
"익!"

밀어내고 밀어내서 가까스로 떨어질  있었던 유나는 흥! 하며 유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으엑."
"달라붙지 마요. 더우니까."
"매몰차시네요. 그래서 귀여운 거지만."
"흥."

유은은 몸을 돌리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았다.

"므읏!"
"좀 더 이렇게 있어요."
"이,이거 놔요."
"혹시 어제 서운했어요?"
"예?!"

품에 안긴 채 과하게 말끝이 높아진 유나.

"서운하긴 누가 서운해요. 간만에 산책도 하고 좋았는데요."
"흐음~. 과연 그럴까요."
"오랜만에 꿀잠 잤거든요."
"얼굴 되게 퀭한데."
"시끄러워요."
"이렇게 부인이 서운해 하시니 달래드려야죠."
"누가요!"
"마침 오늘은 할 것도 없으니 같이 있어요."

계속해서 공격(?)아닌 공격을 해오는 유은에게 반항해 보았지만, 결국 포기하고는 받아들였다.


오늘 아침까지 딴년이랑 놀았던 주제에 이제와서 부인이랑 같이 있겠다니. 짜증이 나지만 그녀 쪽이 더 빠져 있는고로 어쩔 수 없다.

'이 개새끼야.'


+++




"...."
널찍한 창.
그 밖으로 보이는 정원은 눈에 담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거기에 두 남녀가엉켜있다.

"...설마 저기서 하진 않겠지."

타인이 보기엔 가증스러운 커플놀이에 불과한 실랑이를 하다 이내 찐한 키스에 돌입한다.

물론 키스한다고 다 그걸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저 인간이다보니 왠지 할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쉰 라르나르가 커튼을 쳐버렸다.

"그래...뭘 기대했어. 엄연히 부인이 있는 사람인데."

지금까지 유나와 유은이 붙어있을 때 느꼈던 묘한 감정이 아니다.
어젯밤 분명하게 찍힌 도장으로 말미암은 강렬한 질투.

이제 자기 여자라고 선포한 주제에 다른 여자랑도 웃으며 지내고 있는 저 모습이 얼마나 미운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그녀는 배에 손을 얹었다.
속이 울렁거리며 금방이라도 토할  같은 최악의 기분.


"하아...."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며 의자에 앉았을 때,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시에스타입니다.
"시에스타? 들어오세요."

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옛날부터 함께 이 영지에서 자라온 여인이지만,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다.
애초에 로이드가 특이한 거지, 함께 자랐다 해도 보통은 평민과 귀족의 선을 확실히 긋고 살기 마련. 친해지는 더 어렵다.


"어제 일로찾아왔습니다."
"어제일이요?"
"네."

시에스타가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유나란 여자가 사람들을 불러서 찾아갔더니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로이드가 있었고, 이 상황에 대해 '함께 수련하다 다쳤다'라는 웃기지도 않는 말로 얼버무렸다는 것, 따지고 싶었지만 응급처치를 위해 일단 물러났다는  등등.


"분명 뭔가 있습니다. 고작 수련따윌 하다가 대장님이 그렇게 크게 다치실 리가 없어요."
"로이드가...."

비록 유은이나 유나에 비하면 너무나 약한 쩌리에 불과하지만, 소드 익스퍼트의 벽을 앞두고 있는 로이드는 제법 인재다.
그런 그가 수련하다 피투성이가 됐다는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이상한 일.

게다가 거기엔 유나가 함께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 사람...이라면 로이드를 그렇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땐 나와...그..걸 하고있었으니까...그럼 누가 그렇게 만든 거지? 설마 유나씨가? 에이....'


정황상 함께 있었던 이유나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

애초에 유은과 라르나르의 섹스를 목격한 로이드를 끌고 나간 게 유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 실력 없어보이는 그녀가 '라이징'인 로이드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다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혹시 그자가 연루된 게 아닐까요?"
"그자?"
"유은이라는 남자 말입니다."
"...."
"대장님도 '맘에 안드는 놈이지만 실력은 있다.'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그가 대장님을ㅡ,"
"그건 아니예요."

저도 모르게  잘라 말해버리는 라르나르.
말해놓고도 흠칫 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라 어쩔 수 없다.

"예?"
"...그럴 리 없어요. 그분은...그러니까...아무튼 아니에요."
"그게 무슨...정황상 그자가 그랬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그의 부인이 옆에 있었던 거 하며, 실력적인  하며...하나같이 그를 가리키고있습니다. 그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건...."

라르나르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유은은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에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 말해주면 해결되지만, 문제는 그때 유은이 그녀와 함께 있었다는 거다.


야밤.
귀족여인이, 그것도 정혼자가 있는 여인이  시간에 유은과 만나고 있었다는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파멸이다.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시에스타의 망상은 점점 살이 붙어갔다.

"부부가 함께 범행을 저지른 뒤, 남편이 사건현장을 수습하는 사이 부인이 밖으로 데려온 거죠. 그러다 어떤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을 불러 응급처치를 하게 만들고, 본인들은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거죠. 참으로 섬뜩하네요."
"어쨌든 그분은 아니에요."
"예...뭐...아가씨께서 그리도 확신하고 계시다면...실례지만 그 근거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근거...말인가요?"
"네."

근거.
있다.
확실하게.

유은은 그 시간에 그녀와 섹스하고 있었으니까. 이보다 확실한 게 어디있겠나.


하지만 말할  없다.


라르나르가 말이 없자,시에스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비록이유를 대진 못했지만 라르나르는 귀족이고 그녀는 고작해야 기사 나부랭이.
신분의 차이는 극명하다.

여기서 그녀의 말을 '근거가 없지 않습니까.'라는 이유로 부정하는 건 큰 죄가 된다.

"확실히 손님으로 온 사람들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건 좋지 않죠. 면이 서질 않고요. 아가씨께서는 그런 사태를 피하고 싶으신 거군요."
"네?"
"그렇다면 제가 유은이라는 자와 직접 면담하여 그의 알리바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그게 무슨...."
"아가씨께서 믿고 계시는 바를 제가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그녀의 말을 직접 부정하는 건 안 된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증거'라던가 하는 게 나와버리면 아무리 귀족이라도 어쩔 수 없다.

'분명 그놈들이 한 짓이야. 감히 대장님을...!'

100퍼센트 유은과 유나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시에스타.
겉으로 꺼낸 말과는달리 기필코 범행증거를 밝히겠다 다짐했다.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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