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1화 〉25.NTL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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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게...무슨 말이에요?"
뜬금없이 나라를 세우라니?
"말 그대로야. 너가 나라를 세워서 날 좀 도와줘야겠어."
"...."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게 확실해지자 라르나르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라란 무엇인가.
철학적인 담론을 제하였을 때, 나라란 곧 왕을 뜻한다.
왕이야말로 나라의 상징이며, 나라의 권력.
비록 각 귀족들도 힘을 갖고 있다지만, 그 힘이 아무리 강해도 사사로이 왕을 칭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정통성'이라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명분을 왕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건국을 선포하고 스스로를 왕이라 한다면, 그 즉시 주변에 있는 모든 귀족들과 적이 될 것이며, 귀족연합군,심하면 국가중앙군이 소집되어 토벌될 것이다.
먼 왕족인 공작조차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고작해야 남작인 라르나르에게 이루라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랑 유나씨는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거든. 돌아가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
"...얘기를 못 따라가겠어요. 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주세요."
"어쨌든 나라의 힘이 필요해. 근데 괜히 왕이랑 쇼부치기 귀찮으니까 너가 왕 하라고."
"...."
뭔가 간추려서 말한 것같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
아니, 이해는 되지만 납득이 안 된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저기...지금 라이젠령에 남은 기사라고는 로이드를 포함해서 10명 남짓에 병력은 긁어 모아봐야 천 명이 채 안 돼요. 그런데 나라라뇨...."
"음...너 좀 심각하다. 천 명이 뭐냐. 내 시녀만 해도 3천은 되는데."
"...."
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인간이 시녀 3천이라니. 말도 안 되는 말로 놀린다고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아쉬운 건 그녀.
어젯밤의 일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에겐 유은의 조력이 필요했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고, 당장 해야 할 건 아마르인지 하는 놈을 처리하는 거지?"
"네. 전에 보낸 이들이 전부 죽었으니 슬슬 반응이 올 거예요. 아마 정식으로 영지전을 선언하겠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일단 왕궁에 사람을 보내 사정을 설명하고 영지전 선포를 알린 후에 왕궁에서 사람이 나오면 그때부터 영지전이 시작돼요."
"그렇구나."
유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유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영지전이라는 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선포해도 되는 거예요?"
"물론 아니예요. 하지만...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고 있으니, 아마 미리 수작을 부렸을 거예요."
"으음...."
수긍아닌 수긍을 하는 유나.
괜히 라르나르가 불안해졌다.
'설마 이제와서 떠나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내몸까지 가져놓고 그건 안 돼!'
기억이 희미하고 거의 잊혀지고 있지만, 유은과의 일을 로이드가 목격했다는 건 알고 있다.
아마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을 테지.
라이젠령 거의 유일한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게 로이드인데, 이런 상황에서 유은들마저 이곳을 떠버린다면 그녀는 정말 희망이 없다.
그저 자그마한 자비를 바라며 지금이라도 자진해서 아마르의 여자가 될 수밖에.
하지만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싫다.
"아마르쪽 규모는 잘 모르겠지만, 남작령과 자작령을 합치면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춰질 거예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죠."
"근데 얘네 전력이 천명이 한계라는데 자작이라고 많을까요? 한 단계 차이잖아요."
"어차피 고작해야 중세국가 정도로 보이는데, 천단위 병력이면 많은 거예요. 주변 영지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다 보면 되지 않을까요. 당신도 있고 저도 있는데."
그녀의걱정이 무색하게, 유은과 유나는 이미 라르나르의 나라를 세울 생각으로가득한 모양이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로이드씨는 어느 정도의 실력자예요?"
"로이드...요?"
"네. 그 사람이 이 세계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강자인지 알 수 있다면 대략 감이 올 것 같아서요."
"음...."
잠시 침묵.
그녀는 그저 교양으로만 검술을 배웠기에 자세한 건 알지 못한다.
말할수 있는거라고는 소위 '경지'라 불리우는 단계적인 부분.
"로이드는 소드 메이저의 경지라고 들었어요. 조만간 익스퍼트에 진입할 수 있다고도...."
"그건 또 뭐야. 양판소인가. 소드마스터도 나와?"
"기사들의 경지를 나누는 용어예요. 기사 수련생이 되고나서부터 이런 용어가 따라다니죠."
큰 덩어리는 4개가 있다.
첫째가 바로 '소드 마이너'
정식으로 기사 수련생이 되어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 경지이고, 보통은 정식 기사가 되기 전에 초월한다.
주된 특징으로는 마나를 이용해 신체를 강화하는 것으로서, 아직 마나 조절이 미숙하기 때문에 본인의 신체가 아닌 검이라던가 갑옷에 마나를 전달하진 못한다.
때문에 무거운 플레이트 갑옷을 주로 입고 있으며, 마나를 검에 불어넣지 못하는 관계로 전투력은 일반 병사 10명에 해당하며 그나마도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병사들은 마나를 다루는 경우도있으므로 사실상 '기사'로서는 전력외의 경지다.
둘째가 바로 '소드 메이저'
실력에 관하여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가진 경지로서,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이 해당 경지를 밟고 있다.
워낙 범위가넓어 따로 '언더' '미들' '라이징'으로 세부단계를 구분하는데, '언더'는 비로소 체외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한 단계이며 '미들'은 동시에 2가지 이상의 물체에 주입하여 컨트롤 할 수 있는 단계이다.
따라서 '무기'나 '갑옷' 둘 중 하나에만 마나주입이 가능한 '언더'와 동시에 모두 주입이 가능한 '미들'의 차이는 매우 극명하며, 나아가 '주입'이 아닌 '발산'이 가능해지는 '라이징'단계가 되면원거리 공격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같은 '메이저'임에도 전투력의 차이가 매우크다.
셋째는 '소드 익스퍼트'
기사전력의 꽃이라불리우는 이 경지부터는 '국가급'인재로 지정되어 신분에 상관 없이 귀족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설령 노예라 할지라도 그가 반국가적인 의지나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가차원에서 그의 신분을 구제하고 '국재(國材)'로 지정, 경지 및 단계에 따라 상이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라이징'시절부터 사용하던 원거리 공격이 더욱 정교해지고 강해지는데, 이는 '발산'하는 마나량 조절이 원활해짐에 기인한다. 곧 마나 컨트롤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진다는 뜻이고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익스퍼트 내부의 단계가 나뉘어진다.
메이저마냥 단계마다 단어가 붙진 않지만, 마나 컨트롤을 이용하여 물 위를천천히 거닐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익스퍼트 극(極)'이라 칭하며 사실상의 '최고전력'취급을 받는다.
이때 받는 대우는 대귀족에 준하며 왕자나 왕녀라 할지라도 아랫사람으로 대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드마스터'
이 경지는 '마나량'에 의해 좌우된다.
사실 기술적인 부분은 '익스퍼트 극(極)'에 이르면 끝에 다다랐다 볼 수 있으며 마나를 제한할경우 익스퍼트가마스터를 제압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드문데, 그 이유는 바로 압도적인 마나량 때문.
익스퍼트를 거치며 마나 컨트롤을 극한까지 익히게 되면 육체의 재구축이 이루어진다.
따로 '환골탈태'라 표현하며 마나 컨트롤과 보유량에 최적화된 몸으로 변하며 이에따라 회춘과 함께 노화가 멈추어 수명이 극대화된다.
익스퍼트 극(極)과 소드마스터 초입의 마나량 차이는 최소 10배.
기술적으로 뒤쳐진다 해도 마나량이 이렇게 차이가 나면 결국 압도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체급'
각종 무술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체급차이'가 여기서는 '마나량'으로 나타난다.
전설적인 단계이며 이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같은 소드마스터가 아니라면 적수가 없다.
설령 만단위의 군세에 떨어져도 능히 살아남음은 물론 군세를 파쇄하는 것도 가능한, 그야말로 일인군단의 경지인 것이다.
"뭐야. 로이드 개쩌리였네."
"...그래도 나름 알아주는 실력자예요. 벽을 조금 넘어서면 익스퍼트에 도달할 수 있죠. 그렇게 되면...국재(國材)가 되어 아마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으니 수련에 매달리는 거였는데...."
갑자기 죄책감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그래.
어쨌든 로이드는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언제나 그녀를 위해 행동해 왔다.
물론 강제로 약혼을 맺게 한 건 너무 괘씸한 일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외에 방법이 없기도 했다.
"아마르쪽은 어때요?"
"거기도 최고전력은 로이드와 비슷해요. 다만 수가 많을 뿐이죠."
"에이 유나씨 뭘 그런 걸 물어봐요. 어차피 의미 없을 텐데."
"그래도 익스퍼트를 앞둔 자가 남작령이나 자작령에 있을 정도라면 그 위는 더할 테니 알고는있어야죠."
"유나씨 로이드랑 싸울 때 뭔가 느낌이라도 있으셨나요."
"...전혀 없긴 했어요."
"그런 겁니다. 소오드마스터? 의미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