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80)화 (279/517)



〈 280화 〉25.NTL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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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아닌 점심.
유은은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났다.

라이젠 영주를 붙잡고 밤을 불태웠으니, 옆에는 당연히...


말캉!

깊이 잠든 라르나르가 있다.

모닝으로 한  할까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젓고는 방을 나섰다.
지금은 뭔가 유나와 함께해야  타이밍인 것 같았다.





식당으로 나오니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양송이 수프와갓 구은 빵을 먹고 있는 유나가 있었다.

"아침도 아닌데 왜 그런 걸로 때우세요?"

느긋한 걸음걸이로 그녀의 반대편에 앉은 유은.

"아점인데요."
"아하."

아점이면 더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백수스러운 말을 떠올렸으나 입 밖에 내진 않았다.

톡.

유나가 수저를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앗. 제가 혀로 닦아드릴 수도 있는데."
"...더러운 소리 하지 마요."
"유나씨는 더럽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해보지만 유나는 무시.
시덥잖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보다 생각해 봤어요."
"뭘요?"


설마 '역시 바람은 피지 마요.'라는 식의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긴장하며 그녀의 입술을 주시했다.



"돌아가는 방법이요."


다행히 그건아니었다.

"당신에겐 건축 스킬이 있잖아요. 그걸 활용하면  것 같은데."
"건축...물론 그렇죠. 하지만 건축은 제 영토 안에만 건설할 수 있어요."
"그것도 스킬이었죠?"
"네. 영토 선포라고 하는. 쿨타임이 1년인가했죠."
"으음...쿨타임 줄여주는 거 있지 않았어요?"

유은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이템'에 붙어 있는 스킬이나 특수효과에요. 90%나 줄여주는 엄청난 효과가 있지만 아쉽게도  자신의 고유스킬에는 관련이 없답니다."
"...."

쯧. 하며 혀를 차는 유나.
이쪽으로 꽤나 여러 방법을 생각했었는지, 실망이  표정이다.


"얼마나 남았어요? 쿨타임."
"아직 4개월도 안 지났어요."
"하...."
"군대에  들어간 이등병이 아직도 이등병인 시점이죠."
"그럼 앞으로 8개월이나 남았다는 건데...."


유나는 곰곰히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토선포를 하고 게이트를 건설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다.

마법을 연구한다 해도 차원을 이동할 만한 마법이 있을지도 의문이거니와, 설령 가능하다 해도 문제다.



우선 유나와 유은이 직접 익히는 건 말도 안 된다.


무려 차원을 넘나드는 마법인데 간단할 리가 없고, 그걸 익히기 위해서는 아마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익힌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것도 문제다.

그 정도의 고위마법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감은 물론이고 엄청난 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세계의 시대상으로 봤을 때, 그만한 힘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어지간한 수단으로는 도움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영토선포를 하고 무역센터(이세계 게이트)를 건설하여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마저도 쿨타임 때문에 최소 8개월은 걸리겠지만.

"하아...그쪽에서...먼저 찾아주면 좋겠지만...."
"으음...그러네요. 그러면 좋겠지만 사실상 힘들죠."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아니에요? 언니가 보면 펑펑 울겠네."
"아무렇지 않다뇨.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프답니다. 유나씨가 없었다면 지금쯤 울고 있었을 거예요."
"거짓말."

어제도 딴년이랑 섹스한 주제에.


라고 중얼거린 그녀가 화제를 전환했다.

"어쨌든 우리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국가단위의 자원을 움직일 있어야 해요. 마법을 연구하든, 무역센터를 짓든."
"음. 하긴 저쪽에 있을 때도 건물 하나 지을 때마다 몇조씩 들었으니까 그렇겠죠. 여기선 얼마나 되려나."

그렇게 유나와 유은이 절망 아닌 절망을 하고 있을 때, 라이젠 영주가 제법 단정해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가벼운 경장차림 위에 얇은 망토 같은 것을 걸쳤는데,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감돌고 눈빛 역시 뜨거웠다.

뚱한 얼굴의 유나를보고흠칫했지만, 이내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가장 상석에 앉아버렸다.


"흠...흠흠...좋은 아...아니 하루에요."

눈을 내리깔며 말을 더듬었다.
오긴 왔는데 괜히 부끄럽다.


'어,어떡해...말을못하겠어! 무슨 말을해야 할 지 모르겠어!!'

어젯밤은 처음으로 남자와 관계를 맺은 역사에 기록될 날이다.

그 뜨거움과 쾌감.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테지.

중간에 로이드가 쳐들어오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이미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어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안녕."

유은이 가볍게 화답하고,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고 있을 때, 유은이 입을 열었다.


"너 나라 하나 세워야겠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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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


일자로 보이는 시선.
온통 새까만 가운데 그 일자만이 하얀 빛을 들이고 있었다.

이윽고 열리는 시야.
일자로 보이던 것이 마치 달이라도 되는 것마냥 모습을 변화하며 마침내는 새까만암흑을 밀어내고 세상을 시야 가득 담아냈다.

"여긴...."

마른 입술.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화끈!

이어 사지에서 통증이 밀려온다.



"!!"


그래.
이 통증은 어젯밤 패배의 흔적.
그 망나니 놈의 부인에게 당한 상처다.

"내가 왜...그 여자랑...?"


충격이 큰 탓일까.
기억의 일부가 날아갔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천히 복기하며 유나와의 전투를떠올리고,  이전의 대화를 떠올리고, 그 이전의 행동을 떠올리고....


"으아아아아악!!!!"

마침내 '그 장면'을 떠올렸다.

온통 음란한 기운이 감도는 방에서 라르나르와 유은이 서로 엉켜 허리를 흔들던 그 장면.

"이자시이이익!!"


튕겨나듯 일어났다.
그리고 달렸다.


아니 달리려 했다.

"크악!"

마법과 포션을 겸해 치료했지만, 아직 만전이 아닌지라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그 꼴사나움에 그만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마음은 우울감에 지배되기 시작했따.

"크윽...!"

그래.
어차피 이길  없다.
어제도 그랬잖아.
그놈은 고사하고 놈의 부인조차 이기지 못했다.
그것도  한 수만에 처참하게 난도질 당했다.


그나마 자비를 얻어 목숨이라도 부지했지, 만약 그녀가 조금만 독한 마음을 품었다면 그는 이미 죽었으리라.


"라르나르...라르나르...! 라르나르!!!"


목 놓아 울었다.
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달려들면 뭐할 건데.
덤비면 뭐할 건데.
이기지도 못하면서.


그러한 패배감과 우울감이 그를 잠식하고 지배했다.



그때,


똑똑똑.

-대장님, 깨어나셨습니까? 들어가겠습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문이달칵 열리고  여인이 들어왔다.


손에는 쫙 빨아진 수건이 들려있었다.


"...우셨습니까?"
"......"


부하 보기 민망하여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다가와 로이드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 시선을 맞췄다.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로이드의 몸을 부축하여 다시 침대 위로 올려주는 그녀.
이럴 때라 그런 걸까, 괜시리 그 친절함에 감동했다.

"...시에스타."
"네. 대장."
"내가 쓰러지고...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냐."
"반나절 지났습니다. 크게 다치시긴 했지만 포션의 치유범위 안이니 안심하셔요."

그녀는 로이드의 몸 곳곳에 맺힌 식은땀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모범이 되어야 상사가 민폐만 끼치는  같아 미안해진 로이드가 슬며시 물었다.


"내가  이렇게 됐는지...들었나?"
"자세히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수련하다 사고가 났다고만...."
"그렇군."


아무래도 유나라는 여자가 그리 말한 모양이다.

'그럼 시에스타가 올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도통 무슨 생각인지  수가 없다.

로이드는 라이젠 남작령의 기사대장.
그리고 유나는 무려 영주를 범한 범죄자의 아내이자, 기사대장을 해한 장본인이다.

이런 극악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중요한 목격자를 그냥 살려두다니?

'무슨 수작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인 걸까, 시에스타가 몸을 일으켰다.


"대장, 오늘 하루는 푹 쉬세요. 내일 부터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테니 무리하지 마시고요."

꾸벅 인사해 보이고는 방을 나서는 그녀.
로이드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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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후...."

방을 나선 시에스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유나의 호출을 받고 달려간 곳엔 피투성이가   누워있는 로이드가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하여 물어봤지만 그저 '수련중에 다쳤어요.'라는 말만 반복할 뿐.

당연하지만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시에스타는 바보가 아니다.
분명 뭔가 일이 있다.

"어제는 그냥 넘어갔지만, 오늘은 알아야겠어."
로이드는 라이젠 남작령 최고의 실력자다.
시에스타 역시 그와 같은 소드 메이저의 경지에 있지만,실력차는 하늘과 땅.

그런 로이드가 처참한 모습으로 당했다.
당연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일단 아가씨게 말씀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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