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화 〉25.NTL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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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가 본인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쳐박으면서까지 유은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정작 당사자인 유은은ㅡ,
"아흑! 아응!"
하얀 침대 위에 흑발을 흩날리는 여인의 품에 안겨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반쯤 푸린 눈과 벌어진 입술.
발개진 볼과 뜨거운 입김.
잔뜩 흥분한 여인은 저도 모르게 양쪽 허벅지를 더욱 넓게 벌렸다.
찌걱! 찌걱!
유은의 큼직한 물건이 왕복할 때마다 투명한 액체가 사방으로 튀고, 진하고 음란한 애액과 희멀건한 정액이 살결을 따라 줄기를 이루며 흘러내렸다.
벌써 질내사정만 4회.
횟수도 횟수지만 한 번 쌀 때마다 양도 많아서 유나의 질속은 이미 가득 찬 상태다.
그런데도 계속 박아대고 있으니 하반신 부근의 침대보는 이미 잔뜩 젖어 버렸다.
"으읏...! 또 가요 유나씨!"
"하으..."
꼭 깨물어진 분홍 입술에 입을 맞추며 깊숙한 곳에 사정.
울컥 하고 접합부에서 뒤섞인 액체가 튀어나왔다.
벌써 며칠째 둘이 꼭 붙어서는 섹스만 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일단 첫째로 유은의 성욕이 너무 왕성한데 다른 여자가 없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할 게 없기 때문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남작을 범하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본디 ntl이라는 건 여자 스스로 오게 만들어야의미도 있고 뿌듯함도 배가 되는 법.
억지로 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다 생각했기에 섹스는 유나하고만 했다.
"하아...하아...."
뜨거워진 숨을 고르던 유나가 돌연 유은의 귀를 잡아당겨 속삭였다.
"그래서, 남작은 언제 건드릴 거예요?"
"예에?"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통하지 않는다는 듯이대답을 재촉한다.
"으음."
"깊게 생각하지 마요. 이곳의 권력자를 우리것으로 만들어야 돌아갈 방법도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적당한 이유를 붙였지만, 유은도 안다. 뻥이라는 걸.
애초에 권력자의 힘이 필요하다면 유나와 유은의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면 되는 일이니까.
그냥 청혼식을했을 때처럼 유은을 위해 적당히 붙여준 이유일 뿐이다.
유은이 멋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을 때, 유나가 슬쩍 물건을 빼고 그의 밑에서 빠져나왔다.
침대 바깥으로 늘씬한 다리를 내밀어 땅을 밟으니, 점도가 낮은 액체는 안쪽 허벅지로 줄기를 이르며 흘러내리고, 정액 같은 것은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고보니 돌아가야되네요."
"...그래야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음. 그쪽에서 찾고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요. 하지만...."
일천한 지구의 기술로 과연가능할까.
라는 말을 삼킨 그녀가 식탁에 놓인 주전자를 기울였다.
아직은 뜨거운 차가 컵에 따라졌다.
"시간이 꽤...걸릴 지도...."
"그래도 뭐 큰일은 나지 않겠죠? 다들 강한 분이시니. 사랑씨가 좀 걸리긴 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닌데요."
한숨을 푹 내쉬며 차를 머금은 유나.
벌써 이곳에 온 지도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는 바꿔 말하면지구에 있는 다른 여인들은 한 달 동안 유은을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언니도 그렇고...엄마도 보고 싶네.'
물론 그녀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고.
'엄마는 심지어...이 인간도 못 보고 나도 못 보는 거잖아.'
한 번 떠올리고 나니 연달아서 이런저런 걱정이 떠올랐다.
특히 소냐.
남편과 이혼한 소냐에겐 유은과 유나밖에 없는데 하필 둘다 이세계로 떨어져 있으니 내심 얼마나 상심해 있을까.
"오늘 밤에 확답해요."
"확답이라니 뭘요?"
"그녀가 여기 남아서 지켜달라고 했었잖아요."
"아."
"그에 대한 확답."
"그러죠. 시간 꽤 지났으니."
슬슬 수확할 시기가됐다.
매일 병신짓만 해대서 그렇지, 매력스탯이 넘사벽으로 올라버린 유은은 가만히만 있으면 여자들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가불기급 매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라이젠 남작의경우 유은과 유나의 섹스장면까지 목격한 탓에 매일밤 그 일로 밤잠을 자지 못했고 유은을 볼 때마다 은근히 눈빛을 주는 등 꽤나 무르익기 시작했기 때문에 적당한 말과 적당한 분위기를 첨가해 쓰러뜨리면 그대로 함락될 가능성이 높다.
작당(?)을 마친 유은과 유나는 마침 식사하러 오라는 시녀의 부름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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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로이드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미 기분이 좋지 않았고, 일진도 사나워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았다.
오후에는 수련하다 문득 딴생각에 잠겨 팔뚝이 베이는 사고까지 일어났으니 오늘의 이 기운은 분명 뭔가 이상했다.
"안색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먼저 자리에 앉아 있던 라이젠 남작이 물었다.
오랜 소꿉친구이자 현재 그녀의 약혼녀.
이런 사이라면 조금이라도 걱정스런 표정을 내비칠 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기색이 없다.
숨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말 뿐인 것인지.
그의 감각은 후자라고 온갖 신호를 주었지만,그의 뇌는 거절했다.
라이젠 남작의 차가운 마음과 냉담한 시선 따위는 받고싶지 않았으니까.
설령 그걸 각오하고 요구한 혼인이라 해도!
"오늘...."
그래서일까, 그는 곧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꽤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네?"
뜬금없는 말에 그녀가 의문을 표했다.
갑자기 오늘이 꽤 오래되지 않았냐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들을 만난지도 한 달이란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 영지에 머문지도요."
"...그렇죠."
로이드가 다소 얼굴을 굳혔다.
"그들에 대한 희망을 이젠...버리실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버리다니요."
"애초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외지인이 별 대가 없이 도와주겠습니까?"
"그건...."
그는 조금 아슬아슬한 발언을 입에 담았다.
"솔직히 라이젠 영지가 생산성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영주님 가문도 자작가에 비하면 부나 힘에서 한참 뒤떨어집니다."
"...."
"우리가 그들을 고용한다해도, 아마르 자작이 더 많은 재물로 유혹한다면 배신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건...."
"내부에서 배신이 일어나면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는 강경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 참에 유은을 몰아내고자 했다.
'그래...오늘 기분이 안 좋은 것도...일이 잘 안 풀리는 것도 다 그놈 때문이야. 그놈만 없으면 돼...그놈만....'
보통 '이것만 하면 돼!' '여기만 지키면 돼!' 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은 판단력을 잃고 앞만 보게 된다.
그도 그러했다.
"지금도 우리 병력을 간신히 다독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사들도 마찬가지고요. 만약 여기서 조금이라도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뒤는 어떻게 될 지 저도 장담을 못 드립니다."
라이젠 남작이 입술을 꾹 깨물며 분노에 떨었다.
또인가.
또 이 소리인가.
"부디 현명한 판단을...."
"또...."
"?"
"또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
"협박이라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 번이나 저를 실망 시키시는군요."
"그게 아니라...."
"됐어요. 나중에 얘기하죠."
로이드가 급히 변명하려던 찰나, 시녀의 인도를 받은 유나와 유은이 들어왔다.
심히 불쾌한 일이 있었지만 라이젠 남작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둘을 환대했다.
그리고 거기서 로이드는 볼 수 있었다.
유나에겐 만들어진 미소를 보여놓고 유은에겐 속에서부터 물씬 풍겨나오는 미소를 주는 장면을.
떨어졌다.
기분이.
나락으로.
그래.
아침부터 불안했던 이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이유,
조금이라도 빨리 유은을 몰아내려 한 이유.
이제 알았다.
영주가, 사랑스런 자신의 영주가 어디서 굴러먹다 온지도 모르는 놈팽이에게 홀랑 빠질까봐 걱정했고,
혹 놈이 도와주는 대가로 그녀 자신을 요구할까, 그래서 그녀가 받아들일까 일에 집중하지 못했고,
만에 하나라도 그를 이길 자신이 없어 몰아내려 한 것이다.
열등감.
그는 유은을 보자마자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으득!
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
알았다곤 하지만, 깨달았다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
저딴 놈에게 진다고?
이 내가?
라이젠 남작가 전통의 기사가문에서 태어나 기사단장까지 맡고 있는 내가?
귀족은 아니지만 고작 부랑자 나부랭이에게 꿀릴 집안은 결코 아니거니와 라이젠 영주랑은 오래전부터 소꿉친구로서 서로를 알아가며 지내왔고, 이젠 약혼까지 한 사이다.
그런데,
고작 저딴 이상한 놈에게, 그것도 부인까지 있는 놈에게 위기감을 느낀다고? 열등감을 느낀다고?
인정할 수 없다.
저 따스하고 아름다운 미소도, 그저 강자를 영입하기 위한 영업용 미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풉.
그때 그는 보았다.
영주에겐 보이지 않는 각도로 그를 비웃는 유은의 모습을.
순간 열이 확 뻗쳤지만, 그보다 더한 광경으로 인해 얼이 빠져버렸다.
"야 영주야."
"네?"
꾸욱.
"흐잇??!"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뒤로 돌아가 어깨를 쥐고는 주물럭거리는 유은.
"많이 피곤해보이네. 안마 좀 해줄까?"
"예,예?"
그러면서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뭐라고 한 걸까.
라이젠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더니 연기라도 펑 터진 것처럼 입을 어버버거렸다.
"그,그건!"
"어허어. 지금 사람 많잖아. 이따 얘기하자고."
"아으...."
귀염터지는 그녀가 머리위로 무수한 수증기를 만들어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슨...짓을...하는 거냐!!!'
그 장면에 로이드는 질투가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