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화 〉25.NTL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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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유나씨는 결국 마을을 향해 가기로결정했다.
말이 통하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바디랭귀지를 사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식량 같은 걸 얻어야 했고, 잘 곳도 있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혹시 알아? 말이 통할지....
"유나씨는 할 수 있을 거예요."
"뭐가요?"
"똑똑한 분이시니까 한 번에 딱! 하고 이쪽 언어도 배울 수 있겠죠?"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유나씨는 혀를 쭉 내밀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까의 발언이 심기를 어지럽힌 모양이다.
흠.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말야.
내가 식량을 섭취하고 유나씨가 영양만점인 내 정액을 먹는 거지.
이 얼마나 환상적인....
"시끄러워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흥. 지금쯤 뭔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겠죠. 뻔하거든요."
"쩝."
날 너무 잘 아시네.
"아~ 이렇게 걸어가다가 어려움에 빠진 공주무리를 만나 구해주고 그 안에 끼어 있는 마법사가 언어관련 마법을 걸어줘서 말이 통하게 됨과 동시에 성으로 초대받아 이런저런 도움을 얻는 그런 헤프닝 없을까요."
"망상이 구체적이네요."
"소설엔 이런 거 많이 나온다고요."
"그런 거 생각하지 말ㅡ,"
"꺄아아아아악!!!"
"...."
"오."
뭐지. 혹시 내가 말한 대로의 상황인 건가???
"가봐요!"
나는 재빠르게 달려나갔다.
"자,잠!"
유나씨도 뒤따랐다.
히히. 분명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단 말이지. 어떤 사람일까.
아니 잠깐.
사람이 아닐 수도 있잖아? 여긴 이세계니까 목소리만 사람틱하고 생긴 건 고블린이라던지...으. 끔찍한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소리를 듣고 달려간 곳에 보인 광경은 양판소 전형적인 클리셰.
귀족 영애처럼 보이는 여자가 쓰러진 마차 주변에 주저앉아 있고, 그 주위로 기사로 보이는 인간 여럿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
반대편에는 검은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는 암살자들 여럿.
수는이쪽이 더 많다.
"오오! 다행히 평범한 사람처럼 생겼네요. 여자애도 이쁘고."
콰악.
"흐익!"
유나씨가 내 발을 밟았다.
아. 괜히 말로 꺼냈어.
"@#$? !#$^%$&^%! #$*#%!"
로브인 중 한 명이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근데 역시나 뭐라고 하는 지 하나도 모르겠어.
"뭐라는 거야. 한국어로 말해 한국어로. 몰라? 바보인가."
"[email protected]#$$$? #$#%."
다시 로브인이 뭐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옆에 있던 녀석 중 하나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아무래도 죽이라고 한 것 같은데.
"!$%^&!"
그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달려오다가 유나씨를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뭐라 씨부리는데, 아무래도 유나씨의 미모를 보고 혹한 모양이다.
안 되겠는데?
퍽.
유나씨는 내 여자인 관계로 감히 눈독을 들인 녀석에게 꿀밤을 먹여 주었다.
토옥 하는상큼한 소리와 함께 자라처럼 목이 푹 꺼져절명한 로브인.
그러게 왜 남의 물건을 탐하니. 그건 나만 할 수 있는 거야.
"...?!"
풀썩,
로브인이 허물어지자, 장내에 있던 모든 인물이 놀랐다.
아무래도 지나가던 평민1,2 정도로 보고 있던 것들이 말도 안 되는 힘을 갖고 있으니 그런 거겠지.
"으음~. 말이 안 통하니 상황 파악을 할 수가 없네. 일단 너네가 나쁜 애들이지? 응. 아니어도 너네가 죽어. 왜냐면 여자가 없잖아."
"...미쳤어요?"
유나씨가 황당한 얼굴로 딴지를 걸어 보지만, 말은 그렇게해도 대체로 동의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저것들이 나쁜 것들이고, ㅡ 적어도 이 장면에서는. ㅡ 먼저 우릴 공격하기도 했으니까.
봐줄 필욘 없는 거지.
"혹시 모르니까 유나씨는 힘을 숨기는 걸로해요. 힘숨찐의 정수를 보여줍시다!"
"숨기긴 뭘 숨겨요. 이미 그쪽이 다 드러내놓고."
"아직 반의반의반의반의반의반의반도 안 드러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당황하고 있는 로브인들에게걸어갔다.
"@%&^&!"
대장녀석이 두 손을 내밀며 뭔가 말해보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관계로 사망 확정.
그 전에 혹시 모르니 그들의 뒤로 돌아가서 모두의 가슴을 툭툭 쳐보았다.
여자를 죽이면 좀 그렇잖아.
"뭐야. 진짜 남자 투성이네. 혹시 붕대 감은 사람? 남장여자인 사람 거수! 살려줄게."
"%&^!"
전부 '이 미친놈은 뭐야?' 하는 표정이고, 수치심을 느낀 녀석은 없다.
남장여자인데 가슴을 만져져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털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그냥 아웃이야. 죽이자.
나는 무심한 얼굴로 손등을 들어 노크하듯 허공을 두드렸다.
팡!
근본은 '몰아치는 황은'인데 그냥 이렇게 저렇게 응용해서 쓰고 있다.
덕분에 로브인의 상체가 모조리 날아간 채로 사망.
시체과 정적만이 남았다.
"끝났네요."
피나 살점 따위의 것으로 더러워졌기에 클린 버튼을 사용했다.
다만 이건 몸 안의 노폐물을 없애버리는 용도라서 딱히 의미는 없었다.
"아...."
"바보에요?"
유나씨가 다가와 핀잔을 주더니 뭔가 둥그런 버튼을 꺼내 내 얼굴에 쿡 문질렀다.
그러자 피부 곳곳에 묻은 피 같은 것들이 말끔히 사라짐은 물론, 더러워진 옷까지 전부 깨끗해졌다.
"오오! 이건 뭐죠?"
"얼마 전에 은주씨가 개발한 물건이에요. 대상자가 뒤집어 쓰고 있는 모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아이템이죠. 아직시제품이라 제가 시험용으로 가지고 있었어요."
"아하."
이거 좋은데. 이름은 뭐지.
"아직 없어요."
"그럼 우리가 짓도록 해요."
"그건 나중에 하고 저쪽에서 사람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유나씨가 얼굴로 가리켜준 곳을 보니,귀족여자를 둘러싸고 우릴 경계하는 기사 몇몇과, 대표로 다가오고 있는 한 명의 기사가 보였다.
음.
이녀석이 대장격의 인물인가? 젊지만 오만한 얼굴을 하고 있어.
"[email protected]#^^? $#%#^."
"뭐라는 거야. 한국어로 하라니까."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뒤를 향해 뭔가 말했다.
그러자 웬 꼬맹이처럼 보이는 남자애가 쫄래쫄래 뛰어와서는 나와 유나씨에게 뭔가 마법 같은 걸 걸었다.
"이제 이해되나?"
"...전형적인 양판소 클리셰 고맙다."
사스가 양판소....
"뭐? 무슨 의미지."
"모르면 됐어."
기사양반인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즈음 그의 뒤편으로 귀족 여자애가 걸어왔다.
주변 기사들이 만류한다.
"아가씨!"
"됐어요. 경계하는 의미도 없을 것 같은데."
그녀의 인상을 간략한 이미지로 설명하자면, 학교 내에서 규율을 아주 중시하는 반장 내지 회장인데 얼굴과 몸매가 엄청 섹시한거다.
머리는 분홍색의 단발머리. 그리고 기사들의 차림이나 마차를 보아 중세인 것 같은데도 안경을 쓰고 있다. 그것도 얇은 무테안경.
밑으로는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곳 들어간 몸매에 드레스도 아니고 정장도 아닌 것 같은 묘한 옷을 입고있다.
그녀가 다가오자 대장이 슬그머니 물러서 그녀의 옆에 섰다.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며 인사하더니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우선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뭘."
"...조금이라도 사례를 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가진 게 없네요. 이 모양이라. 혹시 앞으로 일정이 있으신지요."
"없는데."
"너...!"
반말에 발끈했는지 대장이 뭐라 하려 했지만, 그 전에 여자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 이거 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장면들인데~.
"그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 영지로 함께 가시겠어요? 섭섭치 않게 사례해 드리죠."
어...?
영애가 아니고 본인이 영주였어?
"유나씨, 어때요? 이 분이 가는 동안 지켜달라고 애원하시는데."
"...."
'애원'부근에서 여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흐흐.
말은 공손하게 하고 있지만 귀족인데 자존심이 강하겠지.
"어차피 그쪽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잖아요. 왜 물어봐요."
"에이~ 유나씨가 싫다고 하면 당연히 저도 싫은 거죠. 부부는 일심동체 아닙니까."
"...흥."
여자 영주가 나온 시점부터 심기가 별로안 좋은지, 유나씨가 고개를 돌렸다.
"부부...신가요? 두 분은."
관심을 보인 건 여자.
"응. 근데 너 누구야?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아...."
그녀가 뭔가 깨우쳤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이분은 라이제르 왕국의 전도유망한 라이젠 가문의 가주이시자 라이젠 지역을 통치하시는 '라르나르 엘 라이젠' 남작님이시다. 알아 들었으면 고개를조아리도록!"
대장이 그녀 대신 소개했다.
흠. 남작이라. 괜찮은데. 잠시 눌러앉아서 이것저것 해볼까.
"그렇구나. 난 또 귀족 딸인 줄 알았지. 엄청 젊어 보이는데."
"이놈! 이 분이 뉘신지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순한ㅡ,"
"뭐래 약해 빠진 놈이."
"뭐,뭣...! 야,약해 빠진...놈...?!"
"얘 그냥 해고하지 그래? 딱히 실력 있어 보이지 않는데."
"...제 약혼자에요."
"오?"
"아무튼...그래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겐 두 분의 동행이 절실합니다. 함께 영지로 와주시겠어요?"
약혼자라고?
이거....
완전 횡...
꽈악.
"히익!"
"뭘 헤실헤실 웃고 있어요? 기분나쁘게."
유나씨가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으으. 내 생각이 들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