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7화 〉24. A급 던전 등장.
"고마워요. 유나씨."
"...많아."
사랑스런 유나씨가 인상을 찡그리며 입 주위를 훔쳤다.
확실히 이번에 싼 양이 많지. 많이 힘들었을 거야.
"그나저나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이렇게 저만 봉사받고. 잔뜩 흥분하셨을 텐데. 빨아드릴까요?"
"잇..! 됐거든요. 흥분은 누가 흥분했다고...."
유나씨는 얼굴을 확 붉히며 외쳤다.
이미 거리낌 없이 물고빨고 하는 사이인데 좀 솔직해져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빼는 유나씨가 귀엽긴 하지만 그런 욕망도 조금 있다.
침대 안에서 만큼은 화끈 달아오르면서 먼저 해달라고 하는! 그런 유나씨!
흐흐.
불끈불끈 하는데?
"히익?! 왜 또 서는거에요!"
유나씨가 기겁한다.
"에이...많이 봤잖아요. 저 잘 안 죽는 거."
"으...."
그녀가 어떻게 할지 갈망하다 '그,그래도 안 돼요.'라고 말하며 내 똘똘이를 팬티 속으로 넣어 버렸다.
으에...닦지도 않고 이러면 찝찝한데.
"가서 씻고 갈아입으면 되잖아요."
"이거 나름 드레스코드를 활용한 아이템인데 아이템에게 미안하다고나 할까."
"시끄러워요."
"네."
마무리(?)를 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뭔가를 말하려 하는데, 갑자기 그녀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어...?"
입도 뭔가 멍하니 벌어지는 게, 묘한 무언가가 일어난 모양.
"왜 그래요? 시장누나라도 일어났어요?그거야 뭐 치료했으니 그럴 수도 있...엥?"
그런 게 아니었다.
좀 더 뭔가엄청난 거였다.
"당신...뭔가 했어요? 아니면...여기 원래 이래요? 막...막 변하고...."
"...아니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겪어보진 않았는데요."
주변이 변해있다.
나와 시장누나의 싸움으로 인해 완전히 아스팔트 황무지가 돼버린 도시가 아니라, 흙 위에 납작한 돌이 틈틈이 놓아져 있는 길바닥과, 주변으로 펼쳐진 들판.
그냥 아까 있던 곳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음...또 뭔가 했나보죠."
정공법으로 안 되니까 또 뭔가 변칙을 둔 모양이다.
그래. 이런식으로 혼란을 유도한 뒤에 처리하겠다는 심산인가?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겨우 그런 걸로 이길 수 있는 전력차가 아닌데~.
"이봐~ 누나~ 이미 다 들통 났으니까 얼른 나와~~ 상냥하게 해줄게~~!"
"해주긴 뭘해줘요?"
유나씨가 도끼눈을 뜨고 등을 팡 때렸다.
역시 신경 안 쓰겠다고 말은 했지만 대놓고 하는 건 싫은 모양이다.
"그치만 이렇게 해야 나온다고요?"
"퍽이나."
전혀 믿질 않네.
"유나씨."
"왜요."
"유나씨는 격렬한 걸 좋아하실 지 몰라도, 평범한 여자는 상냥하게 해주는 걸 좋아한답니다."
"뒤질래요?"
"아니요."
시덥잖은 장난을 하고 있는 사이, 여전히 시장누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충분히 빈틈은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공격도 없다.
음. 뭐지.
"어쩔 수 없네요. 일단 돌아가요."
"그러다 날뛰면 어떡하려고요? 찾아서 죽여요."
"죽일 것 까진 없잖아요. 잔인하시네요 유나씨."
"...."
뭔가 부들부들 거린다.
아. 귀여워.
"자! 갑시다!"
나가는 방법은 매우 쉽다.
그냥 들어왔던 것처럼 날아서 가면 되니까.
나는 유나씨의 허리를 안은 후, 하늘을향해 발을 박찼다.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내가 있던 땅이 무너져 내리고, 나와 유나씨는 순식간에 드높은 하늘로 솟아 구름을 밑에 까는 높이에까지 도달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산소가 부족해서 헉헉거리겠지만 이미 인간을 초월한 우리에게 그런 제약은 없다.
"그럼 방향을 정해...응?"
"...?"
어.
뭐지.
서울이 안 보이네.
이쯤 올라오면 서울은 물론이고 한반도 정도는 보여야 할 텐데.
"...뭐에요 여기?"
보이는 건 자그마한 반도가 아니다.
끝 없이 펼쳐진 땅이었다.
푸르른 초원으로 뒤덮인 곳, 울퉁불퉁한 산맥으로 채워진 곳,운석세례라도 맞았는지 끝 없이 크레이터가 이어지는 곳 등등....
내가 여행을 많이 다녀보진 않았고, 세계지리를 외우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단언하고 말할 수 있다.
일단지구가 아니다;;
뭐지....
+++
"소라님이 오셨으니 의료장비까지구현하실 필욘 없어요. 그냥 수용할 수 있는 시설만 잔뜩 만들어 주시고, 정신 차린 사람은 즉각 내보내 주세요.
"알았어."
인천 전역을 뒤덮을 정도로 펼쳐진 대단위 힐 필드.
그 위에서 서현은 여전히 지휘를 하고 있었다.
이젠 각 정부기관에서도 인력을 파견해 주고, 수도권에 포진해 있던 군대도 속속 등장하는 터라 그녀와 하렘궁의 활약이 더욱 도드라졌다.
"야 씨발 같은 모험가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냐?"
"그러게...대체 무슨 직업을 가졌길래 이래?"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모험가들도 그 광경을 지켜봤다.
나라가 아닌 일개 길드라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전력과 잠재력.
전투력이 낮다 해도 유소라 같은 말도 안 되는 힐러가 존재하는 이상 하렘궁을 막을 자는 없어보였다.
이쯤 되면 국가와 전쟁을 치러도 이기지 않을까?
"들었냐? 등장하자마자 인천에 있던 사단이 박살나고, 그 미친년이 지휘하던연대도 그냥 개박살이 났대."
"미친년이라면 한사랑?"
"어. 진짜 단 한 줌의 망설임 없이 발포명령 내렸을텐데, 그렇게 하고도 쳐발렸다는 거 아니냐. 이젠 군대도 소용 없다는거지."
"와...근데 좀 심각하다. 솔직히군대도 던전을 어찌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면...완전 헬이잖아."
"그건...그래...."
그때쯤 되면 자연스레 모험가의 가치가 올라가겠지만, 그거야 유은 같은 초강자들 얘기고, 평범한 모험가에게는 해당없는 얘기다.
하렘궁의 활약을 보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아흑이는 묘한 신호를 받았다.
정확히는 받은 게 아니라 끊어진거지만.
"...뭐야. 또 EMP라도 터뜨렸나?"
아까도 인천지역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지속적인 방해는 아니었는지, 외부에서 간 사람들과의 연락은 딱히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먹통.
혹시 다른 것도 그런가 해서 살펴봤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그냥 저 성 안으로들어갔던 유은과 유나와의 연결만 끊어졌다.
"또 뭔 짓을 하는 거야. 시장이 여자인가? 하여간 저 변태새끼는 아무도 못 말린다니까."
펫으로서 주인과의 연결이 끊어졌다면 마땅히 걱정해야겠지만 그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걱정할 수가 없었다.
유은의 스펙을 훤히 알고 있는 그녀인데 어떻게 걱정을 하겠는가.
"아흑씨."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고 있을 때, 서현이 다가왔다.
"흑흑씨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주인님, 유나님과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혹시 아흑씨와도 끊어졌어요?"
"어. 방금."
"...."
서현이 심각하게 얼굴을 굳혔다.
"뭘 그리 걱정하고 그래. 그넘이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인간이야?"
"하지만...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럼 너가 올라가 보던가. 이제 없어도 되잖아. 인간들이 알아서 다 하겠구만."
서현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하늘을 웅장하게 뒤덮고 있는 성을 향해 뛰어 올랐다.
++++
대략 십여분 전.
유은이 정액포션을 부어버린 뒤 완벽히 회복된 쟌다르크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설마...처음 보는 그 계집애에게 한 번에 뻗었다고...?'
뻗은 정도가 아니다. 죽을 뻔했다.
'큭...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길 수 없다고.
그 여자는 물론이고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유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저히 그런 강자들이 있을 수 있는 행성이 아닌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지구보다 월등히 등급이 높은 유랑도시들의 본성에도 그들과 같은 괴물은 없다.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이리도 강하단 말인가.
물리적인 법칙으로는 말이 안 된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지구에 있는 자원지를 이용해 이 세상의 이레귤러, 이른바'현상'이라고 하는 것들을 뒤집어 쓰는 것 뿐인데, 그렇다 해도 말이 안 된다.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법칙을 빗겨나갈 수 있는 정도이고...가능성이 있다는 것 뿐이지 저것들의 강함은 너무나도......헛! 서,설마...!!'
무언가가 번뜩였다.
그래.
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강함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분명 이 우주에 존재한다.
아니, 존재했었다.
아주 오래전, 우주에 크나큰 파란을 일으키고 그 대가로 전 우주 문명의 공격을 받아 토벌된 전설의 존재들.
그 어떤 물리법칙으로도 깨부술 수 없는 강력한 '현상'을 뒤집어 쓰고 있으며, 그 지닌바 힘이 너무도 강력해 같은 '현상'을 뒤집어 쓴 존재들 수백억이 달려들어야 겨우겨우 토벌이 가능했던 우주 최악의 존재.
칠성좌.
정확한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애초에 '현상'의 발현 이유조차 모르느 만큼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가장 우주적으로 인정받는 가설은 바로 이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욕망 7가지가 각각의 그릇에 모여 고이고 고인 결과 탄생한 우주 최악의 존재이자 쓰레기통.
생물들의 더럽고 추악한 면면들을 정화하기 좋게 우주 어딘가로 집중된다는 설이었다.
일견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나름 논거가 있다.
아무튼 칠성좌는 단어 그대로 총 일곱으로,
교만
인색
시기
분노
색욕
탐욕
나태
의 특성을 띠었다.
심히 교만한 자가 있고, 심히 인색한 자가 있고, 심히 시기한 자가 있고...심히 변태인 게 있다.
괜히 저 가설이 힘을 얻는 게 아닌 것이다.
'그리고 저놈이 색욕이라 한다면 말이 되지.'
그녀는 슬쩍 몸을 일으켜 유은들을 바라봤다.
어이없게도 이런 상황에 성욕을 충족시키고 있다.
'네놈이 정말로 '색욕'이라면 나로서는 이길 수 없어. 하지만....'
그녀가 팔을 내밀었다.
이길 수 없다면 피하면 되는 것.
광역도시급으로 거대한 유랑도시를 차원을 넘어 이동시키는 그녀다. 물론 거기에는 도시의 자원과 마도과학의 보조도 있지만, 고작 2명을 이동시키는 거라면 도움 없이 그녀 혼자서도 가능하다.
'네놈들이 사라지면 여긴무주공산...! 복수 대신 철저하게 쥐어 짜 주마! 네 여자라는 것에게도 말이야.'
칠성좌도 아닌데 무지막지하게 강한 여자가 조금 신경 쓰였지만, 칠성좌의 총애를 받는 존재이고, 그로 인해 모종의 도움을 얻어 강해졌다- 라고 생각한다면 얼추 들어 맞았다.
그리고 아무리 칠성좌라도 그렇게 강한 존재를 마구마구 양산해낼 수 있을 리도 없고,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쯤 되면 우주적 존재들이 이미 알아차렸을 터, 지구에는 더 이상 그런 존재는 없을 거라 예단했다.
파앗!
그렇게 유은과 유나는 펠라를 하는 도중 다른 차원으로 보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