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56)화 (255/517)



〈 256화 〉24. A급 던전 등장.

+++


서걱.

"으아아아악!! 죽어! 죽어어엇!"

투두두두!

하늘을 나는 기마대에 이어 적의 보병들도 군영에 도착해 유린을 시작했다.
사방에서 피가 흩날리며 팔이나 다리 따위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패닉에 걸린 병사들이 총을 갈겨보지만 무용지물.
그들이입고 있는 갑옷에 흠집조차 남기지 못했고, 어떻게 맨살에 닿는다 해도 멍 하나 들지 않았다.

"이 괴물들!!"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는 수직하락.

1700여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한사랑 연대였지만, 지금은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


"연대장님! 후퇴하셔야 합니다!!"
"뭐라고?!!"
"후퇴하셔야 합니다!!"
"잘 안 들린다!"
"후퇴해야 된다고 썅년아!!"

연대장 직속 중대이자 한사랑 연대 최선봉 부대인 1중대는 한사랑 및 간부들과 함께 움직이며 적을 상대하였으나, 처절하리만치 부족한 전력에 고개를 저었다.

한사랑을 제외한 모두가 지금이라도 당장 뒤로 몸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한사랑 역시도.
그러나여기서 물러나면 지금까지의 희생이 물거품이 되는  물론이고 인천지역을 통째로 넘겨주게 된다.

'인천에 17사단이 있긴 하지만...저 정체불명의 성이 초토화 시킨 곳이나 착륙한 지점을 보면...이미 전멸했을 가능성이 있어. 우리가 최종 보루라 보는 편이 합당하다.'

인천에는 300만의 시민이 살고 있다.
군인으로서, 그들을 놔두고 후퇴할 순 없었다.


"통신 회복은 아직인가?"
"그 이전에 복구반이 멀쩡한지조차 모릅니다! 아니 이런 상황이면 이미 전멸이라고요! 이 초보 연대장아!"
"큿...."

뼈를 때리는 은율령의 말에 한사랑이 입술을 깨물며 신음했다.

확실히 이렇게까지 흩어지고 통신마저  되는 상황이라면 부대는 궤멸한 것이고 사실상 전멸이다.

"그리고 전자기기가 죄다 먹통인데 그럼 우리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마비 됐을 수도 있는 거고 이런 상황에선 우리라도 살아 돌아가서 자그마한 정보라도 전해주는 게 중요한거 아닙니까? 막말로 하늘을나는 기마대나 중세때나 있을법한 보병들이 현대보병을 쓸고 다닌다는 걸 누가 예상이나 하겠습니까? 우리가 가서 말해야 합니다!"

"그래. 정보가 중요하지."


한사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경우, 이와 같은 교전정보를 아는 여기에 있는 중대원이 전부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살아서 군에 정보를 전해야 한다.

"어쩔  없지. 지금 이 시간부로  연대ㅡ,"



"그쪽이 최고 지휘관이군요?"





스윽.


"적이다!!"
"죽여!"

누군가가 등장했다.
그리고  순간 중대원들의 총알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아. 이거 따갑긴해도아무 의미 없으니 그만 하시죠. 하등생물 여러분."

따악.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도 흔히 하는 행위.
중지와 엄지를 튕겨 소리를 내는 '손가락 튕기기'다.


"무,무슨...!"

 이후 그녀를 향해 돌진하던 무수한 총탄은모두 일정 거리에서 멈췄다.
마치 중력장이라도 다루는 듯한 모습.
수백 수천 개의 탄이 그녀 앞에 도열해 있다.


"그만하라니까. 하등생물 답게 말은 드럽게 안 들어요."

검은색 제복.
해군에서 입을 법한 스타일에 전체적으로 노출이 심한 모양.
특히 하체의 경우는 심각했다.

짧디 짧은 검정 가죽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위를 제복 상의가 덮고 있는 형식이었다. 거의 하의실종.

그 외에는  있는 군화와 그보다 살짝 높이 올라오는 양말이 전부.
나머지는 맨다리다.


따악.

그녀가 다시 손을 튕기자, 멈춰있던 총탄이 궤도를 역으로 타면서 사격했던 병사들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20여명의중대원이 순식간에 전투불능.

"이...!"

누군가 욱하며사격하려던 그때, 한사랑이 손을 들어 제지하면서 앞으로 나왔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
"으음~."


검은색의 제복녀는 허리를 숙여 한사랑을 유심히 살폈다.

"근데 진짜 최고지휘관 맞아요? 너무 어려 보이는데."
"연대장을 말하는 거라면 본관이 맞다. 귀관은 누구지? 아니, 그 전에 별도의 용건이 있는 거라면 부상병을 치료하고 싶다만."
"떨거지한텐 관심 없으니그건 알아서 하시고요. 으음~."


제복녀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무기인가 싶어 초긴장상태로 돌입했지만, 다행히(?) 그녀가 꺼낸 것은 하나의 수첩.

"연대...부대단위 약 2000명 정도...으음! 이 정도면 우리식으로는 2급~3급상당 군무원?? 예상은 했지만 높은 분이시네요."
"...뭐 하는 거지?"
"당신...은 좀 건방진가. 연대장이라고 하셨죠?"

처억.

여인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발을 붙이고 왼쪽 가슴 밑으로 오른 손을 댔다.
마치 국기에 대한 경례처럼 보였다.

"제 277번 유랑도시 바르카나소속 4급 군무원 '에르카나 아르미오스'. 바르카나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우군의 통수권자이신 '바르카나 쟌다르크'시장님의 명에 따라 귀군의 최고 지휘관을생포하러 왔습니다."
"생포?"


그녀. 아르미오스가 손을 스윽 내리며 웃었다.


"순순히 따라오면 유혈사태는 발생하지 않아요~."

그녀의 웃음에, 한사랑 바로 뒤에 있던 간부가 발끈하며 총을 들었다.

"이런 건방진 년!!"

그의 손이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푸확!

누구도 보지 못한 속도로 접근한 아르미오스가 푸른 빛을 뿌리며 진동하는 대검으로 그의 몸을 두쪽으로 갈라냈다.

아래에서 위.
가랑이에서 정수리까지.
깔끔하게 동강난 그의 시체는 쩌억 하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좌우로 갈라졌다.

"장 소령님!"
"...!"

울컥 울컥.
꾸물텅.

반쪽이 그의 신체에서 새빨간 피와 내장이 흘러 내렸다.

"우욱!"

몇몇 병사와 간부들이 구역질을 해댄다.


"어차피  이기니까 괜~히 반항하면서 힘 빼지 말아요~. 순순히 따라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니까요? 제가 선제공격을 했나요?"

그녀가 대검을 없애고 뒤에서부터 한사랑을 안았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언니동생처럼.

"아앙~. 어려울 거 없잖아요~. 그냥 저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니까~.아니면 여기서 다 전멸할 거예요? 그런 거 되게 재미없는데~. 나머지는 그냥 보내줄 테니까 저랑 같이 가요."
"이 미친년이 듣자듣자 하니까!"

은율령이 성큼성큼 나왔다.


"우리가 니 애완견이냐 씨발년아. 얻다대고 이래라 저래라야. 그리고 지들이 먼저 쳐들어 와놓고 착한척 이빨까고 있네. 입에 수류탄 넣어줄까? 어?"
"아우. 천박한 계집. 혹시 창녀출신?"
"뭐라고?!"

사근사근 웃던 아르미오스가 정색하며 흘겨봤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입만 살았네. 그래서 어쩌겠다고? 여기 있는 군인들 다 죽고 너도 죽겠다고? 아니면  도시에 있는 사람들도 같이 죽겠다는 거야? 와. 화끈하네. 맘에 들어 그런 거."
"뭐,뭐..."
"여기서 민간인이 왜 나오지?"
"아! 그건 말이죠~ 당신이 안 오거나, 혹시라도 불의의 사고 같은 걸로 죽어 버렸을 경우 이 도시에 있는 사람들을말살하겠다고 시장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
"!!"

미친소리를 발랄하게 지껄이는 그녀의 모습에, 주변에 있는 전원이 경악했다.


물컹.


아르미오스가 한사랑의 부푼 가슴을 꽈악 움켜쥐었다.

"아아. 우리 시장님이  이상한 분이시거든요.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군대! 그리고 그 지휘관! 으음~.이건  가져야해! 라는 성격이라 어쩔 수가 없어요. 놓쳤을 때의 히스테릭은 어우."
"읏..."


보통 미친것들이 아니다.
그래도 좀 전까지는 '혹시 소통의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닐까?' '착륙할 때의 그것은 일종의 사고가  것이고, 지금의 전투도 뭔가 있는 건 아닐까?' '사실은 착한 외계인이 아닐까?' 등의 일말의 의심과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방금 전의 대화로 파악됐다.


소통의 오류나 사고 따위가 아니다. 이들은 명백하게 지구를 노리고 침략해 왔고, 지구인을 죽이는 것에 대해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그야말로 괴물들이다.


"김 소령."
"예...예!"
"네가 통솔해서 흩어진 병력을 모아 서울로 가라."
"아,알겠습니다!"
"야...아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은소령 너는 일직선으로 그한테 가서 상황을 전달해. 그럼 다 해결될 테니까."
"아니 이년이 돌았나!!  변태 같은 년을 따라 더 변태 같은 시장인지사장인지 하는 놈한테 간다고??"
"오! 그 말은 저를 따라온다는거죠? 여기 있는 것들  죽일 필요 없는 거네요? 아이. 좋아라.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제 검이 좀 비싼 거거든요. 고작 하등생물 따위의 피로 더럽히긴 좀 그래요."
"니가 그를 빨리 데려오면 아무 문제 없다."
"아니 이 미친년이...!"
"아 됐고요. 얘기 끝났으면 얼른 가요. 하찮은것들이랑  있기싫거든요."


따악.


아르미오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번에는 그녀와 한사랑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포탈이 생겼다.

"!"
"아! 이런 거 처음 보시죠? 우리는 점퍼라고 해요. 공간과 공간을 뛰어 넘게 해주거든요."
"확실히 나머지는 놓아주는 거겠지?"
"그럼요. 지금 하고 있는 공격도 전부 그만 둘 거예요. 당신만 온다면."
"...."

한사랑은 말 없이 포탈로 걸어갔다.


"...연대장님!"

군인들은 안타깝게 지켜봤지만, 누구도 나설 배짱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자기 목숨이 아까운 것도 있지만, 그녀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인천의시민을 모두 말살한다는 그 정신나간 말이 그들을 짓눌렀다.

"...한사랑 이 씨발년. 지만 멋진 척하네. 또라이 같은 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