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화 〉24. A급 던전 등장.
24. A급 던전 등장.
'시위 폭력진압'
'페미 구타 사건'
'죽창 사건'
등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그 사건은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넷상에서 엄청난 화제를 낳았으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다.
뭐, 난 신경 안 쓰지만.
참고로 그 일로죽은 애는 없고 5천명 가량이 잡혔는데, 진짜 가관이다. 평균 체중인 사람이 50명이 채 안 됐다. 이 말은 1%가 안 된다는 말이지.
그리고그 1% 중에서도 '미인'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애들은 6명 정도.
그러니까 페미들 중 미녀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은 0.01%쯤 된다는 말이다. 그나마도 그들은 진성 페미라기 보단 그저 단물을 쏙쏙 빼먹기 위해 들어온 기생충 같은 존재지 사실상 페미라고 하기에도 뭐한애들이다.
"대통령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미국 대통령한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EU에서도 왔어요."
"독일 총리가ㅡ"
"영국에서ㅡ"
"프랑스ㅡ"
"중ㅡ"
아무튼 그 경악스런 사건과는 별개로, 세계 정상들은 여전히 나와 컨택하기 위해 연락을 넣고 있다. 이유는 뻔하지 스탯 카지노 때문이다.
이 혁명적인 건물은 인류사를 통째로 바꿔버릴 수 있을 정도로 역대급의 발견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와 상관 없이 세계정상의 연락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한 수 접고 내쪽으로 들어올 걸. 그러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을 테니까.
.
.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시간을 내 대면한 대통령.
그는 상당히 지쳐 보였다.
전부터 항상 걸치고 있던 능글맞은 미소도 지금은 없다.
"우음...."
글쎄.
내가 원하는 게 뭘까.
감히 페미 따위가 누나를 공격한다 싶어서 일을 벌인 건데 쓸데 없이 사건이 커지긴 했지.
그래도 이왕 한 거 꼴사납게 물러설 순 없으니 뭔가 명분과 실리를 챙겨야 한단 말야.
답을 몰라 서현을 바라보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이일에 대해서는 이미그녀에게 일임한 상태.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파일을 열어보니 상당히 그럴듯한 조항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 몇 개를 뽑아 보자면,
-하렘궁의 도시 자치권 인정
-북한에 대한 권리 이양
-정식적인 군사조직 창설 인정.
-길드장(유은)을 명예 군 장성으로 추대
등.
이게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대통령에게 있어서 절대 수락할 수 없을 법한 것들이고.
뭐 도시 자치권 인정만 봐도 일본마냥 나라가 박살나지 않는 이상 힘들잖아? 물론 이 대통령은 이것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긴 했지만 내가 쿠데타 비스무리한 걸 해버린 이상 여론이 받아주지 않을 거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권리 이양도 마찬가지.
이건 말 그대로 북한에 대해서 하렘궁 자체적으로 조치할 권리를 달라는 건데, 쉽게 말하면 내가 시녀들을 대동하고 북한을 밀어버린 뒤 나라를 세워도 정식으로 인정해 달라 뭐 이런 거다.
한 마디로 개소리지.
나머지는 뭐 굳이 설명 안 해도 알 거고.
"아, 그리고 페미 축출도요. 사랑스런 우리 누나를 욕했으니 모욕죄로 죄다 잡아 넣읍시다. 사형 쾅쾅."
"...대한민국은 공산국가가 아닙니다만."
"요즘 거의 비스무리하게 가고있잖아요. 야동도 규제하더만. 너무 음란해서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규제할 수 있다면, 너무 병신 같아서 사회 윤리를 해치고 널리 해로움을 끼친다는 이유로 사상 역시 규제할 수 있겠죠. 페미규제 오키?"
"...."
대통령씨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날 찾아왔다는 건 어느 정도는 각오를 했다는 거니까 수락하지 않을까.
"다른 건 다 그렇다 칩시다. 군 장성 명예직은 왜 원하는겁니까?"
음. 나도 그건 의문이다. 서현이 넣은 조항인 거 같은데....
"세계평화를 위해서입니다."
"...응?"
그녀는 전혀 생각도 못한 답을 내놓았다.
뜬금없이 세계평화라니...? 그것과의 연관성은 둘째치고 얘가 그런 거에 신경 쓰는 아이였던가?
"본궁에서는 조만간 범국가 군사조직을 창설할 예정이며, 이를 이용하여 던전취약국에 대한 구제 및 향후 있을 던전방어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이 사업에 대한 일환으로 세계 각국과 합의하여 명예 군 계급을 받을 예정이고요."
...그런 계획이 있었어? 전혀 몰랐는데. 즉석인가.
"한국 입장에서도 이득일 겁니다. 타국이라면 비싼 의뢰비를 받고 던전방어전 같은 걸 수행하겠지만, 위 조약을 맺는다면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흐음."
대통령이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근심이 깊어 보인다.
"이미 눈치 채셨을 겁니다. 앞으로 나오는 고등급의 던전은 군대로 막을 수 없다는 걸요. 그렇다고 모험가를 통해 막겠다는 것도 요원한 일이죠. 주인님과 본궁이 나서야 간신히 진압될 텐데, 그 때가 되면 본궁의 가치는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겠죠. 그 전에 미리 조약을채결해 두는 게 한국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대통령씨는 고민에 빠졌다.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저어대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좋습니다. 세부적인 건추후 팀을 꾸려 조율하도록 하죠."
오.
"다만 제 선에서 몇 가지 조항을 추가하고 싶습니다만."
"뭐죠?"
"이왕 군 계급을 받는 거, 한국군의 정예화에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으잉. 그건 또 뭐에요."
"던전 방어전을 치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국가 유지가 가능할 테니까요. 뭐 엄청난 건 아니고, 간부들의 스탯을 여는 것과 군병기 개발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에 관해서는 따로 기관을 창설해서 운용했으면 하는 군요."
"무슨 기관씩이나...."
"어차피 범국가기관을 만들 거라면, 그 밑에 여러 조직을 만든 후에 각국을 회원국 혹은 이사국으로 받아들이는 형태가 좋을 겁니다. 한국이 거기에 가맹하는 식으로."
그러니까 조직 하나를 만들어서 거기서 각국 군대 간부를 정예화(모험가화) 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을 그 회원국으로 집어 넣자 이런 거지?
"단순한 회원국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D10에서 차지하고 있는 핵심 이사국 이상의 지위를 원합니다. 그 정도는 돼야 저도 여론을 잠재울 명분이 서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그리고 '한국'이라는 국가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한민족'이라는 민족 차원의 가맹도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언젠가 멸망할 수 있지만, 민족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으음...생각해 보죠."
기관이라...
근데 그런 걸 만들고 이사국 같은 걸 만들면 어떤 사안에 대해 투표 같은 걸 하겠다는 거 아냐. 난 그거 싫은데. 내 맘대로 하는 게 좋지.
.
.
대통령이 가고 나서, 서현이와얘기를 나눠 보았다.
"일단 스탯을 가진 간부 양성을 위해 범국가기관까지 만들 필요는 없어 보여요. 말씀하셨다시피 그런 걸 만들어 버리면 여러 국가에서 간섭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각국의 간부들을 받아 스탯을 열고 관련 교육을 해서 돌려보내는 정도라면 해볼 가치가 있죠. 어떤 형태로든 우리 손을 탄 장교들이 전 세계로 퍼진다는 거니까요."
"아. 여장교라면 몰래 시녀로 만들 수도 있겠네."
"네. 남자라 해도 뇌물이나 돈을 먹일 수도 있고요. 게다가 군병기 개발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어 보여요."
"그건 왜? 우리한테 불리한 거 아냐?"
"글쎄요...주인님이나 저의 스탯을 본다면 딱히...일반 모험가에게는 위협이 되겠죠. 그럼 주인님께는 더 이득이에요. 거슬리는 모험가들을 각국의 군대가 알아서 견제해 줄 테고, 반대로 군대는 모험가들이 견제하겠죠. 그 위에 주인님이 홀로 서 계시는 형국이고요.
하지만 군대가 그런 힘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언젠가 모험가들의 힘이 군대를 뛰어넘을 거고, 치안 유지가 힘들어질 지경에 오면 상당히 피곤해져요. 주인님의 세력이 불어난다 해도 전 세계 치안유지를 하는 건 굉장히 힘들 뿐더러, 한다 하더라도 낭비가 너무 심하잖아요. 차라리 그 부분을 각국 군대에게 맡기고 우리 역량은 다른 곳에 돌리는 게 여러모로 나아 보여요."
"그렇구나."
뭔가 길게 설명해 줬지만 잘 모르겠다.
"쉽게 말씀 드리면, 어차피 향후 지구는 주인님 소유가 될 텐데, 그때 군대가 힘이 있어야 통치하기 쉽다는 거예요."
"그렇구나."
뭐 알아서 하겠지.
+++
유은의 쿠데타 발생 이후 약 2주.
결국 한국이 한 발 물러서는 것으로 사건은 종료되었다.
여러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이 있는 조약을 맺은 덕분에 정치권은 매일같이 두들겨 맞았고, 핵보유 승인을 받은 것으로 칭송받고 있던 대통령의 지지율조차 수직하락했다.
그리고 또 며칠 뒤.
이 사건의 여파를 잠재우기 위함일까, 대통령이 직접 나와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대한민국 80년. 이 기간은 많은 아픔 역시 있었습니다만, 누가 보더라도 한민족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전성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옛날 고구려 시절. 우리의 선조는 드넓은 만주 벌판을 달리며 좁은 한반도가 아닌 대륙을 향해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우린 세계적인 국가는 아니었습니다.
신라와 고려 때는 채 한반도조차 온전히 얻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는 치욕의 나날로 얼룩져 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이어 병인양요 신미양요, 마지막엔 경술국치까지. 우리는 국가와 민족 자체를 잃어버리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언제나 우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변방의 소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강국입니다. 강국의 국민이 되어 자유를 보장받고, 평등한 기회 속에서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OECD회원국, 10대 던전대국, 10대 군사대국, 10대 핵보유국. 이 명칭들은 세계의 중심으로 다가간 우리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도 세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족합니다.
우린 최고가 아닙니다. 최강도 아닙니다.
그리고 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말이죠.
통일?
부족합니다.
턱없이 부족합니다.
좀 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던전시대에 걸맞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는, 총대를 매고 모든 것을 짊어질 인물이 필요하다고.
결심도 했습니다.
그 인물이 제가 되겠다고 말이죠.
지금까지 살아온인생,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인생을 걸고 저는 이 자리에서 또 한 번의 결단과 첫 번째 선언을 합니다."
모여 있는 세계각국의 기자들이 순간 숨죽이며 그의 입에 집중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하길래 이토록 긴 서두를 던진걸까.
"길드 하렘궁과 협력하여 모든 군 장교들의 모험가화, 즉 스탯을 받아들이고 일정 기준의 훈련과 교육을 이수하여 정예 병력을 양성할 것입니다. 또한! 사방에 산재한잠재적 적국의 위협을 최소화하고 그들로부터 우리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국방력을 대폭 향상시킬 것이며, 그 방편으로 여성징병을 통한 현역병 90만 유지를 첫째로 시행할것입니다."
말이끝나자마자 장내에 있던 모든 기자가 기립하고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기관총처럼 터져 나왔다.
질문 있다는 듯이 거의 대부분의 기자들이 팔을 들었지만, 아직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현역병 90만 시대가 되면, 예비군은 지금의 2배 가까이 됩니다. 이를효율적으로 운용할 수만 있다면, 국군의 전투력은 더욱 상승할 것이며 던전방어전과 같은 국가 위험사태에 대한 대비력도 확실하게 올라갈 것입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실 생각입니까!"
"지금까지 해오던 군축계획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국민의 반대가 심할 텐데, 그에 대한 대비는 있는 겁니까?"
"시설 마련에 대한 재원은ㅡ,"
기자들의 막무가내식 질문이 쏟아졌지만, 대통령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더 이상 우리끼리 아웅다웅할 때가 아닙니다. 갈라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지역이든 성별이든 세대든 하나로 뭉쳐 이 나라의 궐기와 민족의 기상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여성 여러분, 이제 더 이상 국가의 중대한 의무인 국방을 한 성별에게만 부여해선 안 됩니다. 함께 해야 합니다.
함께 뛰고, 함께 훈련받고, 함께 뒹굴고, 함께 싸우며, 전우애를 다져야 합니다. 개개인의 전우애가 아닌 우리 민족의 전우애 말입니다.
전쟁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침략 당하는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나라 상실의 아픔을겪지 않기 위해!
우리는 희생하고 또 감수해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가르침이고, 선조의 피로 쓴 교훈입니다."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인터넷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