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49)화 (248/517)



〈 249화 〉23. 어메이징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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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의 긴급집합으로 인해, 한창 널브러져 있던 간부들과 장병들이 모조리 연대 연병장으로 뛰쳐 나왔다.

사실 가장 쉽고 피로도가 낮은 방법은 그냥 해당 병장을 영창으로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정도로는 그녀의 성에 차지 않았다.

이따위 짓을 하는 인간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트라우마를 안겨줘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고, 그래서 일부러 간부들 뿐만 아니라 그의 위, 동기, 아래기수. 즉, 병장~상병까지 집합시킨 것이다.


이제 영창 기간이 끝나고 돌아오면 그는 내리갈굼 당하는 건 물론이고, 후임들에게도 먹히게  것이다. 소위 말하는 기수열외. 병장까지 달고나서 하는기수열외가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다행히 이제 막 병장 단 녀석이다. 앞으로도 꽤 남았다.







"이세민 앞으로 나와."
"병장!이! 세! 민!"
"니가 했던 거 다시 해봐."
"자,잘 못 들었습니다?"
"아까 했던 거 다시 해보라고. 피카x말고도 파이어볼인가 뭔가 했잖아."

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슬쩍 뒤를 돌아봤다.

'히익!'


군인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대체 무슨 일인진 몰라도어쨌든 좋은 일은 아닐 테니 노려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아까처럼 좌우로 팔을 펼쳤다.
당연하지만 아까처럼 당당한 몸짓은 아니었다.

"마,만불을 관장하는 이프리트여...."
"씨발...."

대체 무엇 때문에 집합된 건지 영문을 몰랐던 간부들이 사태를 짐작하고는 욕을 내뱉었다.
병신 같은 새끼.
저런 지랄을  것도 어이없지만 병장 주제에 은신스킬도 없는데다 걸릴 거면 행보관 선에서 끝냈어야할 걸 하필이면 연대장한테 걸려 버렸다.


한사랑이야 워낙 특이한 케이스기에 '중령'의 계급으로 연대장을 하고 있지만, 원래 연대장은 '대령'급이 맡는 직책이다. 대령이 아니었다 해도 연대장이 되는 순간 대령을 달고 들어오는 게 보통.

너무 초고속 진급을 해서 차마 대령을 주진 못하고 브레이크를 걸었을 뿐이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확정적으로대령으로 진급하게 것이다. 현대 대한민국 육군의 연대장이라는 건 그런 자리였다.

게다가 한사랑이라면 현 육군 대장의 딸이다.
고작27의 나이에 소령을 달고 이젠 중령에 연대장까지 달았는데 심지어 아버지가 대장이다.
모르긴 몰라도 준장 이상의 진급은 거의 확실.

근데 저 미친놈이 그런 장교한테 다른 것도 아니고 가혹행위를 걸려버린 것이다.

"작은 염원을 들어 눈 앞의 적을...소실하소서...파,파이어...볼...."

여기저기서 욕이 들려왔다.
간부들은 물론 상병과 병장들도 '폐급새끼...' '왜 걸리고 지랄이야.' 등등, 등을 콕콕 찌르는 살기 어린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세민의 재현이 끝났을 때, 한사랑의 작은 입이 열렸다.

"이세민 빼고 엎어."
"엎어!"

사태가 너무 심각해서일까.
계급상으론 아래지만 한사랑의 아빠뻘 되는 간부들도 군말 없이 엎드렸다.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길래 이런 일이 계속 터지는 거지?"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집합된 간부와 병사들에게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초소병이 암구호를 유출하고 치킨을 시켜먹는 것도 모자라 이젠 분대장이 나서서 가혹행위까지 하네. 부대 한 번 엎어볼까? 부적격 심사 한  해봐? 군생활 끝내고 싶어?"
"죄송합니다!!!"
"은율령."
"1중대장 은율령."
"지금부터 부대 전체 소원수리 실시한다. 일병이하 용사들 전체 두 줄 이상 써서 제출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은율령이 부리나케 달려나가고, 본격적인 얼차려가 시작되었다.


"하나에 관리를, 둘에 잘하자. 하나."
"관리르을!!"
"둘."
"잘하자아!"

얼차려 치곤 귀여운 수준이지만 애초에 목적은 그들을 벌 주는 게 아니었다.

"이세민, 니가 해."
"병장! 이!세!민! 자,잘못 들었습니다!!!??"
"이세민 구호에 맞춰 움직인다. 실시."
"...."


이세민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뒤를 돌아봤다.
엎드린 군인들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피어 오르며 마치 여름철 아지랑이처럼 대기를 일그러뜨려다.

'...죽었다.'


"하,하나...."
"관리를!"
"두,둘...."
"잘하자!"

그가 한사랑을 돌아봤다.
눈물콧물 다 짜는 그 표정을 동정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완전히 군인모드로 들어간 한사랑은 그딴 것에 휘둘리는 여인이 아니었다.

"하나와  사이 텀은 10초 이상으로 한다. 텀이  수록 좋다. 실시."
"히익!"

너무나 공포스런 말에 이세민이 겁을 집어먹고 입을 떡 벌렸다.
물론 얼차려 자체는 한사랑이 주는 거지만, 그 원인을 그가 제공했고, 형식적으로라도 그가 얼차려 구령을 시행했으니 더 심각한 빡침을 선사할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그의 군생활은 그야말로 아작.



"주,죽을 죄를 졌습니다!!!"
"실시."
"한 번만...한 번만 봐주십쇼!!!"
"내 말  들려?"
"아으으...."


이세민은 너무나 참혹한 이 상황에 멘탈이 와사삭 부서지기 시작했다.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입술은 와다닥 부딪혔다.


원래 남을 갈구기 좋아하는 놈일 수록 갈굼을 버티지 못하는 법.


그는 결국...멘탈이 붕괴했다.





"저,정말 너무하십니다!!"
"뭐?"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연병장에 엎어져 있던 군인 전원이 경악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세민이 속해 있는 곳의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은 당장 닥치라며 온갖 표정을 만들어 냈지만, 등지고 있는 이세민에게 전달될  없다.


"제가 때,때때때린 것도 아니고! 그저...장난  친 건데!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

연병장은 개미 기어다니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특히 간부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경직 그 자체.

"야...."

한사랑은 감탄했다.
그리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걸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세민이 계속 입을 털었다.

"연대장님께서 아무래도 여자다보니...내무반 생활도 안 해보시고 그...외부요인으로 고속 진급하셔서 잘 모르시나본데...분대 안에서는 원래 다들 이러고 놉니다!  정도 장난은 짬 좀 있는 행보관쯤 되면 그냥 웃으면서 넘어갑니다!!"
"너 이 새끼 안 닥쳐?!!"

참다 못한 소대장과 중대장이 욕까지 섞어가며 외쳤지만, 병장은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듯 한사랑을 쳐다봤다.

골이 아파온 한사랑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러니까 지금, 여자에다 짬도 없는 낙하산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당한 얼차려를 준다  이런 말이야?"
"그,그렇게까지는...말 안했지 말입니다..."
"...."

설마 이렇게까지 무개념이었을 줄이야.

물론 말이야 맞지.
여자니까 당연히 여자인 건 맞고, 나이가 27밖에 안 됐으니 짬이 없는 것도 맞다. 게다가 낙하산도 맞다. 그녀의 동기는 은율령 같은 특이케이스를 제외하면 고작해야 대위 정도니까.

"그래, 여자에 나이차이도 얼마  나는 년이 연대장이랍시고 깔짝대고 있으니 얼마나 우습겠어."
"아,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그래. 뭐 나이차이 많이 나봐야 6살 차이일 텐데 연대장은 무슨 연대장이야. 편하게 불러. 누나라고 해 그냥."
"그,그래도 됩니까?"
"...."

연병장에 엎드린 군인들은 사무치는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


전설의 '그래도 됩니까?'사건과 연대 전체 소원수리로 인한 가혹행위 무더기 적발 등의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한사랑 연대.

처음에는 은율령을 시켜 일병이하 소원수리를 진행했지만, 생각해보니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을 것 같아 한사랑이 직접 분대를 방문하며 소원수리를 걷었다.

물론 병사들 입장에선 소원수리를 제쳐놓더라도 역대급의민폐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와아. 진짜 이미지 씹창 났겠네. 그러게 왜 괜히 돌아다녀요. 가만히  있으라니까."
"필요한 일이었잖아."
"필요는 개뿔...그보다 괜찮겠어요? 정말로."

은율령이 혀를 차며 말해 보지만, 한사랑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길 뿐.

"그냥 상관모독 같은 걸로 적당히 넘어 가요. 어차피  소문 쫙 퍼져서 뭘로 갔다 오든 기수열외확정이라니까. 근데 괜히 사건 벌여서 피해자 가해자 대면하게 만들면 걔넨 무슨 죄야. 같이 열외될 거 아냐. 소원수리 걷은 건 그냥  전체 기합 정도로 대충 넘어 가요. 특정하지 말고."


한사랑은 가만히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의 마음에 차진 않겠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대책없이 일을 키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유은이 쿠데타를 일으킨 상황이 아닌가. 기본적으로 전시다.


"그래. 너도 같이 받으면 되겠다."
"...아니 씨ㅂ...나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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