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38)화 (237/517)



〈 238화 〉22. 이제 여기가 중심이다.

여검사는 조심스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때까지 발랄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여자 화장실의 칸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표정을 반전 시켰다.


굳은 얼굴로 폰을 꺼내 조작한다.
덜덜 떨리는 손은 덤.


"이,이건...어디까지나...살기 위한 거야...어쩔 수 없는 거라고...!"

굳센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화장실 칸막이 안에 있는 것은그저 연약한 여자.

그것도 슬그머니 다가오는 위협을 느끼며 잔뜩 위축된 여인이다.

"여,여보세요..."
-네. 혜나씨에요?"
"네,네...."

건너편의 목소리는 꽤나 익숙하다.
어지간한 연예인 이상으로 유명한 여인.

하렘궁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으면서, 그쪽 인물들 중에서는 유은을 제외하고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임서현!

유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한다는 그 여인.
그녀와 검사가 대체 무슨 일로 통화하고있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몰래.

"그...말씀하신 대로...약속 잡았어요."
-어디에요?
"루에또라는 레스토랑이에요. 서초동에..."
-사람은 많아요?
"저녁시간이라 꽤 있는 편이에요."
-그래요?

서현은 잠시 생각하듯 말을 잇지 않았다.
그에 불안해진 건 혜나.

혹시라도 맘에 안 든 걸까.
뭔가 또 해야만 하는 걸까.

온갖 망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나씨, 맛있게 먹고 있어요.
"어,어쩌시게요?"
-그건 이따 알게 되겠죠.
"...."


덜컥 겁이 났지만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쯤 전,


인류 최악의 악질이라는 유은을 빵에 처넣기 위해 민예린과 함께 고군분투하던 그녀는 퇴근길 납치되어 인천항의아무도 쓰지 않는 창고에 던져졌고, 거기서 싸늘한 얼굴의임서현과 시녀들을 마주했다.

이미 거기에는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료 검사는 없었다.

얼굴 생김새나 입은 옷 등을 보니 아무래도 각국에서 파견나온 정보원쯤 되어보였다.

"나혜나씨?"
"....?"

차가운 바닥에 던져진 채로 눈알을 굴리며 주변을 살피던 그녀에게, 좌우로 시립한 시녀들중앙 소파에 앉아있던 임서현이 다가왔다.

"요즘 우리 뒤 캐고 있다면서요?"

존댓말에 나름 미소를띠고 있지만,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당장이라도 칼을 쑤셔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 표정에, 나혜나는 온 몸이떨려왔다.



차가운 바닥.
 뒤로 결박된  팔.
좌우로 시립해 있는 검은 정장의 여인들.

그리고 눈 앞의 여인.




이 순간 검사의 선서라던가 사명 같은   녹듯 사라졌다.
오로지 공포와 떨림만이 그녀를 채웠다.

"그럼 되죠. 감히 주제도 모르고 주인님을 훼방하다니."

친절하게 허리를 숙여 혜나와 눈을 마주하던 서현이 돌연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아 들어 올렸다.


"아악!"
"혼 좀 나야겠네?"

서현은 그녀의 머리채를 들어 올린 상태로 왼손을 옆으로 내밀었다.
곁에 있던 시녀  명이 작은 과도를 올려 주었다.


"아...."

그걸 목격한 혜나의 두 눈이 큼직하게 커지며 눈물을 머금었다.


스윽.

차가운 쇠의 느낌.
뺨에 닿은 그것은 전신을 와들와들 떨게 만들었다.


서현은 그걸 서서히 내려 볼에서 하얀 목덜미, 그리고 쇄골까지 내려가더니 케잌 자르듯 가슴골 중앙으로 날을 세워 그었다.

툭!

비싸게사입은 정장과 블라우스가 좌우로 뜯어지고, 가슴을 받쳐주는 브래지어까지 끊겨서는 적당한크기의 두 덩어리가 흔들거렸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날을 세운 칼이 여전히 그녀의 살갖에 닿아 있기에.

"뭘 그렇게 떨고 있어요? 각오한  아냐?"

피식 웃으며, 서현이 과도를 올려 뺨을 툭툭 때렸다.

"아..으...."

혜나의 입이 달싹거렸다.
마음같아서는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막아선다.

내가 누군데.
검사잖아!

법을 수호하는 검사!

"그 자존심 얼마나 가려나."

그녀의 사고를 훤히 읽은 서현이 후후 웃으며 일어났다.
그러자 좌우에 있던 시녀들이 달려들어서는  뒤로 묶인 결박을 풀어 주었다.


"?"

혹시 그냥 풀어주는걸까?
하고 희망을 품었을 때,

"칼로 찌를까 하다가 쓸 데가 있어 보여서  정도로 봐주는 거예요."

서현이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왔다.

그르르릉.


창고 바닥에 쓸리는 쇳덩어리.
척 보기에도 무거워 보인다.

"...!"


놀란 혜나가 비명을 지르려던 타이밍에, 시녀 한 명이 입을 틀어 막았다.

"읍! 으으읍!!!"


필사적인 외침.
두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보지만, 시녀들에 의해 꽉 잡혔다.

"!!!"

강제로서현을 향해 내밀어지는 오른팔을 보며, 그녀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미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진창.

꾸욱.

시녀가 그녀의오른팔을 바닥에 대고고정했다.


스윽.

"으읍! 읍!"

서현이 들어 올린 것은 양손망치.
흔히 오함마라불리는 물건이었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요?"




콰직!


.
.




부들...

회상을 마친 혜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그 끔찍한 고통이 기억난다.

그날, 그녀의 오른팔은 서현의스윙을 3번이나 받아내야 했고, 덕분에 손과 팔뚝이 아작이 났다.

정상적으로는 절대 치료가 불가능한 상처.

하지만 그녀가 강제로 먹인 액체를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치료되었다.

"어쩔 수 없어...어쩔 수 없는 거라고...!"

다시 한 번 자기합리화를 한 그녀가 숨을 몇 번 고르고 화장실 칸을 열고 나왔다.



+++


"으...음...?"
뻐근한 몸.
흐릿한 시야.

설마 뻗은 건가.

아무래도 술을 너무 마신 듯하다.
귀여운 후배녀석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며 소주를......


응?

잠깐.

오늘 먹은  스테이크와 와인 아니었던가?
물론와인도 술이니 취하긴 하겠지만 보통 뻗을 때까지 마시진 않는다.
그런 건 소주나 맥주로 취하는 거지.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하지만 흐릿한 시야 때문에 보이는 거라고는  수 없는 널찍한 건물의 내부.

다만 소리는 제대로 들려왔다.


"그,그게 무슨 소리에요! 약속이랑다르잖아요!"
"약속? 무슨 소리에요? 우리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다고?"
"이...분명 협조하면 살려준다고...살려준다고 했잖아요!!"
"아. 그렇죠. 살려주겠다고 했죠. 그래서 살려주겠다잖아."

뭔가 익숙한 목소리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무슨...."


꿈뻑이던 눈의 시야가 점차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띵한 머리도 조금은 멀쩡해졌다.


"저기요...그냥 풀어주세요...네? 저 아무데도 말 안 할게요! 아니, 그냥 검사 때려칠게요! 그러니까 제발...제발 그냥 보내주세요...흑..흑..."
"혜...나...?"

후배의 울먹임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토록 강단있던 녀석이 이런 목소리를 낸단 말인가?

"어머. 잘 주무셨어요? 차장검사 나으리."
"...?"


이제 잘 보인다.
자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인식했다.


그리고 이곳이 어딘가 폐건물이라는 것도.

"...유은이냐."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돌아온 것은 가차없는 손길.
우악스럽게 머리채를 붙잡은 서현이 남은 손으로 뺨을 때렸다.


"얻다 대고 함부로 불러요?"

예린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요즘에는 나이가 어려도 허락없이  놓으면 꼰대소리 듣는답니다?"
"...쓰레기들이."
"쓰레기는 감히 주인님께 대항하는 너 같은 년들이고요."


싸늘하게 웃은 서현이 예린을 내동댕이쳤다.

"앞으로 세상은 주인님이 정의가 될 텐데, 정의에 반하면 쓰레기잖아요? 그게 당신들 사고방식 아닌가? 그럼 민예린씨야말로 쓰레기죠. 안 그래요?"
"흥. 잘도 그런 궤변을 늘어 놓네. 역시 머리가 어떻게 된 것들은 상대하기 참 피곤해."
"그렇게 생각하시던가요."
"꼬박꼬박 주인님 붙여가면서...창피하지도 않아? 스무살짜리 변태새끼한테  하는 짓이야 아주."
"...경고하는데, 그 입에 주인님을 올릴 때마다 고통이  배로 늘어날 거야. 잘 생각해."

서슬퍼런 시선에, 민예린도 지지 않고 노려봤다.
기세로 보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저,저기요...."


그때 끼어드는 불청객.
나혜나다.

스윽 고개를 돌리니,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손으로 훔치고 있다.


"저...가면 안 돼요? 보내주세요...."
"...."

서현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다,곧 재밌는  떠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혜나씨, 그렇게 가고 싶어요?"
"네? 네!"
"당신 때문에 예린씨는 여기서 구를 텐데...그래도 가고 싶어요?"
"......네."

잠시 예린의 눈치를 봤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예린씨, 들었죠? 이년이 당신 팔았어요."
"닥쳐. 다 니들 때문이잖아."


선배와 후배의 진흙탕 싸움 같은 걸 꾸며보려 했지만 실패.
민예린은 그런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


"너희들이 분명 무슨 짓을 했겠지."
"차,차장님...."

그녀의 모습에 혜나는 눈물을 흘렸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울컥울컥 쏟아지는 눈물을닦아내는라 바쁜 두 손.
감동적인장면이지만 서현은 그걸 그냥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재미없네. 그래, 혜나씨, 집에 가고 싶은 거죠?"
"...네."

대답을 들은 서현이 돌연 옷을 벗기 시작했다.

"...?"

 여인의 의문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정장치마를 벗은 그녀는, 국부를 가리는 스타킹과 팬티 중앙부분을 뜯어냈다.


순식간에 창녀도 안할 상스러운 차림이 된 그녀가 소파에 가서 앉았다.


"주인님이 미녀끼리 얽히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같은 여자는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연습좀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녀가 두 다리를 좌우로 쩌억 벌리며 소파로 올렸다.
툭 뜯어진 스타킹과 팬티 사이로 살짝 벌려진 성기가 드러났다.


"빨아서 날 가게 해봐요. 그럼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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