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29)화 (228/517)



〈 229화 〉21. 개장!

"전 이제 다 낚은 고기라 이거죠?"

장난스런 표정이지만 말에 뼈가 들어있다.
으아. 역시 너무 조급했나.


"후후훗."


당황하고 있자니 소냐씨가 갑자기 웃었다.

"농담이에요 농담."
"엥...?"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이 나이먹고 이런 거 가지고 마음 상하거나 하진 않아요.  반응만으로도 만족한답니다."
"그,그래요?"
"그나저나 애들은 어쩌고 혼자 돌아다니고 있어요?"
"아...그게."

나는 소냐씨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살짝 흘겨보더니 '오늘 프로포즈 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말했다.


뜨끔하고 찔렸지만 소라누나와 유나씨가 보내줬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완전히 납득한 것 같진 않았지만....
가만보니 소냐씨는 기본적인  전부 내 뜻대로 하지만 적어도 자기 딸에 관련된 건 어느 정도 예전의 가치관을 따르는 것 같았다.


"심상찮은 일이긴 하네요. 애인으로 여기고 있던 사람이 다른 여자들에게 프로포즈를 했으니...물론 유은씨의 경우는  예외라 할  있지만요."
"왜요?"
"유은씨한테 여자가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요. 사생활이 지저분한 것도."
"윽...."


당연한 사실이지만 소냐씨에게 들으니까 뭔가 타격이 크다.

하. 그나저나 어쩌지. 이대로 못 찾으면...물론 사랑씨를 놓칠 생각은 1도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오늘 찾아내는 게 좋잖아?

"그 아가씨에 대한 마음은어떤 거에요? 부인으로 삼고 싶어요?"
"음...부인...글쎄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요."
"그럼 노예로 굴리고 싶어요?"
"그건 아닌 거 같애요."
"그럼 여친?"
"그 정도려나."
"정말 나쁜남자네요."
"하하...."
"차라리 전화를 해봐요.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전화요?"

그러네.
번호가 있으니까 전화하면 간단하긴 한데...안 받으면 어쩌지?

"그리고 너무 조급해 하지 마요. 다른남자라면 들킨 시점에서 아웃이지만...유은씨는  다르니까요. 그쪽도 이미 아는 상황에서 진도 나간 거잖아요?"
"그건...그렇죠."
"그러니까 너무 당황하지 마요."
"...네. 고마워요 소냐씨. 이런 문제인데도 조언해줘서."
"뭘요."

+++



유은이 한사랑을 찾아다니고 있을 무렵.
정작 한사랑 본인은 황궁 내부를 거닐고 있었다.

파티 회장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이곳엔 그런 사람들이 없다.
간간히 지나다니는 사람은 모두 시녀들 뿐이다.


"후."

가볍게 한숨.

그녀의마음은 태어난 이래 가장 복잡했다.

그녀 안에 있던 유은이 두 여인에게 청혼했다. 성대한 행사를 열고 사회 각층의 주요인물들을 초청하여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처음 그녀는 망설였지만, 그래도 참석하기로 했다. 사감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은소령의 말처럼, 그녀는 폭발하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고, 꼴사납게도 같잖은 도발을 시전하며 시비를 걸었다.

결과는 수치스런 패배.
아니, 패배고 뭐고  것도 없다. 그녀는 제대로 대응조차 못했으니까. 그 여인과 무리들이 유은과접점이 있다는 듣는 순간에는 이미 퓨즈가 끊길 것처럼 끓어 올랐고, 결국에는 그 분을 이기지 못해 자리에서 도망치듯 벗어났다.

청혼식이 끝나고 여인들과 웃고 떠드는 그의 모습을 봤을 때는 검은 감정들이 울컥울컥 올라오곤 했다.
그리고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를 두고 대체  하는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얼마나 염치없는 말인가. 객관적으로 따져 보자면 그녀야말로 유은의 '내연녀' 포지션.

유은은 이미 여러 여자가 있었고, 소위'부인'이라 불리는 이들도 3명이나있었다.
그런 와중 어쩌다 접점이 생겨 모텔까지 가는 사이가 되었으니 완벽한 내연녀 포지션이다.

그런 그녀가 그런 말을  수 있을리가 없잖은가.

"알고 시작했어...반쯤은 장난으로 시작한 거잖아...."


사실 진지하게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녀가 유은을 허락하게 된 계기는 호기심+분위기+위기감. 정도다.

위기감이라 하면 벌써 20대 후반인데 서른이 될 때까지 처녀로 있으면 뭔가 크게 손해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다.

즉, 애초부터 유은을 향한 사랑이라던가 좋아하는 감정이라던가 하는  없었고, 그에게 그런 감정을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던 것이, 점점 관계가 진행될 수록 묘하게 변해갔는데, 처음으로 남자를 접한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

떡정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남녀간의 육체관계는 상당한 관계적 힘을 갖고 있다. 하물며 남자를 접해본 적이 없는 처녀가 자의적인 육체관계를 가졌다면 당연히 상대에게 모종의 감정을느낄 수밖에.


때문에 그녀는 유은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갖기시작했고, 그것은 곧 질투로 발현 되었다.


유은은 대놓고 첩질을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니, 대표랄 것도 없다. 이렇게 대놓고 애인을 만나고 여자들을 늘려대는 사람은 적어도 서방세계에선 유은밖에 없다.


자연히 그의 여자들도 많이 알려져 있고, 정보도 많이 있다. 한사랑이라고 모를까.
점차 그녀들에게 질투를 갖게 되었다.


"난 대체  하고 싶은걸까."

예전의 그녀와는 퍽 다른 모습.
냉정하고 목적위주로 움직이던 그녀는 본래 이렇게 감정적이지 않았다.
최대한 절제하고 본인이 믿는 정의를 위해힘쓰는 것.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흐트러지고 있다. 고작 한 명의 남자 때문에.

"...솔직히 못난 인간이잖아.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여자관계가지저분한 남자는 배우자로서 아웃이야."

스스로에게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리며 천천히 걸어나간다.

이 자리에는 없는 유은에게 욕도 해보고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도 해보지만 그녀의 발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빙글빙글 맴돌 뿐.


그것이 사실은 유은을 기다리는 증거라는 걸 그녀는 알까.


자각을 못할 뿐, 그녀는 유은이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증거로 눈이 마주친 뒤 마치 찾아달라는 듯이 나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고.




"사랑씨!"
"!"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 오른다.

"...!"

뒤를 돌아보니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남자 하나.
그녀는 기쁨과 동시에 걱정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덥썩.

유은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멈추어 섰다.

"...얘기라도 하고 가시지."

그녀가 고개를 살풋 숙였다.

"...미안해요. 신경쓰게 해서."
"예? 그게 무슨소리에요."
"이런데는 오는 아닌데...제가 괜히 민폐 끼쳤죠?"

이 행사는유은과 그의아내들의 것이다.
그녀가 껴도 될 자리가 아니다.

예전의 그녀라면 진작에 알아챘을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한사랑은 이제와서 알아채고 말았다.

그제서야 사무치는 부끄러움이 얼굴을 들고, 이 행사의 주인공이 돼야 할, 그리고 지금쯤 유은과 함께하고 있어야 할 여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이러시면 되잖아요. 중요한 행사인데...."


말 끝을 흐리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순간 그녀는 당당한 중령이 아닌 그저 여자.


"사랑씨, 잠깐 저 봐봐요."
"네?"

유은의 요청에 고개를 돌렸을 때, 기습적으로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쉽게 그녀의 입술을 개문시키고 안쪽으로 침입하여 혀를 농락한다.

"훙웁..."

그리고는 가는 허리를 팔뚝으로 끌어 안고는 마치 전복 따먹듯이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녀는 잠시 반항했지만, 압도적인 힘에...아니 정정. 압도적인 환희에 슬그머니 손을 내렸고, 그걸 승낙이라 여긴 유은의 손이 도드라진 엉덩이를 콱 움켜쥐었다.

"흡!"

유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그녀를 훅훅 밀어붙였다.
 발자국씩 후진하던 그녀가 결국 스텝을 맞추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고,유은이 그대로 그녀를 덮치듯 엎어졌다.


"푸흐...사랑씨 입술 오랜만에 먹네요."
"아...."

그녀의 눈동자가 잔뜩 떨렸다.
프로포즈한 주제에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망나니의 행동이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 대상이 자신이다보니 기쁨이 앞섰다.

이 아이러니한 배덕의 쾌감.

유은이 손을 뻗었다.
붉은 드레스에 감싸여 탐스럽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젖가슴이 손에 들어왔다.

"잠...!"
"아무래도 사랑씨는  모르시는 거 같아요."
"...네?"

그녀의 위에 엎드리며 무릎으로 그녀의 사타구니를 꾹 눌렀다.

"흣!"

야릇한 쾌감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는 한사랑.
유은이 귓가에 속삭였다.

"전 오는 여자 안 막지만 가는 여자는 막거든요. 사랑씨는 이제 내꺼에요."
"무..슨..."
"사랑씨가  소유라는  여기서 증명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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