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21. 개장!
21. 개장!
사망자 6만 명에 부상자 20만 명을 발생시킨 대재앙 '도쿄 역류사태'.
인류는 또 한 번 경악하고 일본은 무릎을 꿇었다.
자국의 군대와 모험가 전력 만으로는 도저히 던전을 통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세우고 한국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한편 발빠르게 정책을 마련하여 세계 최초로 '길드자치도시'를 인정했다.
당연히 대상은 세계 최대길드인 '하렘궁'.
도쿄 던전을 중심으로 생겨날 '도쿄 던전 시티'의 주권을 양도한 희대의 사건이으나, 의외로 사람들의 반발은 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길드자치를 허용하는 대신 해당 도시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는 조항 덕분이었다.
하는 행동을 보면(특히 길드장.) 인간 쓰레기 집단이지만 그래도 지닌바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역류 사태를 경험한 일본 국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허용한 것이다.
아무튼 유은의 하렘궁은 최초로 도시를 거느린 길드가 되었고, 이는 세계적으로 큰 물결을 일으켰다.
특히 자국의 군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못하는 국가에서 길드가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며 도시를 점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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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부동산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어요."
"얼마나 떨어지고 있길래 폭락의 폭락이라는 말을 쓰는 거야?"
"일주일 만에 30% 폭락. 지금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억...버블이 또...."
"버블이라기 보단 정이 떨어진 거죠. 그 왜 자동차도 잘 타고 다니다가 크게 사고 한 번 나면 정이 확 떨어지잖아요? 사거리에서 갑자기 멈춘다던가."
"운전면허 없어서 몰라."
"...아무튼 그런 거예요."
들은 바 그대로, 도쿄의 부동산은 완전히 박살나고 있단다.
물론 부동산만 그런 건 아니고 전반적으로 일본 전체가 쪼개지고 있는 거지.
"우리 입장에선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땅값이 폭락했을 때 쫙 매입해 주고 다시 재개발하면 꽤 쏠쏠하게 돈을 챙길 수 있거든요. 강남불패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래...그런 건 뭐 알아서 하고...."
나는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도쿄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일주일.
나는 도쿄 던전 근방의 근거지로 옮긴 상태다.
물론 유나씨나 소라누나도 함께.
당연히 이 주위에는 그분들이 있단 말씀.
나는 서현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끌어 당겼다.
"그래서, 수입은 어때? 아흑이가 뭔가 말하지 않았어?"
"대략 7천억 엔 정도 몰래 빼돌렸다고 했어요."
"오오!"
7천억 엔이면 얼마냐...흐. 7조 원이네 세상에.
"주로 기업계좌에서 해킹으로 빼돌렸고, 현물은 아직 처리중이래요."
"좋아좋아."
이번 사태로 뜯어낸 7조 원이랑, 앞으로 미국에게 6개월 할부로 받을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합하면 무려 19조! 이 정도면 건물 몇 채는 짓고도 남지.
아니, 지금 있는 것만 해도 스탯 카지노는 여유롭게 지을 수 있어. 후후. 이거 좋은데.
"당장 쓸 수 있나?"
"그건 좀 힘들어요. 아무래도 세탁 과정을 거쳐야 해서 좀 걸리죠."
"으...아쉬워라. 어느 정도 걸리는데?"
"일주일 정도만 기다려 주세요."
"알았어."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여긴 일본이고 귀국한다거나 뒤처리를 한다거나 등등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야 빨리 갈 테니까.
"일본 총리는 언제 온대?"
"오후 6시쯤에 온다고 했습니다."
"오키. 그럼 난 애인 만나고 올게."
"애인...이요?"
"응...아니 펫인가?"
"...?"
고개를 갸웃하는 서현.
흐흐. 나중에 소개시켜줄게.
+++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잘 지냈어요?"
말캉.
"...이 손은 치우고 말하는 게 어떠니?"
본래 진작에 철군했어야 하는 제 7기동군단.
하지만 도쿄 역류사태로 인해 아직도 도쿄에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말은 나의 귀여운 펫 은율령 누님도 있다는 뜻!
아아. 저번엔 꽤 좋았지. 텐트 안에서 헐떡이는 모습이란...!
"누가 변태 아니랄까봐...다른 사람도 보고 있으니까 이 손 좀 치워...."
큼직한 가슴을 만져대는 나의 손을 밀쳐 보지만, 나의 팔은 요지부동. 아무리 군인이라도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 나를 밀어낼 순 없다. 하하하.
아니, 그 이전에 별로 안 싫어 하는데? 솔직히 싸대기 몇 방 맞을 각오로 하는건데 말야. 너무 순순히 대주잖아?
이대로 '이여자는 내 여자다!'라고 선포해버려??
"너...다른 여자한테도 이러면 진짜 싸대기 맞아."
"그렇겠죠."
말랑말랑.
"...."
나는 반대편 손 까지 이용하여 말랑말랑한 덩어리를 움켜 쥐었다.
펫이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더 흥분되는 이 느낌.
"...짐승이니?"
"네."
"에휴...."
율령 누나는 한숨을 푹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가슴과 헤어진(?) 나는 반대편에 앉았다.
"보아하니 일본에 국군이 주둔하기로 했다던데, 그럼 누나도 계속 여기있는 거예요?"
"아니. 제 7기동군단은 국군의 핵심군단이잖아.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국외로 빼돌려 둘 순 없어. 다른 군단이 편성돼서 배치될 걸?"
"아하. 그럼 누난 한국으로 돌아가겠네요."
"응. 그리고 나 다른 곳으로 발령 났어. 진짜 거지같애."
"어디로 발령 났길래...?"
"...."
누나가 나를 물끄러미 노려봤다.
"강남."
"오오!"
"이씨. 웃지마 짜증나니까."
쯧 하고 혀를 찬 그녀가 물병을 콱 집어 울컥울컥 마셔댔다.
그대로 500미리를 원샷.
"하필 그짜증나는 년이랑 같은 부대라고! 그것도 부하로!!"
"짜증나는 년...이라면 설마 사랑씨?"
"...어."
떨떠름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한숨을 내쉰다.
흠...이거 의외인데. 사랑씨랑 아는 사이라니.
하긴 알만도 하겠다. 나이상으로 동갑이잖아?
사랑씨에게 묻힌 감이 있지만, 율령씨도 국군 역사에 기록될 만큼 초고속승진한 사람이다. 아니, 사랑씨와 더불어 지금껏 내려오던 관습 자체를 박살을 내버린 장본인이라 할 수 있지.
본래 이 나이에 소령을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근데 너...아는 사이야? 사랑씨라니...뭔가 호칭이 친근하잖아?"
"음...."
뭐라고 답할까.
섹파라고 해야 하나 애인이라고 해야 하나.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 결국 애인을 택했다.
아무래도 둘이 아는 사이 같은데 괜히 섹파라고 했다가 사랑씨 귀에 들어가기라도 해봐. 홧김에 딴 남자 만날지도 모른다고.
"뭐? 애이인???"
율령씨가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한다.
"그,그럼 난 뭐야? 그냥 원나잇?"
"그때 말했잖아요."
"...뭐라고?"
"펫이라고."
"...이...누가 펫이야!"
"흠. 그때도 확실히 제 펫이 되겠냐고 물었을 때 거절했었죠."
"당연하지 멍청아!"
책상을 쾅 내려치며 화내는 우리 율령씨.
역시 다시 봐도 귀엽다.
펫이 딱 어울린다고.
"그나저나언제 돌아가는 거예요?"
"...와 말 돌리는 것 봐."
"언제 돌아가요?"
"...."
율령씨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결국 한숨과 함께 답했다.
"한 달 뒤에 철군하고 바로 발령. 됐냐?"
오호. 그렇군.
그럼 2달 뒤면 사랑씨와 율령씨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말씀이렷다? 흐흐흐.
"...그 웃음 짜증나네."
헤헤헤.
"쯧.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의 웃음이 맘에 안 들었던 걸까, 율령씨가 뭔가 꾸미는 듯 씨익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앞으로 내밀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그거 알아?"
"...뭐요?"
"미필인 남자가 모험가가 됐을 때 3년 이상 모험하는 조건으로 군면제가 되잖아?"
"그렇죠...?"
뭐야.
뭐야 이 분위기.
뭔가 불안하잖아??
"그거 왜 면제되는 지 아니?"
"...잘 모르는데요. 왜 군대 얘길 꺼내십니까 불안하게."
"잘 생각해봐. 분명히 들었을 거야. 어딘가에서든."
"...."
팔짱을 끼고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저기요. 유사시에 모험가가 던전 협력기구의 말을 따르고 나아가 산하 조직인 각 지부의 명령을 따르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의무조항이에요. 반쯤 군대랑 마찬가지라고요. 그래서 미필이신 분들은 조건부 면제도 되는 거고요. 지금 긴급상황이라니까요?
라고 말했던 '전(前) D10한국지부장 비서' 이자 '현(現) 내 전용(?) 비서'인 안경누나가 떠올랐다.
"...유사시...던전 협력기구 및 지부의 명령을 따라 군대처럼 국가를 수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인가?"
"빙고."
넘나 상큼한 대답.
콱 깨물어주고 싶네 아주.
"근데 너 전에 D10 탈퇴한다며? 아예 선언까지 했잖아. 회비 안 낼 거라고."
"...."
짝!
펫 누나가 '어머!'하며 손뼉을 쳤다.
"던전 협력기구 산하 모험가이기 때문에 유사시 국가수호의 의무를 진다는 조건하에 군면제가 되는 건데 우리은이는 '탈☆퇴' 해버렸네? 호호호."
"...."
"아아! 국가의 부름을 받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 나이이지만! 모험가가 되어 숭고한 국가수호 및 발전의 사명을 띠고 활동하기에 면제!크러나 멋지게 탈퇴하고 입영선언! 크...멋지네 우리 은이."
"...아,아아...."
"아?"
"안 갈 겁니다."
"어머. 누구 맘대로?"
"...안 갈 겁니다."
"그니까 누구 맘대로?"
"제 맘대로 안 갈 겁니다."
"오호호. 귀엽네 은이. 찜빵같애."
꾸욱 하고 내 볼을 잡아당기는 율령씨.
한껏 기세가 오른 모양인데! 절대 안 갈 거거든요?????
"포기하고 받아들이렴. 그래도 대통령이랑 친하다며? 우리 부대로 오겠다고 해. 내가 잘 해줄게. 후후후."
"사양하겠습니다. 결단코 입영거부! 양심적 병역거부를 시전할 거예요!"
"몬스터 때려 잡고모험가 쳐죽이는 네가 무슨 명분으로 집총거부를?
"...야,양심적..."
"양심 없잖아."
"...양심..."
"양심 없잖아."
"..양..."
"없잖아."
"...."
"없잖아. 양심."
"크윽...괘,괜찮습니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기본적으로 이상하거든요."
"너보단 안 이상하니까 걱정 말렴. 아아~ 은이는 언제 입대하려나~ 훈령병이랑 떡치는 것도 꽤 꼴리는 상황일 거 같은데~."
아. 얄밉다.
아니, 아니지.
후후. 갈 일이 없으니까 얄미울 필요도 없지.
하.하.하.
내가 군대를 갈 리 없잖아? 응? 이 내가 군대 갈 리가 없잖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