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19. 강화석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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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흔히 화약고라 불리우는 지역이 존재한다.
현대에 와서도 끊임없이 전쟁이 터지고 있는중동.
수많은 민족과 문화, 국가 등이 얽혀 있어 역사적으로 무수한 전쟁을 써 내려온 발칸반도.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인데 북쪽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불량집단(북한)이 도사리고 있고, 그 불량집단의 뒷배를 봐주며 제국(미국)을 몰락시키고 세계의 패권을 잡고자 하는 신생패권국(중국)과 옛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불곰국(러시아), 강력했던 제국주의 시절로의 회귀를 노리면서 언제든 대륙진출을 노리고 있는 섬나라(일본)에 세계의 패권을 놓지 않고 옛 숙적(러시아)과 새로운 숙적(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세계 초강대국(미국)의 시선이 몰려 있는 한반도.
그 외에도 화약고는 여럿 있지만 단연 이 세 지역이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반도는 화약고가 아니라 핵미사일 창고라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상기한 바와 같이 강대국들이 집결해 있고 그 강대국들의 이념이 각자 다르며 목적과 뜻 역시 상이한데다 그런 주제에 묘하게 얽혀 있어서 뭔가 일 하나가 터지면 주변국이 순식간에 빨려들어 지구와 함께 공멸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비단 한반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주변인 동북아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세계는 식은땀을 흘리며 한반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도쿄 방어전을 치를 때부터 한국이 핵을보유하겠다며 버팅기더니이젠 일본에 파병한 군대를 빼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그 와중에 북한은 또 눈치없이 도발했다가 남한에게 대차게 털렸고, 현재는 버로우중에 있다.
이런 일들이 연달아 발생했는데 세계가 불안에 떨지 않는 편이 이상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건 미국조차 감당 불가능한 이벤트라며 꺼리는 일인데 다른 나라야 오죽할까.
덕분에 한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의 증시는 연일 폭락을 기록하고 있고, 그로 인한 경제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다행일까, 근 한달여 동안 일본과 신경전을 벌이며 버티던 한국정부가 드디어 철군의 뜻을 내비쳤고, 긴장감에 한껏 숨을 들이키고 있던 세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안도도 잠시, 곧 세계는 경악과 불안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바로 던전협력기구 D10의 회장이 수행비서, 호위들과 함께 행방불명 된 것이다.
전 세계가 던전으로 인해 시름하는 지금, 그는 단순히 한 기관의 장이 아니었고, 이시대 인류의 희망과 재건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특히 자국의 힘으로 던전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에서는더더욱.
그런 그가 행방불명 되었으니 의문과 함께 당혹감이 속출했다.
하필이면 그 장소가 또 한국이다.
순식간에 수 많은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고, 그 중 유력한 것이 한국에 존재하는 세계 최대 규모 길드 '하렘단'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일단 부인했지만, 최대한 많은 경찰력과 군대까지 동원하여 회장을 찾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도 수만의 인력을 풀어 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죽은데다 현아의 화염 마법으로 화장까지 치렀으니 찾을 수있을 리가 만무하다.
[대체 세상에 어떻게 돌아가려는 건지 원....]
[한국 지부장은 뭔가 아는 게 있습니까? 그쪽 나라에서 회장님이 행방불명 되지 않았습니까.]
[그게...저희도 최선을 다해 찾고는 있습니다만...아직 이렇다할 소득은 없습니다.]
화상 회의실.
매 순간 바쁜 일정을 처리하며 따로 시간을 내 만나기가 요원한 이들을 위해 제작된 이곳은 범 세계기관 던전협력기구 D10의 간부들을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시스템 이었다.
세계 곳곳에 위치한 D10의 지부장 대부분이 긴급회의에 참석했고,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이는 오직 회장과 유럽 지부장 아녜스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유럽 지부장도 한국에 가 있던 걸로 아는데...설마 그분도 같이 실종 되신 겁니까?]
한 사람이 그런 의문을 던졌다.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 괴물 같은 여자가 실종이라니요. 만약 그랬다면 본인의 의지로 숨어 있는 거겠죠. 일하기 싫다던가 이유는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
[혹 그분이 회장에게 불온한 짓을 한 건 아닐까요?]
[어허. 억측은 삼갑시다.]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며 갈수록 시끄러움이 더해졌다. 다들 각국에서 엘리트 소리 듣고 자라왔고, D10의 지부장을 맡기 이전에도 각 국가의 핵심위치에 있던 이들인데 인터넷에서나 떠돌법한 음모론들을 마구 토해냈다.
심지어 그 중에는 한국 지부장이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회장과 유럽 지부장을 재낀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있었다.
'아주 난장판이군....'
그 광경을 지켜보며 한국 지부장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런 때일수록 함께 의견을 모으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럴 기미는 전혀 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이간질 하기에 바빴다.
'하기야 나도 다를 거 없지.'
그는 진실을 알고 있다.
이미 유은에게 굽히고 들어간 지 오래인지라 이런저런 정보들이 알게모르게 들어오는 것이다.
'협회 최고전력이라는 아녜스 지부장조차 이토록 쉽게 그의 것이 되었는데, 이 협회라고 다를까.'
회장은 죽었고, 아녜스는 곧 등장하여 협회 전체를 낼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도 그런 그녀를 유은이 마음대로 조종한다.
모험가로서의 유은이 세상에 나타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 지경까지 왔다.
지직.
시장바닥처럼 시끄럽던 장내를 조용하게 만든 잡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D10본부와 연결된 화상송출장치였는데, 치직 거리는 잡음이 수 차례 들리더니 곧한 여인의 형상을 띄웠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자태로, 단발로 자른 금발과 흡사 갓 서른이 된 것 같은 젊은 외모, 기품있게 꼬아올린 다리 등등이 시선을 흡수했다.
[아,아녜스 지부장??]
그녀는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 지부의 장, 아녜스 이사벨라였다.
지금껏 소식이 없던 그녀가 갑작스레 등장한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하필이면 본부에서 등장한 것도 이상하다.
[아니, 지금껏 어디 계시다가 이제 모습을 드러내십니까? 그것도 본부에서...혹 회장도 같이 계시는 겁니까?]
[어디 다치시기라도 한 건지....]
여러 말들이그녀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 대답하지 않고, 한국 지부장쪽을 쳐다보며 다리를 반대편으로 꼬아 올렸다.
[한국에는 그 자가 있죠? 유은이라는 자가. 직접 만나보니 대단한 인물이더군요.아마도 인류 최강이 아닐까 합니다.]
[...동감입니다.]
[그런 자가 있는데 아무래도 (다)급 단체로는 격이 맞지 않겠죠. 적대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지만 그래도 예의는 지키는 게 좋지 않겠어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한국 지부장 조차!
그러나 그건 곧 충격 속에 알게 되었다.
[오늘부로 한국 지부를 (다)급 단체에서 (나)급 단체로 격상하겠어요. 세계 최대규모의 길드와 세계 최강의 모험가가 있는 국가인 만큼 그 정도는 되어야 원활한 관리가 가능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니 모두 그렇게 알아주세요.]
[예?]
[자,잠깐!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아녜스의 말에 다른 지부장들이 즉시 반발하고 일어섰다.
특히 완전히 무너져내려 그 기능을 상실하고 새로 뽑힌 지부장조차 별 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일본 지부에서는 더욱 반응이 격렬했다.
하지만 결정사항.
아녜스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하며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반복해 주었다.
[저 역시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니 이해해 주길 바래요.]
[하....]
이 무슨 어이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뜬금없이 본부에서 튀어나오더니 자기 멋대로 일개 단체의 격을 격상하다니? 여긴 UN에 버금가는 국제기구이고, 회장도 이런 폭거는 못 저지른다.
게다가 (나)급 단체면 유럽지부와 같은 대륙지부와 동일선상에 둔다는 얘긴데, 그러기에는 한국 지부의 전력이 여러모로 부족했다.
[회장님은 어디 계신 겁니까!]
[설사 회장이라 해도 이리 독단적으로 처리하진 못하거늘!]
[애초에 왜거기 계신 겁니까? 대체 회장은ㅡ,]
[제 1대 회장 카를로스 세이건은 제가 죽였습니다.]
[...뭣?!]
[???]
[!!]
충격적인 발언.
그녀는 스스로 살인, 그것도 국제기구의 수장을 죽였음을 밝혔다.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제 2대 회장은 나 아녜스 이사벨라가 역임합니다. 이에 불복하시려거든, 나의 노블레스 군단의 화를 입더라도 부디 원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