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85)화 (184/517)



〈 185화 〉18.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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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압도적이군."


말이 도전이지, 사실상 유린의 현장.

아직 2번의 도전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간부와 1등 시녀를 이기는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그러니까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야 한다고!"
"...저 간부와 시녀의 공방은 어느 정도인가?"
"어차피  믿으실 거면서  물으세요?"
"...."


삐진걸까.
상당히 퉁명스런 말투다.

회장은 뭔가 잘못됐다는  느끼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헤라의 기분은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그 이전에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 오늘 저녁이 지나도 계속 이 모양으로 우유부단하게 있는다면, 그녀는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한국을 떠날 참이다.



'후...단단히기분이 상했나보군. 하지만 상식적으로 공방 억이 넘는다는 말을 어떻게 믿느냔 말이다.'


회장이 수용할 수 있는 공방은 500만 정도다. 그것도 상당히 무리(?)한 수치이고,  이상은지금으로선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는 당분간 헤라를 놔두기로 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녜스 지부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유럽에는 유능한 인재가 많다고 들었는데."
"...글쎄요. 저나 제 딸이 나선다면 이길 수 있겠지만...그 외에는 힘들겠죠."

덤덤하게 말하는 아녜스.
회장은 이런 엄청난 것을 보고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녀를 내심 대단하게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녀는 그저 저 정도로는 기별도 안 올 만큼 거대한 힘을 맛보았기 때문에 무뎌졌을 뿐이다.

사실 간부급이자 실질적으로 길드를 운영하고 있는 부길마 임서현만 하더라도 공방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ㅡ 어디까지나 하렘궁 내에서 ㅡ 오히려 1등 시녀들 중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가 그녀보다 강한 경우도 있다.


하물며 구예나를 상대한 지극히 평범한(?) 1등 시녀 정도는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흐음...그렇다면...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회장은 뭔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고로 가장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화법 중 하나.
아녜스가 아미를 찌푸렸다.

"뭐죠? 가급적 끝까지 말해줬으면 좋겠는데요."
"대단히 실례되는 말이라서 말입니다."
"?"
"아니 뭐...지부장님께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셨으니 시험삼아 출전해 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
무례는 무례다.
일개 모험가도 아니고 무려 유럽 전역의 모험가를 아우르는 지부장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야 중간에 삼킬만도 하다.


그러나 결국은입 밖으로 뱉은 말.
아녜스가 어이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저보고 저 야만적인 곳에 나가라는 말인가요?"
"아뇨아뇨. 그냥 그러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는 말입니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

대놓고 불쾌감을 표현하는 아녜스.
안 그래도최근 짜증으로 얼룩진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 와중에 회장이라는 인간이 구해주진 못할 망정 그녀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전혀 짐작도 못하고 저따위 말도  되는 소리나 하고 있다.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 괜히 여자들한테 생채기라도 냈다가는....'

남몰래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보다, 회장은 그만 돌아가시는  어때요? 여기서 이렇게 있을 만큼 한가하시지 않을 텐데."
"뭐 그렇긴 합니다만...그건지부장께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전 여기서 중대한 업무가 있어요."
"한 달 동안이나말입니까?"
"기밀이니 그 이상은 말씀  드리겠네요."
"허허...기관장인 저에게까지 말할 수 없는기밀이라...."

어이없었지만 캐묻진 않았다.
아녜스는 최고 핵심 인물  명이니 괜히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 이미 건드린  같지만.

"확실히 바쁘긴 합니다. 일본에 B급 던전이 등장했으니 이제 곧  세계적으로 등장하겠죠. C급과 B급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유은씨와 같은 강자들에 대해 확인해 두어야 하는 겁니다."
"흥. 그래요?"
"지부장님께서도 그러기 위해 한국까지 오셨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던가요."
"음...네."

회장이 씁쓸하게 화제를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양쪽의 두 여자에게 미움을 산 것 같다.

'오늘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


이제 대기실에는 오로지 긴장과 공포뿐이 없다.
자그맣게 남아 있는 희망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미약하다.

"시,시녀...조차 저렇게 강하단 말야??"

구예나는 예선전에서 수준급의 활약을 보여 주었다.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공격력.
단 한 차례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던 경기도 몇 번인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일개 시녀에게 무참하게 짓밟혔고, 담보로 잡은 인생을 빼앗겼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초긴장.
1등 시녀조차 이렇게 강하다면, 결국 싸워볼 만한 존재는 2등 시녀밖에 없다는 말인데, 2등 시녀는 상금이 100만 달러다. 한화로 치면 12억 남짓.
이것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문제는 도전권을 구매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시녀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고 간부급 이상을 노리고 구매했기 때문에 꽤 비싼 값으로 도전권을 구매했고, 2등 시녀에게 이겨봤자 손해가 된다.

더 웃긴 건, 지금에 와선 그 100만 달러조차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1등 시녀가 저렇게 강한데, 고작 한 단계 차이인 2등 시녀 역시 녹록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도전하지 말고 32강 상금만 받을 걸 그랬나...이래선 그냥 처형이잖아!!"

대기실의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자, 몇몇이 고개를끄덕였다.
정말이지 불쾌한 일이다. 그저 세력의 힘을 떨치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한것 아닌가.

"혹시 간부급으로 강한데 그냥 시녀로 내보냈다던가??"
"!!"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잖아! 나온 여자가 간부인지 시녀인지 아니면 간부인데 시녀로 둔갑한 건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드,듣고 보니!"
"임서현 그년도 부길마인  다 알잖아!! 근데  간부급으로 나와?부길마인데??"

의문은 점점 증폭되었다.
그리고 분노가 되었다.

"소,속았어!!  개자식들! 사기치고 있어!!"
"당장 정식으로 항의해야겠어."

모험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노가 그들의 몸을 휘감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호들갑 떨지 마라. 잡것들."


그때, 한켠에서 팔짱을 낀 눈을 감고 있던 한 남자가 도발적인 말을 내뱉었다.

"사기라느니 속았다느니...스스로의 약함을 잘도 포장하는 구나."
"뭐야?!"

장발의 미남자.
오만한 표정이 오히려 잘 어울려서 '귀공자'스러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허리에  레이피어로 미루어 볼 때 직업은 검사.

그가 슬쩍 일어섰다.


"결국 스스로가 강하면  문제다. 간부를 시녀로 속였다고? 그럼 그 간부를 이길 만큼 강하면 될 문제가 아닌가."

스릉.

그가 검을 뽑았다.
은색의 얇은 검날이 번쩍였다.

"약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너...죽고 싶냐?"
"죽고 싶냐고? 흥.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하지만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다. 이몸은 너희 잡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이 개ㅡ,"



[자! 오늘의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과연 어떤 모험가가 어떤 상대에게 도전을 해올지 궁금하군요. 세 번째 참가자 무대로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레이피어를 검집에 꽂았다.

"불만 있나? 있어도 닥쳐라. 사기니 뭐니 하는 쓰잘데기 없는 것들에 질려 포기하는 패배자들에겐 말할 권리도 없다."

그는  말을 끝으로 문을 열고 무대로 나섰다.

"이 개새끼가  두고보자!!"

뒤로 여러 모험가들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세 번째 도전자 등장! 이름 라인하르트! 독일 출신의 모험가로서, 맨하탄 던전에서 활약하다 슬슬 도쿄 던전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요, 그는 과연 누구에게 도전할까요? 역시 2등 시녀일까요?]

척.

그가 손을 들어 가리켰다.

"길마급 유소라, 너에게 도전하겠다."
[...??]

서현이 놀란 숨을 들이켰다.

앞서 두 명의 모험가가 그야말로 개떡처럼 처맞았는데 이 인간은 뭘 믿고 그보다 윗선인 길마급을 고른단 말인가?

[혹시 잘못 말씀하신 건가요? 길마급은 저와는 비교도  될 만큼 강하시답니다.]
"똑바로 들었군. 길마급 유소라에게 도전한 게 맞다."
[....]

서현이 잠시 뒤를 돌아 VIP석을 바라봤다.
거기엔 유은과 3명의 부인이 황당한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소라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이소냐만 하더라도 공방 500만을 넘는 괴물이다.
전통(?)의 부인인 이유나와 유소라는 이미 천 만을 넘긴 상태.

게다가 치명타율 100%를 훌쩍 뛰어넘고 치명타 계수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력은 그에 수십배에 해당한다.

그걸 겁도 없이 선택하다니.

서현이 다시 앞을 바라봤다.


[다시 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누구ㅡ,]
"몇 번이나 말하게 하는 거냐. 쓸데 없는 짓 하지 마라."
[....]


순간 욱할 뻔 한 서현.
하지만 유은의 얼굴을 생각해 참아냈다.

[후...좋습니다. 도전자 라인하르트, 길마급 유소라 부 길드마스터에게 도전하였습니다. 후회하지 마세요. 하겠지만.]
"흥."

그녀의 말에, 앉아있던 유소라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더니 훌쩍 뛰어 무대로 나갔다.

"와...존나 예뻐!"

앞서 있었던 참혹한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길마급에게 도전한 라인하르트. 그리고 그의 도전을 받아주기 위해무대로 내려온 유소라.

두 사람에게 관중들은 환호했다.
물론 유소라에게 환호하는 것이 훨씬 많았다.


"가,가슴이 너무 착하시네."
"부럽다 씨발...."

소라가 보라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을뒤로 쓸어 넘겼다.

"이야...설마 내가 나와서 싸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내게 질 줄도 몰랐겠지. 뭘, 너무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나와 싸웠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문의 영광이니까."
"어머. 말은 잘 하네. 그럼 바로ㅡ."
[아아. 죄송합니다. 잠시 절차를 잊었네요. 라인하르트 도전자.]
"...뭐지?"
[도전에 앞서 담보를 확인하겠습니다. 길마급의 상금은 2천만 달러. 담보는 2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흥. 그런 거라면  몸이 너희 길드에서 일하는 것으로 하지."
[필요 없습니다.]
"...보는 눈이 없군. 이 몸은ㅡ."
[이 몸이든  몸이든 남자는 필요 없습니다. 합당한 담보를 제시하세요.]
"...남자는 보이는  만이 다가 아니다. 그래. 자존심은 상하지만 뜨거운 밤을함께해 주는 것도 생각ㅡ."
[30cm 안 되면 닥치세요.]
"...."
[딱 봐도 조루에 잘해야 5cm일 거 같은데 죽여버립니다?얼른 담보나 제시하세요.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


마이크를 타고 퍼지는 서현의 말에 여기저기서 큭큭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자가 분노로 얼굴을 붉혔다.


"감히...!"
"하~암...감히고 나발이고 얼른 하지 그래?  들어간다?"

소라가 명백하게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하품하자, 라인하르가더욱 얼굴을 붉혔다.

"뿌득...돈은...없다."
"아 씨발 장난해?"

라인하르트는 입술을 뜯으며 생각하다 소라를 보며 말했다.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 돈을 빌려주는 게 어떤가? 난 본래 상금에 관심 없다. 200만 달러를 빌려주면 천만 달러의 상금을 주도록 하지."
"뭐래."
"그도 아니면 하루 정도 데이트 해줄 수도 있다. 그 이상을 원한다면 그땐ㅡ."
[됐습니다. 꺼지세요. 아니면 능력에 맞는 도전을 하시던가요.]

라인하르트의 말을 끊으며 서현이 손짓하자, 시녀 몇이 무대로 날아왔다.


"라인하르트 도전자, 새로운 도전상대를 지목하거나, 무대에서 내려가세요."
"뭐라고? 감히 시녀따위가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냐!"
"시녀 따위? 하...이건 진짜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
"그러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네. 공손하게 대해주니까 만만하게 보이나봐."

시녀들이 강제로 연행하려 할 때,



"좋아. 내가 빌려줄 게. 200만 달러."


[...소라님?]


서현이 황당한 얼굴로 묻고,
라인하르트는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검을 뽑았다.


"훗. 감사는 표하지 않ㅡ,"
"야. 뭘 웃고 있어."

거만한 그에게 소라가 큭큭대며 비웃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 머리가 비었어."
"소라님 정말로...?"
"네. 담보는 제가 내는 걸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시녀들이 물러나고, 서현도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결국 도전이 성사됐음을 알렸다.

"혹시 나한테 반했나? 하긴. 그럴 만도 하ㅡ."
"야 5센치."
"...5센치 아니다."
"내가  빌려줬는지 몰라?"

그녀가 사악하게 웃으며 품에서 짧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클래스는 황의(皇醫). 즉, 힐러다.

그러나 그럼에도 공격력 1천6백만을 넘기는 초괴물!

휙.
콰광!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녀의 주변으로 기가 터져 나가며 엄청난 굉음과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너 짜증나니까 죽여버릴려고 빌려준 거야.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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