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18.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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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유은이 개최한 하렘 페스티벌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고, 여러 언론이나 유명 스트리머들의 방송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콜로세움도 어느 정도 추려졌다.
32강에 진출한 이들 중, 도전을 포기한 자 8명에, 도전을 천명한 자 32명이 나왔다.
8명이 도전을 포기했는데 어떻게 32명이 나왔냐 하면, 상금(10만 달러)으로 교환할 수 있는 도전권을 다른 이들에게 팔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32명의 도전자가 꽉 채워졌다.
사람들은 볼거리가 늘었다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곧 드러날 유은 패밀리의 힘에 기대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일개 시녀에게도 거액의 상금을 걸었을까.
툭. 툭.
[아ㅡ. 아ㅡ. 마이크 테스트.]
단 한 번 사회를 맡은 것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임서현.
그녀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오오오!"
"서현이다!"
"임서현!!"
불과 며칠 사이에 생긴 팬카페 회원들이 그녀의 이름을연호했다.
[신사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사회를 맡은 임서현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를 잡고 본인을 소개하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그 모습이 또 청순해 보이고 예뻐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들려왔다.
[지금 이 순간 부터는 콜로세움 32강에 드신 분들의 도전을 통해 여러분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릴 것입니다. 도전은 즉석에서 이루어지며, 보증으로 맡긴 물건에 대한 심사 역시 즉석에서 이루어집니다.
상금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 드리겠습니다.
2등 시녀에게 도전하여 성공하신 분에게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1등 시녀에게 도전하여 성공하신 분에게는 300만 달러의 상금을, 간부에게 도전하여 성공하신 분에게는 800만 달러의 상금을 드립니다.
만약 간부를 넘어 길마급에게 도전하여 성공하신다면 2천만 달러의 상금을 드리며, 마지막으로 유은님께 도전하여 성공한다면 5억 달러. 한화로 6천억 원을 드립니다.]
꿀꺽.
환호성을 넘어선 긴장의 목넘김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일개 행사에 걸린 상금 치고는 너무나 거대한 금액. 재벌이라 해도 쉽게 쓸 수 없는 돈이 천억 단위인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두었다.
사람들은 유은이라는 인간의 자신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과연누가 그에게 도전할지 온 신경을 집중했다.
[룰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첫째, 고의적으로 관중을 공격할 시 즉시 탈락입니다. 둘째, 광역기를 사용할 시 장외패로 간주됩니다. 셋째, 무대 밖으로 떨어지거나 나갈 시 탈락입니다. 넷째, 예선전과 달리 상해에 제한이 없습니다. 도전은 누군가의 사망 혹은 누가 봐도 전투불능인 경우, 둘 중 하나가 항복을 외친 경우,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상황에 의한 탈락자 발생 이외에는 종료 및 중단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광역기 없는 1대1 살인게임이라는 뜻.
[자, 그럼 곧바로 첫 번째 도전자 입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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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곧바로 첫 번째 도전자 입장하겠습니다.]
꾸욱.
한 청년.
대기실에서 긴장한 채로 기다리고 있던 그는 방송이 나오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가 첫 번째 순서.
운이 좋다고 해야 할 지, 나쁘다고 해야 할 지.
아무튼 긴장의 도가니에 빠진 기분이다.
'꼭 이겨야 해!'
도전자인 만큼 룰은 사전에 들었다.
죽을 수도 있는 대결.
어쩌면 오늘 짧은 인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가지고 본인의 아끼는 무기를 들었다.
뼈로 이루어진 채찍.
보기엔 초라해 보여도 상당한 유틸성능과 공격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꼭 이겨서 그녀를 얻고 말겠어.'
그의 목적은 사랑을 이루는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재벌가의 여식. 아무와 결혼할 수 없다.
비록 이름 깨나 날리는 모험가라지만 재벌가의 여식과 비교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녀의 부모는 그와 그녀의 교제를 극구 반대했다.
'어디 집 지키는 개 주제에 주인을 넘봐?!'
바둑통과 함께 날아온 한 마디다.
힘이 있어 그 힘으로 여인을 지키고 그녀의 가문을 지키고 경비를 도맡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반응 뿐.
하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교제를 허락받기 위해, 이번 행사를 빌미로 조건을 달았다.
'콜로세움에서 32강 안에 들고, 간부에게 도전하여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그 집 주인은 코웃음을 쳤다.
우선 콜로세움이 열리는 행사 자체도 딱히 유명하지 않았고, 간부라는 것들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들을 이긴다 한들 그게 대단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니 당연히 코웃음을 칠 수밖에.
그러나 주인은 주변에서 들어오는 정보로 말미암아 유은이 세계에서 핫한 모험가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의 세력 역시 세상을 호령하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단 승낙.
만약 그가 콜로세움 32강에 들고, 하렘궁의 간부와 싸워 이긴다면 교제를 허락해 주마ㅡ.
단, 결혼은 안 된다. 과도한 스킨쉽도 안 된다.
그것이 그의 허락 조건이었다.
그는 그것만 해도 족했다.
결혼은 나중에 다른 걸로 얻어내면 된다.
"이긴다...꼭 이긴다...!"
"어이 형씨."
입구를 나서기 전, 주먹을 쥐고 다짐하는 그에게, 한 대머리 모험가가 말을 걸었다.
"간부한테 도전할 거라며? 살살해. 나중에 이몸이 도전할 간부가 없어지면 곤란하니까."
"...."
그도 간부에게 도전할 모양.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대기실 내부를 둘러보니, 모두들 여유만만이다.
유은이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라는 건 대부분 알고 있지만, 시녀들이나 간부라고 칭해지는 이들의 강함은 잘 모른다.
확실한 영상으로 남은 도쿄 방어전 땐 유은의 활약만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
"...감사합니다."
청년은 꾸벅 인사해 보이고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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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도전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오오!!"
"이겨라!"
[이름 주형선. 도전 동기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휘이익!
"멋진데?"
"짜식. 청춘이구만."
[사랑하는 여인과의 교제를 허락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그 여인과, 여인의 부모님도 함께 보고 있다는데요. 과연 그는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처억.
임서현이 이런 저런 말을 하는 사이, 청년이 무대 중앙에 올라섰다.
룰이 지극히 간단하기 때문에 심판 같은 건 없다.
텅 빈 무대 위에서 그가 오롯이 선 채 뼈 채찍을 한 차례 휘둘렀다.
쐐액!
공기를 찢어낼 듯한 파공음.
관중들은 드디어 하이라이트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그를 지켜봤다.
[주형우씨. 누구에게 도전하시겠습니까?]
임서현이 물었다.
"...당신에게 도전하겠습니다."
[....]
그리고 당돌한 도전을 받았다.
"오,오오오오!!!"
"임서현한테 도전이다아앗!"
"시작부터 간부!!"
서현은 잠시 말 없이 있다가 뒤를 돌아 누군가에게 뭐라고 말을 건냈다.
그러더니 다시 주형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상금의 10%, 8만 달러에 해당하는 담보가 필요합니다. 담보를 제시해 주십시오.]
쐐액!
그가 다시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
무대 바닥이 갈라졌다.
"이 무기가 담보입니다."
담담한 그의 말에, 시녀 몇이 다가갔다.
"잠시 보여주십시오."
건내진 채찍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들.
곧 서현을 향해 OK사인을 보냈다.
[담보의 가치가 인정 되었으니 도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서현이 그 자리에서 훌쩍 뛰어 올라 무대로 내려왔다.
그 화려한 행각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시녀들이 물러가고, 무대 위에 남은 이는 오직 주형선과 임서현 뿐.
사회는 임시로 다른 시녀가 맡게 되었다.
"무기는 안 가져 오십니까?"
아무 장비도 없어 보이는 서현에게, 주형선이물었다.
서현은 고개를 저었다.
"딱히 필요해 보이지 않네요."
"...."
도발적인 언사.
그러나 그는 분노하지 않았다, 어딘가의 기사도처럼 무기를 들라 종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방심과 기회를 감사히 여길 뿐.
그의 목적은 싸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승리! 상대가 나를 얕잡아 본다면 오히려 땡큐다.
"중간에 후회하지 마십시오. 울면서 주인에게 달려갈지도 모릅니다."
"너나 잘하시죠."
사회를 보면서 사무적으로나마 짓고 있던 웃음을 지워버린 서현은그 흔한 전투태세조차 잡지 않았다.
[첫 번째 도전! 도전자 주형선vs간부급 임서현!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바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