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18.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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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괴...물...!"
"산개!"
깃들어져 있는 묘리라던가 뭔가 엄청난 초식이라던가 형식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전무한, 말 그대로 아무렇게나 휘두른 공격.
하지만 그것 때문에 유럽 정예팀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수비일변도가 되었다.
쐐액!
"큭..!"
"대응하지마! 피해!!"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울리며 날아오는 카드.
특별한 카드도 아니다. 심리치료 및 상담용으로 제작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카드다.
재질은 얇은 플라스틱 정도일까. 강도를 따진다면 한없이 낮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카드가 지금 이 순간에는 둘 도 없는 살인무기로 변한다.
자존심이 잔뜩 상한 남자 대원이 자존심 회복을 위해 검을 들어 날아오는 카드를 내리쳤다.
누가 봐도 카드가 잘려져야 정상인 상황.
그러나 스탯의 힘은 항상 상식을 뒤집는다.
흔해빠진 플라스틱 카드는 레전더리등급의 무기를 두부 자르듯지나가더니 어리석은 남자의 목을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
멀리 날아간 목이 툭 하고 떨어지고, 새빨간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는 몸뚱아리가 힘없이 쓰러졌다.
부서진 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슥.
그 광경을 무심하게 지켜보던 소냐가 한 발짜국 앞으로다가오며 어느샌가 내려온 선글라스를 다시 이마로 올렸다.
"아, 무서워 하지 마요. 남자분들만 죽일 거니까."
"이...개년이!!"
순식간에 동료를 잃어버린 대원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냐를 노려봤지만, 멍청하게 달려들진 않았다.
대체 어떻게 돼먹은 일인지, 그녀는 유럽팀 전부를 혼자서 농락할 정도의 강자였다.
게다가 살인에 대해 심히 무감각하다. 마치 오래도록 전장에서 뒹군 전사. 하지만 그럴 리 없잖은가.
"대체...대체 왜...! 왜 쓰레기들이 이렇게 강하냔 말이다!!"
빅팀은 절망했다.
유은은 커녕 일개(?) 변호사 조차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유은의 부인이라지만, 모험가는 아니더라도 스탯 자체는 있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했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리고 정의가 있다면 이래선 안 된다.
이런 둘도 없는 악인, 아니 악인이라는 말 조차 애교로 느껴질 정도의 쓰레기들이 이토록 강해선 안된다. 안 되는 것이다!
"왜긴요. 세상은 그런 거에 관심 없으니까 그렇죠."
소냐가 심플하게 대답했다.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뼈저리게 느낀답니다. 정의는 결국실력, 곧 힘이라는 것을. 너무 간단한 이치지만 사람은 이성으로 그걸 부정하죠. 안타까운 일이에요. 진실을 느끼고 있음에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니."
"닥쳐!"
빅팀이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기다리십시오! 빅팀님!"
루 페이가 다급히 불렀지만 이미 그는 무기를 꼬나쥐고 소냐에게 달려가고 있다.
소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을 박찼다.
미숙하지만 어마어마한 속도로 그에게 다가간 그녀는 그 찰나의 순간 양손으로 빅팀의 머리를 잡고 무릎으로 갑옷 중앙, 명치 부분을 찍었다.
퍼걱!
400만을 훌쩍 뛰어넘는 공격력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갑옷은 아무 의미 없이 망가졌고, 연약한 인간의 육체는 처참하게 터져 나가 목과 쇄골 부근 아래와 하반신 사이의 복부가 제거되었다.
모양을 묘사하자면 물폭탄이 터진 모습이랄까. 다만 안에 들어있는 건 물이 아닌 피겠지만.
풀썩.
통제를 잃어버린 하반신이 부들부들 떨며 쓰러졌다.
마치 게장처럼 빨간 내장 따위가 흐물텅 거리며 바닥에 쏟아졌다.
"꺽..꺼..억..."
다행(?)이라 해야 할 지,상반신은 소냐가 머리를잡고 있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았다.
고혹적인 미모가 차갑게 그를노려보고 있는 모습도 또렷이 보였다.
물론 오래 가진 못하겠지만.
"아...!"
일행들이 경악하며 동시에 부들부들 떨었다.
무기도 없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최고급 방어구와 장신구로 떡칠된 빅팀의 몸을 날려버렸다.
이 얼마나 무서운 전투력인가.
"그래도 꽤 오래 결혼생활을 한거 같은데, 마음 같아선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이라도 보여주고싶네요."
소냐는 쇄골 아래를 잃어버린 그의 머리를 들고 웃어 주었다.
벌써 두 명을 죽였지만(빅팀도 곧 죽을 테니) 양심에 가책 같은 건 없었다.
황제와 황국을 수호하는 최고위 법관으로서, 호감도와는 별개로 사상 자체가 개조된 그녀는 오로지 유은만을 정의로 여기고 있다.
그에게 반(反)하는 인물이라면 정의에 반하는 것이고, 이는 곧 대역죄이며 사형에 해당하는 죄목이다.
당연히 양심의 가책 따위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무리라는 거 알고 있죠? 몇 초 뒤면 죽을 테니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빅팀의 상체를 바닥에 던졌다.
차갑고 단단한 주차장 바닥에 부딪힌 그의 머리가 깨지며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으...으으..."
필사적으로 붙잡는 의식.
그러나 그 만큼 멀리 달아나는 의식.
이미 가망은 없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딸을 구하기 위해,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었다.
"왜 그래요? 살고 싶어요?"
그 애처롭기까지 한 모습에, 소냐가 슬며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발을 들어ㅡ,
"안돼!!!!"
퍼걱.
그대로 얼굴을 밟아 터뜨렸다.
일말의 자비도 없는 법의 수호자.
"미안. 죽었어요. 그러게 왜 덤벼요? 그냥 다른 여자랑 재혼해서 알콩달콩 살지."
"으아아아아!!!!"
분을 참지 못한 대원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루 페이도 막지 않았다.
그녀도 눈에 핏발을 세우며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유럽의 정예. 비록 한 명이 허무하게 죽었지만 나머지 넷의 공방을 합하면 족히 40여만을 넘는다.
세상 어딜 가도 절대 꿀리지 않는 팀!
하지만 그래봐야 소냐의1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퍼걱!
가장 먼저 호기롭게 달려든 남자에게 손바닥을 휘둘러머리를 터뜨리고, 이어 또 다른 남자의 망치를 주먹으로 쳐 부순 후에 그대로 뻗어 배까지 터뜨렸다.
어느새 뒤로 다가와 검을 찌르는 여자는 오른팔을 잡아 뜯어 버리고 허리를 살짝 밟아 제압.
마지막으로 네 자루의 검을 거의 동시에 던지고 본인도 검을 휘두르는 루 페이는 정면에서 머리로 검을 받아내고 목을 콱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2명이 죽고 2명이 제압.
"미...친...!"
루 페이가 날린 네 자루의 검은 모두 소냐에게 적중했지만 하나같이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야 욕이 나올 수밖에.
꽈악.
"끅...끄읅...!"
소냐는 살짝 힘을 줘볼까 하고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손해기 때문에 그건 참기로 했다.
그보다 두 여자를 이미 제압했으니 어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루 페이는 멀쩡하다지만 소냐가 허리를 밟고 있는 여자는 팔이 뽑힌 충격으로 기절한 상태다. 이대로 두면 사망.
아깝게 그런 짓을 할 순 없지 않은가.
"[주문]. 피고인 여섯을 사형에 처한다. 그 중 여성 두 명은 특수 예외로서 처형에서 면한다. 두 여성은 귀두제국 황제의 노예로서 697,924년 동안 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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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관계로 소냐는 일단 유은에게로 돌아왔다.
들고온 전리품(?)은 소라를 비롯한 힐러를 통해 치유했다. 다행히 뽑힌 팔도 말끔히 치료가 되어 현재는 휴식중.
소냐의 경우 공격력과 방어력이 넘사벽이니 아무 일 없었겠지만, 유은은 매우 분노했다.
감히 자기 여자를 건드리다니.
심히 무엄하도다.
"혹시 모르니까 힐 한 번 받아요."
"그래요. 습격이라니."
곁에 있던 소라가 그녀에게 힐을 걸어줬다.
닳은 HP가 없기에 아무 의미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은 느낌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소냐는 방긋 웃었다.
"고마워요. 소라씨."
"흥. 엄살은."
유나는 뭐가 맘에 안 드는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엄살이라니. 난 괜찮다고 했단다."
"그럼 왜 굳이 여길 왔어요. 그냥 하던 일 하시지."
"어머. 왜? 무섭니? 뺏길까봐."
"누,누가 이딴 녀석 뺏긴다고 싫어할 줄 알아요????"
"난 딱히 유은씨라고 하진 않았는데."
"이..."
"유나야...애도 아니구...언제까지 낚일 거니?"
"익.. 언니는 가만히 있어요!"
소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꼬맹이(?)는 잘 하다가도 꼭 어딘가에서 덤벙댄다. 특히 유은과 관련해서.
'그 만큼 빠졌다는 거겠지. 에구...어쩌다 이런 꼴이야.'
야속하단 눈빛으로, 킥킥대며 웃고 있는 유은을 노려봤다.
'이 개자식. 언젠가 정액 쭉쭉 뽑아서 복상사 시켜버릴 거야. 각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