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78)화 (177/517)



〈 178화 〉18. 콜로세움.

도희는 목을 가다듬고 은소령에게 다가갔다.

"너무 심하잖아요. 매스컴으로 다 나갈텐데...저기 기자들도 오고 있고."
"폭력시위를 진압했을 뿐입니다만?"
"아니 그래도...."
"그리고 여기엔 유은도 있고  씨발년(한사랑)도 있다고요. 제가 미리 때려눕히지 않으면 그네들이 와서 싹다 학살할지도 몰라요. 나름 쟤들을 생각해서 한 겁니다?"
"...."


황당한 궤변이지만 딱히 뭐라  수가 없었다. 저렇게 기분 나쁘다는 걸 풀풀 풍기고 있는데 뭐라 했다가 얻어 맞으면 어떡하려고. 아무리 부하라도 모험가는 무서운 법이다.

"저기요! 은소령 경정 맞으시죠??"
"폭력시위가 벌어진 겁니까?"
"경찰의 과잉 진압이 이루어졌다는 제보가 있었는데요!"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느세 다가온 기자단이 경찰들의 인간 바리게이트를 어떻게든 넘기 위해 노력하며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이미 그것 만으로 정신 없는데 거기에 응급 구조대까지 있으니 상황은 그야말로 난장판.

은소령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꺼냈다.

"아 진짜.  보면 모르나. 맴매좀 한 거 가지고 되게 모여드네."
"맴매 수준이 아닌데요 부장님...."
"나 정도면 맴매지. 서장님, 뒤는 맡깁니다."
"예?"

담배를 뻑뻑 펴대며 건들거리는 자세로 걸어가더니 훌쩍 뛰어 올라 광장 안쪽으로 사라졌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에 얼이 나가버린 신도희. 도대체가 상상을 뛰어넘는 막무가내다. 확 짤라버릴까.


"자,잠깐...기다려요! 이거 수습해야죠!! 야!!!"

뒤늦게 외쳐보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는 그녀. 그저 메아리만 울릴 뿐이다.




+++


"이곳에...지부장님이 계신단 말이지?"

독일, 정확히는 던전협력기구 D10유럽지부에서 파견나온 5인조 파티와 한 명의 노인.

지부장인 아녜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중세 판금 갑옷을 입은 그들은 분노를 담은 눈동자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진행중인 예선전. 그리고 특별히 만들어진 VIP석에는 유은의 여자들과 각 기관에서 파견나온 고위 인사들이 음식 따위를 곁들이며 관람하고 있었다.

"아녜스...!"


노인은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 달여 전, 비겁한 방법으로 빼앗겼던 그의 아내. 아녜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몸이 절로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아내를 구해 오리라.

그러나 그걸 막은 것은 그가 데리고 온 5인조 파티의 리더. 그녀 역시 분노하고 있었지만 때가 아니라 판단했다.


"아직은 안됩니다."
"하지만!"
"지금 일을 벌였다간,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습니다. 참으십시오."
"내 아내가...딸이!! 저곳에 있는데!!!"
"신중하셔야 합니다. 아가씨조차 잡혔다면 분명그의 힘은 우릴 상회할 터. 작전대로 움직여야만 합니다. 감정은 자제해 주십시오."
"크윽...."

분하지만 맞는 말이다.

아녜스의 노블레스 패밀리 중 앙리에타를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모험가로 구성된 5인조 파티. 거기에 독일로 돌아가자마자 스탯을 부여받고 나름대로의 수련을 쌓은 엔티알 빅팀.


6명이 합쳐 봐야 앙리에타를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그 앙리에타가 유은에게 잡혀 있다면 분명 그의 전력은 그들을 상회한다.

물론 앙리에타를 잡은  그의 1등 시녀장인 서현이지만, 설마 그 외에 다른 존재가 모든 스탯 강화 LV.4라는 무지막지한 탤런트인 앙리에타를 이길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오로지 이번 범행은 홀로 강력한 힘을 지닌 유은으로 인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세운 계획이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가 앙리에타를 볼모로 잡아 협박하였으니, 우리도 그의 누군가를 잡아 협박하자ㅡ.

가 그것이었다.
듣기로 그에게는 시녀들 말고도 연인처럼 행동하는 3명의 여인이 있다 하였고, 그 중 두명은 현역 모험가라고 한다.


나머지  명은 모험가가 아닌 일반인에 변호사. 이름도 아주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어디까지나 확인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알겠네. 미안하네."
리더의 계속된 설득에 엔티알 빅팀이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그도알고 있다.
감정적이 되면 안 된다는 걸. 그러나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이만 가죠. 그녀의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



"응...?"

VIP석에서 예선전을 관람중인 아녜스 이사벨라와 그녀의  앙리에타.
그리고 그 둘 옆에서 흥미로운 눈으로 주위를(유은의 여자들을) 관찰중인 D10 협회장과 그의 비서.

VIP석만 해도 꽤 많은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유은 패밀리의 위력에 감탄하거나 예선전을 보고 있어 그리 시끄럽진 않았다.

그런 가운데 아녜스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익숙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이 어디선가 느껴졌다.

"...뭐지?"

주위를 둘러보지만 사람으로 꽉 찬 이곳에서 무언가를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왜 그래요?"
딸이 묻는다.
아녜스는 그저 '아무것도 아냐'라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 희망처럼 생긴 무언가가 느껴졌다고 한들 믿겠는가.


사실 오늘 아침 협회장을 만났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세계의 모험가를 아우르는 존재인데 혹시 자신을 구해줄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곁에 있던 비서, 알려지길 고위 스카우터인 여인의 넋나간 표정을 보곤 포기했다. 심지어 그녀는 앙리에타를 보자마자 회장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이라외치기까지 했다.

무리도 아니다. 앙리에타는 본래 수십만의 공방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이 며칠 사이에 수천만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아녜스의 스탯도 굉장히 크게 변했다. 방어력에 비해 형편 없었던 공격력이 70만까지 오른 것이다.

유은이 있는 이곳에서!

그러니 그녀로선 아녜스나 앙리에타가 유은의 시녀가 되었거나, 최소 좋은 상황은 아니라 판단할 수밖에.

아무튼 그런 관계로 그들에게 구해질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접었다.
게다가 설령 그들이 구해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해도 나날이 성장중인 유은 패밀리를 보고 있으면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 아직 유은의 스탯을 보진 못했지만, 그의 빈이되어 버린 앙리에타가 벌써 6천만이나 되지 않던가. 아무리 모든 스탯을 9배로 뻥튀기 시키는 사기적인 재능이 있다지만, 그렇게까지 전투력을 뻥튀기 시킬 수 있는 존재라면 그 역시 만만한 엄청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 시녀들이나 간부진 역시 상당한 공방을가지고 있을 것이고.


D10이 전부 달려든다 한들 과연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D10 협회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겉으로는 비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협회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스카우터 헤라가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유은을 만날 생각 같은  해서도  된다고.


재능LV.5에 해당하는 스카우터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따라야 하지만 그는 결국 VIP석에 앉았다. 유은을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그의 시녀장이라는 존재를 만나 안내된 것이다.


'대체 얼마나 높은 스탯을갖고 있길래 헤라가 그렇게까지 기겁을 하는 걸까. 백만이 넘나? 아니면 설마 500만을 넘긴다던가?'

협회장인 만큼 고위 모험가에 대한정보는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위 모험가는 대개 공방 10만 언저리에 있고, 진짜 최상위권에 있는, 이를테면 앙리에타라던가 하는 괴물들은 공방 50만을 넘기기도 한다.
특히 앙리에타의 어머니이자 D10 유럽지부 지부장인 아녜스는 공격력은 그리 높지 않지만(어디까지나 최상위권 중에서) 방어력이 100만에 다다르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지금껏 그녀의 방어력을 넘기는 공격력을 지닌 모험가는 본 적이 없다.

때문에 그로서는 아무리 그녀가 경고를 해 주어도 기껏해야 공방 500만 정도라고 여기는 게 한계였다. 공방 500만 정도라면 협회에 어마어마한 위협이 되긴 하겠지만,결국 다수의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테니 한 번쯤 만나보는 것도 좋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그가 유은의 스탯과 여인들의 스탯을 볼 수 있었다면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도망쳤을 것이다.

'그래 항상 최악을 상정해야겠지. 유은의 공방이 500만 정도라 가정하고 행동해야겠어.'

결국 그는 유은의 스탯을 30분의 1로 축소해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고, 벗어나야 할 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역시 떠나야겠어.'


헤라는 마음을 굳혔다.
사람은 좋은 편이지만,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있다.
이런 곳은 오래 갈 수 없고 결국 그녀에게까지 피해가 오게 될 것이다.


아무리 유은이나 그의 여자들에 대한 상세 스탯을 말하지 않았다지만그래도 레벨5의 스카우터가 구토까지하고 무조건 피해야 한다면서 몇 번이고 말했으면  들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가능성이 보였다면 나중에라도 상세 스탯을 말해줬겠지만 그럴 생각을 접었다.
그녀 자신을 위해서라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라도 그들의 상세한 정보는 묻어두기로 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협회장이 믿지 않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거야 자기 팔자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웬만한 길드는 협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하렘궁을 제외한다면...하지만 그런 색마한테 가는  논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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